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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7화 (7/143)

7화

며칠 후.

레온이 검술을 독학해 뛰어난 검사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는 내 추측이 맞았다.

내가 궁금해하자 레온은 결국 멋쩍게 자신의 솔직한 과거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곳 깊은 산중에 오게 된 것이고.

바로 그에게 검술을 가르친 스승이 이곳에서 산다고 했다.

검술이라…….

정작 내가 당장 배워야 할 가장 시급한 기술. 레어템을 하나둘씩 얻어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 검술에 관한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이 꿈을 깨고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반드시 검술 수련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다음이 레어템을 얻어 포식을 하는 것이고.

사실 검술 마스터들은 황궁에서도 아주 수두룩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레온이 자신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은 그 검술 수련기가 매우 독특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괴이하다고나 할까.

특히 단 일 년 만에 레온을 고수로 만든 그 속성 비법은 나로 하여금 이곳 천릿길을 한걸음에 달려오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유혹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그 스승이라는 노인은 아주 괴팍한 성질머리를 지녔다고 했다.

“레온.”

“네. 폐하.”

“몇 번을 당부했듯이 자네 스승에게는 나를 절대 황제라 소개시키지 말게나.”

“네 명심하겠습니다.”

“네가 자네의 누구라 했지?”

“숙부님이옵니다.”

“그렇지. 그것도 아주 철없는 한량. 나는 놀고먹다가 세상일이 하도 재미없어 검술이나 배우려고 이곳을 찾아왔다는 사실.”

“네 명심하고 또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신분을 철저히 숨기는 것은 그의 스승이 관직에 있는 자들을 그토록 혐오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노인은 형식적인 스타일을 싫어하고 무척 자유분방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레온과 의논한 결과 중년의 나이인 내가 가장 그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경우로 자유로운 영혼이자 술도 잘 먹고 잘 노는 한량을 택한 것이다.

물론 레온은 황제 폐하께서 왜 이런 일을 자청해서 하는지 무척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황제의 명은 곧 국법이니 무조건 따라야만 했고 그 이유를 물을 수도 없을 터.

여하튼 나는 기대감이 무척 부풀어 있었다. 검술을 빠른 시간 내에 배워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텐데.

과연 속성 검술이라는 게 존재하나 싶었다.

만일 그런 게 있다면 나름 자신은 있었다. 현재까지 템을 먹고 올린 레벨은 7이다. 그리고 여타 스탯들도 기존의 신체 기량보다 두 배 이상은 되었고.

다소 가혹한 수련이 기다린다 할지라도 이미 육체적으로 기본 틀이 뒷받침해 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더 올라가야 하나?”

“네! 폐하. 조금만.”

순간 나는 화를 냈다.

“네 이놈! 그새 잊었느냐. 나는 네 숙부임을!”

“아. 죄, 죄송합니다. 숙부님.”

“지금부터 조심하게나. 아니 철저하게 나를 숙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나.”

“네 숙부님.”

반나절이 지나서야 산 정상에 이를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 능선 자락 저편에 한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레온이 냅다 그에게 가서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그러자 노인은 레온을 흘겨보며 냅다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미친놈! 누가 여기 다시 오라고 한 거여!”

탁!

지팡이로 등짝을 후려치며 다시 화를 냈다.

“당장 돌아가! 가르칠 것 다 가르쳤으니!”

그때 노인이 나를 발견했다.

“엥? 저건 또 뭐여.”

그가 내게로 다가오더니만 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순간 지팡이가 내 등짝을 가격했다.

팍!

“앗!”

“꺼져!”

“…….”

그때 레온은 황급히 다가와 노인을 만류했다. 그는 황제인 내가 그에게 등짝 후려 맞는 것이 엄청난 충격이었을 터.

“스승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분에게는 막 하시면 안 돼요.”

“뭐가 안 된다는 거여!”

노인이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는 레온의 숙부 되는 사람이올시다. 이렇게 불쑥 찾아온 것에 대해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그러자 노인이 나를 다시 살펴봤다.

“숙부라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르침을 받으려고 먼 길을 왔습니다.”

노인이 레온을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고얀 놈. 당장 이놈을 데리고 내려가!”

레온은 당황했고 스승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스승님. 제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제 숙부는 오로지 스승님께 검술을 하사받기 위해 비장한 결심을 하고 속세를 떠나신 분입니다. 스승님께서 받아 주시지 않으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 술과 쾌락에 빠져 제명도 다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법이었다. 내가 시킨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 전달했으니 말이다.

노인의 반응도 사뭇 달라졌다.

“술과 쾌락?”

그가 내 얼굴을 다시 봤다.

“이거 진작부터 뒈져야 할 놈 아닌가. 어쩐지 인상이 고약하더니만. 평생을 놀고먹고 산 고얀 놈이구먼.”

레온이 맞장구쳤다.

“그렇습니다. 오로지 스승님만이 저 파렴치한 숙부를 살릴 수 있습니다.”

레온 저 자식이…….

아무튼 연기 하나는 리얼해서 좋았다. 그 덕분인가 노인의 표정이 다소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음.”

레온이 다시 설득했다.

“숙부를 보십시오. 저런 인간을 세상 누가 거두겠습니까? 제발.”

저런 인간? 아니 저놈이 오버를 해도 좀 과한 것 아닌가. 그때 레온이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건 진상을 떨라는 얘기. 이미 사전에 말을 맞춘 것이었다. 스승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로써 그런 한심한 인간들을 분명 교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그래서 나는 그 즉시 진상을 떨기 시작했다.

“에잇. 빌어먹을! 목이 타네. 술 없나. 술 말이야. 이 봐 노인장, 술 좀 있으면 좀 주쇼! 내쫓기기 전에 술이나 진탕 마시고 굴러떨어져 갈라니까.”

