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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10화 (10/143)

10화

엥~ 엥~ 엥~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식당 내에 있던 헌터들 모두는 저마다 깜짝 놀란 듯 식사를 멈추었다. 그때 방송에서 긴급하게 나오는 음성.

- 긴급 상황 발생! 긴급 상황 발생! 전 대원들은 무장을 하고 연병장에 집결하기 바란다. 다시 알린다. 전 대원들은 즉시 무장을 하고 연병장에 집결한다. 실제 상황! 실제 상황!

박성준이 나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후후. 내 말이 맞지? 이제 우린 다 죽으러 가는 거야. 우리 같은 매우 희귀한 각성자들을 전장에 내몰고 실험하기 위한 정부에 속아서 말이지.”

잠시 후. 연병장에는 백여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저마다 긴장한 채 대열을 이루고 서 있었다. 연단에는 대대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헌터가 마이크에 대고 연설하기 시작했다.

“제군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최근에 변종을 시작한 크리처들이 서울 외곽에 출몰하여 하나의 던전을 형성했다. 그 힘이 막강하여 크기가 벌써 여의도 두 배 가량으로 확장되었다.”

잠시 말을 멈춘 헌터가 곧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그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왜 그 짧은 시간에 던전을 확장시켰는지 그 원인을 밝혀내야 할 의무가 있고 때에 따라서 사냥을 하며 부산물을 잔뜩 얻어 올 기회도 주어진다. 이 임무는 선택이 아닌 명령이다. 거역할 시 곧 반역으로 감옥에 가게 되니 각자 심기일전을 해 주기 바란다. 이상이다.”

뭔가 이상했다. 헌터란 원래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팔아먹는 자유로운 전사들이 아닌가.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돌연 군 체제로 바꾸고 명령에 의한 의무제로 바뀐 것이다.

그제야 나는 아까 내게 말을 걸어 왔던 그 박성준이라는 헌터의 우리는 실험용 쥐라는 말이 생각이 났고 갑자기 불안했다.

그때 연병장에 거대한 포털이 형성되었다.

“모두 안으로 들어가기 바란다.”

아마도 그곳은 던전 같았고 변종 크리처들이 대거 증식을 하고 있는 위험한 전장의 끝.

“들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사격한다!”

그 말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 수백 명이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서둘러!”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 포털 안으로 들어가면 왠지 살아서는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이 불안한 기분.

결국 총부리에 위협당해 백 명의 헌터들은 마지못해 포털 안으로 모두 들어가고 말았다.

파팟!

* * *

던전은 처음이었다.

강호 형이 얘기해 줘서 그나마 대충 이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안다.

‘해를 삼킨 개’ 동화가 생각났다.

동화가 현실이 되었다.

하늘엔 해가 없고 산은 무채색의 원근감만 남았다.

벌써 며칠째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았다.

아마도 세상은 깊은 생각 중인 듯했다.

우리 2소대 열 명의 대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그들이 말하기를 이곳의 환경은 이전의 던전과 다른 그 무슨 위압감이 느껴진다고 그랬다. 게다가 정부군의 총부리에 밀려 강제로 진입한 여기, 결코 소풍이나 나들이를 하러 온 기분은 아니었으리라.

실질적으로 현재 대장은 내무반 반장인 나승구이다. 그는 생긴 것부터 심보가 못돼 보였고 실제로 성질이 고약했는데 여전히 내게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너는 지금부터 대원들의 안전과 허드렛일을 책임진다.”

그 의미는 좋게 말해서 구급 대원이고 나쁘게 말해서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좋게 받아들여 기꺼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뭐 나로서도 던전이 처음이니 함부로 나서기보다는 이들의 심부름을 하며 서서히 적응하는 것도 괜찮다 여겼다.

다른 대원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아직도 그들의 이름을 외울 정도로 그 어떤 정이나 친분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엎드려 가면서 자존심을 굽힐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우리는 변종 크리처의 서식지인 그들의 소굴에 와 있다. 그것도 한 개 대대의 병력 중 이 구역은 우리 2소대 열 명만이.

