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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39화 (39/143)

39화

“우욱!”

파파파팟.

표창이 방향을 돌려 이번엔 박병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으니 표창이 반대로 와서 그의 코앞에서 멈춘 것이다.

착!

“너도 각성인가 뭔가 했나?”

박병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천한 능력일 뿐이오.”

“미천한 능력이라니? 하하,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 이 정도면 내가 있던 영역에서 가히 상급에 속하는데 그런 겸손한 말씀을 하시나. 그나저나 공력의 원류가 아나스트론 계열인데 어찌 네가 그 성운(星雲)의 기운을 쓰는 것인가?”

“한때 내가 거기 속했소.”

“아하, 그랬었군. 어쩐지. 그런데 이걸 어쩌지. 아나스트론 계열은 한물간 에너지인데. 사실 그 성운이 파괴되었거든. 우리 종족에 의해서.”

이에 박병수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나,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오.”

“허~ 어떻게 아시나? 그대로 각성의 힘을 통해 전생 기억을 했다는 건가?”

“그렇소.”

“젠장. 뭔 놈의 전생들이 그렇게 많아. 개나 소나 전생의 힘을 깨달으면 갑자기 환생 시에 그대로 강해지는 게 유행인가. 어쨌든! 안타까운 일이야. 아나스트론 계열의 공력은 이미 한물갔고 우리 영역의 저 머나먼 속국이나 변방 같은 데서 하류 전사 같은 놈들이 간간이 사용하다가 결국에는 뒤져 버리지. 이렇게! 이얍!”

그는 말하다 말고 기합을 주었다. 순간 박병수는 강한 충격을 받은 듯 뒤로 튕겨 나가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컥! 컥!”

“도대체 왜 고리타분한 거 가지고 나한테 덤비는 거지. 한 놈은 빛의 폭주라나. 하여튼 또 한 놈은 한물간 공력으로 나한테 싸움을 걸어? 도대체 왜들 그러니. 내가 왕이 된 게 그렇게도 고깝냐.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나 정말 착하게 살아 보려고 하는데.”

클레이토스는 두 손을 들어 다시 공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마 나승구와 박병수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듯. 그때 가린샤가 외쳤다.

“안 돼! 해치지 마.”

“…….”

이에 클레이토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가린샤. 이번엔 틀렸어.”

“틀렸다니?”

“내가 정말 저들을 죽이려고 했다고 생각한 거야?”

“그럼 아냐?”

“나한테 반항하거나 수틀리면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논리는 이미 졸업했다고.”

가린샤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흠, 평범하게 살기 싫어. 이렇게 고리타분한 악당도 싫고. 살육에 맛이 길들여진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웃기게 들리겠지만, 나는 아버지 말대로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신중한 지휘관 수업을 받고 싶어. 네가 그랬잖아. 10,000명을 죽이는 것보다 단 한 명에게 바지를 내리는 것이 훨씬 힘들다고. 솔직히 나, 지금 그 살육이 본능을 누르려고 엄청 참고 있거든. 그리고 제어하는 중이니 네가 도와줘.”

“그런데 왜 두 손을 올리고 저 둘을 공격하려는 거지?”

그 질문에 클레이토스의 시선이 옮겨지더니 갑자기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놈의 시선이 거슬려서.”

가린샤 역시 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왜 멀쩡한 사람 트집 잡는 거지?”

“글쎄, 저놈이 나를 관찰하는 거 같아서.”

“관찰이라니?”

“살펴본다는 뜻이지.”

가린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신 차려! 저분은 공주 아레나의 경호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경호원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라 경호원씩이나 된다면 그건 우리가 뭔가 잊고 있었다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가린샤, 너도 느꼈겠지만 여기 우주선의 최고 신분은 바로 공주 아레나가 맞지. 내가 왕으로 지내는 동안 이 안의 모든 놈들이 거의 공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봤지? 물론 그 옆에 또 다른 경호원 토레스가 있지만 저놈의 기류를 볼 때 형편없었지. 그런데 영 거슬리는 놈이 바로 저놈! 이형도라 그랬나. 무슨 이유인지 파악을 할 수가 없더라고.”

가린샤는 한심하다는 듯 그를 나무랐다.

“너 정말 왜 그러니? 저 사람은 정신이 나갔다고. 그 말은 제정신이 아니란 뜻이지.”

