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35화 (35/143)

35화

【 클레이토스 】

여유…….

여유라는 것이 참 그렇다.

느긋한 기분에 모든 사물들이 세상과 조화로워 보이는 이 태만한 기분.

쉽게 얘기해서~

전에는 그토록 간절한 욕망을 갈구하다 막상 그 위치에 올라서니 간사할 정도로 내 주위의 사람들이 아래로 보인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내 자신은 온화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변한다.

“엑스, 요즘 따라서 왜 그리 힘이 없어. 여기 푸짐한 고기가 있으니 와서 맛있게 먹으렴.”

“…….”

하지만 그런 나를 정상적으로 보는 사람이 없었으니, 문제라면 그게 문제였다.

“형도. 적당히 먹고 그만 쉬어라.”

그래도 토레스가 제일 걱정하는 눈빛으로 말한다. 물론 아레나는 눈물을 글썽인다. 원래 눈물이 많은 종족이던가.

“형도 님, 많이 아프시죠.”

내심이 웃음이 나와도 참는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가 스스로의 강대함을 숨길 수 있을 만큼 강대하여 남들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는 일. 아마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그 심정을 모를 것이다.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산다.

반면 엑스는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 가지고 매일 끙끙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살았던 절대 악계 얘기를 빠트리지 않는다. 곧 그들이 이곳 초공간을 공격할 것이라고.

그로 인하여 우주선 전체는 늘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엑스의 전투 능력이 단연 최고 아닌가.

지난번 그가 B등급 헌터 쉰 명을 몰살시킬 때 그는 이미 전지전능에 가까운 대접을 받아 왔다.

그런 그가 입버릇처럼 자신보다 강한 적들이 온다니 그 누가 겁나지 않겠는가.

엑스는 원래 말수가 없지만 닥칠 두려움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마치 내일 지구에 멸망이라도 올 것처럼 떠드는 광신도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럼에도 내 소중한 대원들, 홀론의 각성자들은 각자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승구.

그의 각성이 절반은 성공했을 때부터 자신의 본질, 아니 전생을 조금씩 기억하는 것 같았다.

지구로부터 몇만 광년 떨어진 켄타우리 행성의 전사였던 사실을.

그때에도 외계인과 우주 전쟁을 벌이며 초강도의 대검을 사용하며 엄청난 활약을 했었다 한다. 그러다 지구로 환생을 한 것이고.

웬만한 산 하나는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자였고, 그곳에서 영웅 행세를 하며 말년을 편히 보냈다는 점, 거기까지가 그가 각성한 전부였다.

물론 전투 능력 또한 절반 정도까지 성취를 했다나. 워낙 남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꺼려 하니 나는 박병수 아저씨를 통해서 그나마 그런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박병수 아저씨 또한 각성 중이다. 표창의 명수, 외계의 초고도 문명과 결합해 보다 강해진 그였지만 그 힘이라는 것이 그가 원래 전생에 가졌던 권능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고 한다.

그 역시 어느 행성 출신, 표창의 개념이 맞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뭘 던져서 날아가는 전함이 추락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도 이제 절반의 능력을 갖춘 상태이다.

그다음에는 박성준. 그놈이 제일 안타깝다. 왜냐하면 마법 계열로서 자신보다 훨씬 강한 엑스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엑스는 그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 마법의 마스터라 볼 수 있다.

엑스는 자신의 수하들인 대마법사들을 학살시킨 장본인이었고, 박성준의 능력은 딱 대마법사 수준이랄까.

그 때문에 그도 전생의 각성을 하려고 꽤 노력 중이다.

하지만 다른 홀론의 각성자들처럼 그리 쉽게 수련이 되지 않는 모양인데, 이유인즉 생각이 너무 많아 집중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조급했다. 엑스만큼 아닐지라도 그의 발끝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하루하루 울며 수련에 임한다.

참 불쌍한 놈이다. 아마도 전생에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마법사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그 승부욕이 그걸 자꾸 가로막는다.

