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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24화 (24/143)

24화

나는 잠시 어리둥절했고 다시 되물었다.

“인위적이라니. 지금 내가 그대의 말을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 아주 일말의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사옵니다.”

“왜 그리 생각하는가?”

“전에도 저런 일이 한번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이 아니라고?”

“물론 폐하께서 아직 나타나기 전인지라 잘 모르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소신은 올해 나이가 91세로서 제가 어렸을 때 저런 재해를 딱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사옵니다. 그때 제 부친께서는 저와 마찬가지로 조사 위원회 자격으로 그곳에 파견 나갔었고 산맥의 봉우리가 흘러내리는 그 원인을 직접 목격하셨다고 했습니다.”

궁금했다.

“그래 노인장 부친께서 뭐라 하시던가?”

“대지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대지의 힘… 그건 자연이 만들어 낸 지진을 다른 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황송하지만 그게 아니라 그 누군가의 인력으로 대지의 힘을 사용했기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누군가의 인력이라니? 그래 그게 누구인고.”

“그건 저도 잘 모르는 일이옵니다.”

“아니 방금 전 누군가의 인력이라 하지 않았더냐. 그럼 그 주체가 있을 것 아닌가. 바로 그 누군가를 말해 보아라.”

노인은 갑자기 사색이 대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폐하 죽여 주십시오. 소신이 망발을 한 것 같사옵니다. 당시 제 부친께서 헛것을 본 것일 수도 있는데 마치 그게 사실인 양 제 추측을 감히 말씀드렸으니 이는 크나큰 불경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죽여 주시옵소서.”

“…….”

흠.

뭔가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직감인데 자연 현상이 아닌 저 노인 말대로 뭔가가.

“자네 부친이 헛것을 봤다 치고 그 내용을 얘기해 줄 수 없겠는가. 내 노인장에게 벌을 내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러니 어서 말해 보아라.”

노인은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만 다시 말문을 이어 갔다.

“그곳엔 웬 사람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왜 검을 지면에다 꽂은 채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는지는 그 영문을 몰랐다 합니다.”

“지면에다 검을? 그래 왜 그랬다 하는가?”

“부친께서는 겁이 덜컥 나셨고 그대로 도망 왔다 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하군. 산맥이 무너지는 것과 그 사람이 지면에 검을 꽂은 것과 무슨 상관이 있더냐?”

“바로 검을 꽃은 그 대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균열이 뻗쳐 있는 놀라운 현상을 직접 목격하셨기 때문입니다.”

“…….”

고민이 되었다.

올라갈지 말지.

분명 산맥에 누군가 있는 모양인데 과연 그 정체가 뭐란 말인가. 괜히 올라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건지. 아니면 황제가 되어서 비겁하게 나라에 일어난 변고를 외면해야 하는지.

음…….

그래서 다시 생각을 해 봤는데.

황궁으로 돌아온 것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적어도 몸은 편안했다.

푹신한 황금빛 침대 위에 누워서 과일 먹기. 맛있는 간식 먹기 등, 지극히 원초적인 행동이지만 이게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닌가.

사실 휴식이 필요했다.

현실과 꿈을 오가며 템을 먹고 강해지는 것은 분명 내게 있어서 신나는 일이지만 이쯤에서 다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었다.

솔직히 나는 여기 꿈속 황제의 위치가 좋다. 그냥 깨지 않고 이대로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 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템을 먹지 말아야 할 테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포식의 권능이 발동되지 않아야만 했다.

물론 거기에다 내가 조금만 수동적인 행동을 취하면 된다.

그냥 황궁에서 놀고먹고 업무보고, 보고 받고 나랏일 좀 하다가 지겨우면 신하들 데리고 여행도 하고 이 얼마나 만고의 세상이던가.

그렇다.

꼭 꿈에서 깰 필요는 없었다.

단 하나 걸리는 것은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것. 그래도 여기서 일 년을 보내든 백 년을 보내든 현실에서는 잠깐이니 어머니는 하루 정도 안 보는 것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초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보고 싶었다.