“나도 알아. 미친놈이라는 거. 그래서 기류 파악이 어려웠던 거고. 그런데 왠지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아.”

“도대체 뭐가!”

그때 클레이토스는 나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너, 이리 와 봐.”

“…….”

“당장!”

그래서 나갔다.

…….

…….

“미쳤다고 했지.”

나는 즉각 대답했다.

“나 미치지 않았는데.”

“그럼 왜 미쳤대?”

“누가?”

“여기 있는 놈들 다 그렇게 말하는데?”

“나 진짜 안 미쳤는데.”

나와 그는 마치 초등학생 말하듯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럼 미치지 않았다는 거 증명해 봐.”

“증명?”

“그래.”

그의 질문에 나는 헷갈렸다. 진짜 몰라서 되물었다.

“어떻게?”

“아무거든.”

“아무거든?”

“응, 그래야 내가 널 죽이지 않을 거거든.”

“그럼 증명해야지! 그렇게 하면 정말 죽이지 않을 거야?”

그때 녀석이 갑자기 웃었다.

“하하, 진짜 미친놈이었네. 쳇, 난 또 괜히 걱정을 했고.”

듣다 보니 조금 억울했다. 도대체 내가 언제부터 미친 건가, 하고 생각해 봤는데……. 답은 없고 이제 와서 보니 나는 미친놈 취급을 받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드니 정말 진짜로 미쳐 볼까, 하는 오기가 생겼다.

“나 미쳤지만 싸움 잘해.”

클레이토스는 놀란 듯.

“오! 그래! 그럼 한번 보자.”

녀석이 미끼를 물었다. 생각보다 단순한 놈 같다. 이왕 발동된 장난기! 한번 그럴싸하게 쳐 볼까.

“너랑 싸우고 싶어.”

이에 클레이토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아냐! 아무리 내가 흉포하기로 우주에서 소문난 악당이지만 미친놈하고는 절대 안 싸운다.”

뭔가? 어째 점점 재밌어지려 했다.

“나는 싸우고 싶은데.”

“아냐, 그냥 저기 공주 옆에 가서 그녀나 보호해.”

“싫어, 저년 아주 나쁜 년이야. 나 이제부터 너랑 놀래.”

“저년이라고? 하하하, 진짜 이 미친놈 보게나. 하하.”

클레이토스 역시 나와 노는 게 재미있나 보다. 하얀 치아까지 드러내는 것을 보니.

“그래, 그럼 나와 한번 싸워 볼래?”

나는 어린아이마냥 해맑고 천진한 눈빛으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래! 그래! 그래!”

【 초인계 】

잠시 후.

거실 중앙에 그와 나 단둘이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나는 케논 검을 빼 든 상태이고, 클레이토스는 팔짱을 낀 채 나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고.

“하하. 뭘 어떻게 공격을 해 보실까나?”

“검 사용할래.”

“그럼 해 봐.”

“너는 공격 안 해?”

“내가 하면 큰일 나지. 그러니 내 걱정 말고 아무거나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아무리 미친놈이지만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했으니.”

“그거 칭찬이지?”

“물론 칭찬이지, 하하.”

나도 내심 웃겨 죽겠지만 애써 참았다.

“정말 해도 돼?”

“그럼! 자! 어서 해. 내가 성질이 좀 급한 편이라서.”

나는 케논 검을 들어 녀석에게 조준했다.

놈은 무방비 상태랄까.

솔직히 양심에 좀 찔렸다.

케논 검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주인인 나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놈에게 실험을 한다는 것에 죄책감마저 일었다.

한편으론…….

우주선 전체 아군의 목숨이 달린 문제.

나는 검강을 형성했고, 그대로 녀석에게 발사했다.

…….

…….

잠잠했다. 수 초의 시간이 흘렀건만. 분명 검으로부터 푸르스름한 빛줄기가 번쩍했건만.

왠지 불안했다.

방금 전까지도 있었던 목표물이건만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이동으로 내 공격을 피했던가.

빌어먹을! 역시 놈은 내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강대한 존재인 것 같았다.

그래도.

케논 검에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이제야말로 정말 끝이던가.

이를 지켜본 관람자들 역시 다들 어리둥절했고, 클레이토스의 행방을 찾으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사라졌어.”

