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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60화 (60/143)

60화

황제의 연설은 계속 이어졌다.

“비단 괴수들의 제거와 함께 우리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습니다. 바로 쟈크딘에게 대항할 마법사가 강림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그에게 받은 핍박과 공포의 위협이 얼마나 큰지 여러분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쟈크딘은 그야말로 신의 능력을 지닌 듯 이제까지 그에게 도전하다가 희생당한 전사와 마법사들만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

“게다가 쟈크딘은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교단을 세우고 대륙에서 가장 흉측하고 무자비한 용병을 거두어들여 이제는 대륙 전체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에 하늘은 우리에게 크나큰 존재를 내려 주셨으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 뭐냐…….”

나는 결국 하품하고 말았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높으신 양반이 연단에서 길게 연설하는 거였다.

‘제발 좀 빨리 끝내지. 배고파 뒤지겠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연설은 끝날 조짐이 없었고, 나는 그 지루함에 온몸이 근질거렸다.

그렇게 1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황제의 연설은 끝이 났다.

곧이어 식사를 시작했고, 나는 굶주린 배를 마구 채울 수 있었다. 잠시 후 우리는 황궁 내 숙소로 안내받았다.

그 날 저녁.

나는 플린시아의 방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하이여! 우리의 위대하고도 위대한 영웅이시여. 잠깐 시간 좀 내주시면 감사하겠나이다.”

내 말투에 플린시아 인상을 찡그렸다.

“비아냥거리지 말랬지.”

“아냐, 이번엔 진심이야.”

“됐고, 일단 자리에 앉아. 너랑 상의할 이야기 있으니까.”

나는 의자에 앉아 손으로 턱을 바친 채 말했다.

“말해 봐.”

그런 내 무성의한 태도에 플린시아는 다시 한마디 했다.

“형도야, 우리 여기 놀러 온 거 아니다.”

“누가 놀러 왔데?”

“우린 시공 전사란 말이야. 레무리아 차원에 임무를 수행하러 온 시공 전사. 그러니 조금 진지하게 행동하면 안 돼?”

“진지가 밥 먹여 주냐? 그리고 나도 시공 전사로서 여기 온 거 아니까 본론부터 말해.”

“후~ 아무튼, 뭐……. 그나저나 이곳에서 행방불명된 네 명의 시공 전사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기는.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지.”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나에게 다시 말문을 열었다.

“쟈크딘 짓일까?”

“지금으로서는 그자가 제일 유력한 용의자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다면 그의 본진으로 들어가서 더 자세한 정보를 직접 캐내야겠어.”

그 말에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조금 더 놀다 가자. 뭘 그렇게 서둘러. 황제는 너를 정말 최고의 귀빈으로 대접하는데. 그 덕분에 나도 호강 좀 누리자.”

“내일 오전에 여기를 떠나서 쟈크딘의 영토로 들어갈 테니 그런 줄 알아.”

“엉? 마치 자기가 대장인 것처럼 명령조로 말하네.”

“그럼 네 방으로 돌아가서 얼른 자.”

“엥, 이젠 엄마처럼 말하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등을 밀치며 문밖으로 나를 쫓다시피 했다.

* * *

그다음 날.

“좋았는데. 쳇, 그냥 며칠만 더 있다 가지 그랬어.”

내 푸념에 플린시아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갔다.

“이제 사람 말이 말 같지 들리지 않는다 그거지!”

“형도야, 쟈크딘 영토에 들어가면 절대 그 누구도 해치지 마.”

“그건 왜?”

“최대한 우리 신분을 감추어야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테니까.”

“그건 간첩인데.”

“우린 아직 쟈크딘이 얼마나 강한 전투력을 지녔는지 모르는 상태잖아.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자는 거야.”

“그건 오케이.”

그로부터 3일이 흘렀다.

산맥 두 개와 강 세 개를 건너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 물론 이곳이 확실히 쟈크딘의 영토인지는 모르지만 음산한 기운과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보니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으스스하군. 플린시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뭔데?”

“악의 무리는 왜 항상 이렇게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하지? 그게 꼭 정해진 공식도 아니고. 무조건 선함은 밝은 빛이요, 어둠은 암흑이라. 흠, 과연 어둠 속에서도 선한 사람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네.”

그 말에 플린시아는 무슨 이유인지 잠시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 같은 사람이 있지. 기나긴 어둠 속으로부터 그곳을 빠져나온 나.”

“아, 그래. 너 처음에는 흑마법을 익혔다고 했지.”

“응, 그땐 나도 정말 악의 무리 정도가 아니라 매우 사악하고 두려운 존재였어.”

“정말 그 상태가 되면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좋아하니?”

“그건 내가 일부러 만들어 내는 현상이 아니지. 흑마법 그 기운 자체가 근본적으로 사악하고 어둡기 때문이지. 그리고 다행인지 몰라도 나는 그런 느낌이 너무 싫었어.”

“그래서 백마법을 배웠다는 거, 알아. 그런 다음 흑마법과 백마법의 상층 작용을 승화시켜 네가 전대미문의 회색 마법사가 되었다는 것도 알지. 그럼 지금 네 기운은 빛과 어둠 양쪽 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겠지. 물론 지금의 이런 으스스한 기운 역시.”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몰라.”

“왜?”

“모르니까…….”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

“사실 내가 회색 마법사가 되고 처음에는 세상 그 모든 원리가 흑백의 논리라고 확신하고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오만하고 자만했지만 그분을 만나고 나서는 한없이 초라한 나 자신을 느꼈지. 내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그분이 누군데?”

“카이 님.”

“카이?”

“초시공 전사 카이 님을 만나서 그제야 나는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어.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건 그저 피조물들인 우리가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지. 정작 그 본질은 빛과 어둠도 아닌 그저 무의 세계이지.”

