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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31화 (31/143)

31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무엇부터 준비할까요?”

그는 나를 살펴보며 말했다.

“흠, 그대는 이미 천공 날개가 있으니 비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고…….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는데.”

“걸리는 것이 있다니요. 그게 뭐지요?”

“바로 심장이요.”

“심장이라니요?”

그는 갑자기 장난스런 표정으로 변했다.

“이 세계를 구경하다 보면 너무도 놀랄 일들이 많은 데, 혹시 그 때문에 심장마비라도 걸린다면 여벌로 다른 심장을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니겠소.”

“…….”

지금…….

농담한 건가.

아재 개그 한 건가.

썰렁했지만…….

“하하하하, 당신에게 그런 위트가 있을 줄이야. 너무 웃겼습니다.”

한데 그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농담이 아니오.”

“네?”

“내가 말하는 것은 인간의 그런 생체학적 심장이 아닌, 보다 영묘한 에너지로 가득한 심장을 말하는 거요. 아마도 운이 좋다면 그대는 그것을 얻을 수도 있지요.”

“…….”

이제 보니 웃자고 그런 게 아니었다. 아무튼 그 자체가 처음부터 신비로운 그 뭔가를 잔뜩 기대하게 만들었다.

“자! 날아 봅시다.”

그가 먼저 날개를 펴고 앞서 나갔고, 나 역시 천공 날개를 활짝 펼쳤다.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이 위대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내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아닌가 싶었다.

창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이 상공 아래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내 발아래의 그 모든 지상들이 조그만 점으로 느껴질 때…….

나는 뭔가 가슴속으로부터 올라오는 진한 감동에 취해 마치 정말 신이라도 된 것처럼 한 것 우쭐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닌 그 어떤 위대한 존재가 되어 저 영원 속으로 날아간다.

내가 직접 보고 있는 이 풍경을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 모든 것들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

정녕 이것들이 실재하는 세상이란 말인가.

펄럭펄럭.

우린 끝없이 치솟았다. 처음엔 파란 하늘과 구름을 뚫었고, 그 위의 천국 같은 세상에서 노닐다가 더 높은 곳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했다.

이어 상층권의 추운 영역에 도달하니 금세 우주가 펼쳐졌고, 마치 까만 카펫에 다이아몬드를 흩뿌려 놓는 듯 수많은 별무리들이 영롱하게 빛이 났다.

그 아래로 보는 지상은 둥근 공 모양이었으니, 나는 그게 곧 행성임을 알 수 있었다.

“소감이 어떻소?”

카르소의 말에 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내 생애 최고의 경험입니다.”

“후후, 뭐 요 정도 가지고 놀라긴요. 자! 이제부터 하강합시다. 가 볼 때가 있소.”

“어디로 가게요?”

“풍경을 눈에 담았으니 이젠 이곳의 거주민들을 소개받으셔야지.”

“거주민이라니요?”

“그대들 인간에게 추앙받는 대상들이오.”

나는 그들이 신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으니.

얼마 후.

인간의 세상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도시가 존재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매우 독특한 차림의 존재들. 우리는 그런 지상에 안착했고, 어디론가 향했다.

“여기는 도시 아발론이오.”

“아발론…….”

“보다시피 이곳 시민들 역시 그 외형으로 보자면 인간과 다를 바 없이 그저 평범하게 보이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카루소는 다소 흥미로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떤 점에서요?”

“그림자들이 없습니다.”

카루소는 빙그레 웃었다.

“아하! 예리하오.”

“예리하다기보다 신기합니다. 어째서 그림자가 없는지 말입니다. 그거에 대해 내게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흠, 어떻게 말해야 하나.”

그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만 이내 말문을 열었다.

“일단 저기 환하게 비추는 태양을 보시오. 인간 세상의 태양과 뭔가 달라 보이지 않소?”

나는 즉각 그 이유를 알아냈다.

