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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41화 (41/143)

41화

하지만 카시아스는 무슨 이유인지 시무룩했다.

“저, 저기… 아직은 그들의 힘이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합니다.”

“미미하다니? 그들은 명색이 다른 차원에서 제일 강한 자들만 선택되어 온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습니다만. 사실 5,000명의 타르켄 전사 중 현재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는 자들은 1호에서 500호 정도, 그 나머지 하위 전사들은 베른 종족들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군주 아르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베른 종족이 그만큼 강하다는 거겠지. 그래도 그나마 타르켄 전사 500이 자기 역할을 한다니, 그것으로 위안으로 삼아야 하겠지.”

“그건 그렇습니다. 특히 1호와 7호까지, 그들의 전투력은 그야말로 가히 독보적이기에 베른 종족도 맥을 추지 못합니다.”

“너무 방심하지 말게나. 베른 종족 역시 아직은 자신의 전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이니. 그들이 고대 종족의 부활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아는데, 만에 하나 그대로 의식이 성공한다면 그때는 우리에게 정말이지 역전할 수 있는 기회마저 없어지는 걸세.”

“너무 심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베른 종족의 고대 전사 부활은 생각보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 말에 군주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타르켄 전사의 하위 계열의 전투력은 어떤가?”

“그 하위의 개념은 3,000호 밑으로 간주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3,000대의 전사들은 그래도 베른 종족의 일반 전사와 거의 비슷한 전투력을 유지합니다만, 4,000 이하의 전사들은 그렇지 못하고 희생당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이 걱정이군. 이거, 괜히 그들을 초인계로 불러들인 게 양심의 가책이 되는군.”

“혹시 압니까. 그들 중에 두각을 나타내는 자들이 존재할지도요.”

“두각이라. 갑자기 없던 전투력이 수직으로 상승이라도 한단 말인가?”

그 말에 카시아스는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더니 잠시 말문을 열었다.

“군주님, 혹시 각성에 대해 아십니까?”

“각성이라? 잘 모르겠는데.”

“저도 각성이라는 그 단어나 개념을 모르지만 어디서 들은 바에 의하면 각성의 단계별 진화를 이루는 전사가 존재한다고 들었습니다.”

군주는 웃고 말았다.

“허허, 정말 그런 게 존재한다고 믿나? 솔직히 다소 황당무계한 일처럼 들리네.”

“군주님, 우주는 넓고 그 안에는 수많은 피조물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전투 방식 또한 천차만별이니 그 어떤 가정도 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어쨌든 오늘 그를 만날 수 있는 건가?”

“예, 군주님. 타르켄 전사 1호는 아까부터 군주님을 뵙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호! 결국 그자를 보게 되는군. 5,000명 중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1호! 그에게 목을 베인 베른 종족만 수만 명이 넘는다지.”

“네, 그렇습니다.”

“당장 봄세나!”

* * *

아직 베른 종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서 자식이 그렇게도 겁을 주는 미지의 종족.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여기 센 대륙에서 가장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초유의 존재라 했다.

사실 그들이 이 대륙으로 이주해 오기 전에는 초인계 종족이 가장 강했었다. 말 그대로 초인계 종족은 태어날 때부터 초인적 신체를 타고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마법을 익히고 성장함에 따라 그들의 염력 능력이 세진다.

그런 그들이 군대를 이루고 타 종족을 정벌하러 갈 때면 거의 패배가 없는, 무적의 군단이었다.

그런 시대가 근 수천 년간 이어 오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이곳 센 대륙에 한 의문의 종족이 이주해 왔다.

그들은 초인 종족과는 달리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수련과 기술을 통해 강해지는 특성을 보유한 듯했는데, 그런 그들이 초인 종족을 위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의 선조인 고대 베른 종족이 물려준 전투 비급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 비급만 무려 1만 3천 2백 권에 달했고, 베른 종족의 각 가문이 서로 나누어 가졌기 때문에 수많은 전투 기술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베른 종족의 전투력은 바로 각 가문의 고대 비급에 따라 그 등급과 수위가 나누어진다. 즉, 어느 가문은 더욱 강력한 비급을 통해 명문가로 군림할 수 있었고, 베른 종족 상부의 지휘관이나 각종 요지를 차지해 왔다.

아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베른 종족의 최고 명문가는 총 네 개가 있다고 했다.

4분화로 나누어져 네 명의 통치자가 군림하며 베른 종족은 그들에 의해 나라가 존속된다.

어쨌든 아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그들에 관한 이야기로 어떻게든 겁을 주려고 아주 지랄을 떨고 있었다.

“인마, 그냥 너! 네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게 신상에 좋을 것 같은데. 후후, 아무리 생각해도 서열 4,444호가 상대할 베른의 종족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그나마 내가 놈의 그런 말을 무시할 수는 있는 이유는 언제나 상냥하고 부드러운 레아 덕분이었다.

“아서, 너 제발 좀 닥치면 안 되니. 베른 종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하위 계열이 있고 우리보다 약한 자들이 수두룩하다고.”

아서는 피식 웃고 말았다.

“풋, 약하다고? 그거 웃겼다. 하기야 현재 초인계를 침략하고 들어온 주력 부대가 제1색 흰빛 전사들이라 그렇겠지. 중요한 사실은 말이야. 맨 하위 계열에조차 전 영토가 함락 직전에 이르렀다는 거지. 물론 그들 중에는 제2색 노랑 빛 전사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대부분이 지휘관들로서 실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자들. 우리 타르켄 전사들이 주로 희생양으로 삼은 놈들은 베른 종족의 제일 하수인 제1색 흰빛 전사들로서, 그거 가지고 엄청난 공훈이라도 세운 듯 뻐기고 다닌단 말이다.”