그렇다고 내가 가서 조언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나 역시 꿈속에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다음에야 천신만고 끝에 얻은 각성이자 기연이 아니던가.

생각해 보니 현재로서는 그래도 내가 제일 강하지 않을까.

물론 엑스의 능력을 끝까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관점으로 볼 때 나는 우선 고대 마계 전사의 신체를 얻었고, 케논 검을 먹은 상태이다.

바로 신급 템을.

레벨 1,000이 올랐고 각종 수치가 거의 10,000에 이른다.

너무나 궁금했다.

과연 내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엑스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는다.

그건 마치 몰래 카메라를 준비하는 자의 설레는 마음처럼 고이고이 아껴 두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짠! 하고 깜짝 쇼를 벌이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모든 자들에게 얼마나 충격이 크겠는가.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바이다.

“후후.”

다시 웃음이 나온다.

토레스는 그런 나를 또다시 위로한다.

“그래도 곱게 미쳐서 다행이군. 적어도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잖아.”

그 말에 아레나는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인다.

“형도 님은 미치지 않았어.”

“아닙니다. 미친 게 분명하긴 합니다.”

“아니라니까!”

소리를 버럭 지르는 아레나에게 토레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어 했다.

그때 나는 아레나에게 한마디 던진다.

“사랑해.”

“…….”

토레스는 한숨을 내쉰다.

“거봐요. 완전 미쳤잖아요.”

“흑!”

아레나의 흐느끼는 소리에 나는 다시 히쭉 웃는다.

“헤헤, 아레나는 정말 예뻐. 왜 진작부터 그걸 몰랐을까. 아무튼 앞으로 내 애인이 되어 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자! 다시 약속해.”

그럴 때면 기꺼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내 손에 걸고 약속을 해 주는 아레나.

정말이지 심정이 너무도 착한 여인이었다.

비록 외계 종족이지만 정작 내가 이렇게 미친 척할 때 진정으로 날 아껴 주는 존재는 그녀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 감정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있었다. 원래 여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내 가슴에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그녀.

하지만 라이벌이 하나 있다. 바로 엑스.

그 녀석의 아레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음은 처음부터 느꼈다. 그리고 지난번 그놈과의 대결에 내가 패할 때 아레나의 부탁으로 나와 대원들의 목숨이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레나는 우리들의 생명의 은인이다. 역으로 엑스는 아주 무시무시한 놈이고. 그런 자가 아레나에게 향하는 눈길은 아주 열정적인 것 같았다.

지금도 유일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얘기를 하며 대화를 가지니 말이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우주선 내에 긴급회의가 열렸다.

언제나 이곳의 실질적인 수장인 아레나의 아버지인 가르시아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페이튼 영역과 카타락토 영역이 전면 방어 태세에 돌입했소. 이는 그들이 뭔가 조짐을 발견하고 긴급 조치를 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페이튼과 카타락토.

그들 역시 우주, 혹은 차원 어느 곳으로부터 이곳에 진입을 하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운명으로 우리 우주선과 마찬가지로 이 안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종족들이다.

그런 형태를 보자면 마치 삼국지를 보듯 우주선을 포함해 세 개 나라가 서로 견제 및 왕래를 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동반자인 셈이다.

페이튼 영역은 이곳으로부터 서쪽에 위치해 있다. 그들 역시 외계 종족이었고, 초고도 문명의 과학을 자랑할 정도로 막강한 세력이다.

그래서인지 첨단 무기가 무용지물인 이 초공간에서도 그들만의 원시적 무기를 만들어 나름 하나의 작은 나라를 세워 군대도 양성하고 주변 조그만 영토를 침략하여 나름 확장의 야욕을 펼치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카타락토가 있다. 그들은 아주 고도의 차원으로부터 온 전투 종족으로서 개개인이 막강한 싸움 능력을 갖춘, 무시무시한 존재들이다.

마치 고전 영화 프레테터를 보는 마냥 그곳에 등장하는 외계 전사와 애완견으로 데리고 다니는 에이리언 등, 한마디로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자들이다.

