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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76화 (76/143)

76화

【 마왕 바젤 】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아주 고약한 냄새, 그건 시체 썩는 듯 내 코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괴로웠다. 그때 소년 아키루스가 내게 말문을 열었다.

“향기롭지요?”

“…뭐가?”

“이 숲속의 공기요. 후후, 요즘은 이 향기에 취해 산다니까요. 아! 정말 좋다.”

“좋다고? 이 냄새가?”

“좋고말고요. 인간들의 시신은 정말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안겨 주거든요.”

순간 내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인간들의 시신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지?”

아키루스는 내가 무섭게 노려보자 다소 겁을 집어먹은 듯.

“왜 그렇게 무섭게 보는 거죠?”

“인간들 시신에 대해서 다시 말해 봐!”

“뭘요?”

“시신 말이야! 자세하게 말해 봐!”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요……. 무섭게요.”

그때 나는 주변을 다시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툭 튀어나온 돌무덤 같은 것들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뭔가 감이 좋지 않았고, 일단 그중에 한 개의 돌무덤을 파헤쳐 봤다.

순간 드러나는 끔찍한 광경. 시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사람의 시신이었다. 살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나는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그때 소년 아키루스의 웃음소리.

“후후, 잘 성숙되고 있군. 향기가 좋은 걸 보니까.”

나는 그놈의 멱살을 잡고 허공으로 들어 올려 대롱대롱 매달리게 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잘 성숙되고 향기가 좋다니! 이 자식이! 그래도 어린애라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

“아키루스를 건드렸다가는 당신이 죽는 수가 있어.”

뒤를 돌아보니 애들 여러 명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뭐야! 너희들!”

그러자 아키루스가 그들에게 외쳤다.

“너희 나서지 마! 이 인간, 보통 무서운 게 아니야!”

하지만 그들은 그 말을 무시하고 나에게 각자 스틱을 꺼내 들어 뭔가를 발사했다.

파파파팟!

나는 그걸 맞고 마법의 성질이 들어간 어떤 광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저 가벼운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정도의 미미함만 느껴졌다.

“지금 나한테 뭐한 거냐?”

내가 아무렇지도 않자 녀석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인제 보니 여기, 이 싸가지 없는 아키루스의 친구들 같은데. 너희 정말 나한테 혼나 볼래! 앙!”

내가 소리를 지르자 아키루스가 다시 그들에게 외쳤다.

“다들 도망가! 도망가라고! 이 인간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러니!”

녀석들도 대략 눈치를 챘던가. 각자 등을 돌려 도망가려 했지만 나는 관념의 기술로 그들을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했다.

“어! 몸이 움직이지 않아!”

“나도!”

그로부터 얼마 후.

그야말로 전혀 때 묻지 않은 천진난만한 눈망울에 내 위협으로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왜 자기들한테 화를 내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해맑은 표정을 짓는 순수한 얼굴들도 있었다.

그게 내게는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어찌 이런 아이들이 그런 끔찍한 생각을 가지고 인간을 서슴지 않게 죽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들은 정령 종족이라 했다. 인간을 사냥하고 그 시체의 어두운 기류를 빨아 먹고사는 좀비 비슷한 놈들. 그렇게 본다면 다들 거친 야수나 마물의 흉악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만 정상인데 어찌 이런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그런 사악하고 잔혹한 정서가 깃들었는지 그게 궁금했다.

“아키루스! 네가 대표로 말해 봐! 왜 인간들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했는지!”

나는 아직 화가 가시지 않았으니 언성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그런 내가 무시무시했던가. 여전히 바들바들 떨며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때 아키루스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아저씨, 인간은 그냥 사라져 할 존재라고요. 그들은 이 대륙에서 살아갈 가치조차 없는 종족이라고요.”

“뭐라고! 넌 정말 혼나 볼래!”

“왜 제가 혼나야 하는 거죠? 원래 그게 당연한 법칙인데요.”

“법칙! 누가 그딴 법칙을 만들었다는 거야! 당장 말해! 만약 내가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변명 하면 너희 아주 그냥 요절을 내 버릴 테니까!”

내 분노에 녀석들은 몸서리를 칠 정도로 두려워했고, 아키루스가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바젤 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바젤? 그가 누군데?”

“마왕이요.”

“마왕…….”

“인간은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할 아주 쓰레기 같은 종족이라고, 이 대륙의 모든 종족에게 사냥할 권리를 내려 주셨습니다. 그게 법칙이고 당연한 건데…….”

“시끄러워! 세상에 그런 개 같은 법칙이 어디 있어. 뭐! 인간이 쓰레기 같은 존재라니! 아놔. 뭐야, 여기. 뭐 이딴 차원이 다 있어! 듣자 듣자 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네!”

“살려 주세요.”

“살려 줘? 그래, 나도 인간인데 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 봐!”

“아저씨는 그냥 인간이 아닌 것 같아요.”

“인간이 아니라니!”

“인간 중에 아저씨만큼 힘센 사람들 한 번도 보지 못했거든요.”

“그 바젤, 아니 마왕 새끼 어디 있어?”

순간 아키루스를 비롯한 나머지 녀석들은 내 말에 경악하고 마구 웅성거렸다.

“아. 바, 바젤 님을 욕했어!”

“세상에! 어떻게 마왕님을 욕할 수가 있지!”

“아무래도 미친 인간 같아!”

“아니, 미쳐도 그렇지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로부터 잠시 후.

녀석들은 내가 아무리 협박하고 위협을 해도 입을 꾹 다문 채 침묵만을 지켰다. 자신들이 신처럼 모시는 그 마왕을 욕했다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항의랄까.

