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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48화 (48/143)

48화

순간 아서는 직접 일어나 그곳을 확인해 보았다.

“황금빛 바탕에 가문의 이름이 ‘펠트로우 가문’이라. 그, 그럼 설마 이게.”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세상에! 이건 베른 종족 제6색 황금빛 전사들의 검인 것 같은데!”

순간 레아는 믿기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베른 종족 제6색 황금빛 전사의 검이라고……?”

나 역시 다소 멍한 기분이었다. 아니, 뭐라 할까. 내 머릿속은 다시 서열 정리부터 알아서 홱홱 돌아가기 시작했다.

베른 종족의 제6색 황금빛 전사라면 얼마 전 나와 상대한 제5색 푸른빛 전사보다 한 단계 위…….

아서가 물었다.

“그 검이 왜 당신 손에 있죠?”

베아체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애써 침착하게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그토록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된 그 시발점은 바로 대륙의 북반구 타이탄 지역입니다. 물론 그곳은 베른 종족의 영토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남편이 타이탄 지역에서 활동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고, 오늘처럼 초인계와 분쟁이 없었죠. 아무튼 남편은 이미 남반부 카른 해상 지역에서 중계무역이 활발할 때 더 이상 장사 수익이 되지 않았기에 혼자서 북반구로 간 것입니다.”

“…….”

“그렇게 거기서 무역할 물건을 찾기 위해 수년간 온갖 고생과 노력을 했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남편의 평생 은인이 될 한 귀인을 만난 것입니다. 당시 그는 산속에 은둔하며 지내는 기인이었는데, 남편이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고 다쳤을 때 도움을 준 은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1년을 지내면서 남편은 그 기인에 대해 이것저것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때까지 이름도 몰랐고, 속세에서 무엇을 하던 분인지도 전혀 몰랐지요. 그리고 그의 성함이 ‘헤록스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헤록스탄이라는 말에 아서는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조금 전에 헤록스탄이라 그랬나요?”

“네, 그랬습니다.”

“혹시 그는 베른 종족의 4대 명문가 중, 팰트로우 가문의 장남이 아닌가요?”

베아체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분의 베른 종족 중에서도 그분의 위명은 제6색 황금빛 전사 출신으로 정말 대단했었죠.”

“헤록스탄은 여기 초인계에서조차 그 명성이 자자, 할 정도로 영웅 대접을 받는 분이었는데. 그런 그가 산 중에서 은거했다고요? 무슨 이유라도 있었나요?”

“남편의 말로는 그가 은둔하게 된 이유는 더 이상 적수가 없어서였다고 합니다. 어쨌든 남편은 그분 덕에 아주 귀중한 것을 얻게 되었고, 그것을 초인계로 가져와 무역 거래하며 엄청난 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그게 뭐죠?”

“바로 금입니다.”

“금이라고요?”

“헤록스탄은 남편에게 자신이 발견한 금광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원하는 만큼 채굴해 가라고도 했고요.”

아서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는 아니겠지요?”

“네, 그는 남편에게 금을 가져가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말했습니다.”

“그게 뭐죠?”

“그 조건이란……. 바로 자신의 강함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을 구해 오라 했습니다.”

아서는 의아했다.

“강함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을요? 그건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 자신의 강함을 억제할 수 있는 것,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그는 스스로가 터득한 힘을 주체 못하고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에 있었던 거죠.”

“도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나는 저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순간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너무 강해서 그 힘을 주체 못해서 미친다면 그건 무협지의 절정 고수에게 일어나는 일종의 주화입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런 이질적이고 머나먼 세계에서조차 그런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는 존재가 있다니 말이다.

아서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물론 남편은 처음에는 당황했고, 어떻게 그런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냐고 물었죠. 그랬던 헤록스탄은 손으로 금가루를 집어서 탁자 위에 흩뿌리며 말했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다 이 금 때문이라고.”

“금이라니요? 그건 왜죠?”

