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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50화 (50/143)

50화

* * *

묘하다는 느낌, 나는 그 단어 뜻 자체를 아직도 모른다. 과연 묘한 기분이 뭘까? 어떤 상황에 이르러야 이것저것도 아닌 묘한 감정이 생기는 걸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묘함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바로 나와 함께 이 모험을 함께하는 일행들에게 그 단서를 얻은 것 같다. 그렇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그 묘한 존재들이던가?

조금 전 말한 대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서로 간에 이상한 교감으로 통하는 사이랄까.

우선 레아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일전에 아서가 말했던 사랑이라는 말에 과연 내 감정이 정말 사랑하는 그 마음인지 스스로 꽤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해서 내려지는 정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정녕 사랑 그 자체의 본질 개념은 아직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레아뿐만 아니라 다른 타인에게도 그런 감정이 느껴져야 하건만……. 아직 카이에 대해서는 풀기 힘든 그 어떤 느낌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 말했던 그 묘함에 비교하고 싶다.

어쨌든 그 묘함이란 녀석의 정체가 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그 누구에게 쉽사리 다가가거나 그렇다고 멀리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관점이랄까.

“4,444호! 또 뭘 그렇게 생각해? 너는 보면 볼수록 참 알 수 없는 사람 같아. 대충 보면 그냥 쉽게 사귈 수 있을 것만 같은 성격인데 막상 친해지려고 하면 뭔가 벽이 보이는 것도 같고. 그렇다고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데, 그 이유가 뭔지 도통 모르겠네.”

바로 지금 아서가 말한 내용대로 나도 모르는 제삼자의 관점으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큭! 내버려 둬! 4,444호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놈이라서 그래. 에고! 나도 저렇게 고민 없이 그냥 멍청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대가리가 터지지 않고 편하게 그저 먹고 싸고 놀고 그러지. 큭! 아무튼 부러워.”

요즘 카이가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요약한 것 같다. 정말로 녀석은 나를 그저 타르켄 전사 중 하위에 지나지 않는 4,444호로 바라본다고 할까. 아니면 내 연기가 그만큼 탁월하다고 할까…….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카이라는 저 녀석 또한 연기를 하니 우린 서로 가면을 쓰고 있는 셈이다.

“아서, 카이. 요즘 네놈들이 무척 심심한가 보지? 둘이 그렇게도 서로 못 잡아먹어 지겹게 싸우다 보니 이제 그것도 재미가 없냐. 그냥 가만있는 사람한테 시비를 거니 말이야. 정말 부탁인데, 그냥 계속해서 너희 둘이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그래라. 나한테 관심 끄고.”

역시나 카이는 냅다 다가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묘하지?”

“묘하다니?”

“그냥 지금 네 겪고 있는 이런 상황 말이야.”

나는 또 뜨끔했다. 지난번에 이어 이 자식이 또 독심술이라도 사용하는지 말이다. 내가 묘한 감정에 머릿속이 복잡한데 마치 나를 다 아는 듯 정곡을 찌르다니.

우연일 거야…….

“큭, 배고프다. 우리 뭐 좀 먹자.”

그럴 때마다 아서는 카이에게 화를 낸다.

“개자식! 너 또 지금 머리 굴리고 있지! 사냥만 나가면 들쥐나 뱀, 두꺼비 같은 거나 잡아 오는 거, 너 일부러 그러지. 사냥하기 귀찮아서!”

“큭, 그럼 네가 사냥해.”

“빌어먹을! 그 수법, 이젠 안 통해! 그러니 당장 숲으로 가서 흉측한 것들 잡아 오지 말고 먹을 것들 잡아 와! 당장!”

그로부터 잠시 후.

활! 활!

모닥불 타는 냄새가 정겨웠다. 그 옛날 서울에서 강호 형하고 크리처 사냥한 후에 공사장 목재를 태우며 함께했던 시간…….

머나먼 이곳에서조차 고향의 향수가 느껴지니 그리움이 물밀 듯이 물려 왔다.

‘아! 어머니, 강호 형. 다들 잘 있겠지.’