성격도 거친 자들이라서 보통 협상하는 데 상당히 까다로움이 있는데, 그나마 우리 우주선의 전력이 자기들과 엇비슷하니 서로가 서로를 침략하지 못하고 눈치만 복 있는 적대적 관계랄까.

아무튼 그들 페이트 영역과 카타락토 영역이 전면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니 우리로서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우주선은 이곳에 불시착할 때 레이더 시스템이 고장을 일으켜 초공간으로 진입하는 적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럼으로써 주변국들의 그 태도에 따라 앞서 예견하고 그다음에 이런 긴급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비상 체제로 돌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장 가르시아의 서두 다음에는 항상 지구 대원 대표인 나승구가 한마디 한다.

“일단 크리처 전 부대에 무장 태세의 명령을 내리겠소.”

“당연히 그래야겠죠.”

“한데 이번에 군대에 지급되는 신검의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고 들었는데, 정작 사령관인 나는 그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소. 도대체 그걸 언제 보여 줄 참이요.”

나승구가 따지듯 말하자 가르시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여전히 성격이 급하시군요. 오늘 이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정식으로 보여 드리려 했소.”

가르시아가 눈짓을 하자 그 옆의 보좌관들이 무언가를 들고 회의 책상 앞에 올려놓았다.

“보시오. 이거야말로 지난 시간 동안 연구소에서 밤을 새워 만든 제품이요.”

나승구는 그것을 집어 들더니만 허공으로 치켜세웠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검 같은데.”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소. 하지만 그 검은 그저 상대를 베거나 찌르는 그런 검이 아니오.”

나승구는 고개를 삐딱하게 튼다.

“상대를 베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그들을 제압한단 말이오. 가뜩이나 크리처들의 전투 능력이 약한 상태인데 뭔가 획기적인 특징이 없으면 이런 거 다 소용없소.”

저 인간은 항상 부정적. 벌써부터 아니라고 결론을 내고 안달이 난, 재수 없는 인간.

물론 가르시아는 그의 그런 기질을 잘 알고 있기에 다소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을 들어 직접 소개한다.

“우선 이 재질이 뭐로 만들어졌는지부터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나승구가 그걸 만지작거리더니만 다소 놀란 표정을 짓는다.

“흠, 겉으로 보기에는 금속 같은데 금속이 아닌 다른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소. 뭐라 할까, 이건 플라스틱도 아니고…….”

그러자 가르시아가 그 옆에 있던 박병수에게 물었다.

“그대는 그게 뭐라고 생각하시오.”

역시나 박병수 아저씨의 안목은 나승구보다 백번 나았다.

“각질이 느껴지는군요.”

그제야 가르시아는 안면에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각질이 맞소. 바로 동물의 뼈죠.”

순간 좌중이 술렁였다.

“동물의 뼈라니?”

“그건 무슨 소리지?”

또 흥분하는 나승구, 원래 제 버릇 남 못 주는 법인가 보다.

“아니! 뼈 따위로 뭘 베겠다고 이런 것을 만든 것이오. 세상에 금속보다 단단한 물질이 존재하기는 하오?”

“원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하지만 하록탄의 각질은 예외이죠.”

“하록탄의 각질이라니요.”

“이곳 초공간에 우연찮게 진입을 한 동물이 하나 있었소. 그놈이 마침 우주선 근처에 떨어졌고. 그때 수비를 보던 크리처 병사들이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지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았소. 그 사건으로 아군의 희생이 무척이나 컸었소. 무려 300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사망하거나 다쳤으니 말이오. 한마디로 그저 각질로 뭉친 공룡 같은 그 짐승은 무적에 가까웠지요.”

“…….”

“결국 힘든 사투 끝에 놈을 생포했는데, 그 그물마저 마구 찢어 버리더군요. 나중에 마취 총으로 제압을 하긴 했지만 우린 나중에 놈을 살펴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소. 그 녀석의 비늘처럼 돋아난 각질이라는 성분을 조사해 보니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의 그런 뼈가 아닌 일종의 강력한 에너지를 뿜고 있는 공격용 무기와 흡사한 거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