그때 베아체는 옆에 있던 시종이 들고 있는 황금빛 검을 직접 건네받으며 그것을 높게 쳐들었고, 다시 말문을 이어 갔다.

“세상 그 누구도 황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값진 금속으로만 알 뿐……. 하지만 오랜 세월 연금술사들은 금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노력했지만 결국 이런저런 금속들의 화합으로 금을 만들어 내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중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이란 단순히 반짝이는 광물질이 아닌, 그 이상의 신비로운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 이를테면 이런 현상을 가능하게 만들지요.”

그녀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황금빛 검을 들어 허공에 휘둘렀다.

슥!

그녀는 검을 거두고 다시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바로 금은 이런 힘을 가능하게 만들죠.”

아서는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현상이 일어났다는 거죠? 아무것도 못 봤는데요.”

그때였다.

아서와 레아, 카이가 테이블에 힘없이 고개를 처박았다. 나는 멀쩡했고, 잠시 눈치를 살피다 일행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박는 척, 실눈을 뜨고 그녀를 살폈다.

이어 들려오는 베아체와 시종장의 음성.

“헤록스탄 님, 역시 이 검은 대단하군요.”

그러자 시종장은 다소 짜증 섞인 음성으로 그녀를 나무랐다.

“뭔 서론이 그렇게 길어! 저놈들에게 대충 얘기하고 검의 위력이나 시험했어야지.”

“저들이 음식을 다 먹기 기다렸던 것이죠. 그 안에 마나룬 가루를 탔으니까요.”

헤록스탄은 그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나룬 가루를 탈 필요가 있었을까? 자네는 검술 한번 배우지 않은 일반인인 데다 그저 내 검이 지닌 능력만을 사용하는 것인데 그 귀한 마나룬 가루로 저들의 신체를 에테르까지 강화할 필요가 없잖아.”

“헤록스탄 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마나룬 가루를 먹지 않았다면 저들의 신체는 벌써 녹아 흘러 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을 거예요.”

“어쨌든 자네가 그토록 원하던 나의 황금빛 검을 시험해 봤으니 이제 약속한 대로 타이탄 지역으로 돌아가서 나와 함께 살겠는가?”

그때 베아체는 손으로 입을 가리는 척 요염한 웃음을 지었다.

“호호, 제가 그렇게도 좋으세요? 처음에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남편에게 초대받아 이곳에 온 지 단 일주일만의 제게 반해서 그를 죽이고 이제는 저를 공짜로 차지하겠다고요?”

헤록스탄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엄연히 말해서 공짜는 아니지. 나는 베른 종족 제7색 황금빛 전사로서 내 명예를 걸고 그대에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그럼 그 약속, 끝까지 지키세요. 단지 제게 검을 빌려줘 시험하게 만든 것이라면 저는 정말 실망할 겁니다. 그러니 나머지 약속도 반드시 지키세요.”

헤록스탄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베아체, 자네 정말 잔혹한 여자이군. 정말 저 손님들의 시신을 요리해서 나더러 먹으라는 건가?”

베아체는 다시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었다.

“후후, 당신이 우리 남편에게 부탁한 그 힘의 억제 약을 우리가 구해다 준 게 기억나지 않나요? 그래서 효과를 봤고, 이렇게 멀쩡한 거고요.”

“나는 설마 그 약이 그런 건 줄 전혀 몰랐던 거지.”

“아무튼 그걸 반년이나 복용했는데 새삼스럽게 지금 와서 저놈들을 요리한다는데 왜 그래요?”

“그때는 모르고 먹었지.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뭐요?”

“지금은 먹을 필요가 없잖아.”

“혹시 그거 먹고 예전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고 이제 보기도 싫다는 건가요?”

“흠, 뭐. 강해졌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굳이 지금에 와서까지…….”

베아체는 그에게 검을 다시 건네받고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알았어요. 이게 마지막 인육이니까 이번만 맛있게 드세요.”

