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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4화 (4/143)

4화

“폐하. 여기 분부 내리신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나는 시종에게 한 아름의 양피지 두루마리를 건네받고 탁자 위에 펴 놓고 살펴보았다.

잠시 후.

“흠. 병력 체계가 어마어마하군. 모두 13군단이라. 한 군단이 2만 병사들로 구성되니 병력이 26만 명…….”

다음에는 구성 체제를 들여다봤다.

“보병이 7할. 기병대가 2할. 나머지 1할은 특수 군단이라. 특수 군단이 뭘 뜻하는 거지?”

여시나 세바스는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폐하…….”

“나도 알아! 안다고! 그냥 형식상 물어보는 것이니 대답만 하게나.”

“특수 군단이라 함은 그 절반이 특출한 전사들이옵고 나머지는 마법사들입니다. 그들은 폐하께서 직접 지어 주신 일명 ‘최후의 결사대’로서 비상시에 오로지 폐하께만 충성을 하도록 만들어진 최정예 병력이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흐뭇했다.

“그렇지. 그렇고말고.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나의 결사대. 그런데 그런 전란 시기가 언제 있었던가?”

역시나 이번에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세바스.

“폐하. 전란의 시기는 작년에…….”

“안다고 했지. 그냥 네 보고를 받고 싶어 물어보는 것이니 더 이상 토를 달거나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말지어다.”

순간 시종은 무릎을 꿇고 바짝 엎드렸다.

“폐하! 죄송합니다.”

“됐고. 앞으로는 무릎도 꿇지 마. 그러니 당장 일어나서 질문에 답하여라.”

“네, 알겠습니다.”

“현재 분쟁 지역은?”

“북반부 카란 국경과 남반구 헤롯 접경지대 그리고 헤트벅트 제국과의 영토 확장 분쟁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물론 없을 리 없었다. 이만한 거대한 제국이라면 예상대로 분명 국경선 근처에 크고 작은 분쟁이 있을 터.

“어디가 제일 시급한가.”

“북반부 카란 국경 지대이옵니다.”

넘겨짚어 묻기로 했다.

“저항이 심한가?”

“네 그렇습니다.”

“현재 몇 군단이 그곳에 주둔하는가.”

“가장 용맹한 제7군단이옵니다.”

나는 잠시 눈알을 굴리다 말했다.

“감세.”

“…네?”

“또! 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절대 토를 달지 않겠습니다.”

그로부터 보름 후.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그래도 북쪽이라고 냉기가 느껴졌다. 나는 막사 바로 앞에 피워 놓은 모닥불 가에 앉아 불을 쬐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사실 내가 북반부 카란 국경 지대로 가는 이유가 있다. 바로 내가 첫 번째로 얻은 검이 그곳 이민족 족장이 지닌 레어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그런 의도로 가는 것이다. 혹시 더 없나 살펴보러.

이민족의 이름은 카타락토. 마치 바이킹족과도 같이 거칠고 용맹하기로 소문난 이곳 대륙의 전사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전사라고 한다.

그들은 우리 센 제국의 침략에 맞서 대항한 지 벌써 7년째를 맞고 있다 그랬다.

시종 세바스는 그런 그들을 무척 질기고 위험하다며 가지 않는 것을 권했지만 나는 목적이 생겼기에 필히 가야만 했다.

“폐하. 지금부터 더 추워질 테니 이걸 걸치십시오.”

두꺼운 털외투였다.

“음. 따뜻하군.”

“마법 보호가 걸려 있는 아주 귀중한 외투입니다.”

순간 뭔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법 보호라…….

이 시대는 검술과 마법이 혼용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마법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졌기에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길을 떠나기 전에 황궁 소속 마법사들부터 만나 봐야 했다.

하지만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오히려 그들에게 약점을 잡힐까 스스로 멀리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 호위대는 대부분 전사로 이루어진 최강의 특수 전사들이다.

