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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67화 (67/143)

67화

그러던 차에 마침 사령관이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물었다.

“그대는 주 무기가 뭡니까?”

그러자 아테온은 무슨 이유인지 히쭉거렸다.

“후후, 제 주 무기요? 그게…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대답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어렵다니요?”

그때 아테온은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우리를 보며 거북해하였다.

“너희 잠깐만 나가 있어.”

나는 다소 어리둥절한 채.

“나가라니요?”

“그냥 하라면 하라는데 해! 토 달지 말고!”

잠시 후 나와 플린시아는 그 방을 나왔고, 문이 쾅 닫혔다. 그 안에는 아테온과 사령관만이 남아 있을 뿐. 둘이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궁금했다.

대략 10분 정도 흘렀을까. 그 둘이 숙소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둘의 표정을 보니 뭔가 그리 즐거운 듯 보였는데, 뭐 아테온이야 원래 그런 작자이니 그렇다 치고 사령관 타키타카는 우리가 여기 온 이후 늘 굳고 근엄한 표정이었건만 지금은 화색이 돌고 은근한 웃음기마저 보였다.

그렇다면 둘이 저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던가?

그때 아테온이 사령관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이제 나를 믿겠습니까? 후후.”

사령관 역시 흡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저 허명만 과장된 시공 전사가 아니었구려. 그 정도 무기라면 희망을 품어 볼 만합니다.”

“대신 그 약속은 지켜 주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나와 플린시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도대체 뭔 얘기를 나눈 거야?”

내 말에 플린시아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나도 모르지. 그런데 무기에 대해 말한 것 같은데.”

“주 무기 말이야?”

“음, 그런 것 같아.”

* * *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내게는 그런 혜안이 생긴 것 같다. 내 나이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꿈속에서 황제의 영향이 내 안의 깊숙이 자리매김하는 듯 나는 이제 청년과 50대 중반의 그 사이에서 하나의 객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다.

결코 인정하기 싫지만 황제의 그 악하고 포악했던 성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물론 내 안의 순수함이 그걸 누르려고 발버둥 치지만……. 뭔가 모르게 나는 그 두 가지 상반된 기질을 하나로 자꾸 엮는 것 같다.

그래서 보인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지하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에 담겨 있는 평온과 안식.

플린시아의 말대로 지하 기지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별천지였다. 사실 이 광경을 보고 경악을 한 사람은 그녀가 아닌 바로 나였다.

이곳에는 과학이 엮어 낼 수 있는 최상의 조합과 상상조차 못할 각기 초고도 기계 산물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바로 지하 기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처럼 평화가 깃든 표정들인지. 당장 밖에는 카엘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연 이들이 태연할 수 있는 이유가 뭔지……. 그게 뭔지……?

* * *

오늘은 모처럼 만에 지하 기지 이곳저곳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와 플린시아는 함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지상의 도시가 붕괴하고도 이렇게 지하에 거대한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원래 여기도 그 이전부터 활성화된 하나의 지하 도시가 분명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지상에서 살지 않고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여러 가지 궁금증을 지닌 채 걷다가 문득 광장 근처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플린시아, 우리 저쪽으로 한번 가 볼까?”

“웬 사람들이 저렇게 많지?”

“그러니까 가 보자고.”

그때.

파팟!

“잠깐, 뭔가 반짝였어!”

“뭐야? 눈 부셔.”

“저기 군중들 한가운데에서 섬광이!”

“웬 섬광이지?”

순간.

여기저기 들려오는 비명!

“아아!”

“도망가!”

“살려 줘!”

섬광이 터진 그 한가운데 사람들이 난리를 쳤다. 이어 날카롭게 들려오는 여자의 음성.

“호호호, 도망간다고! 이미 너희는 죽은 목숨이라고, 호호.”

이어 모습을 드러내는 웃음소리의 주인공. 하얀 드레스 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렸고, 풀어 헤친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그 광경이 매우 재미있다는 듯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연신 표독한 웃음을 날렸다.

“호호호, 감히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호호.”

순간 나는 아무래도 그냥 놔뒀다가는 희생자가 더 늘 것 같아 당장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뭐 하는 짓이야!”

그러자 그녀가 내 아래를 살펴보더니만 고개를 갸웃했다.

“음, 처음 보는 녀석인데…….”

이어 플린시아 역시 내 옆으로 와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왜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는 거지!”

이번에도 그녀는 플린시아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만.

“음, 얘도 처음 보는 년인데……. 그나저나 누가 누구를 죽이려고 했다는 거지? 지금 우린 한창 놀이를 하는 중인데.”

나는 뭔가 이상한 듯해 물었다.

“놀이?”

“그래, 놀이.”

그때 사방으로 도망가느라 정신없던 사람들이 다시 이곳으로 몰려들어 우리에게 뭐라 했다.

“당신들, 뭔데 왜 우리를 방해해.”

“그러게! 지금 한창 리베카 님이 우리를 추격하기 일보 직전인데!”

“아! 리베카 님, 그냥 계속해요.”

그제야 나는 이 상황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 정말 이들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고 있었단 말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리베카라 부르는 그 여인은 손을 들어 잠깐 소란을 멈추라고 한 뒤에 우리를 다시 살펴보며 말했다.

“혹시 너희 시공 전사니? 타키타카 사령관이 데리고 그 시공 전사 말이야.”

