소설리스트

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91화 (91/143)

91화

어쨌든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이번에는 그 존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치 제왕처럼 당당하게 앉아 있는 범상치 않은 해골. 그것은 죽은 지 꽤 된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해골은 양손에 각각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는데 하나는 가면처럼 생긴 금속이었고, 다른 하나는 황금빛 팔찌였다.

나는 팔찌의 휘황찬란한 빛에 그쪽으로 다가가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해골의 전체적인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습은 예사 존재의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단 한 사람의 외형.

흑색 갑주에, 가슴에 그려진 커다란 불사조의 상징.

이어 나는 마치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 거센 충격을 받았다.

순간 나는 자기도 모르게 존경심이 일었고, 바닥에 무릎을 꿇어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취했다.

그때였다.

홱! 홱! 홱! 홱!

양쪽 벽에서 화살이 발사되어 내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만일 내가 무릎을 꿇지 않았다면 그대로 고슴도치가 되어 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배짱 좋은 성격에 여유를 부렸다.

“후우~ 예의를 엄청나게 차리시는 분이셨군.”

그때 방이 울리기 시작했다.

- 연자여, 나의 계승자여.

무거운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 이곳에 올 때까지 살아 있고, 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자라면 그대는 분명 나의 계승자일 것이다.

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예의를 계속 지켜 나갔다.

그리고 음성은 계속 들려왔다.

- 나는 불사조이다. 황제 폐하를 수호하고, 제국을 일으켜 세우는 일. 그것은 모두 나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한다.

나는 목소리에 감탄하며 귀를 기울였다.

- 나는 언제나 죽고, 언제나 살아났다. 그리고 언제나 얼굴이 변하는 자였다. 황제도 나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나는 그런 자였다. 그것이 내가 정한 진정한 우리의 법칙. 황권을 지키는 수호자인 그대는 이를 이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 분명 우리의 피는 옅어지고, 우리의 의지는 흔들릴 것이며 전통 또한 흐려질 것이다. 그렇기에 계승자여, 너에게 나의 힘을 남긴다. ‘존재’와 ‘인장’을. 그리고 이 방의 재물은 네게 힘이 될 것이다.

그때였다.

음성이 끝나자마자 해골의 두 손에 각각 쥐어진 가면과 팔찌가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 나의 아들이여, ‘존재’와 ‘인장’을 받으라.

“존재와 인장?”

- ‘존재’는 너에게 귀속되어 네 얼굴이 될 것이며 네 존재를 변화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인장’은 불사조를 이끄는 힘이 될 것이다. 이 모두를 취하는 자가 있다면 난 다시금 영면에 들 것이다. 이곳 황궁의 아래에서, 제국의 수호신이 되리라…….

음성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 순간 허공에 떠 있던 가면과 팔찌가 절로 양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아아.”

순간 현기증이 왔다.

그리고 해골 형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구르릉―

순간 허기가 느껴졌다. 실로 오랜만에!

[포식의 권능 발화]

또 내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포식의 권능이 발동되었습니다.]

[팔찌를 포식합니다.]

[고유 특성 모든 스텟 +298,200강화(A등급)’를 흡수합니다.]

전설도 아니고 아예 레어 등급조차 없었다. 그런데 스텟이 +298,200이라니! 십만 단위로!”

섬광이 일었다.

파팟.

역시 현실로 돌아왔다. 역시나 허공으로 나타나는 홀로그램 글씨들.

[방어력 2,200만]

[특수 스킬 팔찌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 (발동 시 물리 공격력 +7,062,500% 추가 : 마법 공격력 +2,159,000)]

“물리에 이어 마법 공격력도 추가되다니.”

[내구도 999/1000]

[팔찌 : 더 이상 포식할 수 없음.]

[방어력 1,510,760,345]

* 트레이더가 되는 법

[본 아이템들은 임의의 영역에서 거래할 수 없음.]

