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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34화 (34/143)

34화

이제는 황제가 하는 대로 그저 믿고 따를 뿐. 내 이성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죽이지 않겠다고 말할 순 없고, 조금 더 시간을 연장해서 너를 살펴본다고 말할 수 있겠군. 뭔가 조금 독특하거든. 그게 뭐라 설명이 되지는 않지만 네놈의 그 괴팍한 성격 이전에 본래의 순수함 같은 게 느껴는 지는 것이. 참, 그게 이상해.”

그녀도 눈치 챈 것일까. 내가 이중인격이라는 사실을.

하기야 지금은 양처럼 순한 눈길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그 위협에 심장이 쪼그라들어 있으니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도 내가 혼란스러운데 그녀야 오죽하겠는가.

“정체가 뭐냐?”

“황제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 처먹겠나!”

역시나 이번에도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냐! 아니라고! 내가 이래 봬도 파탄의 딸이라고. 마계에서 법력이 상당히 높다는 내가 인간 하나 파악을 못할까 봐서. 하지만 너는 도대체 모르겠어. 착한 내면에 거친 성격이 혼합되어 있는지, 아니면 원래 개 같은 성질에 착한 면이 있는 건지 헷갈린다고.”

그 대목에서는 나도 절로 웃겼다.

마치 아마추어 심리학자가 다중 성격의 정신 분열 환자를 분석하려는, 어정쩡한 시도.

“진짜 정체가 뭐야!”

“후후.”

“웃어? 왜 웃는 거야?”

“나도 내가 누군지 몰라서.”

지금 말한 건 이형도이다. 그게 더 무섭다. 내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는 자체. 이러다가 한 방에 골로 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역으로 그것 때문에 아직 살아 있기는 하지만 그 약효가 언제까지 갈까 걱정이다.

“내 이름은 헤르시몬. 마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지녔다고 하지.”

자신의 이름을 알려 준다는 것은 적어도 당장 날 죽일 의도는 없다고 봐야 하는가. 일말의 희망이 생기는 듯했다.

“네 이름은 뭐지?”

“알아서 뭐하게.”

“후후, 이시스프 2세. 아버지에게 이미 들었지. 그나저나 황제가 어쩐 일로 나카스니아 대륙으로 기어들 온 거야. 그냥 거기서 왕 행세나 하며 편하게 살지.”

“네 따위가 뭘 알겠냐만, 나는 템을 먹기 위해 이곳에 왔다.”

“…….”

아뿔싸!

이번엔 내가 실수한 것 같았다. 아니, 황제 그놈이…….

당당해도 그렇지 이건 아주 대놓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 아닌가.

한데 언제나 예상외의 반응을 보이는 그녀.

“템이라니? 그게 뭔데.”

“무기나 장비를 말한다.”

“그걸 먹는다고?”

“그렇다.”

“어떻게?”

“몸으로 흡수하지.”

깜짝 놀라는 헤르시몬.

“정말! 그럼 보여 줘 봐!”

“템을 갖다준다면 보여 주겠다.”

“말만 해 봐. 어떤 거?”

“케논 검.”

“…….”

나는 내가 말해 놓고도 어리둥절했다.

그, 그건 황제가 아니라.

바로 나, 이형도의 생각이었기에.

그녀가 다소곳하니 원래의 나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템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으니 분명 내가 맞았다.

“갖다줄게.”

“…….”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지금 당장 줄까?”

“좋다.”

“잠깐만.”

그녀는 재빨리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 나는 그 즉시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할 수도 없으면서 한다고 허풍 치는, 전형적인 이형도의 우유부단한 성격.

이곳 나카스니아 대륙의 천계와 마계에 속한 템에는 포식의 권능이 발화되지 못하고 무산된 경험이 있다. 바로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무슨 용기가 나서 그런 헛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황제의 맛에 길들여져 우쭐한 나머지 이형도가 불쑥 튀어나와 그걸 망치려 하고 있었다.

‘에고, 병신!’

나는 손으로 내 머리를 톡톡 때리며 자신을 탓했다.

