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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27화 (27/143)

27화

* * *

그로부터 3개월 후.

초공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오묘했다.

모든 차원들이 이곳으로 열려 있고, 언제든 낯선 종족들의 출현을 예상하고 있지만 일단 이 영역으로 들어오면 그들조차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곳.

쉽게 예를 들자면 동사무소에서 외부 지역으로부터 이사 오는 전입 신고는 얼마든지 받아 주는데, 다른 동네로의 전출 허가는 절대 내줄 수 없다는 논리.

그렇기에 주민은 늘어 가고 인구수 증가, 전혀 별개의 인종들마저 들어와 함께 공존한다는 식.

그것마저 비슷하다. 초공간의 그 영역 범위가 동네와 마찬가지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

이방인들은 많아지고, 지역은 점점 비좁게 되어 나중에는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나 할까.

요즘에 들어서 바로 이 초공간에 그런 조짐이 느껴진다.

저 상공에 열려진 수많은 포탈들,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 어느 차원으로부터 형성된 것. 저곳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갇혀 나갈 통로를 찾느라 꽤 고생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잘 곳, 식량, 식수, 여러 생필품들은 기본이요. 그것이 부족할 때 당연히 다른 구역을 넘볼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를 침략한 종족들만 여럿. 하나같이 강했다.

그걸 막아 낸 우리가 더 강했기에 다행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한 존재들이 또다시 들이닥치느냐가 현재 우리 우주선이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우주선을 요새화하여 이렇듯 견고하게 만든 아군들의 노력이 컸다.

물론 대부분의 노동 인력은 크리처들이었다. 그들은 충성스러웠다. 그들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우리 헌터들도 거의 희생적으로 일을 한다.

외계 종족들은 우주선 내에서 식량을 길러 내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수확량을 늘린다.

시스템 자체가 워낙 첨단이니 그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다.

크리처들의 창조도 여전히 계속한다. 현재 병력은 7천 명에 달한다. 처음의 딱 두 배이다.

게다가 가장 놀라운 성과는 크리처들의 그 흉측스런 외모가 우리 인간과 거의 흡사하게 또다시 변종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건 바로 우리 헌터의 유전자를 원천으로 인간과 가장 흡사한 복제 생명체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그게 골칫거리이다.

크리처들은 자신들이 복제 인간화되어 가면서 또 다른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남녀 구별이 있다.

서로 감정을 느끼고, 사랑을 하고, 심지어 임신까지 한다.

그렇다면 이건 엄연히 인간.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순수한 인격체로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아무튼 그들이 독립된 개체로서 하나의 종족으로 완성된다면 당연지사 우리 헌터들과 외계 종족들은 그들의 창조주이자 신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신이 되어 버렸다.

나승구도, 박병수 아저씨도, 모든 대원들이.

심지어 토레스는 그들과 같은 크리처 출신으로서 가히 영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기에 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크리처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점점 끈끈해져 간다.

우주선 내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우정, 사랑, 존경, 배려, 전우애 등등. 시작부터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런 합동심은 우리 아군의 유대 관계를 더욱 진하게 연결시켜 주고, 오늘도 적의 침략에 맞서 각자 사명을 다한다.

그 와중에도 여유를 부리고 장난을 치는 자들이 있었으니, 이곳에서 그야말로 가장 천하 보직이라 할 수 있는 공주 아레나의 경호를 책임진, 바로 나와 토레스였다.

“내 것이니까 건들 생각조차 말아라.”

내가 과일 한 개를 움켜쥐고 뒤로 숨기자 토레스는 나를 노려보며 욕설을 뱉어 냈다.

“천하의 욕심 많은 놈! 이미 혼자서 세 개를 처먹고도 한 개도 주지 않으려 해?”

“이건 내가 재배했으니까.”

“그 씨는 누가 제공했는데?”

“기른 정성이 더 중요하지.”

“애초에 씨가 없었으면 존재하지도 않을 과일이었어. 그러니까 적어도 내 몫으로 두 개는 줘야지.”

결국 아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토레스, 여기 내 것 먹어.”

토레스에게 공주는 여전히 하늘이었다.

“공주 마마, 제가 감히 어떻게.”

“괜찮아. 난 별로 입맛이 없어서 주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먹지 않겠습니다. 공주 마마께서 나중에 입맛이 도시면 드시기 바랍니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한마디 한다.

