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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73화 (73/143)

73화

“그게 누구죠?”

“바로 르페드니아 시공 아카데미 출신의 마아탱이랍니다.”

“마아탱…….”

“정말 부러워요. 그분은 현재 임무만 149번째이고 한 번만 더 성공하면 총 150회로서 제1 차 입단 시험을 치를 자격을 얻게 되는 거죠. 그리고 나머지는 은한 연합의 추천을 받고 모의 테스트에 임하는 건데, 마아탱이라면 충분히 다 통과가 될 겁니다.”

“그럼 바로 초시공 전사가 되는 겁니까?”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요! 그건 말도 안 되죠. 다만 시험 칠 자격만 얻는 거랍니다. 그 후에 초시공 전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어느 특별한 차원으로 가서 본격적인 입단 시험을 치르게 되는 거죠.”

“특별한 차원이라니요? 거기가 어떤 곳이기에.”

“그곳에 대해 외부로 알려진 것은 하나도 없답니다. 다만 그 특별한 차원은 그 어떤 강대한 존재가 가도 그저 한없이 초라하고 미미한 자신을 돌아보게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류가 흐른다고 합니다.”

“흠, 어마어마한 기류……?”

“사실 적지 않은 영웅들이 그 차원까지 갔다가 대부분 99퍼센트는 떨어져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99퍼센트… 뭐야, 대체. 그럼 합격자가 거의 없다는 건데.”

얘기를 듣고 나니 초시공 전사가 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게 아닌가.

나는 다시 한번 그 녀석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카이, 도대체 너란 놈은 어떤 존재이기에 그토록 말도 안 되는 초시공 전사 시험에 합격이 되었단 말이냐? 빌어먹을, 나 자신이 또 한없이 초라해지는군. 젠장, 귀만 더러워지는 기분……. 차라리 안 하고 말지!’

* * *

그로부터 며칠 후.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베가 행성 정부 발표에 의하면 어제 시공 전사 세 명이 그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러 온 시공 전사의 죽음은 베가 행성 전체뿐만 아니라 은하 연합 상부에도 보고가 되어 이는 최대의 극비 사안으로 긴급회의가 열렸고,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하지만 은하 연합으로서도 당장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번 일은 어차피 베가 행성에 파견된 시공 전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과연 그 누가 단 하룻밤 사이에 시공 전사 세 명을 해치웠을까. 그자는 분명 행성 전사 교육 기관에서 수천 명을 살해한 장본인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참극을 당한 시공 전사들 모두가 공교롭게도 르페드니아 시공 아카데미 출신으로서 이 일에 제일 먼저 나선 자는 그들의 대장 격이라 할 수 있는 마아탱이었다.

마아탱은 사건 현장을 둘러봄으로써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만 살해당한 동료이자 시공 전사들이 그 무엇인가 칼 같은 무기로 난자당한 것 외에는.

수사 팀장 아론 역시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급한 불길에 직면하게 되었으니 그는 부랴부랴 긴급 사태를 선언하고 시공 전사들에게도 신변 안전에 대해서 극히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나는 플린시아와 사건 현장에 나와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중이었다. 역시나 아무런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고, 그저 현장에 나와 있는 다른 시공 전사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플린시아가 물었다.

“형도야, 이건 과학 문명으로 만들어진 무기 소행이 아닌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봐?”

그 질문에 나 역시 다소 혼란스러웠다.

“흠, 칼에 베인 것 같은데 너무 깔끔하군. 그것도 정확히 급소만 노렸고, 한 시신에 대략 열 번 이상의 칼질이 있었던 것 같아.”

“열 번 이상이나? 잔인하군. 아니, 꼭 그렇게 끔찍하게 죽여야만 할 이유가 있었을까.”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이건 원한이 있어서, 앙심을 품어야 이런 잔혹한 짓을 할 텐데 내가 보기에 그거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이놈은 뭔가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힘을 주체 못하고 저지른 짓 같아.”

“광기에 사로잡혔다고?”

“지금으로서는 그렇게밖에 추정할 수 없어. 그런데 한 가지 더 의문이 드는 것은 그 어떠한 마법도 사용하지 않은 검날에 의해 생으로 베였다는 거지.”

“마법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일단 마법사는 아니네.”

“그거야 나도 모르지. 마법을 사용할 줄 알면서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사람을 이렇게 생으로 베어서 난도질하는 게 취미일 수도 있고.”

그때 은빛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사납게 생긴 청년이 우리의 말을 엿듣고 다가왔다.

“내 생각은 그대와 다르오.”

놀랍게도 그는 마아탱이었다.

“다르다니요?”

“이자는 마법을 사용했소.”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법을 사용하다니요?”

그는 시신에 다가가 상처 부위를 보는 대신 그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여기 보면 눈이 풀렸소. 흰자위가 드러날 정도로. 이건 놈이 이들을 해치기 전에 이미 일종의 정신 감응으로 먼저 홀린 듯 보이는데요.”

사실 나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게 정신 감응의 마법인지, 아니면 놈의 몰골이 너무 무시무시하여 그냥 기에 눌려 자기가 혼비백산해서 눈이 풀린 건지 정확히는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든 마아탱은 시신을 다시 살펴보며 다른 단서를 발견한 듯 말했다.

“베인 상처에서 생각보다 핏물이 거의 흘러내리지 않은 것을 보아서 검을 상당히 잘 다루는 자인 것 같소.”