[거래 자격 포인트 +500 이상 시 거래 가능. 상점 개설 가능.]

[거래 자격 포인트 +233,400 획득!]

[현재 포인트 +500,000 이상]

역시나 속성을 지닌 채 현실로 그대로 나타난 템들. 이번엔 두 개다!

아! 그리고 거래 자격 포인트가 이제 500,000 이상이라니!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팔찌 정도에 스텟이 말도 안 되게 올라간다는 사실에 말이다.

더구나 레어나 전설 템도 아니다.

“정말 궁금하네!”

물론 그다음에는 내 정보창이 궁금했고, 외쳤다.

“정보창!”

[이형도]

[레벨 557,327]

[꿈을 걷는 자, 트레이더]

[체력 44,134,323 힘 66,235,020 민첩 76,477,515

마력 28,926,309 지혜 45,328,412]

“뭐야! 이건 말이 안 돼! 레벨이 1만대에서 50만대라고?”

나는 레벨의 급상승에 대해 그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뭐, 뭐야……. 55만…….”

[액티브 스킬]

[고유 – 포식(유일 등급)

아이템을 흡수하여 능력의 일부를 가져온다.]

[고유 – 손목의 근력(유일 등급)]

[고유 – 기류 발사]

[고유 – 현재 방어력의 87제곱(유일 등급)]

[고유 – 대지의 힘]

[고유 – 케논의 마법화]

[고유 – 공력의 묘미]

[고유 – 철검]

[고유 – 팔찌]

〈카르마타파: 374조(카르마타파는 그대에게 협조를 할 것입니다.〉

[패시브 스킬]

[마르지 않는 체력 등급에서 (S등급으로 승격)

체력 상승 5,258,300%

손목 근력 상승 7,147,440%

도약 능력 상승 9,129,530

물리 공격 상승 6,171,425%]

[비행 능력! (추가 순간 이동)]

[공력의 묘미!(추가 관념의 기술)]

[불사조의 환생!(불사의 관념 기술)]

“불사의 관념 기술이라고! 그건 또 뭐지! 패시브 스킬 퍼센트 수치가 거의 수십에서 수백만 업이라.”

그야말로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니, 그저 일반 마계 전사가 내게 준 평범한 팔찌인데 이 정도로 말도 안 되게 스텟이 엄청나게 업이 되었다는 것이.

“아! 뭐야! 도대체! 레어 템도 아니고 전설 템도 아닌 그저 손목에 차는 팔찌가 어째서 이런 수치를!”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불사조의 팔찌라. 그게 맞겠지.”

나는 잠시 어리둥절한 채 중얼거렸다.

헤르시몬이 나를 깨웠다.

“무슨 꿈 꿨어요?”

“아, 아니.”

“왜 자면서 뭐라 중얼거려요.”

“아냐, 아니! 당장 현실로 돌아가야 해!”

“또 현실로요?”

“그래,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럼 어서 가세요. 아니, 빨리 자요.”

“자다니?”

“당신은 현실로 돌아갈 때 이곳에서는 아주 순한 양처럼 깊은 잠에 빠지거든요. 그런 걸 보면 마치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여기 기준으로는 황제인 당신이 꿈을 꾸어 그쪽 세계로 잠시 갔다 오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정말이지 이제는 어디가 현실이고,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후~ 이형도… 황제……. 도대체 누가 내 진짜 실체이던가……. 모르겠다, 진짜.”

* * *

눈을 떠보니 다시 현실이었고, 여기는 감옥이었다. 내 옆에는 학센이 자고 있었고.

이어 제일 먼저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고, 나는 오른 손목을 살펴보았다.

역시.

“아! 팔찌!”

그때 학센이 눈을 떴다.

“형도야.”

“형.”

“자식……. 내일이 올까 봐 걱정되어 잠을 자지 못하는군. 그래, 그게 다 이 형 책임이다.”