임무라는 것이 이곳을 탐험하며 조사하는 것인데 나는 그게 궁금했다.

왜 E 등급의 하급 헌터들이 이런 중요한 임무에 보내졌는가에 대한 불신감도 있었고.

그의 말이 떠올랐다.

- 실험실의 쥐들.

‘박성준 그 녀석은 분명 실없는 소리를 했을 거야.’ 하고 자꾸 되뇌며 불안감을 없애 보려고 했다.

그때 내무반 반장 나승구가 대원들에 당부했다.

“지금부터 전진할 테니 다들 조심하도록. 선두는 나와 두 명이 함께 간다. 그 외에 두 명은 후방을 맡는다. 나머지 대원들은 주위를 잘 살피며 계속 전진한다.”

그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얼마나 갔을까. 흑백사진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세상은 여전히 음침했고 거기에다 바람마저 거세게 불었다.

휘잉~

그 흔한 건물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막과도 같은 황량함, 그러나 저 멀리 산등성이들이 어렴풋이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있었으니 모래벌판이 아닌 평지였다.

가끔 발에 거치적거리는 풀포기들. 그나마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안심이 되는 느낌.

도대체 이런 던전을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외계 무리의 침략과 함께 생겨난 마의 공간.

강호 형이 그들이 포털을 형성할 때 다른 차원의 영역을 이리로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곳이 바로 놈들이 전투하기에 최적인 전장이라 한다.

그렇기에 곳곳에 그들이 남긴 흔적들, 즉 덫, 요새, 구조물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컸다.

사실 변종 크리처들이 또 변종을 하여 어떤 생물체로 바뀔지 전혀 추측이 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머지않아 그들의 건물, 성을 발견할 확률이 클 것 같았다.

두려웠다.

몹시도.

변종의 변종을 한다면, 지난번 그 도마뱀에서 과연 어떤 형태로 우리들에게 불쑥 나타날 것인지.

미리부터 생각하고 상상하기 싫었지만 대비는 해야만 했다.

그때였다.

파파파팟—

“아악!”

맨 뒤에 있던 대원들 중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뭐야!”

핏물이 흙바닥으로 흘렀고 거기에는 끔찍하게도 절단된 발목이 보였다.

“아아. 발이! 내 발!”

“뭐냐니까!”

졸지에 대원들 사이에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후방에 있던 한 대원이 외쳤다.

“땅 밑으로부터 뭔가가 튀어나왔다고.”

내무반장 나승구는 재빨리 그쪽으로 달려가 그곳을 살폈다. 이어 집어 든 금속 조각.

“칼날 같은데!”

“빌어먹을. 칼날이 왜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거야!”

다른 대원들도 흥분했다.

“덫이 설치되어 있어.”

“뭐라고!”

순간 대원들은 잔뜩 긴장한 채 그 자리에서 멈추었고 더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누가 덫을 놓은 거지?”

“젠장 난들 알아.”

“설마 크리처가…….”

나승구가 즉각 반박을 했다.

“크리처 따위가 덫을 놓을 줄 아는 뇌가 있다고 생각해?”

“대장. 이놈들은 변종이라고!”

“아무리 변종이라도 그렇지. 얼마 전까지 놈들은 그저 우리의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다고!”

“그건 말 그대로 얼마 전 얘기고 지금은 그놈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잖아.”

사실이 그랬다.

나 역시 강호 형과 변종 크리처를 잡은 기억이 나지만 당시 놈은 확실히 지능이 있는 듯 머리를 써 가며 우리와 전투를 치렀던 적이 있었다.

이후 시간이 더 흘렀고 바로 이곳 던전에는 그 어떤 단계의 변종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순간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으니.

단계……?

설마 변종도 단계가 있는 것일까. 빌어먹을. 그렇다면 그게 2단계일 수도 3단계 아니면 그보다도 더 높은 단계일 수도 있는 법.

