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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3화 (13/143)

13화

기병대가 이쪽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우린 요새 벽 위에서 대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 궁수들이 활을 조준했다.

잠시 후 그들이 사정거리에 이르자 대장이 외쳤다.

“발사!”

순간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홱! 홱! 홱! 홱!

틱!

탁!

저들이 무기를 휘둘러 화살을 막아 냈다. 이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 그대로 성벽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들은 사다리나 공병 기구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타다닥!

삭!

“억!”

슥!

“악!”

성루에 올라 아군을 베는 적들, 그들의 톱날 같은 무기가 살갗을 찢어 버린다.

대장과 우리 소대원들도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웠다.

챙!

삭!

격돌하자마자 그들의 무기에 베이는 대원들, 저들은 그 어떤 검술의 형태를 완벽하게 익힌 듯, 가히 절묘하게 비틀기 동작으로 아군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보였다.

쾌검의 발검 동작들, 내가 그걸 익혔기에 나는 분명 확신할 수 있었다. 검의 빠르기가 일반 헌터들의 육안으로는 쫓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삭!

“악!”

그대로 피를 토하고 죽어 나가는 대원들, 우리 소대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나는 그 즉시 공중으로 도약을 했고 그들에게 고공 검술을 펼쳤다.

타다닥!

파파팟!

정확히 3단계 동작!

챙! 챙! 챙!

그들 중 내 공격을 받은 자가 내 발검의 세 개를 그대로 받아 냈다.

나는 순간 당황하여 다시 공격했다.

챙! 챙! 챙!

또다시 공격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엔 그 전사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엄청난 쾌검.

그러나 나 역시 그 속도에 이미 적응했기에 받아쳐 내기 시작했다.

“뭐야!”

상대의 놀란 표정. 그 틈을 이용해 나는 검술을 펼쳤고 그의 투구에 달린 녹색 깃털을 댕강 잘라 버렸다.

그게 그로서는 충격이었던가. 그만 뒤로 주춤했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고공 검술을 펼쳤다.

찌르고 베기, 수직 일검!

쩍!

투구가 반으로 갈라졌고 핏물이 튀었다.

“악!”

놈이 뒤로 나가자빠져 성루 아래로 추락했다.

한 놈을 잡았다는 기쁨도 잠시 이번엔 다른 쪽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넌 뭐 하는 놈이야!”

그는 내 정체에 대해 궁금한 듯 큰 소리로 외쳤고 방금 전 그 전사와 같이 쾌검을 휘둘렀다.

파파팟!

챙! 챙! 챙!

나는 시간 지체 현상을 이용해 그 검을 받아쳤고 이번에도 곧바로 역공격에 들어갔다.

삭! 삭! 삭!

고공 검술 3단계의 위력은 대단했다.

“아악!”

전사 하나를 또 골로 보낸 것이다.

내 옆에 있던 대장 나승구, 그 역시 검술로는 놈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 육중한 대검이 붕붕거릴 때 은빛 투구들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저 베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른 대원들 역시 처음보다는 훨씬 선전하고 있었다. 놈들의 쾌검이 빠르다 하지만 아군의 전투 실력이 점점 우위를 차지했다.

나는 이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원래 저들의 실력보다 몇 배는 잘 싸웠기 때문이다.

설마……?

성준의 말대로 홀론의 각성이라는 것이 실재한단 말인지. 저들은 각성자들이 아닌 전생의 힘과 기억을 찾게 되면 그와 대등한 힘을 발휘한다는 황당한 내용.

이제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닌 듯했다.

내게 그런 얘기를 전해 주었던 박성준, 그는 검이 아닌 마법 지휘봉으로 놈들에게 광선을 발사하기 바빴다.

퍽! 퍽! 퍽! 퍽!

그 푸른 줄기에 픽픽 나가떨어지는 아르켄트의 전사들. 처음에는 무적의 포스로 돌진하던 그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서로 간에 비등한 수준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이제는 자신감으로 뭉쳐 도합 다섯 명째 피를 토하게 만들고 이제 다음 목표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한 전투는 한동안 지속되었고…….

그 열기는 대략 한 시간 후쯤에야 막을 내렸다.

와! 와!

적들의 퇴각으로 여기저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요새를 지킨 것이다.

아군의 희생이 다소 따랐지만 적들의 희생이 두 배는 더 많았다.

2소대는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 나승구는 인원 점검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 인마 괜찮아?”

그가 나까지 걱정해 주었다.

“괜찮고말고!”

“이 새끼! 반말하지 말랬지!”

그도 기뻐할 줄 아는가. 내 머리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후후. 볼수록 제법이야.”

“이거 안 놔! 머리 만지지 말랬지!”

그때 저쪽에서 박성준이 내게 다가왔다.

“형도야. 너 괜찮아?”

“괜찮아. 너는?”

“아이고 말도 말아라. 난 이번에 완전 뒈지는 줄 알았어.”

“네 직업이 마법사인 줄 몰랐어.”

성준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직업이 아니라 원래 전생에 마법사였다고.”

홀론의 각성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전생이 기억나?”

그 질문에 성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나면 아르켄트 전사들은 전부 다 멸살 당했어.”

나는 이제야 녀석의 말이 사실일 수 있겠다 싶었다. 홀론의 각성자들은 전생의 삶을 가지고 있고 그 강력한 힘을 잠재시킨 채 이곳 지구에 환생했다는 것을.

그럼 정말 황제가 내 전생이던가. 꿈을 통해 내 전생을 경험하고 그때마다 포식의 권능을 발휘해서 이 현생에서 그 힘을 내뿜는 원리는 그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이제 내 얘기 믿지?”