“뭐야, 갑자기 철학적으로 나오네. 네가 무슨 해탈한 성인도 아니고.”

“카이 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리고 그 뒤 나는 한참 후에 그분의 그 내용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고, 결국 내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추앙받던 신의 위치에 회의감이 들었지.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고. 그래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바로 초시공 전사 카이 님이 추천한 시공 아카데미에 입학한 거고.”

나는 그녀의 말을 듣다가 카이라는 녀석이 생각났다.

초시공 전사.

내가 현재 시공 전사인데 초시공 전사의 개념은 과연 뭘까. 그게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존재인지.

‘카이, 언젠가는 만날 일이 있겠지. 젠장, 너 때문에 지금도 자존심 구긴 일들이 아주 지랄 같이 떠올라 미칠 지경이다. 다음 만나면 그땐 달라지겠지.’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때가 되어도 과연 내가 당당히 그에게 맞설 수 있을지. 현재 내 능력이 무공으로 갑자 계산이 안 될 정도로 높은데… 왜 그런 약한 생각이 드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때였다.

“형도야, 저기 좀 봐. 무슨 탑 같은데.”

그쪽을 살펴보니 거무칙칙한 금속 재질의, 돔 형태의 뾰족한 건물이 보였다.

“뭐지?”

잠시 후.

“입구가 없는 것 같은데. 게다가 이 금속 재질이 뭐지? 은은한 황갈색 빛이 나.”

내가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는 동안 플린시아는 그 규모를 살펴보고 있었다.

“형도야, 저 꼭대기까지 상당히 높은데. 대략 100미터는 넘는 것 같아.”

“흠, 입구도 없고 그저 돔 형태의 거대한 금속 탑이라. 과연 무슨 용도로 이곳에 지어진 것일까.”

그때 플린시아는 뭔가가 떠오른 듯 말했다.

“혹시 감옥 아냐?”

“감옥이라니?”

“입구나 출구도 없고 사방이 빈틈없이 꽉 막힌 구조물이라면 그 용도는 바로 이 안에서 절대 탈출할 수 없게끔 만들어진 감옥이 아닐까 해서.”

그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럼 누구를 가두어 놓은 걸까?”

“구조물의 규모나 견고함으로 봐서 아주 위험한 존재?”

“위험한 존재라……? 과연 그게 누굴까?”

그때 플린시아는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만일 감옥이라면 안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어도 밖에서 여는 장치가 있을 것 같은데. 형도야, 너도 찾아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플린시아, 아무라 찾아도 발견할 수가 없는데. 이거 감옥이 아니라 다른 용도일 수도 있잖아.”

그때였다.

“뭔가 찾았어.”

“뭐?”

나는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어디? 뭐가 있다고 그래.”

“여기. 금속을 이어 놓은 작은 틈새.”

“이건 그냥 벌어진 틈이지 장치는 아니잖아.”

“장치라는 게 꼭 돌출된 그런 것을 상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건 그렇지만 그런 틈이라면 이곳 전체에 엄청 많아.”

“하지만 여긴 원래의 황갈색의 금속과는 달리 많이 헤져 있어. 마치 그 누군가의 손길이 많이 닿은 것처럼.”

“와, 플린시아. 너 제법 예리하구나.”

“내가 예리한 게 아니라 네가 무딘 거지.”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냐!”

“호호. 아무튼 찾았다는 게 중요한 거고, 그다음에는 여는 방법을 모색해야지.”

“그건 내가 해 볼게.”

나는 그 틈에 손가락을 넣어 혹시 뭐라도 걸리지 않나 마구 움직여 보았다.

“젠장,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자 플린시아는 답답하다는 듯 나섰다.

“내가 해 볼게.”

“네가 한다고 해서 없는 게 나오냐?”

그런데 그때 그녀가 외쳤다.

“여기 뭔가 만져져!”

“정말?”

“흠, 돌출된 것이 마치 버튼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럼 눌러 봐.”

“이미 눌렀어.”

순간.

웅~

진동음이 들려왔다.

덜컹!

그때 벽의 한 부분이 좌우로 밀려나면서 입구가 생겼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문 두께가 그냥 눈대중으로 대략 5미터는 되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와, 도대체 이 안에 누굴 가두었기에 문 두께가 장난 아니네.”

잠시 후 우린 어두운 통로로 향했는데, 거기에도 벽이 있었다. 물론 이미 여는 장치를 습득했기에 이번에도 그 오픈 버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1시간여가 흘렀을까.

나와 플린시아는 점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문을 연 횟수만 다섯 번. 그 두께도 한결같이 5미터 정도 되었다. 그렇다면 5중문 장치라는 얘기인데. 이쯤 되면 정말이지 이 안에 갇힌 그 어떤 존재가 실로 어마어마한 힘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암흑의 통로 저쪽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곳으로 갔다.

“뭐야? 여긴 광장 같은데.”

그때 플린시아가 외쳤다.

“저 가운데 누군가 누운 채로 사슬에 묶여 있어!”

보아하니 긴 흑발과 수염이 더부룩한 사내였다.

우린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갔고, 다시 한번 그를 살폈다.

그때 사슬에 묶인 사내가 말문을 열었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나 역시 물었다.

“그러는 그대는 누구입니까?”

“나, 나는… 아! 이제 내 이름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세월이 까맣게 흘렀는가. 내 이름마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니…….”

이번엔 플린시아가 물었다.

“여기 왜 갇힌 거죠?”

사내는 그마저 기억을 못하는 듯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 아……. 내가 갇힌 이유는… 반란……. 그래, 반란 때문에…….”

“반란이라니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러자 사내는 갑자기 마구 몸을 꿈틀거리더니만 우리에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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