그때 카이는 노릇하게 구워진 꼬치 구이를 집어서 내게 주며 말했다.

“큭! 옛날 생각나네. 내 고향에서 모닥불에 고기 구워 먹던 일. 그때가 그리웠는데. 아함, 머나먼 이런 곳에서 이런 향수를 느끼다니! 에고,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

“이봐, 4,444호. 너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그렇게 표정이 굳어 버리는 거야.”

그때 레아는 카이에게 물었다.

“카이 님은 고향이 어디죠?”

“조홀 우주.”

‘조홀 우주……?’

“은하를 무려 수천 개나 담고 있는 소우주인데, 그중 한 천체에 속하는 마젤란 성운.”

마젤란 성운이라……. 도대체 놈의 정체가 뭐길래 우주까지 들먹이는 거야. 젠장…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이 느낌은 뭐지? 공력의 범위를 벗어난 듯 저 무심한 기운, 아니 그건 마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개념 같은데. 아…….

하늘 위에 하늘, 그 하늘 위에 우주……. 그런 과장된 은유법이 설마 실제로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그때 레아는 멍한 내 표정을 바라보더니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네었다.

“4,444호님, 괜찮아요?”

“으, 응. 괜찮아…….”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얼굴이에요.”

“아니, 그냥 뭐……. 이런저런 생각 하느라.”

카이는 꼬치 구이 한입을 베어 물며 피식 웃었다.

“내버려 둬. 4,444호는 아무래도 번뇌가 많은 것 같으니까. 큭, 하기야 그렇겠지. 나 같은 놈 상대하느라 얼마나 머릿속이 복잡하겠어.”

순간 나는 뜨끔했다.

‘정말 뭐야, 이 녀석.’

그때였다. 지금이 환한 대낮인데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아서가 소리쳤다.

“뭐야, 캄캄해졌어!”

레아 역시 불안한 눈빛으로 외쳤다.

“모닥불도 검어졌는데.”

그뿐만 아니었다. 주변에 보이는 그 모든 것들. 나무, 수풀, 바위들도 본래의 그 자연색을 잃고 까매졌다.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공력의 서 덕분에 지금의 이 상황이 결계의 지역으로 바뀌었던 것을. 그리고 그 시전 자가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숨어서 우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내 공력의 한계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결계를 시전한 그자까지 절로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베른 종족 제7색 검빛 전사…….’

보지도 않고 그자의 신분과 직업까지 족집게로 맞출 수 있는 그런 능력에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포식의 권능으로 공력의 서를 먹은 뒤, 나는 마치 세상 그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관조자의 관점을 지니게 된 것이다.

“에고! 무서워라. 나는 어두운 건 정말 질색인데. 그래서 밤만 되면 바들바들 떨며 악몽에 시달린다고. 그런데 이게 뭐야.”

하지만 그런 능력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은 자가 있었으니, 바로 카이였다.

어쨌든 현재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고, 나는 다시 관념을 집중했다.

‘결계를 시전한 자가 이리로 오고 있어. 거의 30미터 지점까지. 바로 오른쪽 바위 뒤쪽. 흑색 로브 차림에 흑검을 지닌 여성……. 아! 뭐 이런 존재가 다 있나? 그야말로 공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나군!’

그때였다.

바스락!

수풀 사이로 한 여성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로브 차림에 흑색 검을 찬…….

그녀는 우릴 보자 무슨 이유인지 한숨부터 내쉬었다.

“후~ 숨어 봐야 소용없군. 저들 중에 결계를 파악하고 내 존재와 생각을 읽는 자가 있으니.”

그 말에 일행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관념의 기술을 사용하는 자라……. 쳇, 골치 아프게 생겼군. 초인계에서 그런 작자라면 타르켄 전사 말고 누가 있지? 흠,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제거한 타르켄 전사는 도합 233명. 그들 모두는 그저 하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들인데. 혹시 타르켄 전사 말고 다른 부류의 존재들이 있는 건가?”

그때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고 대뜸 나서는 녀석이 있었니.

“큭, 우리 중에 정말 그런 놈이 있어요? 그렇다면 그게 누군데요?”