그이 질문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 대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고. 그들은 전투 와중에 스스로의 잠재력을 각성한 것이고 나중에는 결국 역전되었잖아.”

그의 말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그로부터 며칠 후.

- 총원 107명 사상자 열두 명, 사망 세 명 그 외에 부상자 다수. 당장 포털을 열어 우리를 귀환토록 조치해 주기 바란다.

드디어 지구 정부와 교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 그곳에 계속 남아서 초공간을 탐험하기 바란다.

대장 나승구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 미쳤어?! 지금 이곳은 대원들이 죽어 나간다고! 그러니 당장 포털 열어!

-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니 말을 가려서 하기 바란다. 포털은 우리 정부로서도 열기 불가능하다. 그러니 추후 기회가 있으면 시도해 보겠다.

- 왜 우리를 여기에 보낸 거지! 당장 대답해 봐.

- 그대들은 선택되었다.

- 빌어먹을. 우린 하급 계열의 E등급 헌터들이라고. 얼마든지 상위 계열을 보낼 수 있는데 하필 왜 우리냐고!

- 그들은 홀론의 각성자이기에 아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선별한 요원들이다. 그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라.

- 그래도 우리가 거부한다면.

- 그렇다면 지구와 함께 멸망을 하는 수밖에.

- 멸망?

- 그렇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 정부로서도 최선의 선택이 그대들이고 다른 대체할 대원들이 전무한 상태이다. 그대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지구는 멸망한다.

- 빌어먹을!

- 아까도 말했듯이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지켜본다. 그러니 험한 말은 삼가도록. 그럼 이상.

뚜— 뚜—

보기 좋게 당했다. 그것도 몰래카메라라니. 물론 지금은 모두가 다 아는 공영 방송이 되었다.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외면을 받은 나승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대검으로 애꿎은 나무 기둥을 마구 내리쳤다.

팍! 팍!

“개새끼들!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우리 목숨을 놓고 게임을 하다니.”

이에 대원들이 그에게 다가가 말렸다.

“대장. 진정해.”

“젠장할! 우린 속았다고 철저히 말이야.”

“이제 와서 어쩌겠어.”

“홀론의 각성자라니! 자네들도 전혀 몰랐던 일이잖아.”

그 말에 대원들은 잠잠해졌다.

그 몰랐던 사실을 아르켄트 전사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대부분 그 잠재력을 알아차렸던가.

어찌 본다면 나승구처럼 화를 내기보다도 자신들의 각성의 원천이 전생임을 알고 그에 대해 더 놀라는 것 같았다. 개중에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꿍얼거리는 자도 있었으니.

나 역시 후자 편에 속했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이런 공간에서 내 힘을 하나둘씩 깨달으며 찾아간다는 것.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희생자가 더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은 슬프다.

더군다나 이곳은 모든 차원이 열려 있는 초공간의 세계. 기존의 적들보다 전투력이 훨씬 강한 종족들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생중계로 내보내는 저들의 상업성에는 치가 떨린다. 하지만 어쩌랴.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닌가.

어떡하든 여기서 살아남아야만 할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다. 그는 바로 지금도 나무에게 화풀이를 하는 대장.

나승구였다.

이곳에 터를 잡느냐 아니면 계속 전진하느냐를 놓고 대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는데 근소한 차이로 전진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대대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2소대 내무반장인 나승구의 대대장 진출에 대한 건의, 다른 소대원들은 그를 잘 몰랐기에 반대 의견도 많았다.

그래도 대장을 선출해야 했기에 그마저도 투표로 진행되었는데 다른 후보자들이 무슨 이유인지 나승구를 지목하고 기권들을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원래 군 장교 출신으로 일반 헌터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던가.

뒤늦게 각성을 하여 헌터의 삶에 입문했지만 그에 대한 입지전적인 소문은 자자했다.

나승구는 체격부터가 남달랐다. 190에 이르는 큰 키에 온통 근육질 덩어리. 그는 역사(力士)였기에 대검을 마치 갈대 돌리듯 사용했다. 그리고 그 외모부터 장군 타입이었다.

성격도 세고 강직하여 현재 대대를 이끌어 가는 데에는 그가 적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좋은 점만 나열한다면 그런 것이지 그는 불같이 화를 잘 내는 성격에다 나와 처음부터 인연이 별로 좋게 맺어진 사람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그에게 인정받는 부분이 있었고 나 역시 당당하게 대하니 나름 그와 나 사이에 묘한 관계가 성립되었고 나는 기꺼이 그가 대대장이 된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나처럼 나이가 어린 헌터들에게는 발언권을 주지 않았지만 그게 서운하지는 않았다.

사실 누가 리더를 맡느냐에 대한 관심도는 적었다. 정작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 이제는 모두가 홀론의 각성자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이 집단은 아무 무서운 결속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각자 각성의 원천이 전생에 기인한다는 사실.

그건 자부심에 가까웠다.

내가 전생에 이러이러한 인물이었고 그 힘을 그대로 이어받고 태어나 하나하나 깨닫는 중이라는 자각성.

나만 하더라도 마치 실제 황제인 양 착각이 들 정도이니 남들은 오죽하랴.

그렇다.

정부가 말한 대로 우리는 특별한 능력을 받은 아주 소수 정예 부대일 수 있다.

그들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의 능력이 드러날 때마다 생방송으로 나가고 어느새 영웅이 되어 버릴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우리는 미래 진행형의 길을 걷는 외로운 전사들인 셈이다.

이곳 초공간이라는 거대한 영역을 탐험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위대한 모험가로 그 이름을 후대에 길이길이 남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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