“언제 다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눈을 까뒤집고 주변을 살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녀석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니, 이미 승부는 결정 난 듯 나는 언제 놈으로부터 죽임을 당할지 몰랐다.

고대 마계인의 전사의 몸을 하고 케논 검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 삶은 막을 내릴 것 같았다.

한데…….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더 흘렀건만 놈은 나타날 기색을 하지 않고 있었다.

뭘까?

나를 골려 죽일 심산이던가.

…….

…….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에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우욱.”

“…….”

신음 소리 비슷했던가. 그것도 녀석의 음색과 비슷했다.

“아아!”

나를 비롯해 관람자들은 비명이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왼쪽이었다.

일렬로 세워진 그 두꺼운 철근의 벽에 구멍이 송송 뚫린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외마디가 절로 나왔다.

“어……?”

벽에도 구멍이 뚫렸고, 그 안을 살펴보니 클레이토스가 폭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가 신음을 흘렸다.

“아아.”

가린샤가 그에게 달려갔다.

“클레이토스, 괜찮아?”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나 어떻게 된 거지……?”

그때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클레이토스를…….”

나도 모르게 아주 간단한 미사여구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엥!”

그리고 상황 파악이 되는 순간.

“이겼잖아!”

우리를 지켜보던 관람자들조차 입을 다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클레이토스는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났다. 여전히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인식 못하는 듯.

“이,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쓰러지다니…….”

쓰러진 정도가 아니다. 철근 벽 몇 개를 관통하고 다시 더 거대한 철벽에 폭 박혀 버릴 정도.

슈퍼맨이 그랬다.

적에게 공격받고 뒤쪽의 장애물에 처박히고 머리가 깨져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영화 속의 주인공 불사 불생의 진리.

놈이 그랬다.

그리고 물린 대사 한마디.

“그래,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야.”

하기야 인정한다면 그 순간 영화는 막을 내리겠지.

그런 영화 같은 클라이맥스의 장면이 현실에서도 이어진다.

클레이토스가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방심을 한 것 같아……. 인제 보니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아.”

내가 원래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다만 현재 내 힘의 강도와 그 척도를 몰라서 답답할 뿐이지.

“빌어먹을! 나 클레이토스가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너 이 새끼! 오늘 진짜 죽었어! 썅, 시발!”

욕하는 그 말투는 어쩜 나승구와 저리 비슷할까.

그가 다시 검을 들어서 내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진짜 실력을 보여 주겠다.”

진짜 실력……? 무슨 이유인지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케논 검을 꽉 쥐고 있는 이 당당한 기분. 정말이지 이 아이템은 내가 우주의 끝자락에 떨어져도 반드시 나를 보호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이 내 아드레날린을 마구 뿜어냈다.

“얼마든지!”

“미친 새끼한테 당할 수는 없지. 절대로! 절대로! 절대!”

강한 긍정은 이미 부정에 휩싸여 두려움이 생겼다는 증거라 봐도 무방하겠지.

파팟!

검 끝이 내 정수리를 향해 들어왔다.

그 순간.

탁!

나는 유연한 상체 몸놀림으로 그의 검을 피했고, 케논 검으로 가볍게 막았다.

그런데 그조차 클레이토스에게는 강한 힘으로 작용했던가?

파파파팟.

“아악!”

클레이토스는 다시 뒤로 튕겨 나가 철근에 폭 박혀 버렸다. 이번에는 그 충격이 심했고, 피를 마구 토해 내기 시작했다.

“컥컥!”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건 내가 이 승부에서 이겼다는 안도의 표현이 아닌 상대의 저 처참한 모습에 나온, 동정 어린 반응이었다.

‘내가 이렇게 강해도 되나……?’

그리고 순간 느껴지는 묘한 기분.

클레이토스와 대결을 벌이면서 아직 내 힘의 척도를 모른다는 아쉬움.

강자의 권리에 억지로 조항을 넣는다면 분명 그런 내용이 몇 줄 들어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강함을 인지 못할 정도로 강한 것. 놀랍게도 나는 그런 절대 강자의 고독 비슷한 것을 느끼는 중이다.

여하튼!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는 검을 들어 그의 목을 치는 것이 이 상황에서의 과감한 결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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