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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80화 (80/143)

80화

이에 플린시아는 화를 내면서 외쳤다.

“너 바보야! 내가 분명 함정이 있을 거라고 했지! 아무리 우리가 강할지라도 상대가 아예 함정을 파고 기다리면 당연히 미리 작전이라도 짜고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흠, 뭐 그러고 보니 네 말도 틀린 것은 아닌데……. 그럼 이렇게 하지.”

나는 내 은하검을 꺼내어 그쪽을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파파파팟!

쾅!

두둑!

우르르.

그 입구 주변 수십 미터가 내 검의 강기에 폭발을 했고, 이내 먼지가 꾸역꾸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았고, 아까의 그 조그만 입구보다 훨씬 커다란 통로가 볼썽사납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됐지?”

플린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무식하기는…….”

“무식하다는 표현보다는 강하다고 말해 주면 안 되냐? 아무튼 뭐, 입구부터 박살을 내 버렸으니 들어가는 데는 별 탈 없겠지?”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이어 플린시아가 뒤를 따랐고. 하지만 학센은 여전히 주저했다.

“정말 들어갈 겁니까?”

나는 짜증이 나려 했다.

“지금 보면 모릅니까? 그렇게 두려우면 거기서 기다리던지요.”

그런데 학센은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만.

“나, 나도 함께 가겠소.”

“함께 가겠다고요?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가 뭡니까?”

“가만히 보니 당신과 함께 가면 든든할 것 같아서요.”

“든든하다고요?”

“당신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내 생각 외로 엄청나게 셀 것 같아서.”

“하하, 내가 그렇게 보입니까?”

“그렇소.”

“그럼 함께 가던지요.”

그때 플린시아 내 뒤로 와서 말을 건넸다.

“좋겠네.”

“좋다니?”

“네 팬 하나 생겨서.”

“후후.”

잠시 후.

우리는 부서진 통로를 따라서 30분 정도가 걸려, 안으로 제법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았다. 아니, 건물의 규모가 가늠이 안 되니 정확히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몰랐다.

그때 학센이 말했다.

“이쯤에서 그냥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요.”

“지금 장난합니까? 여기까지 오는 데 30분이나 걸렸는데. 그리고 보아하니 함정 같은 것도 없고, 뭐 적으로 보이는 놈들도 아직 마주치지 않았고. 아무튼 조금만 더 가 봅시다.”

“아. 이제부터 위험해질 수 있소.”

나는 그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겁이 나면 그대 혼자 돌아가든지요!”

순간 학센은 화들짝 놀랐다.

“난 절대 혼자 돌아가지 못하오. 가다가 그들이 나타나면 어쩌라고요?”

“그럼 나는 자꾸 그렇게 불안을 조정하는 당신을 어쩌면 좋겠소?”

“…….”

그제야 입을 다물고 마는 학센.

그때 플린시아는 뭔가를 발견한 듯 내게 외쳤다.

“형도야! 저기 좀 봐!”

나는 그곳을 보았는데, 뭔가 거무스름한 형체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어 코를 찌르는 시체 썩는 냄새.

가까이 가서 살펴봤는데, 정말 죽은 며칠 정도 된 시신이었다. 복장은 검은 군장이었고, 각자 무기를 손에 쥐고 하나같이 그대로 목이 베어 살해당한 것 같았다.

학센이 소리쳤다.

“봐요! 저들도 여기 들어와서 그들에게 당한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당장 돌아갑시다! 당장이요.”

나는 마구 흥분한 그에게 경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당신을 여기에 두고 우리만 갈 겁니다.”

“아,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놓고 가지 마세요.”

“그럼 지금부터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따라오기나 해요. 아, 나는 이곳에 겁이 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소리치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고요! 그러니 제발!”

그때 플린시아가 말을 건네왔다.

“형도야,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이상하다니?”

“이 시체들 말이야. 외부에서 침입한 자들이 아닌 것 같아.”

“그건 무슨 말이야.”

“원래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 같아.”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그러자 그녀는 통로 벽과 천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벽화 보이지?”

“응.”

“그럼 문양을 살펴봐.”

“문양?”

그녀 말대로 일단 그곳을 자세히 봤는데, 대충 보아도 독사 모양의 문양들이 대부분 주를 이루었다.

“독사들 같은데……?”

“그럼 이들 시체를 살펴봐. 여기 군장의 가슴에 하나같이 독사 문양이 새겨져 있어.”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렇다면 이 시체들은 이 신전 소속의……?”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고 봐야지?”

“그럼 이들은 왜 죽었지?”

“왜라니? 여기저기 칼에 베인 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에 의해 죽었겠지.”

“그럼 다른 외부 침입자의 소행인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가 점쟁이도 아닌데.”

나는 뭔가 이 건물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볼까?”

플린시아는 별로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이건 느낌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뭔가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데.”

“너도 학센 저 양반에게 빙의됐냐? 명색이 시공 전사인데 그런 말을 하다니. 아무튼 우리는 임무를 수행하러 왔으니 당장 가자.”

“쳇, 무슨 자기가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명령조로 말하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갈수록 더욱 늘어나는 시체들, 그리고 통로는 점점 넓어져 이제는 탱크 몇 대가 지나갈 만큼 매우 커졌고, 급기야 드넓은 홀이 나타났다.

“와! 여긴 뭐야?”

마치 실내 체육관을 연상케 하듯 한가운데 무대와 같은 곳에 관중석이 360도 주변을 둘러쌌는데, 그 규모만 하더라도 수천 석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

“이 더럽고 찝찝한 기분 뭐지……?”