“눈이 부시지 않는군요. 그래서 이렇게 똑바로 쳐다볼 수 있고. 인간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맞소. 이곳의 태양은 그 본질이 다르오. 그저 불을 뿜어내는 태양과 달리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써 이 세계를 항상 환하게 비추어 줍니다.”

나는 의아했다.

“하지만 저건 엄연히 빛이 아닙니까. 그러니 당연히 한 대상을 내리쬘 때 그 반대편에 그림자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세상 그 모든 만물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해야 하는 법인데 말이죠.”

카루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극히 옳은 말이오. 물론 그 이유에 대해 나는 설명할 수 있소. 사실 이곳에 거주하는 그 모든 존재들은 그대와 같이 물질적 육체로 이루어져 있지 않소.”

나는 이해가 가지 않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단 말인가요?”

“물질이 아니오. 그건 바로 에테르요.”

“에테르?”

“빛의 일종인데, 그 파장이 약하고 밀도는 거의 없기에 반투명의 특성을 가지고 있소. 그래서 저 태양이 그 신체를 투과하는 것이고.”

“투과라니요? 내 눈엔 분명 그저 물질적으로 보이는데요.”

“물론 그렇게 보이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저 그것은 육안이 관찰함으로써 나오는 착각일 뿐, 에테르는 빛으로 이루어진 파장으로, 그림자를 만들지 않소.”

“…….”

어려웠다. 아니, 난해한 개념이랄까.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그 지루한 내용을 듣지 않으려고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배가 고프군요. 이곳 사람들도 밥은 먹겠지요.”

“물론이오. 그럼 어디 식당에라도 들어가시겠소?”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립니다.”

“하하.”

식당의 개념이란 일단 음식을 입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는 내 지극한 생각이 완전히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물 같은 것이 담긴 액체, 그 빛은 마치 우리가 사 먹는 청량음료와도 같이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입으로 마시는 것이 아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액체가 없어지는 신기한 현상.

아마도 그들만의 방법으로 흡수한 것 같은데, 나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루소는 나더러 평소 하던 대로 직접 입속으로 넣어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해 봤더니.

흠!

세상에!

이게 무슨 맛이지.

황홀할 정도로 맛있고 상쾌했다.

“이게 뭡니까?”

“그대들에게 익숙한 마나 농축액이오.”

“마나라니요. 혹시 마법사들이 법력을 사용할 때 필요한 그 포스 에너지를 말하는 겁니까?”

카루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그런 거 비슷하오.”

마나를 모은다는 말을 들어 봤지만 이렇게 먹는 경우는 아주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났으니. 마치 몸은 풍선마냥 붕 떠서 허공으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자리로 내려앉았다.

신기했다.

아니, 신비라는 표현이 조금 더 옳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의 관점에서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버젓이 보이자 내 여타 호기심들을 더욱 증폭이 되었다.

마치 시골에서 갓 상경한 촌놈이 대도시를 마주 대할 때.

아니, 세상에 태어나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나는 일단 이곳의 문화를 거침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카루소는 그런 나를 재미있게 바라보며 내가 원하는 것들은 다 소개하고 직접 경험하게 해 주었다.

자, 이쯤에서…….

나는 진정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카루소에게 말하려고 했다.

역시나 나는 어디까지 인간이니 그 욕망을 잠재울 수 없는가 보다.

“이곳에도 전쟁이 있습니까?”

“있소.”

“그럼 어떤 방식으로 전쟁을 치르나요?”

“인간들처럼 우린 서로를 공격하며 상대를 제압하오.”

“그럼 어떤 무기를 사용하나요. 무슨 장비를 착용하고?”

바로 내 질문의 포인트는 템이었다. 애초 이곳에 올 때부터 마음속에 있던 내 속내. 그것을 드러낼 때 과연 카루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후후. 이곳에도 무기가 존재하고, 여러 장비들이 있소. 물론 우리는 전투에 임할 때 그것들을 착용하오.”