“…….”

노인은 잠시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맛이 간 놈이군.”

순간.

지팡이로 내 허벅지를 강하게 가격했다.

팍!

“헉!”

“앞으로 나를 스승으로 모시려면 무릎 꿇는 것부터 배워야 혀.”

그 말의 의미는…….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신호.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온은 주먹을 쥐고 좋아하는 동작을 했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다시 지팡이가 내 등짝을 후려갈겼다.

“뭐 해! 당장 수련할 준비하지 않고.”

* * *

묘했다. 대략 100살은 넘었을 것이라 보이는 노인의 고공 동작들. 어떻게 저렇게 구부정한 노인네가 그 육중한 검을 들고 허공에 떠서 검을 휘둘러 칠 수 있는지…….

“말해 봐! 몇 단계로 보이는지?”

스승의 말에 나는 주저 없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한 번, 그러니까 그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선 베기였습니다.”

순간.

퍽!

“악!”

지팡이가 날아왔다.

“틀렸어. 이 염병할 놈아! 다시 봐!”

노인이 다시 도약을 함과 동시에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타다닥.

삭!

이어 지면에 착지를 하고 다시 물었다.

“몇 번?”

대략 보니까 한 번이 아닌 듯,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선 베기 이후 동작 하나가 더 감지된 듯했는데 너무 빨라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림잡아 말했다.

“두 번입니다.”

역시 날아오는 지팡이.

팍!

“악!”

“틀렸어!”

“…….”

나는 어리둥절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고 레온은 옆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렸다.

마치 절대 못 맞출 것이라는 암시를 주듯 말이다.

스승은 세 번째 고공 검술 동작을 보여 주었고 그날 수업을 마무리했다.

저녁 식사 후. 나는 레온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두 번 아니었나?”

그러자 레온이 말했다.

“그 이상입니다.”

“그 이상이라면 세 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레온. 물론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나는 한 번 정도 휘두르는 것 같이 보이는데 어찌…….”

“고공 검술의 비법이 바로 찰나의 순간 공중에서 쾌검을 펼치는 것이옵니다.”

“허! 그런가? 그렇다면 사선 베기에 이어 또 뭔가가 시전되었다는 것인데.”

레온이 이번엔 진지하게 설명을 하였다.

“사선 베기에 이어 찌르기, 그리고 수직 베기가 있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외쳤다.

“나는 전혀 보지 못했는데.”

“그래서 고공 검술은 공중 쾌검이라고 불리지요. 아마 폐하께서 배워야 할 것은 저도 수련했던 고공 검술 3단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는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세 번 휘두른 것조차 보지 못했는데 어찌 그걸 내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하지만 그 비법을 터득하기 위한 수련 과정이 있으니 그에 충실하게 따르면 되옵니다.”

“수련 과정이라.”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실 것이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음 날.

촘촘한 울타리, 아니 거대한 망이 둘러친 곳에 들어왔다. 그 안에서 날아다니는 참새들, 족히 수백 마리는 되어 보였다.

나는 직감했다. 뭐 수련법이라 하기에 혹시라도 저놈들의 숫자를 세는 그런 눈썰미를 기르기 위한 과정.

너무 평범했다. 뭐 그런다고 보는 눈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흠. 참새 숫자 세는 거 맞지? 그렇다면 실망이군. 물론 그 자체도 어렵겠지만 나는 뭔가 더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러자 레온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새 숫자가 아니옵니다.”

“그럼 뭔가?”

“날갯짓의 숫자를 세는 것이지요.”

순간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날갯짓 숫자라니.”

“지금 저기 보이는 참새가 날아다니며 날갯짓을 하지 않습니까? 바로 그 횟수를 세는 것입니다.”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허허. 그걸 무슨 수로 세나. 인간의 육안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혹여 시간 지체 마법이라도 사용하면 모를까.”

“물론 마법이 필요하겠지요.”

“그렇고말고! 마법 같은 게 없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수련이야.”

“물론 마법이 적용되지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

“물론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마법이 아닙니다.”

“그럼 뭔가?”

“마법 대신 영물의 힘을 빌리는 것이죠.”

“영물?”

그때 레온이 참새들을 손짓하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저 새들이 진정 참새로 보이십니까?”

그 말에 나는 참새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참새가 아니면 뭔가?”

“참새가 아니옵니다. 저 녀석들은 전설 속에 나오는 카리아나라는 신비의 새이죠. 그 생긴 것은 흡사 참새와 같지만 문헌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평생 한 번 볼까 하는 아주 귀한 영물로 분류가 됩니다.”

“영물이라.”

솔직히 그 의미는 알겠지만 영물이라 함은 드래곤이나 불사조, 해태 등등 상상 속에 그려지는 동물이 아닌가. 그런데 저 참새 같은 것이 어떻게 영물로 표현될 수 있나 궁금했다.

물론 레온은 그런 내 속마음을 읽었던가.

“영물을 보실 때 그 시각을 좀 달리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입견이 문제죠. 그걸 설득시키는 일 또한 어려운 일이죠.”

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영물이라 치자. 그렇다면 저 보잘것없는 새가 어떤 능력을 지녔기에 영물이라 하는 것인가.”

“그건 시간 지체의 신비로운 능력이옵니다.”

“시간 지체?”

“사물을 느리게 본다는 의미이죠.”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렵군.”

“카르마타파의 원천의 힘에서 비롯되었지요.”

카르마타파…….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방금 전 뭐라 했나. 분명 카르마타파라 했지!”

그저 우연일까. 그 말.

바로 내 정보창 마지막에 나오는 그 단어와 천문학적 숫자가 적힌 그것이다.

[카르마타파: 57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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