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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75화 (75/143)

75화

‘필살기라… 필살기가 뭐가 있지. 아니, 뭐가 좋을까?’ 하, 이것 참.’

그때 그녀는 자신의 필살기를 펼쳐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나도 뭔가 강력한 한 방을 내야 하는데 그게 떠오르지 않았다.

‘아! 무공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비급……. 비급은?’

순간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구양신공 제9장 태양대천대법.

파파파팟.

마지막 서로의 필살기가 펼쳐졌다.

쾅!

우르르!

“악!”

빌어먹을! 이번엔 내가 먼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충격이 워낙 강했기에 말이다.

젠장! 이거 내가 패한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들었다. 그런데 맞은편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엉?”

나는 약간의 내상을 입고 피를 한 줌 토해 냈건만 그녀의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내가 사방을 두리번거렸는데, 그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플린시아가 손을 들어 어느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형도야, 저기를 봐.”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건물 꼭대기의 철 시계탑이 푹 찌그러져 있었는데, 그 안에 아카시렌이 폭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그대로 즉사한 것 같았다.

* * *

학장실이 시끄러웠다. 학장은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 온갖 감언이설로 내 결정을 유도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원래 학장의 성질이 다소 다혈질이지만 그래도 보통의 경우 시공 아카데미를 졸업한 시공 전사에게는 어느 정도 예의와 형식을 갖추며 말하는데 내가 너무 고집이 셌던가? 이제는 막말하며 화를 내고 난리였다.

“야! 이 썩을 놈아! 그 좋은 기회를 왜 놓치려고 하냐고!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아니, 학장님. 제가 그냥 하기 싫다는데 왜 자꾸 성화세요! 저는 초시공 전사가 되기 싫다니까요.”

“이런 답답한 놈이. 정말 이 늙은이 제명이 살지 못하게 할 거여. 너는 이미 르페드니아 아카데미 출신의 시공 전사 마아탱과 가렉 시공 아카데미의 아카시렌을 능가하고도 남을 실력이 입증되었잖아! 그건 은하 연합에서도 인정하고 그다음 순서인 의원들로부터 만장일치 추천받아야 하는데 왜 그게 싫다는 거야? 이 답답한 놈아!”

오히려 답답한 것은 나였다. 내가 아카시렌을 제압했다고 해서 내 전투 능력이 그만큼 훨씬 강하다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운이 좋아서 이긴 것뿐이라고요.”

“그건 운이 아니라 네 실력이야!”

“아니요, 운이 좋은 겁니다. 하마터면 내가 골로 갈 뻔했거든요. 그녀가 방심해서 그렇지요.”

“이놈이 누구를 하수로 아나! 플린시아가 옆에서 생생히 목격했고 그 과정을 내가 들어서 알고 있는데, 네놈의 실력이 한두 수 위는 된다고 그랬다! 그런데 왜 초시공 전사 시험을 치르기 싫다는 거냐.”

“은하 연합 의원분들에게 추천받을 자신도 없고요! 그다음 모의 테스트에 합격할 자신도 없다고요. 그리고 초시공 전사 입단 시험을 치르기 위해 그 특별한 차원에 가기도 싫고요.”

“왜 가기 싫냐? 그 이유를 말해 봐!”

나는 솔직한 심정을 말하기로 했다.

“무섭거든요.”

“무섭다니?”

“거기 특별한 시험 장소에 들어가서 만일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죽는다고 알고 있어요. 정말 왜 이러세요. 같은 선수끼리 말이죠.”

“뭐라고! 그래, 사내새끼가 그런 배짱도 없이 애초 여기 시공 아카데미는 왜 들어온 거여!”

“그거야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그냥 눌러앉게 된 거고요.”

“지랄하지 말고 당장 추천부터 받아.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임무를 수행해야 해.”

“임무야 얼마든지 수행하지만 추천이 목적이라면 받지 않겠습니다.”

“도대체 너 왜 그러는 거냐! 다른 시공 전사들은 은하 연합 의원들의 추천을 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건만. 너, 남자 새끼로 태어났으면 짧고 굵게 이 한 세상 살다가 가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냐?”

나는 그 말에 강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요! 저는 인생을 아주 가늘게 길게 살다가 그냥 편안하게 늙어서 노후를 맞이하는 게 꿈입니다.”

“이런 한심한 자식 같으니라고! 아무튼 이번 임무 당장 수행해! 뭐, 내용은 이미 들어서 알겠지만 제49 차원 멘탈계에 가서 마왕 하나 잡아 오면 끝이야.”