뭐 하고 계실까.

던전이 폐쇄되었으니 지구엔 평화가 왔을 테고 어머니는 무사하시겠지. 강호형도 있을 테니 당분간은 안전하시겠지.

“폐하.”

“왜 또 부르는 것인가.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내 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쉬고 싶으니 물러가거라.”

“폐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매일같이 긴히 드릴 말씀이면 언제 한가하게 드릴 말이 있더냐.”

“이번엔 정말 깊은 사안에 대해 의논을 드리려 하는 것이옵니다.”

“깊은 사안이라. 후후. 물론 그러시겠지. 어디 난리가 난 듯 또 호들갑을 떨겠고 나는 몸소 행차하여 황제의 위엄을 보여 주며 일 처리를 잘하는 황제로 칭송받는 식의 되풀이……. 후~ 오늘은 그냥 돌아가게나.”

하지만 세바스는 끈질겼다.

“폐하. 제발.”

“화낸다.”

“폐하의 안위가 달린 중대사입니다.”

“내 안위?”

“심지어 목숨마저도.”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목숨이라니!”

“황송하옵니다만 그 누가 서신을 보내왔는데 그 내용이 다소 협박에 가까워서!”

“협박이라니! 이 사람이 그런 일이면 바로 말하지 그랬나!”

나는 정체불명의 어느 누구로부터 내게 온 서신을 읽어 보고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내용을 다시 읽기를 여러 번.

“도대체 이게 뭔 얘기냐……?”

[나는 한 점 부끄럼 없이 내 삶을 살아왔다.

윤리와 질서가 내 전공인 만큼 타인과의 삶에서 그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만인의 모범이 되어 왔다.

그리하여 추종자들은 부지기수로 늘어나 나는 대륙에서 가장 위대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모든 군림하고 내 은총은 한낮에 폭우 쏟아지듯 저 진리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자 청량한 생명수가 되어 그 모두의 혼란과 무질서를 바로잡기에 이르렀다.

이랬던 내가. 어느 날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지혜롭고 자애로운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헤르시온.

우리는 서로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즉시 결혼을 서둘렀다. 꿈같은 신혼의 생활이 흘러가며 그 행복한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게 오늘날 내 삶을 송두리째 앗아 가 버리고 내 근간을 흔드는 불행의 씨앗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서론은 이쯤하고 본론을 말하자면 황제인 그대의 도움이 필요할지어다.

그러니 아크랄 산맥 정상으로 와 주기를 바란다.

만일 내 제안을 거절할 시 나는 이 아크랄 산맥을 무너트리고 네 황궁과 도시를 매몰시켜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니라.

단 반드시 혼자 와야 할 것이다.]

서신의 내용은 그게 다였다.

도대체 뭐냐…….

이 글의 정체는?

황당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폐하. 미친 자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그럼 자네는 이 서신을 왜 내게 보여 줬지. 신경 쓸 거 없다면서. 그냥 없애 버리지.”

“그, 그건…….”

“나더러 그곳에 가라는 말 아닌가.”

“그, 그건…….”

“나더러 그곳에 가라는 말 아니냐고.”

“폐하. 그건 아니옵고.”

“뭐가 아냐. 자네 눈에 쓰여 있는데. 정말 이자가 아크랄 산맥을 무너트릴까 봐 겁먹은 거지?”

“폐하. 송구스럽습니다.”

나는 서신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하지만 안 가. 미친놈이 분명하거든. 그것도 한 번 더 뒤집어 미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근본조차 없는 작자.”

사실은 무서웠다.

그것도 혼자 오라니.

절대 안 되지.

나는 천성적으로 겁이 많다. 그리고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명령조에 거부감도 있었고.

그리고 이건 상식적으로 볼 때 서신 내용 하나 달랑 믿고 간다면 그거야말로 내가 더 미친놈이 아니던가.

기분이 팍 상했다.

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던가.