그러자 레아 역시 지지 않는 듯 큰 소리로 반박했다.

“아서! 네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타르켄 전사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자들은 제2색 노란빛 전사들이라고! 실제로 그들을 해치웠다는 말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흥! 그거야 타르켄 전사 중에서 3,000호 이내의 중급 이상의 전사들이라서 가능한 거지.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4,444호 자식 같으면 아마 제1색 흰빛 전사들에게 100퍼센트 개죽음당할걸.”

역시 레아는 내 눈치부터 살피며 말했다.

“아서. 당사자가 있는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어떡해! 정말 너 말 가려서 하라고.”

“아니, 뭘 가려서 해! 그게 사실이고 진리인데. 아이고, 나는 오히려 네가 답답하다.”

나는 아서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별로 기분이 상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그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야 어쨌든 가만히 내용을 들어 보니 이제는 베른 종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베른 종족의 근본이 되는 전투력의 비밀은 바로 그들의 선조인 고대 전사들이 후대에 내려 준 수많은 전투 비급 덕분이고, 그것을 가문마다 한 개 혹은 두어 개를 차지함으로써 수천 년 동안 점차 보완하고 보완해서 오늘날 그야말로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엄청난 불세출의 비급이 만들어졌다는 것.

그런데 그런 엄청난 기연을 가문마다 지니고 있으니 베른 종족이 초인계를 위협할 정도로 강함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 관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전사 등급을 색깔로 나눈다는 것이다.

아서의 말을 인용하자면 베른 종족의 전사들 등급은 색깔별로 총 일곱 가지로 나누어진다.

제1색 흰빛 전사들.

제2색 노란빛 전사들.

제3색 주황빛 전사들.

제4색 초록빛 전사들.

제5색 푸른빛 전사들.

제6색 황금빛 전사들.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제7색 검빛 전사들…….

제7색 검빛 전사들에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아서 말대로 현재 이곳 초인계를 침략한 주둔군은 거의 제1색과 제2색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제3색의 주황빛 전사들이 하나둘씩 보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음에 전 초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 더 재미있는 사실은 베른 종족은 실제로 그들의 군장 가슴에 자기가 제 몇 색인지 가문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 즉, 제1색 흰빛 전사라면 가슴 정중앙 흰빛 색과 가문 이름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다.

[어서가(家)의 차남]

참으로 별의별 세상에 와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는다. 당장 내 처지가 이토록 한없이 나약하고 비참하게 느껴질지라도 재미있는 것은 재미로 돌려 버리려 노력한다. 그래야만 나를 괴롭히는 두려움과 공포, 번뇌 등이 잠시 잊힐 것이니…….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 어떤 현자처럼 세상에 대해 해탈하고 있지 못하는 가여운 중생이던가? 아서의 계속되는 도발에 가끔은 참지 못할 때가 있었다.

“이봐, 4,444호. 그냥 스스로 목을 베고 뒤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순간.

퍽!

나는 손바닥으로 녀석의 뒤통수를 세게 갈기고 말았다.

“악!”

그로부터 반나절 후.

아서는 근 3시간째 레아에게 울분을 토해 냈다.

“레아! 저 자식이 나를 때렸다고! 그게 얼마나 중대한 죄인지 정말 이해가 안 돼! 나는 신관이라고! 그리고 세상 그 누구에게도 추앙을 받는 신전의 부제사장까지 올랐던 신관이었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아아! 이건 도저히!”

레아는 조용히 말한다.

“닥쳐.”

“넌 맨날 내가 말만 하면 닥치라고 그러냐!”

레아는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

“너 조금 전 이렇게 말했지? 한때 부제사장까지 지냈던 위치였다고.”

“그래! 그랬다! 그래서 뭐?”

“그런데 왜 부제사장에서 잘린 거지?”

순간 아서는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그건… 그러니까 그건……. 억울한 일 때문에…….”

“억울하다고! 여자 신관하고 눈이 맞아 신전 옥상에 불경한 짓을 한 일, 참배하러 온 사람들에게 뇌물을 받고 제단에 몰래 들여보낸 일, 그리고! 또.”

아서는 두 손으로 자기 귀를 막았다.

“그만! 그만하라고!”

레아는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작 얻어터졌어야 하는데 4,444호님이 대신 벌을 내렸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은 되겠지. 그것도 늦었지만.”

아서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부끄러운 듯 말했다.

“아침도 굶었는데 해가 중천에 떠오르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허기가 지네. 오늘은 내가 특별히 사냥감을 잡아 올 테니 둘은 모닥불이나 피워! 쳇, 명색이 신관이 이런 짓이나 하고. 도대체 내가 왜 사는 거지?”

아서는 중얼거리며 숲 안쪽으로 홀로 향했다.

이어 나는 레아와 함께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예상했던 대로 나를 위로했다.

“기분 많이 상하셨죠.”

“아니요……. 아니, 뭐 화가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서를 굳이 미워하는 감정은 없습니다. 녀석이 말한 내용이 사실일 테니까요. 다만 걱정이 있다면 나 자신의 처지겠죠. 현재 이 세계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후~ 타르켄 전사라……. 4,444호, 말 그대로 5,000명 중에 4,444번째 하위 전사…….”

결국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속내를 털어놓고 말았다. 그동안 꾹 눌러 왔던 감정이 터진 것 같았다. 그게, 지금도 나를 여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영혼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말이 절로 나온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렇게 속내를 털어놓으니 우려했던 후회감보다는 그냥 마음이 더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레아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타르켄 전사에게는 한 가지 내려오는 전설이 있으니까요.”

“전설이라니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그런 말이 있죠.”

나는 의아했다. 그 구절은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그것도 성경책에 나오는. 그런데 이런 세상에서 그런 익숙한 문장을 들어 보니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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