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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36화 (36/143)

36화

순간 나승구는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하하, 지금 에너지를 뿜고 있다고 그랬소. 그저 동물의 뼈 따위가 말이오. 그게 무슨 마력도 아니고 도대체.”

“아하, 그렇군요. 그대 인간들의 개념으로 보자면 마력일 수도 있겠다 싶군요. 알다시피 우주, 모든 차원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못하는 고등 생물들이 수도 없이 존재 하오. 그러니 이왕이면 그 그대가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서 생각해 보기 바라오. 분명 그 동물은 그 어느 차원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그 신체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가 융합된 아주 희귀한 종입니다.”

“…….”

“여하튼 우리가 하록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미지의 동물이라는 우리 언어이고, 지금은 하록탄이 되었죠. 물론 그다음 과정은 놈의 유전자를 확보하고 자가 복제 시켜 충분히 원할 만큼의 각질을 얻고 가공하여 하나의 검을 만든 것이죠.”

가르시아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하록탄의 검을 집어 들더니만 그 앞에 미리 놓인 철근에 갖다 대었다.

슥.

슥.

아주 살짝 접촉을 했을 뿐인데 놀랍게도 철근이 녹아 흐르며 그대로 절단이 되는 것이 아닌가.

“각질은 자체 에너지의 작용이 스스로 발생하는, 아주 놀라운 능력을 지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에서는 첨단 과학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니 우리들에게는 혜성과도 나타난 신물질이 아닐 수 없소.”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저건 내 해석으로도 마력을 지닌 각질이 분명했기에 말이다.

앞서 가르시아가 언급했듯이 우주에는 셀 수도 없는 은하가 존재하고, 더 많은 차원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상상력을 키워도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그 어떤 존재들을 얼마든지 대할 수 있는 법이다.

특히 모든 차원의 통로가 열려 있는 이 초공간에서도 더더욱.

사실 나는 저 하록탄의 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주선의 주력 병력을 차지하고 있는 크리처들이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

그들은 3단계 변종이 되어 이제는 인간들처럼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을 갖춘, 일종의 반지성체들이다.

남녀 구별이 존재하고 서로 사랑하며 애를 낳아 가족을 꾸리고 산다.

우리가 옛날에 사냥감으로 여기던 그런 원시적인 생물체들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만의 전우와 우정이 존재하고, 우리 인간 대원들을 지휘관으로 따르고 복종하며 충성을 다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진 박병수 아저씨의 힘이 가장 컸다. 그는 진정으로 그들을 자랑스런 부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아저씨를 좋아하고, 나 또한 몇몇 장교 크리처들과는 친하게 지낸다.

그들에게서 느낀 점은 일단 착하고 온순하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토레스를 친구처럼 여기듯 그들도 나를 그렇게 대해 준다.

여하튼 현재 이 우주선 내에는 하나의 국가처럼 그 신분 계급이 존재하지만 서로 의지해야 하는 법을 알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나 또한 힘이 나고 싸울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바로 그들을 위해서.

어쨌든 회의의 골자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서로 간에 심각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페이튼과 카타락토 영역이 왜 전면 방어 태세를 취했는지 그것부터 알아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가르시아의 말에 박병수 아저씨가 의견을 내놓았다.

“그들은 그 뭔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소. 그래서 말씀드리자면 초공간에 새로운 적이 침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다들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올 게 오고야 만 건가.”

“흠. 그자가 그렇게도 경고를 하더니만.”

여기서 그자란 바로 엑스를 말한다.

엑스의 경고성 메시지는 예전부터 있어 왔고, 언제가 절대 악계로부터 그들이 내려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고 누누이 말해 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존재들이 저 이웃 국가인 페이튼이나 카타락토에 출현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몰랐다.

그때 박병수 아저씨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일단 사태 파악을 위해 이쪽에서 페이튼 영역에 사신을 보내어 정보를 알아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나승구의 탐탁지 않은 표정.

“사신이라……. 그곳이 우호적이 아닌 적대적 나라라면 나라인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가르시아가 말했다.

“사신을 보낸다는 말에 찬성이요. 대신 전투력이 확실한 자를 보내야만 할 것 같소. 그들의 기선에 제압당하지 않을.”

나승구는 즉각 반응했다.

“내가 가겠소.”

가르시아의 단호한 얼굴.

“그건 아니 되오. 그대는 이곳의 사령관으로서 몸소 사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성격은 개차반일지라도 그는 엄연히 카리스마를 지닌 우주선의 사령관이다.

박병수가 말했다.

“내가 가면 어떨지요?”

하지만 그 역시 곳곳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한쪽 발목이 절단되어 불구의 상태, 물론 외계 종족의 과학 기술 덕분에 금속 목발로 대체되어 있지만 아직도 정상적으로 행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때 나승구가 나를 노려보며 푸념을 했다.

“빌어먹을, 저 자식이 미치지만 않았다면 딱 제격인데.”

이쯤에서는 나는 고민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사신이 되어 그곳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털어놓을까.

나 원래 미치지 않았다고.

그래 봐야 더 미친놈 취급할 텐데.

아무튼 회의장은 그 누구를 사신으로 보내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토레스까지 거론되었다. 하지만 그 역시 공주 아레나의 경호원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판정이 나왔다.

그때.

“내가 가겠소.”

좌중이 일제히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집중했다.

살펴보니 엑스가 아니던가.

이내 술렁이는 회의장.

“그대가 사신이 되겠다고요?”

엑스는 다소 거만한 듯 말했다.

“이 중에 나만 한 적격자가 있겠소?”

…….

…….

