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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79화 (79/143)

79화

“후~ 여기 오는 대부분 사람은 정치적으로 반기를 들거나 역모해서 숙청당한 가족들인데, 나는 조금 예외입니다. 음, 그것도 특별하죠. 보다시피 저는 이렇게 뚱뚱하고 비만하죠. 술도 잘 먹고. 맞아요, 그게 원인이었습니다. 술 때문에…….”

“술 때문에요?”

“술에 너무 취해서 나는 기억이 없는데, 글쎄 내가 의회장에 들어가서 원로원 의장의 멱살을 잡고 욕을 했다지 뭡니까. 참, 재수가 없어도 그렇게 없나? 그가 누군지 압니까? 바로 토레타 행성의 실세이자 무시무시한 정치가였죠.”

나는 듣다 그만 실소를 터트렸다.

“하하, 그건 당신이 잘못했네요.”

“물론 잘못했죠. 의회 출입구를 지키는 경비원 주제에 감히 술을 처먹고 들어가서 토레타 행성의 최고 어르신을 욕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작자가 금주법 시행을 발표하는 날이었고, 나는 화를 참지 못해 그런 일을 저지른 거죠.”

“술을 많이 좋아하나 보군요.”

“맞습니다, 술이라면 환장하죠. 주량도 꽤 많습니다. 독주를 온종일 들이켜도 끄떡없는데 이틀을 연장 먹었으니…….”

“그래서 여기로 보내진 겁니까? 그건 좀 처벌이 심한 것 같은데…….”

“욕만 했으면 이런 상황은 아니었는데, 그만 쏴 버렸거든요.”

“쏘다니요? 뭘요?”

“오줌.”

“오줌……?”

“거시기를 꺼내서 의장을 향해 힘차게 발사했다지요.”

그 말에 나와 플린시아는 그만 할 말이 없었다.

“…….”

“…….”

그로부터 반나절 후.

태양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이 뜨거운 벌판, 나와 플린시아, 그리고 새로 합류한 학센과 함께 저 앞에 보이는 숲으로 향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학센이라는 자와 함께 갈지 몰랐다. 나와 플린시아는 사람들을 마물로부터 구하기 위한 시간이 급박했기에 그냥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우리에게 자신이 이 차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49차원에 대한 지도와 여타 중요한 정보들, 그리고 어디 어느 곳에 사람들이 마물에게 붙잡혀 있는 장소를 자신이 다 안다고.

어쨌듯 이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지만 나와 플린시아가 상공을 날아다니며 드문드문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확률보다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또 한 가지.

“나 힘 엄청나게 세오. 아마 나와 함께 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오. 지금까지 내가 잡은 마물만 수도 없이 많지요.”

그 말만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몸뚱이 하나 건재하는 데 힘이 들어 뒤뚱뒤뚱 겨우 따라오는데 무슨 싸움까지.

“후후, 됐고요.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갈까요?”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요, 이왕이면 이런 땡볕 말고 저기 숲에 들어가 그늘에서 쉽시다.”

“흠, 맨눈으로 보기에는 숲이 가까울지 모르지만 그래도 1시간으로 더 가야 할 것 같은데요.”

“내가 조금 더 힘을 내서 빨리 가겠소.”

그는 정말 빠른 걸음으로 우리 앞을 지나가는데, 나와 플린시아는 그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마치 살찐 오리가 성질 사나운 개한테 쫓겨 가듯 힘에 겨운 모습이랄까.

* * *

파팟!

“컥!”

털썩!

내 예상이 맞았다. 숲에 마물들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는 느낌.

파팟!

“크앙!”

하지만 생각 외로 숫자가 많았다. 그리고 이전에 봤던 그런 마물과는 전혀 다른 종족이었다. 엄청난 근육질에 직립 보행, 날카로운 송곳니에 발톱을 한 것이, 흡사 늑대 인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나와 플린시아에게는 별 기척도 없는 존재들, 그러나 학센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뒤로 물러나게 하여 전방은 우리가 정리해 주며 길을 트여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자꾸 뭐라 하는데.