변종의 단계가 상승하면 자연스레 지능도 향상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

이렇게 덫을 놓을 줄 안다면 그들은 이미 우리 헌터들과 대등한 혹은 훨씬 똑똑한 놈들일 수 있었다.

내가 그런 상상을 떠올리는 순간 나승구는 주변을 살폈고 또 하나의 덫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여기 하나 더! 젠장. 이 새끼들이 머리 쓰네. 지금부터 다들 덫부터 찾아. 그리고 이형도 너는 부상자를 돌봐!”

그 말에 나는 발목이 절단된 대원에게 다가갔는데 그 부상 부위가 너무도 끔찍해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나승구가 욕지거리를 하며 내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가! 당장 지혈부터 하라고!”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구급 가방으로부터 압박 붕대를 꺼내 강하게 감기 시작했다.

“대장 여기 덫 하나 더 찾았어.”

“오케이! 잘했어.”

“나도 찾았어.”

“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덫은 그리 정교하지 않았고 주변만 잘 살펴보면 눈에 띌 정도로 깊이 파묻히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지혈이 서툴러 고생은 했지만 정말이지 온 정성을 다해 부상자를 돌봤다.

하지만 절단된 발목을 다시 봉합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2소대 대원들의 분위기도 매우 침통했다. 헌터인 그들이 오히려 사냥을 당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렇게 야영을 하면서도 주변 경계와 더불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대장. 이렇게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것이 좀 걱정되는데.”

그 말에 나승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현재 부상자가 한 명 발생한 상태였고 부상 정도도 심각했다.

그렇다고 귀환할 포털은 막혀 버렸고 대원 말대로 이곳에 머물자니 언제 어디서 놈들의 공격이 감행될지도 모르는 상태, 그가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할지 무척 신중히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부터 전진한다! 부상자는 들것을 만들어 이동하고. 이동 시 두 명의 대원이 그를 맡는다. 나머지 대원들은 덫을 조심하고 주변을 살피도록.”

좀처럼 울창한 숲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적에게 노출되지 않을 수 있어서 나은 편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매복에 의한 기습을 당할 수 있는 법.

2소대는 처음의 그 우왕좌왕하는 모습과는 달리 하나같이 비장한 표정을 하고 민첩한 행동으로 앞길을 뚫어 갔다.

E등급 헌터라면 하나같이 각성한 실력자들, 그들이 각기 어떤 각성으로 능력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사냥에 이골이 난 자들이 아닌가.

때마침 앞서 척후 활동을 벌였던 대원 하나가 돌아와서 나승구에게 보고했다.

“전방 150미터 지점에 한 무리의 크리처들이 있어.”

처음으로 놈들을 발견한 것이다.

나승구의 눈빛이 번뜩였다.

“인원은?”

“도합 열 마리.”

“무기는?”

“도끼와 창.”

“방어구는.”

“흉갑을 착용했고 대부분 가죽으로 보여 관통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나승구가 대원들 중 궁수 두 명을 불렀다.

“너희들이 앞장선다.”

잠시 후. 모닥불이 화르르 타오르며 그 주변에 파충류로 보이는 직립 보행의 크리처들이 있었다. 헌터들은 작전대로 주변을 둘러쌌다.

나승구의 신호로 궁수 두 명이 화살을 발사했다.

홱!

홱!

“컥!”

“컥!”

정확히 목덜미를 뚫어 두 마리를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고 그 뒤로 검 계열의 대원들 서너 명이 나아가 순식간에 놈들을 베기 시작했다.

나도 나아가려 하자 나승구가 소리쳤다.

“넌 가만있어!”

움칫하는 순간 나승구는 자신의 주 무기인 육중한 대검을 휘둘러 그 자리에서 두 마리의 사지를 갈랐다.

삭!

슥!

“컥!”

한 무리의 크리처들이 몰살당하는 순간이었다. 작전은 성공했고 대원들은 조용히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나승구는 그들을 제지했다.

“아직 좋아하기는 일러. 주변에 놈들이 또 있을 테니 철저하게 경계 태세를 취하도록.”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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