“마왕 하나 달랑 잡아 오면 끝이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 임무를 성공한 시공 전사가 없나요. 제가 보기에는 이번에야말로 그 마왕의 능력이 엄청나게 센 거 같은데요.”

“네 실력이면 충분하고도 남아.”

“아니요, 왠지 이번에는 개떡 실신이 되거나 뒈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잔말 말고 내일 당장 그곳으로 출발해!”

“에휴~ 베가 행성 임무가 끝난 지 이제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자마자 또 가라고요.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시끄럽고! 당장 숙소로 가서 짐이나 싸!”

* * *

테라스에 나와 석양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던 플린시아가 드디어 내게 말문을 열었다.

“결국 내일 떠나는 거야?”

“후~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학장이 하도 성화를 해서 말이야.”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번엔 내가 함께 가지 않아서 좋겠네.”

“그건 뭔 소리야?”

“형도 너는 내가 함께 다니는 것을 언제나 귀찮게 여겼잖아.”

“내가 언제? 생사람 잡지 마라. 나 그런 적 없다.”

“후~ 그렇게라도 말해 주니 조금은 기분이 낫네. 후~”

“아, 놔! 정말. 누구 죽으러 가냐? 왜 자꾸 한숨을 쉬고 그래!”

“걱정이 되어서 그래. 네가 가는 49차원의 마왕 말이야. 그곳에만 시공 전사들 백여 명이 갔는데 살아서 돌아온 자들이 단 한 명도 없어.”

“에고, 가뜩이나 무서워 죽겠는데 네가 아예 내 새가슴을 완전히 부러트려 버리네.”

그때 플린시아는 갑자기 내 손을 꼭 움켜쥐더니만 다소 슬픈 눈빛으로 말했다.

“약속해. 우리 다시 만나는 거.”

“와!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나 정말 무섭다고. 그런데 마치 내가 그 마왕에게 죽을 것을 미리 확신이라도 하는 그 말투, 정말 듣기 싫다. 나 요즘 갑자기 생명에 집착이 늘어서 정말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그런데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이는 게 아닌가.

“흑, 네가 보고 싶을 거야. 그리고 절대 잊지 않을게.”

“…하~ 아예 내 장례식장이라도 미리 차려 줄까? 마음껏 통곡이라도 하시게.”

“조심해. 정말 조심해야 해. 마왕의 권능은 우리가 이제까지 만났던 그런 존재와는 급수가 다르대. 그러니…….”

“됐고! 나 갑자기 피곤한데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 떠나려면 짐도 싸야 하고.”

그러고는 등을 돌려 내 숙소로 향했다. 그때였다. 뒤에서 그녀가 내 허리를 와락 끌어 앉았다.

“헉! 뭐, 뭐야!”

“……. 사랑해…….”

“…….”

나는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품이 따뜻한 것을 느꼈다. 그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누군데. 그나저나 지금의 네 행동 말이야. 조금 감정적인 것 같은데…….”

“사랑에 감정을 논하는 네가 뭐가 예뻐서 이러는지 나도 모르지만 이건 진심이야. 정말 너를 좋아해.”

“…….”

더 이상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내 속마음 역시 그녀에 대한 감정에 마구 휘둘리고 있었으니…….

“기다려 줄래…….”

“기다릴게…….”

“아직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뭔데?”

“내 은하검 말이야. 그거 아직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거든. 지난번 아카시렌과 대결할 때조차 그 능력의 100분의 1도 사용 안 했어.”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너 안심하라고. 마왕과 어떤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은하검에 대해 아주 섭렵하려고 그래. 물론 그조차 목숨을 거는 도박이지만. 뭐, 산다는 거 자체가 항상 살얼음이기는 해.”

그리고 그녀는 한참 동안 나를 안고 있었으며 나 역시 그대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파팟!

포탈로부터 나는 강한 힘에 퉁겨져 49차원으로 차원 이동했다.

쿵!

그대로 엎어졌고, 뭐라 씨부렸다.

“빌어먹을! 포탈이 지랄 같네! 아이, 이거 처음부터 재수가 없는 게 뭔가 불길한데.”

이어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49차원이라. 후~ 그런데 49차원이면 숫자로도 상당히 높은 건데, 정말 그것에 비례해서 여기 사는 존재도 그만큼 강한가?”

잠시 후 나는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흠, 이곳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일단 맨땅에 헤딩부터 해서 차차 알아 가야 하겠군.”

나는 은하검을 어깨에 멘 채 앞으로 향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흠, 도대체 49차원이라는 그 기준이 뭐로 정한 거지? 얼핏 보면 상당히 높은 차원 같고, 당연히 지금의 환경이 다른 어떤 차원보다 달라야 하건만 지금까지는 그냥 보통 지구의 환경과 차이가 없는데…….”