“꼴값을 떨어라. 그냥 줄 때 먹어라.”

“…….”

토레스는 말없이 돌아선다.

그리고 아레나 뒤에 서서 차렷 자세로 경호를 한다.

그게 아레나를 대하는 나와 녀석의 차이점이다.

그때였다.

엥~

엥~

우주선 전체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 크리처들이 제일 먼저 각각의 방어선 기지로 출동한다.

이번엔 어떤 놈들일까?

지난번처럼 몰려와 무조건 기어오르고 기어올라 한때나마 공포감을 조성했던 게임 속 저그 같은 곤충 떼거리들이 아니면 좋겠다.

그야말로 죽여도 끝이 없는 덤벼드는 번식 종족의 대표적인 각질 동물들.

우주선의 방벽이 대략 100미터 높았기에 다행이지 웬만한 성벽이었다면 그들은 자신의 동료들 시체를 밟고 순식간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으리라.

사실 그 전투는 홀론의 각성자들 능력이 일취월장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특히 나숭구의 그 육중한 대검의 힘이 무지막지한데, 거기다 검강이 발사되니 뭐, 그야말로 무적이랄까.

박병수 아저씨의 표창은 서른 개에서 분열되어 수백 개로 늘어난 상태로 개당 수십 마리를 관통하고 즉사시켰으니 그것만 해도 수천 마리.

하지만 놈들은 수십만 마리가 넘었으니, 또다시 변종이 되어 4단계에 이른 크리처들의 전투력이 제일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나는 궁금했다.

왜 여기 우주선에는 레이저 총이나 빔 무기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 존재하고 있는 것을 사용 못한다는 표현이 옳을 수도 있다. 초공간에서는 그 특별한 상충 에너지가 흐르기에 과학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오로지 재래식, 원시적인 검과 같은 무기들만이 통용되는 그런 개념이랄까.

어쨌든 적어도 전투함을 빵빵 날리며 공격해 오는 첨단의 적이 없어서 그건 좋았다.

아무튼 이번엔 긴장이 조금 되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새로 등장할 때마다 적들은 강해졌기에 말이다.

게다가 보통의 경우 새로운 포탈이 열리며 처음으로 맞는 놈들은 겁도 없이 일단 달려들고 본다.

차원에도 강화 등급이 있나 보다. 그들의 전투 능력은 천차만별이요, 무기 역시 기상천외한 것들을 가져와서 아주 지랄을 하는데 결국에는 아군에게 무참히 깨져 퇴각하고 만다.

나는 항상 그렇듯 토레스와 함께 공주 아레나 곁을 경호하며 저 멀리 지평선을 가로질러 오는 적들을 살핀다.

“인간형.”

“아니, 맹수 과.”

“뭐 내기할까?”

“네놈이 기른 과일 다섯 개.”

나는 기꺼이 그의 내기 제안을 받아들인다.

“콜! 대신 넌 뭘 해 줄 거지?”

“신종 개량 씨앗.”

“별로인데.”

“훨씬 달콤하고 맛있단다.”

“거래 끝.”

그리고 우린 적들을 살폈다.

점점 그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좀 커 보였던가……. 빌어먹을! 일단 거기서 인간형이 아닐 확률이 컸다.

토레스의 표정이 밝아진다.

“맹수 과인 것 같은데, 후후.”

“좋아하긴 일러. 육안으로 볼 때 네 다리로 기거나 걷지 않는데. 아무튼 동물은 아냐.”

“그럼 뭐지?”

“낸들 아나. 워낙 별의별 종들이 다 있는데.”

잠시 후 적들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우리는 서로가 틀렸음을 알았다.

인간도, 맹수도 아닌……. 그렇다고 곤충도 아닌 것이…….

“자세히 보니 인간형과 비슷한데. 직립 보행,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팔 두 개, 다리 두 개.”

“인간이라면 저렇게 몸에 각질의 비늘이 없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보기에는 파충류 같군.”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후후, 저렇게 뽀얗고 하얀 살갗이 파충류의 피부라고. 그건 아냐. 생긴 것 자체가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인간형에 가깝다고.”

“그런데 몸집이 너무 커.”

“거인족일지 모르지.”

토레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간이라면 그 어떤 무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무장되어 있지 않아.”

그 점은 나도 이상했다.