“나도 싸울 테니 같이 갑시다!”

“됐고요. 그냥 뒤에서 몸조심이나 해요.”

“흠, 나 싸움 잘하는데……. 뭐, 두 분이 알아서 하니까 일단은 쫓아만 가겠소.”

그때였다. 인제까지 우리 앞길을 막았던 마물이 갑자기 좌우로 도망가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피식 웃었다.

“후후, 이쯤에서 대장 놈이 나와야 한다는 사실. 좀 싫증 나지만 그게 보통 정해진 레퍼토리거든.”

아니나 다를까, 수풀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낸 조금 전 놈들보다 훨씬 거구의 마물. 게다가 새빨간 털에 신체 곳곳에 드러낸 근육질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 봐야 뭐…….

내가 놈에게 다가가 검을 들어 가볍게 휘두르려는 그 순간.

빡!

“꽥!”

언제 내 앞에 나타났는지 해머가 먼저 놈을 강타했는데, 바로 학센이었다.

“몸이 근질근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소.”

그리고 놀라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학센의 해머에 맞은 마물 대장의 신체가 마치 종잇장 꾸겨 놓은 것처럼 짓이겨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단 한 방에 말이다.

“내가 힘이 좀 세다고 했지요.”

“…….”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름길을 통해 한 마물의 던전 같아 보이는 건물 앞에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다소 믿기지 않았던 학센의 허풍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곳에 온 지 벌써 수년째요. 뭐, 여기 49차원 모든 지형지물을 다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신들보다는 훤히 꿰뚫고 있소.”

플린시아가 그에게 물었다.

“앞에 보이는 이 건물은 뭐죠?”

학센은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후후, 무슨 건물이냐고요? 아마 말해 주면 깜짝 놀랄 거요.”

“깜짝하지는 않을 테니 뜸 들이지 말고 말이나 하쇼.”

“사실 저건 건물이 아니오.”

“건물이 아니라니요?”

“그냥 허상에 불과하오.”

“그건 무슨 뜻이죠?

“그 대답은 나도 모르겠소. 다만 이곳에는 저렇듯 허상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나는 잠시 의아했다. 허상이라니?

“그럼 저 건물의 용도가 뭔지 압니까?”

그러자 학센은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했다.

“후후, 후후후~”

“왜 웃습니까?”

“글쎄요, 당신 질문이 좀 그래서요.”

“질문이 뭐 잘못되었습니까?”

“아니, 잘못된 건 아니고, 그냥……. 당신 질문도 허상 적인 것 같아서, 후후.”

“허상이라……. 어떤 의미로?”

“당신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나에게 그런 무의미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오. 만일 내가 그대의 그런 의도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면 또 질문을 계속했을 테고. 이쯤에서 그만 나를 놀리시오. 나는 바보가 되기 싫소.”

학센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이번엔 플린시아가 말문을 열었다.

“형도야, 한 가지 물어보자.”

“뭘?”

“도대체 네 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지? 구렁이 한 열 마리는 들어 있어?”

그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건물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검을 뽑아 슬쩍 한번 휘둘렀다.

삭!

파팟!

순간 건물의 형체가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이어 나는 그 둘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후후, 나는 내 속을 파악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아무튼 허상의 건물이라니 조금 흥미로워.”

학센이 내게 다가와 다소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도대체 당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까지요?”

나는 다소 쑥스러운 듯 말했다.

“글쎄요,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학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후~ 어쨌든 이곳은 저런 허상의 건물이 수도 없이 많소. 저건 일종의 함정인데, 만일 허상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그 즉시 환각 상태에 시달려 미쳐 버립니다.”

플린시아가 그에게 물었다.

“왜 저런 허상의 건물이 많은 거죠?”

