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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51화 (51/143)

51화

【 시공 아카데미 】

그때 녀석은 싸우기 직전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내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네가 싸워.”

순간 나는 당황했다.

“뭐, 뭐야!”

“큭, 뭐긴 뭐야. 싸우라고! 봐 봐, 너 그 표정! 당장 싸우고 싶어 안달 난 거.”

“…….”

나는 어리둥절한 채 그대로 서 있었는데, 녀석이 다시 말했다.

“에고! 지금 자기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엄청 궁금하던 차에 마침 엇비슷한 기류의 상대를 만났으니 얼마나 좀이 쑤실까. 그러니 당장 나가라고!”

녀석은 나를 다시 밀었고, 결국 검빛 전사 앞으로 나오게 되었다.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이 즉흥적이고 다소 엉뚱한 상황을 그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는 표정. 그리고 계속 흐르는 묘한 정적…….

카이의 그런 돌발 행동은 너무도 예기치 않은 일인지라 나 역시 이제는 머리가 멍했던가.

하지만 그나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검빛 전사만이 조금은 우리보다 나았던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감히 내 앞에서 장난을 쳐? 오래 살다 보니 별의별 미친놈들을 많이 봤지만 이건 미쳐도 한 번 더 뒤집어 미친 것 같은데. 좋다. 나를 화나게 만든 죄, 여기 네 명 모두 다 한꺼번에 죽여 버리겠다.”

순간 카이가 그녀에게 큰 소리 외쳤다.

“거기 앞에 있는 놈부터 먼저 죽이세요! 걔가 제일 가까이 있으니까요.”

검빛 전사는 화가 확 치밀어 솟았고, 검을 들어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너부터!”

홱!

나 역시 검으로 그의 검을 맞받아쳤다.

펑!

순간 두 검이 부딪치자마자 엄청난 폭음이 났다.

파파파팟.

불꽃들이 사방으로 마구 튀었고, 나와 검빛 전사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건 서로의 전력이 거의 비슷해야만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검빛 전사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가. 다소 얼굴이 하얘졌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역시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한마디 하는 카이.

“와우! 둘 다 굉장해! 폭음과 불꽃이라니! 엄청난 고수들이다!”

이제 저 녀석의 말은 비아냥을 넘어서 조롱으로 들렸고, 나는 검빛 전사와 싸우면서도 저놈이 더 미웠다.

어쨌든 현재 내게 닥친 상황부터 해결해야 하는 게 순서.

이번엔 내가 케논 검을 들어 검빛 전사에게 공격을 가했다.

“고공검술 9단계! 이얏!”

힘껏 점프하며 공중에서 아홉 가지 검술을 펼치며 그녀의 정수리를 향해 하강했다.

파파파팟!

펑! 펑! 펑! 펑!

아까와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엔 그녀가 내 공격을 맞받아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역시 격돌할 때마다 폭음과 불꽃이 마구 일어났다.

그리고.

“억!”

“컥!”

나와 그녀는 동시에 뒤로 튕겨 나가며 각자 피 한 줌을 토해 냈다.

레아가 외쳤다.

“4,444호님! 괜찮아요!?”

아서 역시 나를 걱정했다.

“피를 토하다니? 큰 내상을 입은 것 같은데.”

그러자 카이가 말했다.

“큭, 검빛 전사도 피 토했으니 피차일반이고. 뭐, 너무 걱정하지 마. 그나저나 공력이 똑같은 것끼리 만난 것 같은데… 흠……. 그렇다면 누굴 고르지? 반드시 한 명은 데리고 가야 하는데.”

순간 나는 귀를 쫑긋했다. 조금 전 저 녀석이 말한 내용 말이다.

누굴 고르다니…….

그리고 데리고 간다고……?

그때였다. 잠시 내가 틈을 보이자 검빛 전사가 검을 들어 뭔가를 발사했다.

슈슈슈슉.

그건 검강 같았는데, 온통 흑색의 빛점들이 똘똘 뭉쳐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 그대로 내 얼굴로 뻗어 왔다.