그 흔한 경갑이나 군장 차림도 아니었다. 대부분 법사들이 착용하는 로브 차림이랄까.

숫자는 대략 수백 명. 지금까지 쳐들어온 적들 중에 제일 숫자가 적었다.

대체 어떤 존재들일까.

그때 바로 앞 성루에 있던 박성준이 외쳤다.

“마법의 냄새가 느껴지는데!”

직업이 마법사인 성준이 자기와 같은 부류를 직감으로 알아냈던가.

그래서 내가 큰소리로 물었다.

“마법사라면 너처럼 마법 스태프라도 지녀야 하는 것 아냐?”

“마법사가 반드시 스태프를 가지고 다닌다는 법이 어디 있다고 그래?”

“판타지 소설 보면 그렇잖아.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도 그 할아버지, 지팡이 들고 다녔고.”

“마법에 통달하면 그런 것은 더 이상 필요 없지. 아무튼 저들에게 엄청난 마나가 느껴져.”

마나라.

그게 사실이라면 마법사 부류가 맞는 것 같았다.

어쩐지 이번 전투 예감은 뭔가…….

불안했다.

그때였다. 적 중 맨 선두에 있던 자가 손을 들어 뭔가를 형성했다.

화르르.

거대한 불덩이 같았다.

슈! 슈! 슈! 슈!

그 불덩이가 쇳소리를 내며 이곳으로 발사되었다.

곧이어 방벽의 진영 안으로 떨어졌고.

쾅!

화르르.

거대한 불길이 일어났다.

“악!”

“몸에 불이 붙었어!”

너무나도 자명한 각본, 마법사가 화이어 볼을 던지고 불에 타는 아군들.

그걸 알면서 내가 가만히 지켜본 것은 그 불덩이의 열기가 엄청난 고열인지라 감히 맞대응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이다.

어쨌든 또다시 전쟁은 시작되었으니.

나승구가 총명령을 내렸다.

“전원 공격!”

괴력의 크리처 궁수들이 화살을 쏘아 대기 시작했다.

홱! 홱! 홱! 홱!

쇠 벽에도 팍팍 박히는 강력한 합금의 화살촉.

한데.

웅!

적들의 진영으로부터 진동음이 일며 순식간에 그들의 상공에 반달 모양의 반구가 형성되었다.

틱! 틱! 틱! 틱!

화살들은 보기 좋게 날아가다 그 막에 퉁겨 맥없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 그들의 재공격이 가동되었으니.

화르르.

화르르.

젠장!

수백 개의 불덩이들이 형성되었고.

슈! 슈! 슈! 슈!

날아온다.

마치 소규모 태양들이 사이좋게 이곳 진영 전체에 넓게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박병수 아저씨가 외쳤다.

“방패 대열!”

순간.

착! 착! 착! 착!

쾅!

화르르.

쿵!

화르르.

아까와 같이 속수무책 당하지 않았다. 크리처들의 방패 진형은 그 뭐든 막아 낼 수 있는 외계 종족의 연구소에서 특수 합금 재질로 탄생한 것이기에.

그렇다고 전혀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악!”

“부, 불이!”

그저 단순한 불덩이가 아니었다. 그건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마냥 화염 줄기들이 방패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크리처들을 태우고 있었다.

그때 박성준은 낯빛이 새파랗게 질린 채 외쳤다.

“적들은 그냥 마법사가 아냐! 하나같이 고강한 대마법사들이라고!”

대마법사.

정말이지 불길한 단어가 아닌가. 마법사란 존재도 무시 못하는데 그런 그들 가운데 수천 분의 1의 확률로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마스터급의 마법사라면…….

그것도 저들 수백 명이 다 그렇단 건 아니겠지.

화르르.

화르르.

또다시 불덩이들이 발사되었고, 이곳을 향해 무섭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쾅!

“악!”

“뜨거워!”

처음부터 적지 않은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그때 나승구가 나와 토레스에게 외쳤다.

“너 이 새끼들! 날개 달린 놈들이 그저 넋 놓고 구경만 쳐 할 거야! 당장 날아가서 어떻게 좀 해 봐!”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천공 날개를 펼친 상태였다.

“알았다고! 그런데 이 새끼들이 뭐냐! 우리가 당신 개도 아니고!”

“닥치고 빨리 가서 파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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