그러자 학센은 피식 웃었다.

“후후, 마왕 바벨이 겁이 많은가 본데.”

“겁이 많다니요?”

“흠, 나도 정확한 것은 모르는데 이곳에 저런 허상의 건물들을 수도 없이 지어 놓고 함정을 만드는 것을 보니 뭔가 그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인상이 드오. 마치 자객이 자신을 해하려는 듯.”

“그 자객이 누구죠?”

“그야 나도 모르죠. 아마 원한 관계에는 있는 자가 아닌가 하는데. 아무튼 나로서도 무척 놀랄 일이오. 세상에 마왕 바젤을 그토록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군지 말이오. 얼마나 전투력이 강대하면 그가 벌벌 떨겠소.”

내가 물었다.

“그럼 이곳에 지어진 모든 건물들이 허상만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니오. 허상이 아니,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 있지요.”

“무시무시한 곳이라니요?”

“바로 바젤의 직속 수하들이 지키는 신전이 있소.”

내 눈빛이 반짝였다.

“그곳이 어디입니까?”

그러자 학센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다시 말문을 열었다.

“꿈도 꾸지 마세요. 거기 갔다가 살아서 나온 자들이 없소.”

“그 장소는 알고 있소?”

“알다마다요. 하지만 나 같은 겁쟁이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요. 다시 말하지만 그 신전에는 그야말로 지난 은하 대전쟁에서 엄청난 활약했던 바젤의 수하들이 수두룩하오.”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당장 그리로 갑시다.”

이에 학센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당신 미쳤소!”

* * *

그로부터 며칠 후.

우리는 다소 높은 구릉지 위에 우뚝 서 있던 거대한 구조물 앞에 도착했다. 약간의 불그스름한 빛을 품은, 돔 형태의 로마 원형 경기장을 방불케 했으나 그것보다도 그 규모가 수십 배는 커 보였고, 하나의 웅장한 도시에 막을 쳐 놓은 듯 그 위압감 앞에 한없이 초라해질 정도였다.

“여기가 그 신전인가요?”

순간 학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네, 마, 맞소…….”

그런데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좌우로 벽이었고, 창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는 문이 어디입니까?”

학센은 갑자기 겁이 난 듯 뒷걸음질을 쳤다.

“들어가는 문은 알려 드릴 수 없소.”

“알려 줄 수 없다니요? 그건 무슨 말이죠?”

“저 안에 들어가는 순간 다 죽습니다. 그것도 끔찍하게 말이죠.”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난 죽지 않습니다. 그러니 알려 주시오.”

학센은 그런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지만 저 안에는 그야말로 상상조차 못할 전사들이 우글거리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말고.”

그제야 학센은 손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저, 저기가 입구요.”

그곳을 바라보니 전체가 흰색의 벽인데, 한쪽의 색상이 달라 보였다.

“저기 약간 붉은 곳을 말하는 겁니까?”

“네, 그렇소. 눈으로는 그저 벽으로 보이지만 그저 빛으로 만들어진 막이오.”

“그건 그냥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소.”

나는 플린시아에게 말했다.

“들어갈까.”

그런데 그녀도 약간 주저하는 눈치였다.

“그냥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들어가자고?”

“응.”

“아무래도 불안한데.”

“뭐가 불안해.”

“저 건물 역시 함정을 수도 없이 만들어 놓았을 것 같은데, 막무가내 그냥 들어가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나는 피식 웃었다.

“후후, 우리가 언제 그런 거 따지고 임무를 수행했다고 그러냐? 그리고 너는 회색 마법사잖아. 무적의 위대한 마법사.”

“이 순간 꼭 그런 식으로 비아냥거려야 하겠어?”

“아니, 비아냥이 아니라. 나, 정말 네 전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느낀 사람이라고. 당연히 칭찬이지 무슨 말을 그렇게 비비 꼬아서 받아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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