“헉!”

순간 나는 몸을 비틀어 그대로 상체를 뒤로 젖혔고, 이어 보폭을 넓혀 신체 균형을 집으려 했다. 하지만 나를 지나친 흑색 검강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시 역으로 내 등 뒤를 공격하는데, 그대로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펑!

“아악!”

온몸이 비틀어지며 나는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전기 충격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마치 솜털과 세포 속 하나하나까지 스며든 것처럼 짜릿한 전율이 내 비명을 더욱 처절하게 증폭시키고 있었다.

“아아아아아!”

저벅저벅.

검빛 전사가 내게 다가오는 것조차 느낄 수 없었다.

슥!

그녀가 흑색 검을 들어 올리며 내 목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바로 직전에야 나는 목숨의 위협을 알 수 있었다.

레아의 울부짖음!

“4,444호님! 당장 피해요! 당장!”

공력은 비슷했지만 결국 검술에서 차이가 났던가. 하기야 나는 레벨 업을 하며 아이템만 먹었지 제대로 된 검술을 전문적으로 익힌 것도 아니고.

물론 고공 검술을 배웠지만 그건 그저 속성으로 터득한 단순한 기술. 그에 반해 검빛 전사는 태어나자마자 검술 수련을 기본으로 평생을 갈고닦은 그 실력이 지금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음이 분명했다.

어쨌든 이제 마지막인가 싶었고, 체념 어린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이렇게 끝나는군, 내 여정. 아쉬운 것은 그 여정의 목적도 모른 채 이대로 눈을 감아야 한다는 것…….’

그때였다.

띠링!

[카르마타파의 도움을 받겠습니까?]

“…….”

[현재 24조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카르마타파, 24조…….’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면 카르마타파를 말씀하시오.]

‘그래, 늘 궁금했었지. 카르마타파가 도대체 뭔지……? 죽기 전에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말했다.

“카르마타파.”

순간.

파팟!

내 눈앞에 한 흐릿한 형체가 나타났고, 이어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멈춘 듯 주변의 사물이 정지되어 있었으니 시간 지체 현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내게 나타난 그 존재는 바로 황제…….

“다, 당신은… 꿈속의 나……?”

황제는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후후, 결국 이럴 때가 올 줄 알았지. 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은데. 흠, 내 미래의 모습이 생각보다 약하니 가슴이 아파지는군.”

“…미래의 내 모습……?”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는 너의 과거 모습이고…….”

“과거 모습……?”

“즉, 우리 만남은 선과 악의 조우이지. 그리고 상생의 관계이자 결국 한쪽으로 소멸하게 되는 법. 어차피 결론은 비극이지만 적어도 그때까지의 과정은 희극이 될 수도 있고. 적어도 네가 내 도움을 받을 때마다.”

나는 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알려고 하지 말게. 우리 관계는 차차 풀어지게 될 테니. 자네는 과거의 나인 황제로 열심히 그 일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고, 나는 너에게 지금처럼 도움을 주기 위해 카르마타파의 숫자를 늘리는 수밖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쉽게 설명을?”

그러자 황제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럼 힌트만이라도 알려 줌세. ‘카르마타파’란 말이 뭔지 아는가? 그건 말 그대로 ‘카르마’를 ‘타파’한다는 뜻이네.”

“카르마를 타파하다니요?”

“네 세상에서 말하는, 바로 불교에서 나오는 업을 ‘카르마’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타파’라는 말은 물리친다는 것이지. 다시 말해 카르마를 없앤다는 뜻. 더 쉽게 얘기해서, 업장의 소멸.”

“업장의 소멸이요?”

“자네 정보창에 나오는 숫자 24조가 뭘 뜻하는지 아는가. 그건 바로 내가 황제로서 저질렀던 죄업의 수치를 줄이는 표시라네, 후후. 즉, 너는 전생에 악마였던 너의 죄업을 지금 환생해서 갚는 중이지. 그리고 나는 그 대가로 카르마를 타파하고 점점 회복 중이지. 그건 일종의 선과 악의 타협. 내가 애초 그분에게 제안한 것 때문에 이 게임이 시작되어 레벨을 올리는 것이고.”