그때 나는 마아탱의 등 뒤에 찬 검을 보며 그도 검사라서 그런 발견을 했나 싶었다. 하지만 검 모양이 조금은 이상했다. 은은하게 빛이 나는 것이, 금속성이라기보다 하나의 빛줄기가 막대기 형상을 한 것이… 마치 SF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 같아 보였다.

어쨌든 좋은 발견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으니. 피를 흘리지 않을 정도라면 검술에 고강한 자가 분명한데…….

‘흠…….’

사건은 더욱 미궁 속에 빠져 들어갔다. 그래도 오늘은 그렇게 명성을 크게 얻는 최고의 시공 전사 마아탱과 말을 주고받았으니 그 정도만 해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뭐, 어차피 나도 전사의 길을 걷는지라 상대의 전투 기술과 그 위력이 얼마인지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아탱은 더 이상 내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대로 등을 돌려 자기 숙소로 향했다.

한편 플린시아는 다시 시신을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검술에 고강한 자라면 이렇게 난도질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물론 광기 때문일 수 있다고 네가 말했지만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지?”

“얼핏 보면 난도질 같은데 세 구의 시신을 봤을 때 그 베인 상처들이 상당히 일률적이야. 그러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마구 칼질을 한 게 아니라 좀 계획적이고 순서가 있다고나 할까. 여기 정수리에서 인중, 그리고 목, 가슴, 명치, 그 아래로 허벅지와 종아리, 아킬레스건까지 상처 부위가 단 한 군데도 겹치는 게 없어.”

뭐, 나름 예리한 관찰이었다. 하지만 난도질도 자기 취향이 있는 법. 같은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마구 벨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

“플린시아, 됐고!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에휴, 툭하면 밥이니. 배 속에 거지가 들어 있니.”

“거지라니! 때 되면 먹어야 하는 게 밥이라고. 지금 벌써 해가 지고 있잖아.”

“저녁은 해가 진 다음에 캄캄한 저녁에 먹는 거라고.”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배고프면 먹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당장 식당으로 가자!”

그런데 그때 플린시아는 무슨 이유인지 다시 시신을 살펴보며 뭐라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흠, 아무래도 이상해.”

나는 다소 짜증 섞인 음성으로 말을 내뱉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시신들 세 구에 공통점이 있어.”

“공통점이라니?”

“모두 무기를 뽑지도 않았다는 것.”

“그거야 상대가 너무 빠르니까 미처 무기를 뽑지 못했겠지.”

“그건 이해할 수 없어. 그래도 명색이 시공 전사인데 상대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무기 정도는 집어 들 수 있는 거잖아.”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뭔가 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마치 범인과 안면이 있는 듯 안심하는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들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너무 앞서간 거 아닌가?”

“앞서간 게 아니라 나는 어디까지 이 시신들을 보고 그럴 가능성에 관해 얘기하는 거라고.”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그 말은 마치 이 교육 기관에 범인이 있다는 듯 들리는군.”

“물론 내 추리가 조금 황당할 수가 있겠지만 뭐, 세상일은 알 수 없는 법이지.”

“후후. 이거, 생각보다 똑똑한 구석이 있네.”

“뭐라고! 그럼 그 전에는 내가 바보이기라도 했단 말이야!”

“뭘 또 성질을 내고 그러시나. 그냥 그렇다는 거지.”

“쳇, 하여간 너는 항상 말하는 본새가 얄미워 죽겠어.”

“하하, 너는 그렇게 토라져 있을 때가 가장 예뻐 보여.”

“후~ 그만하자. 나도 배가 고파지려고 해.”

“오케이! 식당으로 고고!”

* * *

그로부터 5일 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아니,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될 충격적인 사건이…….

바로 르페드니아 시공 아카데미 출신의 최고의 시공 전사 마아탱이 살해를 당한 것이다.

이에 따라서 베가 행성은 전대미문의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으며 다른 동료 시공 전사들 역시 경악에 경악해 마지않았다.

나와 플린시아 또한 이 사건을 여전히 믿지 않았고, 혹여 무슨 오해가 있었나, 하고 어리둥절한 상태이다. 비록 마아탱과 이렇다 할 친분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이곳에 파견 나온 177명의 시공 전사 중 전투 능력이 최고이자 살아 있는 전설임을 귀가 따갑게 들었기 때문이다.

베가 행성 전체가 패닉에 빠졌고, 이런 비극은 은하 연합에도 보고가 들어가 아주 초상집 분위기라 했다.

도대체 어떻게?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가뜩이나 범인의 존재감에 두려움에 떨었건만 이 사건이 일어난 뒤에 그자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넘어 무시무시하고, 극한의 공포감마저 조성했다.

연병장에 모두 모여 경계하는 시공 전사들의 모습을 볼 때 마아탱의 죽음이 얼마나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악!”

“욱!”

시공 전사들 저 앞쪽에서 들려오는 비명, 누군가 그들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희생시키고 있었다.

“악!”

“억!”

비명은 계속 들려왔고, 나와 플린시아는 전사들을 해치고 그 앞으로 나가 누구의 짓인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범인의 모습을 확인한 우리는 그만 너무 놀라 입을 헤 벌리고 말았다.

“뭐, 뭐야. 아카시렌이잖아!”

바로 가렉 시공 아카데미 출신의 마아탱 다음으로 제2인자 소리를 듣는 아카시렌, 바로 그녀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이 범인?”

그러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후후, 범인이라. 이 상황에서 범인이고 아니고 무슨 상관이지?”

“왜 이런 짓을?”

그녀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그야 초시공 전사가 되기 위해서지.”

“그게 시공 전사들을 살해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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