“아니요, 내일 처형식이 두려워서 이런 거 아닙니다. 후후.”

“지금 웃었냐?”

“네, 후후.”

“결국 미쳤군.”

“미친 거 맞습니다. 점점 현실과 꿈을 분간 못하고 있으니 말이죠.”

“무슨 말이냐?”

“얘기하자면 깁니다. 아무튼 내일 처형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죽지 않을 거니까.”

“너 정말 머리가 이상해진 거냐?”

“원래 이랬어요, 하하. 아니, 앞으로도 더 미치면 미쳤지 절대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지 않은데요.”

학센은 그런 나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불쌍한 놈. 그래도 명색이 시공 전사인데……. 이렇게 스스로 미쳐 버릴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군. 하기야 세상 그 어떤 존재가 죽음을 앞두고 태연할 수 있을까. 흠… 나도 지금 이렇게 손끝이 벌벌 떨리는데.”

* * *

그다음 날 오전

나와 학센은 기둥에 묶인 채 망나니로 보이는 한 전사에 의해 목이 잘린 판이었다. 학센은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형도야, 죽어서는 우리 그냥 평화로운 곳에서 함께 술이나 마시며 사냥도 하고 재미있게 놀자.”

“형, 꼭 죽어서 그래야만 해요? 그냥 여기서 살아서 재미있게 놀 수도 있는데.”

“그래, 차라리 너처럼 미쳐 버린 게 훨씬 나을 수도 있겠군. 적어도 목이 잘려 처형당하기 직전까지 그 실감을 할 수 없으니. 그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아무튼 잘 가라. 이 생에서는 마지막 인사다.”

그때 전사가 검을 들어 내 목을 베려는 순간.

삭!

“억!”

오히려 놈의 목이 저절로 잘려 나갔다. 이에 학센은 놀란 듯 외쳤다.

“뭐, 뭐야?”

처형식을 지켜보던 집정관 카시아스와 그의 수하들은 더 경악한 얼굴들이었다.

“목이 잘렸습니다!”

“뭐지?”

카시아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학센에게 외쳤다.

“너, 이 새끼!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학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뭘!”

“학센, 이 음흉한 자식! 인제 보니 힘을 숨기고 있었군!”

“아닌데……. 진짜 무슨 일이냐?”

카시아스는 그 자신이 직접 검을 들고 학센에게 다가가서 거친 음성으로 말했다.

“개수작은 여기서 끝이다. 어차피 너는 내 권능에 비해 한참 떨어지니 네놈이 살아날 방법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꿈도 꾸지 마라.”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검을 들어 학센의 목을 베려 했다. 그런데.

“어? 왜 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지?”

이어 내가 말했다.

“거기 이 양반아. 사람이 조금 꿈도 꾸면서 살면 안 된다는 법 있나?”

“뭐, 뭐라고?”

“나는 꿈을 하도 더럽게 많이 꿔서 지금이 현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깨닫기 전에는 죽을 생각이 없거든. 왜냐하면 만일 죽는다는 가정하에 내가 저승에라도 간다면 거기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카시아스는 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자 무척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어 내 몸을 묶었던 밧줄이 저절로 끊어지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리고 학센을 풀어 주기 시작했다.

카시아스는 소리쳤다.

“뭣들 하나! 당장 이놈들을 죽여!”

그러나 그의 뒤쪽에 포진한 전사들도 전혀 미동조차 못 했다.

“군주님,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도요!”

“아, 꼼짝을 할 수 없습니다.”

이어 나는 그들에게 외쳤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그랬으니 그게 정상이고, 다들 놀라지 마라.”

옆에서 지켜보던 학센이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살펴보며 물었다.

“정말 네가 한 짓이냐?”

“형, 짓이라니요. 그런 표현보다는, 정말 네가 이런 엄청난 일을 했냐? 라고 물어봐야죠, 후후.”

“형도야……. 너 갑자기 어떻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