그런데 나는 이상했다.

지금까지 이 세계를 돌아다니면 그런 무장을 한 존재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카루소는 내 표정을 보더니만 마치 독심술이라도 쓴 듯 먼저 말해 주었다.

“보고 싶소?”

나는 즉각 대답했다.

“보고 싶습니다.”

“사실 이곳 아발론 도시에서는 볼 수 없소. 평화로운 곳이기에 전쟁 장비 같은 것이 필요 없지. 그래서 전장에 가야만 그것들을 볼 수 있는데, 거긴 위험한 곳이오. 그래도 그대가 원한다면 내 기꺼이 데리고 갈 수 있소. 자, 황제여. 그렇게 할까요?”

“…….”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위험한 곳이라.

물론 그렇겠지.

그것은 신들의 전쟁이 일어나는 분쟁 지역이겠고, 나는 그저 별 볼 일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 그런 내가 과연 거길 가서 온전할 수 있을까.

내가 고민하자 카르소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 마오. 내가 설마 그대를 전장 한복판에 데려가겠소?”

“그럼 어디에?”

“물론 안전한 후방 쪽이오. 거기서도 그대가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볼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주저 없이 결정했다.

“가겠습니다.”

* * *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공비행의 장거리 코스니 아마 지상에서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리라.

카루소와 내가 도착한 곳은 그 분위기부터 달랐다.

잿빛 하늘.

음산한 기운.

뭔가 어두운 느낌이 확 드는 곳. 나는 이곳이 전장과 가까운 그 어느 지역이라는 것을 그냥 알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내 주변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다면 무조건 내 뒤로 피하시오.”

겁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전장과 가깝습니까?”

“그렇소.”

“전쟁은 주로 누구와 누구의 싸움으로 이루어집니까?”

그 질문에 카루소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말문을 열었다.

“크게 보자면 선과 악이오.”

“선과 악?”

“그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현재 이곳 프론테 영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군의 천공 전사들이 마왕의 군대와 대적한다오.”

천공 전사와 마왕이라.

꽤 익숙한 용어.

전에 판타지 소설에서 많이 보던 단골 내용들.

“즉, 천계와 마계의 싸움이오.”

언뜻 들어도 그 전쟁의 스케일이 거대할 것 같았다.

“이곳은 천계의 진영이고, 우리는 그 초입 구간에 이제 막 들어섰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괴한 관목으로 우거진 숲 지대라.

얼마쯤 갔을까. 대형 막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저곳은 전사들이 머무르는 곳이오. 그대는 곳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나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랐고, 그저 소설의 내용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천계의 전사들을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저 앞 진영 공터에 모여 있는 존재들.

처음 그들을 보자마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

어떻게 표현할까.

마치 게임 속 상위 레벨 유저들이 그들만의 영험한 장소에 모여서 인증 샷을 찍는 것처럼, 엄청나게 화려하고 두툼한 군장 차림들이 나를 압도했다.

그들이 지닌 무기들 또한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주 특이한 것으로, 마치 무장 패션쇼를 벌이듯 내 눈을 즐겁게 했다.

바로 상상 속의 영웅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착각이랄까.

바로 저들이 신계의 병사들이었던 것이다.

그중 한 사내가 카루소에게 다가오더니만 반갑게 맞이했다.

“이런, 대지의 신께서 오셨군.”

카루소 역시 그를 가볍게 포옹하며 말했다.

“하하, 대지의 신이라니요. 그대들에 비하면 나는 일개 농부요. 그저 내 조그만 영역에 흙바닥이나 가지고 노는 소박한 시민 말이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요?”

그러자 카루소가 나를 소개해 주었다.

“이분은 인간 세상의 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요. 내 이분과 친분이 있기에 여기 나카스니아 대륙에 초대했고, 여러 지역을 다니면 구경 중에 있소이다.”

그러자 사내는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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