그녀가 내뱉은 시공 전사라는 말에 사람들 사이에 일제히 정적이 흘렀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그건 일종의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빛들로 보였다.

그러자 리베카는 피식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후후, 다들 왜 그래? 시공 전사가 뭐 별건가! 아무튼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시공 전사가 분명하군. 그런데 이거 어쩌지. 여기는 시공 전사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와도 소용없어. 왜냐하면 카엘은 절대 막을 수가 없거든. 내가 그의 마누라라서 잘 아는데, 그는 완전히 미친놈이야. 아니, 한 번 더 뒤집어 미친놈이지.”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마누라……?”

리베카는 혀를 차며 다시 말했다.

“쯧쯧, 시공 전사의 위명도 다 옛말이지.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시공 전사를 한다며?”

“카엘의 부인이라면 그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말씀해 주겠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입술을 실룩거렸다.

“내가 왜? 뭐 내가 마누라였지만 그놈만 생각하면 이가 갈리는데.”

이에 플린시아가 아주 공손하게 물었다.

“이미 알다시피 저희는 시공 전사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문제 때문에 이곳에 임무를 받고 파견 나왔습니다. 그러니 그에 대해서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리베카는 잠시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흠, 내가 아는 시공 전사들은 아주 오만하고 건방진 족속들인데 너희는 뭔가 좀 다르군. 그래, 좋아. 남편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이라니요?”

“지금 내가 사람들하고 하는 놀이를 같이한다는 조건.”

“놀이요? 무슨 놀이를?”

“해 보면 알아. 일단 내 주변에 서 있어. 다른 사람들도.”

그러자 군중들이 그녀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어 리베카는 뭔가를 꺼내 허공을 들어 올렸는데, 그것은 뭔가 작은 금속 기기였다. 그 위로 피뢰침 같은 것이 튀어나왔는데, 곧바로 그녀가 외쳤다.

“다들 잘 들어! 오늘은 손님들이 온 관계로 이 전자 마나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올릴 테니까 다들 각오해!”

그러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열광하기 시작했다.

“와! 전자 마나가 최대치래! 이거 완전히 신났다.”

“정말! 최대치로 올린다고! 하하, 오늘 땡잡았다.”

“당장 해요!”

“와우! 이거 믿을 수가 없어!”

나는 군중들의 그런 외침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놀이긴 놀이인데 그건 일종의 공격 개념이 아닌, 사람들에게 뭔가 이로운 것을 발사할 것 같은데 과연 그게 뭔지 궁금했다.

‘전자 마나?’

플린시아 역시 나처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형도야, 전자 마나라는 것이 뭐야? 혹시 그 마나라는 개념이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의 마나 같은 것인가?”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때 리베카가 기기의 버튼을 누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전자 마나 발사 시작!”

파파파팟!

순간 섬광이 일면서 주변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때 나는 황급히 도망치는 옆 사람에게 물었다.

“이 게임의 룰이 뭐죠?”

“리베카 님에게 잡히지 않는 겁니다.”

“잡히지 않는다니요?”

“그냥 그분이 터트린 전자 마나로부터 벗어나면 돼요. 그런데 그 전에 그분의 손길이 닿으면 지는 거죠.”

“단지 그뿐인가요?”

“네.”

생각보다 단순한 게임인 것 같았다. 그런데 마나의 성질이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에너지이기에?

“그 전자 마나에 빛이 닿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러자 그 사람은 입가에 미소부터 흘렸다.

“후후. 그거야 직접 당해 보면 그 기분 압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뭐라 설명드리기가 어렵네요.”

그때 섬광이 나와 플린시아를 덮쳤다.

그리고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아니, 태어나고 나서 처음 경험해 보는 그런 이상야릇한 기분이랄까. 플린시아 역시 표정이 묘해졌다.

“어? 이게 뭐지? 형도야, 너도 이상하지?”

나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갑자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이 느낌이 뭔지 분석하려고 했다.

“…….”

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까 그 사람이 외쳤다.

“왜 도망가지 않아요? 그러다 리베카 님에게 잡혀요!”

그러나 나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냥 앞으로 전진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뭐라 할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저 이 빛 속에서 머물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긴다고나 할까. 갑자기 왜 이런 마음에 드는지 나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플린시아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도야, 나 말이야. 빛 속에서 그냥 있고 싶어.”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것 같다. 도대체 이 빛의 성질이 뭐기에…….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기었다. 과연 내 마음을 이토록 강렬하게 움직이는 이 빛의 성질을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아… 이럴 수가……. 어떻게 이 기분이 드는 거지……?”

그건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렸을 때, 아마 내가 다섯 살에서 여섯 살 무렵, 나는 길에서 넘어져 손가락이 부러진 일이 있었다. 그리고 길가에서 그 고통에 한참을 울고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허겁지겁 달려와 나를 살펴보셨다.

다친 손가락을 입으로 호호 불며 괜찮다고 말씀해 주시며 나를 위로했던 일. 그때 나는 엄마 품에 꼭 안기었는데, 신기하게도 손가락의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엄마 품에서 한없는 자애로움과 부드러움, 그리고 평온함을 느끼며 그대로 그냥 계속 있었으면, 하는 그런 진한 마음이 들었다. 그건 나이가 지나 오늘날까지 진한 감동으로 영원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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