“쳇, 맛있게 먹으라니. 정말 못 말리는 여자군. 나도 참, 저런 잔혹한 여자가 뭐가 좋다고.”

“그야 제 눈부신 외모에 흠뻑 빠졌잖아요. 남편을 죽일 만큼, 호호.”

“흠, 왠지 그 일이 후회되는군. 자네 남편을 죽인 죗값을 벌써 받는 기분이랄까…….”

이어 베아체는 검을 들어 맨 앞에 있는 카이의 목부터 자르려 했다.

“요놈이 제일 팔팔하게 생겼는데, 어디 보자.”

이제 나설 차례인가. 흠, 이 성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낌새를 알아차리고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봤지만 이쯤에서.

그녀가 검을 내려치기 전에 나는 관념의 기술을 사용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놀랍게도 카이가 스스로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상황 파악을 못하고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아함, 잘 잤다. 큭, 이 개운함.”

순간 카이는 자신을 향해 검을 들고 서 있는 베아체를 보고 깜짝 놀라 뒤로 폴짝 뛰었다.

“아고! 깜짝이야. 아줌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녀 역시 깜짝 놀라 멈칫했다.

“뭐야! 이놈이 살아 있잖아!”

베아체는 얼떨결에 검으로 카이를 내리쳤는데, 녀석은 이번에도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 뒤로 피했다.

“에고, 아줌마! 살려 줘요!”

“도대체 이놈이 어떻게 깨어난 거지!”

“자다 깬 것도 죄인가요?”

그녀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홱!

카이는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러 공격을 피했다.

“아고! 살려 줘요! 왜 갑자기 칼을 들고 난리입니까!”

그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헤록스탄이 계단 아래로 내려와 베아체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 검, 내게 줘.”

“아니, 제가 할 수 있어요.”

“주라면 줘! 내가 해결할 테니.”

결국 베아체는 검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마나룬 가루약이 너무 묽었던가요. 제가 이런 실수를…….”

헤록스탄은 다소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내 위신에 저런 하찮은 놈을 베기도 그렇지만……. 그냥 죽어!”

헤록스탄은 검을 휘두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검 끝으로 검광을 발사해 버렸다.

파파파팟.

쾅!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전광석화처럼 곧장 뻗어 나가는 그 검강을 카이는 다시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 발아래로 가게 해 피했다.

“아이고! 나 죽겠다. 살려 줘요! 여기 사람들 완전히 미친 것 같아요. 괜히 사람 잡는다고요!”

헤록스탄은 다소 멍한 표정으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피한 건가…….”

나 역시 다소 의아했다.

‘피했네…….’

헤록스탄이 발사한 검강의 파괴력은 그다지 파괴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속도는 가히 가장 세게 잡아당긴, 시위를 떠난 화살이 날아가는 듯 엄청나 보였는데.

‘운이 좋아서일까?’

헤록스탄은 다소 자존심이 구겨진 표정으로 이번엔 그 강도를 올려 검강을 발사했다.

파팟!

“아고!”

카이는 이번에 바닥으로 낮게 엎드려 그 검광을 피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두 번 연속……. 우연이겠지…….’

내가 이런 의구심을 갖는데 정작 검강을 발사한 헤록스탄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그럴 리가 없어…….”

옆에서 그 광경을 보던 베아체가 비아냥거렸다.

“헤록스탄 님,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장난은 그만하고 빨라 죽여요. 신선도 떨어지기 전에 요리부터 먼저 해야 하니까요.”

헤록스탄은 다소 당황한 듯 보였다.

“아, 알았어. 이번엔!”

그가 다시 검강을 발사했다.

그저 맨눈으로 보기에도 조금 전에 발사한 그 두 번의 검강보다 그 파괴력이나 속도 면에서 월등해 보였다.

파팟!

“아이고!”

홱!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카이 녀석이 이번엔 점프하더니, 공중으로 수 미터를 솟구쳐 올라 공중제비돌기로 검강을 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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