그래서 더욱 화를 내며 정보를 알아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렇다고 이놈들을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 어린애들이었고…….

* * *

그로부터 며칠 후.

기분이 더러웠다. 뭐, 내가 인간으로서 동족애를 느껴서 그렇다기보다는 이 차원에서 인간의 가치가 쓰레기만도 못하다는 그 말에 여전히 나는 화를 누를 수가 없었다. 어차피 내 임무가 마왕을 처치하는 것이니 왜 그런 개 같은 법칙을 만들었는지 따져 묻고 해결하면 될 문제…….

하지만 당장 내게 봉착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처음부터 꼬이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며칠을 이 숲을 뒤졌지만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었고, 아직 이렇다 할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령 종족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근처에 다른 종족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계속 숲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렇게 이틀이 더 흘렀다.

“하~ 날씨 장난 아니네. 뭐가 이렇게 더워! 이건 여름이라서 더운 게 아니라 이 숲속의 대지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수증기 때문인 것 같은데……. 도대체 여긴 어디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땅 곳곳의 균열 틈으로부터 올라오는 하얀 수증기만이 내 시야를 점점 흐릿하게 만들었다.

“젠장. 아무래도 화산 지대 같은데 이거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후후, 여기에는 아무런 정보나 지도 자체가 없는데 내가 뭐, 길을 잘못 든 그 자체도 모르는 게 맞겠지. 흠, 옆에 플린시아라도 있었다면 말동무에 심심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그녀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아! 갑자기 보고 싶네.”

그때였다. 뒤에서 들려오는 너무도 친근한 음성.

“후후. 그래서 내가 왔잖아.”

나는 뒤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깜짝 놀랐다.

“플린시아!”

“걱정하지 마! 말동무 해 줄게.”

“네가 어떻게… 여기를?”

“별로 반가워하는 표정이 아닌데. 나 그냥 도로 갈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갑자기?”

“학장이 가 보라고 해서.”

“학장이?”

“흠, 학장은 최근에 갑작스레 입수한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었거든. 그 내용을 너한테 반드시 전해 줘야 한다고 나를 보냈어.”

“정보라니?”

그러자 플린시아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후~ 아무래도 너, 여기 임무 포기하고 나와 함께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돌아가다니! 그건 무슨 말이야?”

“새로 얻은 정보 내용을 들으면 아마 너도 임무를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걸. 흠, 사실 학장이 나를 보낸 건 너와 함께 귀환하라고 해서야.”

나는 다소 어리둥절했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 정보 내용부터 들어 보자.”

그러자 그녀는 허공에 홀로그램 글씨를 띄웠다.

“직접 읽어 봐.”

그로부터 30여 분이 흘렀다.

나는 그 내용을 다 읽고 잠시 멍한 기분이었다. 그 내용인즉 대충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버려진 인간들]

켄타우리 은하계, 그곳은 우리 조홀 은하계의 이웃이자 동맹 관계이다. 이곳은 켄타우리 은하계의 7번째 유배지로써 정치적으로 숙청당한 자와 그 가족들이 오는 감옥 차원이다. 그렇기에 매일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인간들이 이 지옥 같은 곳에 도착하고 그들만의 자력으로 생존해야 한다.

켄타우리 은하계의 상부는 이곳의 통치자인 바젤 마왕과 협약을 맺고 인간들을 통제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럼으로써 우리 조홀 은하계는 동맹 은하계와의 협정에 따라 그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나는 그 내용을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플린시아가 내게 말했다.

“뭘 그렇게 고민해. 여기는 우리 담당이 아니니까 그냥 귀환하자.”

“…….”

“왜 대답이 없어?”

“…….”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귀환이라…….’

플린시아는 그런 나를 보며 다시 재촉했다.

“협정이 그런 걸 어떡해. 그러니까.”

“잠깐.”

“잠깐이라니.”

“그냥 돌아갈 수 없어.”

“형도야…….”

“여기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 가고 있어.”

“그건 그들의 문제야. 어차피 여긴 켄타우리 은하계의 유배지이고, 우리 조홀 은하계는 개입할 명분이 없어.”

순간 나는 화를 냈다.

“빌어먹을!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그냥 못 본 체하고 귀환하라고! 나는 그렇게 못해!”

“너 뭔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이건 개인감정의 문제가 아냐.”

“시끄럽고! 돌아가려면 너 혼자 돌아가.”

플린시아는 골치가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후~ 내 이럴 줄 알았어. 네 성격에…….”

“알면 됐고. 혼자 가.”

“…….”

내 말에 플린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중에 학장한테 징계받으면 어떡하려고?”

나는 그 말에 플린시아에게 실망을 느꼈다.

“플린시아, 너 원래 그런 여자였어?”

“내가 뭘?”

“징계 따위가 무서워 끔찍하게 죽어 가는 사람 내팽개쳐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냉혈한! 그게 너지?”

그 말에 플린시아 역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

“왜 대답 못해?”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나는 협정이 그래서…….”

“너는 인간 아냐?”

“나, 나……. 인간이지…….”

“그러고도 그런 뻔뻔한 말이 나와! 협정이고 나발이고 간에 같은 인간이 그런 처지에 당했는데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빌어먹을! 하기에 너는 네 차원에서 회색 마법사로서 신과 같은 존재였으니 너보다 아래 사람들의 처지를 알 리 만무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명예와 위치만 생각했겠지.”

순간 이번에는 플린시아가 화를 냈다.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나도 회색 마법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밑바닥서부터 별의별, 고생을 다 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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