“폐하! 큰일 났습니다!”

아~ 이젠 시종의 목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 수치가 수직으로 팍팍 상승된다.

툭하면 큰일이라니. 황제라… 정말이지 이 짓거리도 못 해 먹겠다.

“그래 이번엔 뭔가?”

“아크랄 산맥이 다시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

놀랍지도 않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지 않던가.

그리고 나는 전에 세바스가 준 그 서신의 내용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나는 한 점 부끄럼 없이 내 삶을 살아왔다.

윤리와 질서가 내 전공인 만큼 타인과의 삶에서 그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만인의 모범이 되어 왔다.

그리하여 추종자들은 부지기수로 늘어나 나는 대륙에서 가장 위대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모든 군림하고 내 은총은 한낮에 폭우 쏟아지듯 저 진리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자 청량한 생명수가 되어 그 모두의 혼란과 무질서를 바로잡기에 이르렀다.

이랬던 내가. 어느 날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지혜롭고 자애로운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헤르시온.

우리는 서로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즉시 결혼을 서둘렀다. 꿈같은 신혼의 생활이 흘러가며 그 행복한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사소한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게 오늘날 내 삶을 송두리째 앗아 가 버리고 내 근간을 흔드는 불행의 씨앗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서론은 이쯤하고 본론을 말하자면 황제인 그대의 도움이 필요할지어다.

그러니 아크랄 산맥 정상으로 와 주기를 바란다.

만일 내 제안을 거절할시 나는 이 아크랄 산맥을 무너트리고 네 황궁과 도시를 매몰시켜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니라.

단 반드시 혼자 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이 서신을 면밀히 검토해 본 결과. 이자는 미치지 않았다는 것.

아니 정상적인 사람보다 훨씬 똑똑하다 해야 하나. 일단 문장체가 지성적이다.

내가 문학을 해 봐서 안다. 판타지 소설가 지망생이기도 한 내 안목으로 볼 때 다소 철학적인 용어들을 간간이 인용한 것을 봐서 나쁜 놈이거나 뭐 흑심을 가지고 이런 서신을 보낸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여기까지는 다 내 주관이고. 진실을 말하자면 서신의 마지막에 찍힌 인장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보다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결벽증에 걸릴 만큼, 좋은 얘기로 그만큼 예리한 면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서신에 남아 있는 붉은 인장의 성분을 분석하도록 황궁 마법사들에게 의뢰를 했고 그 성분의 결과가 나왔었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내가 아크랄 산맥을 올라가서 겪게 될 그 상황이 말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장의 성분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게 아니란다.

거기서 내 촉이 발동했다.

내 얕은 지식으로서 그곳은 이계일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지금의 이곳도 나에게는 이계이니 이계의 이계인 영역.

당연히 박차를 가해야 했고 지난 며칠간 백 명의 황궁 마법사들이 일제히 매달려 그 인장에 대한 원류와 추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자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조사가 시들시들해질 무렵 마법사들 중 하나가 그 글씨를 쓴 잉크 성분이 혈흔이라 주장했다.

물론 그때부터 다시 마법사들은 그 피에 대한 성분 분석하느라 며칠 밤을 새웠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인간의 피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고.

황궁 학자들까지 가세해 그와 같은 혈흔 성분의 고대 문헌까지 뒤지기에 이르렀다.

황궁 학자들과 황궁 마법사들의 합동 조사로 지난 보름여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던가.

그 서신의 혈흔과 똑같은 고대 서신 한 장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단서를 다시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그건 고대 그 어느 곳에 존재했을지 모르는 신비의 땅. 바로 나카스니아 대륙의 것이었다.

나카스니아 대륙.

인간이 아닌 온갖 영물들이 판을 치는 미지의 세계, 그곳으로부터 누군가 서신을 작성하고 이 세계에 보낸 그것이 황궁 서고에 남아 있으리라고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다들 입을 모은다.

특히 그 혈흔의 성분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내고는 다들 경악을 하고 말았다.

[드래곤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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