순간 나는 긴장했다. 저 검빛 전사는 분명 나를 지목할 테고, 지금까지 연기한 모든 것들이 들통이 나면 일행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빌어먹을. 산통 다 깨진 것 같은데, 일단 일행들에게 변명 거리라도 생각해야만 할 것 같았다. 원래 힘을 숨기고 있었다. 물론 이들에게 내 꿈 얘기는 절대 할 필요가 없고. 그렇다면 내게 지닌 능력을 어떻게 설명하지? 하~ 정말 난감하네.

그때 검빛 전사가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후후, 이들 중에 관념의 기술을 사용하는 자를 고르라고? 그거야 여기서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어차피 그놈하고만 일대일 대결이 될 테니. 나머지는 쓸모없는 놈들이고.”

카이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그녀는 손을 내밀어 우리 중 한 사람을 지목했다.

“바로 너!”

순간 레아와 아서는 카이를 바라보았다.

“카이가?”

아서의 놀람보다 레아가 더 컸던가.

“4,445호님. 정말! 관념의 기술을 사용할 줄 아나요?”

그녀가 지목한 자는 바로 카이였고, 잽싸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에고! 들켜 버렸네.”

나는 의외의 일에 다소 당황했다. 레아와 아서 역시 계속 카이를 집중해서 쳐다보며 뭐라 했다.

“4,445호님, 정말 타르켄 전사 맞나요?”

“에고, 나 타르켄 전사 맞거든. 믿어 줘. 정말이야!”

레아는 그제야 뭔가 수수께끼가 풀린다는 듯 카이에게 뭐라 했다.

“처음부터 의심이 들었어요. 타르켄 전사에게는 반드시 동행해야 할 신관 두 명이 없는 것부터 말이죠. 그리고 지난번 그 성에서 일어난 일! 어떻게 불이 난 줄 알고 우리를 깨웠지요? 도대체 어떻게 4,445호님은 혼자서 의식을 차렸는지도 모르겠고, 그 안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의 행방도 얼버무렸고…….”

카이는 골치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일단 저 여자부터 해결하고 천천히 얘기하자. 내가 다 말해 줄게.”

그때 검빛 전사는 흑색 검을 빼 들어 카이에게 겨누었다.

“관념의 기술을 사용하니 서두부터 잔기술 쓸 필요가 없겠지. 그러니 본론으로 들어가 바로 싸우지.”

카이는 매우 억울한 듯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들었다.

“야! 너 때문에 나 완전 사기꾼 됐잖아! 이게 모두 다 네 책임이야! 아무튼, 그래! 뭐! 오래 숨길 것도 없었고, 이왕 이렇게 된 바에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할 어마어마한 실력을 보여 주지! 큭! 큭!”

카이는 검 면을 자기 손바닥에 툭툭 치며 여유까지 부렸다.

“음, 어떻게 요리해 줄까… 검빛 전사.”

그녀는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하군. 내 신분을 정확히 아니.”

그녀는 흑색 검을 더 높이 치켜들어 하늘을 향하게 했다.

이 와중에도 나는 또 한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검빛 전사는 왜 나를 지목하지 않고 카이를 지목했던가?

뭐, 카이가 처음 볼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녀석인지라 그가 관념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와 카이는 동시에 관념의 전사들이다.

그런데 왜? 나는 제외하고 카이만을 지목했을까……? 가뜩이나 엉켜 있던 실타래가 아예 뭉텅이로 뭉쳐져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왜? 왜지?’

이런저런 추측을 하다가 결코 인정하기 싫은 생각이 뒤통수를 쳤다.

‘설마! 카이가 내 관념을 억제하고 검빛 전사에게 자신을 일부러 지목하게 한 건가.’

빌어먹을! 그건 곧 녀석이 내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것인데.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나는 포식의 권능으로 공력의 서를 먹고는 정말이지 그때부터는 내 적수가 한 참 후에나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능력을 환히 들여다보고 검빛 전사마저 자신의 마음대로 현혹하게 할 정도면 그 능력이란? 도대체… 녀석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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