“그분에게 제안하다니요. 뭐를?”

“전생자와 환생자가 동시에 공존한다는 거. 흠, 그 이상은 더 알려 줄 수가 없군. 어차피 시간 지체 현상은 거의 끝이 나니. 어쨌든 자네는 회복될 테고, 건투를 비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은 미래의 너뿐만 아니라 과거의 황제인 나 역시 소멸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달려 있단 사실, 명심하게나. 그리고 한 가지 더, 꿈속에서 황제인 내 악을 얼마든지 이용하게나. 그래야만 미래의 너, 즉 선과 악이 균형을 이룰 테니. 그게 바로 게임의 목적이지, 후후. 그럼 이만.”

순간 그가 사라졌고, 멈추어 있던 주변 사물이 움직였다. 그리고 검빛 전사의 검이 내 목을 치려는 찰나!

“앗!”

삭!

내가 먼저 검으로 그녀의 목을 댕강 잘라 버렸다.

“악!”

털썩!

검빛 전사의 목과 몸통이 분리되었다.

그때 레아와 아서가 소리쳤다.

“뭐야!”

“4,444호님!”

잠시 후 카이는 이쪽으로 다가와 대결의 결과를 보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엥? 뭐지? 갑자기 뒤질 것 같을 놈이 역으로 먼저 목을 베다니……. 엉? 이건 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분명 4,444호 이 자식의 공력은 거기가 한계인데 어째서……? 무슨 힘으로……?”

그때 레아와 아서가 달려와 내 상태부터 살폈다.

“다친 데 없어요?”

“와, 4,444호 너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의 몸이 공중으로 떠서 뒤로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카이가 내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흠, 어쩐다? 원래 내가 시공 전사로 이 차원에 온 목적은 쓸 만한 시공 전사 예비 후보감을 찾고자 함이었고, 그 대상이 검빛 전사였는데……. 그녀는 죽고 이놈이 대신 남아 있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만 다시 말문을 열었다.

“뭐, 할 수 없지. 이놈이라도 데려가는 수밖에.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이놈이 너무 약해 보여서 시공 전사로서 자격 미달인 것 같은데. 에고! 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뭐.”

그때 카이는 허공에 손짓했다.

파팟.

푸르스름한 포탈 하나가 생겼고, 나에게 그 안으로 향하게 했다 나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빨려 들어갔다. 이어 들려오는 카이의 음성.

“어차피 네 실력은 시공 아카데미에서 가려질 테니까 뭐, 거기서 알아서 하겠지.”

팟!

포탈이 닫혔고, 나는 이내 의식을 잃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가까스로 눈을 뜨려고 했다.

“아.”

그런데 눈꺼풀에 무거운 추라도 달린 듯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시도했는데.

“…….”

그때 들려오는 남자의 음성.

“억지로 눈 뜨려 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퇴출당했으니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거든.”

“누, 누구시죠……?”

“굳이 알 것도 없어. 아니, 필요가 없다는 말이 저 정확하겠지. 나는 그저 여기 시공 아카데미의 지시만 따를 뿐.”

“시공 아카데미라니요?”

“그것도 모르고 이곳에 왔나? 쯧쯧, 도대체 요즘 입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요건으로 아무나 받아들이는지 모르겠군. 어쨌든 그럼 잘 가게나. 지금 막 포탈이 생성되었고, 그 안으로 들어갈 테니. 잘 가게나.”

이어 기계음 같은 소리가 들렸다.

웅~

그때 다른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로코! 포탈 작동을 멈추게나!”

“아테온 님? 갑자기 이곳에는 무슨 일입니까?”

“흠, 문제가 생겼어.”

“문제라니요?”

“아무튼 포탈 작동을 멈추게. 그자를 데려가야 하니까.”

“데려가다니요? 이자는 시공 아카데미 자격 미달로 판정받고 막말로 폐기물 처리하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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