그때 학센이 외쳤다.

“헉! 저기 위쪽에!”

나와 플린시아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았다.

순간 플린시아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나 역시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는데, 내가 그동안 수많은 전투와 시공 전사로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봐 왔던 그 어느 광경보다 가장 끔찍하다고나 할까.

학센은 그 장면에 기겁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구토하며 벌벌 떨기 시작했다.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 광경을 묘사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한다면.

거대한 천장 위에서 마치 폭우 쏟아지듯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들, 썩은 내가 진동했다. 그건 바로 저 위에 처참하게 매달린 시체들 때문이다.

그 숫자만 하더라도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였는데, 더욱 잔혹한 것은 천장에 쇠 갈고리 비슷한 것에 매달린 시체들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해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사람 모가지만 달린 시체, 그리고 팔과 다리만 갈고리에 걸린 것들, 쇠꼬챙이에 복부를 관통당해 매달린 시체, 심지어 목을 매단 시체들 하며 그야말로 끔찍하고도 끔찍한 참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것도 살해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내 손등 위에 떨어지는 핏물에서 따뜻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플린시아는 애써 침착했고, 이내 하나의 사실을 발견했다.

“저들도 아까 봤던 그 시체들과 같은 문양의 군장인데. 아마도 이 신전의 전사들이 틀림없어.”

나는 한숨을 쉬며 추측했다.

“후~ 그럼 누구의 소행인지 그것이 궁금하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홀 바닥은 비로 강물을 이룬 듯 새빨갰으며 그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가 있었다. 보이지 않은 형체지만 분명 오른쪽 입구에 하나의 투명한 존재가 서 있는 것을. 그건 마치 고전 영화 프레테터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의도적으로 투명한 장치를 써서 상대의 눈을 속이고 있었다. 물론 내 눈에는 통할 리가 없었고.

나는 그대로 비행해서 그 존재 앞에 착지했다.

“모습을 드러내시지.”

그제야 투명으로부터 하나의 인간형으로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존재.

“귀찮게 됐군.”

아주 젊은 목소리, 그 모습을 살펴보니 길고 검은 생머리부터 눈에 들어왔다. 이어 백옥 같은 하얀 피부에 오뚝한 콧날, 흡혈귀 같은 빨간 입술, 그리고 나를 강렬하게 노려보는 그 날카로운 눈빛.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한 짓인가?”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정체가 뭔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그때 내 옆으로 플린시아가 다가왔다.

“설마 이자가 저들을 저렇게 끔찍하게 살해한 장본인 맞아?”

그러자 그 생머리 청년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무심한 듯 말했다.

“살해가 아니라 처단이지.”

“처단?”

“처단……. 아주 정당한 처단.”

“정당한 처단이라…….”

그렇다면 학센의 추측이 옳았다. 마왕 바젤에게 깊은 원한이 있는 자. 그래서 수많은 허상의 건물이 세워지고 함정을 파 놓았다는 그 말. 그런데 그 장본인이 이자란 말인가.

그때 그 생머리 청년이 내게 물었다.

“마왕의 수하들인가?”

“아니, 우리는 바젤과 아무런 상관없다.”

“그럼 꺼져 주시지. 나는 그 새끼에게 볼일이 있으니까.”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바젤과 무슨 원한이 있기에 저런 잔혹한 짓을 한 거지?”

“내가 왜 그걸 처음 보는 자네한테 말해야 하는가?”

나는 그냥 솔직하게 내 신분을 밝히기로 했다.

“나와 내 옆에 있는 이 여자는 시공 전사이다. 우리 역시 그에게 볼일이 있어 이곳을 조사하던 참이었다.”

시공 전사라는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후후, 시공 전사……. 그럼 더 빨리 꺼져 주시지. 바젤이 나타나기 전에.”

“그건 왜지?”

“그 이유를 정말 모르는가? 바젤이 제일 즐겨 하는 사냥이 바로 시공 전사들이란 사실을. 물론 너희를 보니 그의 희생양이 될 것은 뻔한 사실.”

나는 되물었다.

“바젤이 이곳에 나타난다고?”

“그렇다. 여기는 그의 최후의 성전이니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을 터.”

“그럼 잘됐군. 굳이 찾지 않아도 되니까.”

“후회할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당장 도망가라.”

나는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후후, 내가 이 차원에 온 지 벌써 한 달째. 이제는 그자의 면상이라도 보는 것이 소원이다.”

“그 면상을 보는 것에 꽤 값비싼 대가를 지급해야 할 텐데. 그것도 돈이 아닌 목숨으로.”

“아니, 목숨값은 그자가 내게 지급해야 할 것이다.”

그때 어디선가 웅후한 공력이 실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누가 마음대로 내 목숨을 가지고 지급한다고 헛소리하는 건가! 이제는 살다 살다 별소리를 다 들어 보겠군.”

왼쪽의 통로에서 나타난 두 명의 범상치 않은 사내들.

그중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자가 마왕 바젤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바젤은 생머리 청년을 바라보며 분노의 찬 음성으로 물었다.

“그동안 내 동료와 수하들을 살해한 놈이 네놈이더냐! 도대체 나와 무슨 원한을 맺었기에 그런 만행을 저질렀던가.”

이에 생머리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만행이라고? 하하,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들었던 개소리 중에 제일 황당하군. 너 같은 놈이 과연 만행이라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젤은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

“흐흐, 역시 내게 원한이 있는 놈이었군.”

그러자 바젤 옆에 있던 중년인이 말문을 열었다.

“바젤, 자네 그렇게 여유 부릴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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