나는 잠시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빵과 우유를 꺼내 먹으면서 갑자기 플린시아가 생각이 났다.

“이런 실력이면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따도 여러 개 땄을 텐데. 하여간 싸우는 거 말고도 재주가 많은 여자야, 후후. 그나저나 떨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벌써 그녀 생각이 드는 게……. 참! 정이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 거구나.”

잠시 후 나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들판은 없고 숲만 있는 게 아무래도 산악 지형 깊숙이 들어온 것 같은데…….’

그렇게 1시간여를 더 걸었지만 아직 그 어떤 사람도 만나지를 못했다. 그러다 눈앞에 강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날씨가 더운 탓에 그냥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첨벙첨벙했다.

“아, 시원하다! 하하, 마왕이고 자시고 그냥 여기서 놀다 갈까. 어차피 인생은 놀자고 태어난 거니까!”

바로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누가 놀자고 태어났다고 그래요? 그렇게 말한 사람 있으면 당장 그 말 취소하라고 해요!”

누군가 살펴보니 강기슭에 한 소년이 쭈그리고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 넌 누구냐?”

“아키루스.”

“아키루스?”

나는 물 밖으로 나와 그에게 다가가서 다시 살폈다. 대략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로 보이는 소년. 옷차림은 낡은 하얀 천 조각의, 그저 평범해 보였다.

“여기 사니?”

“아니요.”

“그럼 어디 사니?”

“아주 먼 곳에요.”

“아주 먼 곳? 그런데 여기서 뭐 하는 거니?”

“일하고 있어요.”

“일이라니?”

“돈 벌려고 일해요.”

“그러니까 무슨 종류의 일?”

“인간 사냥이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인간 사냥이라니!”

“왜 놀라요? 인간 사냥하는 게 이상해요?”

인제 보니 이 아이의 생김새가 뭔가 달라 보였다. 하얀 피부에 귀가 약간 뾰족하고 눈망울이 유난이 큰 게 언뜻 요정을 떠올리게 했다.

“너 사람 아니냐?”

그러자 소년은 그 질문이 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설마 제가 사람으로서 보이나요?”

“그럼 뭐냐?”

“정령 종족이요.”

“정령 종족?”

“처음 들어 봐요? 표정이 왜 그래요?”

나는 잠시 소년을 더 살펴보다가 다시 물었다.

“아까 인간 사냥이라는 게 정말 사람들을 사냥하는 거냐?”

소년은 당연하단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래요. 그런데 그렇게 물어보는 아저씨는 인간인가요?”

“그래, 나 인간이다.”

순간 소년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난 또 아칸 종족인 줄 알았잖아. 그럼 잘됐네. 사냥이나 해야겠다.”

소년은 갑자기 허리춤으로부터 작은 스틱 하나를 꺼내 내게 뭔가를 발사했다.

파팟!

붉은 광선 한 줄기가 내 몸에 닿았고, 나는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물론 아주 가벼운 증세라서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소년에게 물었다.

“지금 뭘 발사한 거니?”

이에 소년은 당황한 표정에 뭐라 외쳤다.

“어? 죽지 않네?”

“죽다니? 너 지금 나 죽으라고 공격을 한 거니?”

“아, 뭐야. 이 인간은 뭔가 이상한데.”

“흠, 이 녀석 보게나. 정말 인간 사냥을 할 참이었나 보네. 그나저나 여기는 어떤 세상이기에 이런 어린 녀석이 인간을 사냥한다고 설치는 거지?”

그때 소년이 도망치려 했다. 물론 나는 녀석을 공력으로 그 자리에 멈추게 했다.

“어어? 몸이 움직이지 않아! 어! 왜 이러지.”

“인마, 넌 앞으로 내 안내인이 되어 줘야 하겠다. 그러니 잠자코 길을 안내하기나 해.”

그러자 소년은 소리쳤다.

“싫어! 나는 인간 따위에게 명령받기 싫다고!”

“인간 따위라고? 너 이 자식이, 정말 인간을 개코로 보네.”

“나를 놔줘! 당장 놔 달란 말이야.”

“너 아까 이름이 아키루스라고 그랬지. 그래, 아키루스. 이 아저씨 말이야. 정말 무서운 인간이다.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내 말 들어.”

나는 일부러 무서운 인상을 쓰며 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아키루스는 체념을 한 듯 말했다.

“안내하라고요? 어디로요?”

“흠, 일단 네 일행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렴.”

“그럼 아저씨 죽어요.”

“후후, 죽든지 말든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말대로 해!”

그로부터 얼마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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