하지만 한편 그녀가 케논 검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파탄이 가장 아끼는 분신을 아무리 딸이 빌려 달라고 해서 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때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헤르시몬.

“여기 가서 왔어.”

“헉!”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 여기 앞에다 놓을 테니 보여 줘 봐. 어떻게 무기를 먹는다는 건지 말이야.”

“그, 그건…….”

내가 말을 더듬자 그녀의 눈빛이 표독스러워졌다.

“거짓말이면 넌 바로 죽어.”

이제는 황제가 나와도 살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빌어먹을! 이건 전적으로 내 실수였다. 말을 함부로 뱉은 죄.

케논 검을 보자 허기가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지난번 들려왔던 음성의 내용은 같았다.

[본 아이템은 인간에게 포식의 권능이 발동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다.

내 목숨은.

“빨리 해 보라니까!”

마지막으로 잔머리 한번 써 보기로 했다.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내가 만일 이것을 먹는다면 나는 그 힘을 얻게 될 테고, 인간이 나는 당연히 나를 죽이려고 했던 너부터 죽일 것이다. 그런 점이 불안하지 않은가.”

그녀는 의외로 단순하고 순진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가? 그럼 어떻게 해야지.”

“내가 너처럼 마계인이라면 문제는 달라지지.”

“마계인?”

“그렇다. 동족이 동족을 죽이지는 않을 테니.”

“그 말의 의미는, 너를 마계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거냐?”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겠지.”

“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만 말했다.

“그거야 간단하지.”

“간단하다고?”

“내 피를 마시면 돼.”

“피?”

뭔가 믿음성이 가지 않는 내용.

“단순히 피를 마신다고 마계인이 된다면 아무나 그렇게 되게.”

그러자 그녀는 생긋 웃었다.

“물론 일반 마계인은 해당되지 않지. 하지만 나는 마계인들 중에서 특별히 선택받고 태어난 전염성 혈청 보유자이거든.”

“그게 무슨 뜻이지?”

“나한테 물리면 마계인이 되는 건 물론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는 거다. 순수 혈통의 마계 전사 말이다.”

뭔가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영화 속에 뱀파이어들 역시 사람을 물면 곧바로 전염이 되어 뱀파이어로 변한다는 그 맥락하고 같은 원리.

나는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물어.”

그녀 역시 시원시원했다.

“알았어.”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고 그 자리에서 내 팔을 물었다.

쿡!

“우욱!”

“자! 마계 전사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욱!”

구토 증세도 나고.

“아!”

온몸에 화염에 휩싸인 듯 타들어 가는 고통.

아아아아.

나는 마구 비명을 질렀다.

“조금만 참아. 내 유전자는 고대 마계의 최고 전사였던 바로 그 혈청이라고! 바로 그분의 육체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그리 쉬운 과정인 줄 알아?”

“아아아아.”

풀썩!

결국 그 고통을 담아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정신 좀 차려 봐.”

눈을 떠 보니 헤르시몬이 나를 안고 있었다.

“뭐, 뭐야.”

“느낌이 어때?”

“뭔 느낌.”

“고대 마계 전사가 된 느낌.”

“…….”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맞아, 난 너한테 물리고 정신을 잃었지. 그리고 지금.”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가 달라진 신체의 느낌.

“내, 내 몸이!”

“여기 거울 있어. 봐 봐.”

잠시 후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봤다.

한데 달라진 것은 없었다. 원래 그대로의 모습. 다행이라 여겼다. 만일 마계인처럼 붉은 피부에 송곳니가 툭 튀어나온 괴물처럼 변했을까 걱정했는데 말이다.

순간.

쨍그랑.

거울이 산산조각 깨지고 말았다.

“뭐, 뭐야.”

헤르시몬이 말했다.

“네가 깨트린 거야.”

“내가?”

“고대 마계 전사로 변한 네 기세를 견디어 내지 못한 것이지. 사실 너는 우리 아버지만큼이나 엄청난 공력을 얻게 되었어.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같은 마계인들 수십, 수백 명을 혼자서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해졌다고나 할까.”

그 말을 믿어도 될지 몰랐다. 고작 그녀에게 한 번 물린 것인데. 그런데 그녀는 내 의심스런 속내를 읽었던가.