시간이 지나도 그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현재 우주선에서 전투 능력이 최고이고, 그는 어떤 위험한 환경에 처해도 살아 돌아올 자이다.

하지만 항상 중립적인 위치에서 조용히 지내던 그가 왜 갑자기 나서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들이 드디어 이곳에 출현한 것 같은데 현재로선 나밖에 막을 자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라 함은… 그가 그렇게도 경고했던 존재들.

바로 그가 나서는 이유이기도 했다.

엑스를 사신으로 보내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시 회의가 열렸고, 최종적으로 그가 낙점되었다.

* * *

며칠 후.

묘한 현상이 벌어졌다.

우주선 문밖을 나서는 엑스, 그가 사신의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데 그 뒤에 있던 수많은 크리처들이 환호를 질렀던 것이다.

와와.

와와.

엑스는 크리처들의 영웅이던가. 지난번 B등급 헌터들로부터 자신들을 구해 줬던 그이니만큼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처럼 추앙받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크리처들 중에는 눈물을 뿌리거나 통곡을 하는 자도 있었다.

엑스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등을 돌려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 그가 부러웠다.

많은 이들에게 추앙을 받는 존재. 그걸 다른 말로 영웅이라 하겠지만 거기까지 바라지는 않고, 그저 엑스나 박병수 아저씨처럼 부하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지휘관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에 들었다.

아직도 이 우주선에서 엑스의 본명을 아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혹시라도 아레나는 알지도 몰랐다.

그녀 역시 엑스의 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엑스와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눈 아레나. 그녀는 못내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기 숙소로 향했다.

이렇듯 각 영혼들에게는 그 자신만의 흔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을 향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 특유의 개성과 그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흔히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그 대상을 판단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그 안의 본질을 보고 정이 드는 것 같았다.

아무튼 부러웠다.

진심으로…….

그로부터 며칠 후.

앞서 말했듯이 초공간은 과학적 기술이 통하지 않는 곳인지라 통신도 전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엑스가 언제쯤 돌아올지 그 누구도 몰랐다.

다만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페이튼 영역이 있는 서쪽 하늘이 그 무언가에 가려져 어둡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검은 연기가 아닌가 했다.

맑은 날 망원경으로 보면 곳곳에 세워진 요새의 전면 방어 태세가 육안으로도 확연히 들어오는데, 그조차 검은 기류에 가려져 더 이상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엑스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하지만 이곳 우주선 성루에는 수많은 크리처들이 자신들의 영웅인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예 숙소에서 자지 않고 이곳에서 숙영을 하며 기다리는 자들도 있었으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나로서 다소 처량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로부터 반나절이 지났고.

그때.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한 정찰병 크리처의 외침에 모두가 그쪽을 바라보았다.

대지의 열기의 영향인지 아지랑이가 피워 오르며 나타나는 네 명의 형체. 그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이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자 크리처들은 실망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차원 신기루잖아.”

“난 또, 엑스 님인 줄 알고 좋아했지 뭐야.”

[차원 신기루.]

이곳 초공간에 갇힌 후 벌써 수십 번째 목격하는 착시 현상이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다른 차원의 한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현상이랄까.

보통의 경우 저처럼 지구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숲을 거니는 모습이 종종 나타난다.

그리고.

우주선에 있는 모든 이들이 저들의 너무도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에 잠시 시름을 잊고 그 현상에 빠진다. 이곳을 영원히 탈출할 수 없다는 절망과 좌절을 함께 느끼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다른 세계의 풍경은 그나마 한 줄기 바람과도 같은 희망을 안겨 준다.

더군다나 저처럼 다정해 보이는 연인들.

인근 숲으로 소풍을 나온 모양이다.

“인간들은 복 받았군.”

토레스는 바로 저런 차원 신기루 현상에 관심이 많다. 특히 가족들 간의 정겹고 단란한 모습들에.

“지금은 아니지. 너 같은 크리처들이 그 행복을 깨트렸으니까.”

“우린 그저 명령을 받았을 뿐……. 아무튼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그래도 토레스는 양심 있는 녀석이다. 대충 사리분별력도 있는 것 같고. 하지만 때로는 본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감성적일 때가 많다.

“형도. 저 남자가 꺼내는 흑색 병이 와인이라고 불리는 그 술이 맞나?”

“맞아. 적색 포도주. 신의 물방울이라고도 하지.”

“맛이 어때?”

그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고 만다.

“나 지금 미쳤거든. 그런데 무슨 대답을 듣기 원해?”

“미친놈이 자기를 미쳤다고 하지는 않지.”

나는 뜨끔했다.

“알고 있었냐?”

“응, 너 미친 척하는 거.”

“이 자식 봐라. 제법 예리한 구석이 있네.”

토레스는 여전히 저들 가족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저 여자가 꺼내는 것이 바게트라 했지.”

“그래, 인마. 빵이다, 빵.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간식.”

“간식이 뭔데?”

“식사하고 또 곁들어 먹는 식사.”

“식사했는데 또 먹어?”

웃기는 놈이다. 하기야 녀석은 크리처들 중에서도 가장 진화가 잘된 것 같으니.

“토레스, 지금 저 남자가 배낭에서 꺼내는 것이 아마도 제일 맛있는 음식일 걸.”

토레스는 이미 짐작을 한 듯.

“고기겠지.”

“글쎄다, 배낭이 툭 튀어나온 것으로 봐서 칠면조가 아닌가 하는데.”

“칠면조?”

“닭과 맛이 비슷하지.”

“…….”

“아차! 미안. 너 닭도 못 먹어 봤지. 에이그, 이거 뭐 말이 통해야 대화가 되지. 치맥이라고, 지구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있는데 네가 그 맛을 알기나 하냐.”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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