“한 번 물려서 그렇게 강해진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겠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야. 사실 나는 평생 그 누구를 단 한 번만 물어 전염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나는 놀라고 되물었다.

“단 한 번이라고?”

“생각지도 못했어. 내가 선택한 사람에게 사용하려고 했는데 설마하니 잘 모르는 존재에게, 그것도 인간이라! 후~ 아마도 내가 미쳤나 봐. 나중에 내 낭군에게 주려고 고이고이 간직한, 너무도 소중한 순결을 받친 기분이랄까. 아무튼 뭐 너는 목숨을 걸고 템을 먹는다고 큰소리쳤고, 나는 그걸 보기 위해 이렇게 거래를 한 셈이니 후회하지는 않아. 다만 네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한 고통을 주며 주여 버릴 거야. 어때, 이 말에 의의 없지?”

나는 그녀의 말에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러자 그녀가 케논 검을 내게 들이밀었다.

“그럼 먹어 봐.”

그 순간.

허기가 몹시 지면서.

[포식의 권능 발화]

또 내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포식의 권능이 발동되었습니다.]

[케논 검 (전설 등급)을 포식합니다.]

[고유 특성 모든 스텟 +1,200 강화(A등급)을 흡수합니다.]

“전설이라! 스텟이 +1,200이라니! 이젠 천 단위로 노네.”

섬광이 일었다.

파팟.

역시 현실로 돌아왔다. 역시나 허공으로 나타나는 홀로그램 글씨들.

[방어력 58,270]

[특수 스킬 대지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발동 시 물리 공격력 +3,625% 추가: 마법 공격력 +2,900)]

“물리에 이어 마법 공격력도 추가되다니.”

[내구도 899/1000]

[케논 검 (전설 등급): 더 이상 포식할 수 없음.]

[방어력 90,760]

* 트레이더가 되는 법

[본 아이템들은 임의의 영역에서 거래할 수 없음.]

[거래 자격 포인트 +500 이상 시 거래 가능. 상점 개설 가능.]

[거래 자격 포인트 +250 획득!]

[현재 포인트 +459]

역시나 속성을 지닌 채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 템들. 이번엔 두 개다!

아! 그리고 거래 자격 포인트가 이제 459이다. 다음에는 +500 획득이 확실시됐다. 그렇다면 거래 자격 가능이라 했는데 정말 궁금했다. 그걸 어디서, 누구에게 팔지 말이다.

도대체 임의의 영역이라는 곳은 어디인가?

다음엔 거기를 갈 수 있는 것인가. 한 번만 더 기다려 보자.

물론 그다음에는 내 정보창이 궁금해져 외쳤다.

“정보창!”

[이형도]

[레벨 1,327]

[꿈을 걷는 자, 트레이더]

[체력 4,323 힘 5,020 민첩 7,515

마력 6,309 지혜 8,412]

“미쳤다! 레벨이 한 번에 1,000이 오르다니!”

[액티브 스킬]

[고유 – 포식(유일 등급)

아이템을 흡수하여 능력의 일부를 가져온다.]

[고유 – 손목의 근력(유일 등급)]

[고유 – 기류 발사]

[고유 – 현재 방어력의 7제곱(유일 등급)]

[고유 – 대지의 힘]

[고유 – 케논의 마법화]

〈카르마타파: 4조 카르마타파는 이제 그대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음.〉

“케논의 마법화는 무슨 뜻인지……?”

[패시브 스킬]

[마르지 않는 체력 등급에서 (A등급으로 승격)

체력 상승 8,300%

손목 근력 상승 7,440%

도약 능력 상승 9,530

물리 공격 상승 11,425%

비행 능력! (추가 순간 이동)]

“세상에! 패시브 스킬 퍼센트 수치가 거의 1만에 육박했다.”

그나저나 카르마타파의 수치가 4조이다. 게다가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니.

그건 그 미지의 존재에 대한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과연 카르마타파는 누구일까. 내가 그에 대해 아는 정보는 그가 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악의 근원이라면 어떤 존재인지 아직은 머릿속에 그려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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