여하튼 가는 여정이 다소 힘들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그로부터 20일 후. 드디어 카란 국경 지대에 도착했다.

“폐하께 알현을 드리시오.”

내게 무릎을 꿇고 경배를 드리는 자, 백발의 노인 같은데 그 기개가 범상치 않았다.

“폐하! 어찌 이런 위험한 곳까지 직접 행차하셨나이까.”

나는 이미 세바스로부터 그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에 당당히 말했다.

“갈비아스 군단장. 내 그대가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에 직접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이렇게 왔소.”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나저나 저들 카타락토 이민족의 저항이 상상 이상으로 드세다는 것으로 보고받았는데 정말 그러오?”

“네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저들은 북반부의 에릭칸의 마법 수호를 받고 있기에 진격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마법 수호라. 순간 내 눈빛이 번쩍였다. 어차피 내가 얻는 템들 모두가 마법 속성이 들어간 템들이 아닌가. 그렇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먼 길을 왔으니 난 좀 쉬겠소. 보고는 내일 다시 받을 테니 그동안의 전투 내용 등을 상세히 준비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폐하.”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전투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기에 호위대와 함께 최전방 지역으로 시찰을 나왔다. 물론 세바스와 제7군단장 갈비아스가 극구 말렸지만 내 한마디에 그들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그건 마치 황제로서 나를 겁내기 때문보다는 나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섞인 눈빛들이었다.

이쯤에서 또 궁금하다. 과연 이전의 황제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하는…….

보고도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카타락토 이민족들의 저 엄청난 전투 능력이.

“흠.”

우리 아군은 그래도 센 제국에서 정예로 불리는 제7군단이라지만 저들의 무력이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아군 병사들 열 명을 저들의 짐승 가죽 차림의 병사 하나가 상대한다고 할까.

세바스는 그 이유가 에릭칸의 마법 수호 때문이라 말했다.

과연 그게 무엇인지 나는 점차 그 호기심이 증폭되었음은 당연했다.

그리고 반가운 신호가 왔다.

허기가 슬슬 지려는 느낌.

역시나 이곳에 온 건 옳은 판단이었던가. 나는 내 선택에 대해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쨌든 아쉬운 일이지만 오늘 전투는 아군이 패했다. 그나마 확보했던 고지 두어 개를 내주고 후퇴하는 꼴이 되어 버렸고.

나도 하마터면 저들의 진영 안에 갇힐 뻔했다.

그와 동시에 포식의 느낌이 강해지는 것에 분명 뭔가 있다고 확신했다.

나를 기다리는 그 무언가. 지금까지의 템들과는 다르게 아주 강력한 뭔가가 존재하리라는 생각에 나는 절로 흥이 났다.

하지만 이런 열세에 그걸 과연 볼 수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내 자신과의 약속이다. 어머니 말대로 세상에는 순리가 있는 법. 뭐든지 억지로 하면 탈이 난다고 그러셨다.

며칠 안 됐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더 이상 낯선 광경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들이박고 밀리는 공방전에 사상자의 숫자는 늘어 가고 여전히 아군은 힘을 못 쓰고 있었다.

과연 적들의 원천의 힘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들의 비장한 표정으로부터 그 어떤 강한 믿음과 신념의 냄새가 풍겨 왔다.

내가 그들의 적인 황제지만 오히려 그들 편에 든 것처럼 칭찬을 해 주고 싶었다.

“세바스.”

“네. 폐하.”

“침략이던가?”

“…네? 무슨 말씀이온지.”

“우리 제국이 침략한 거냐고?”

“아 네. 그게 그러니까 영토 확장의 차원에서.”

나는 잠시 말문을 멈추었다가 시바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흠. 멈추게나.”

“폐하. 멈추라니요?”

“잠시 군대를 뒤로 물리거라.”

“후, 후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세바스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어인 일로…….”

“대신 저들을 수호하는 에릭칸의 마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라.”

“아 네. 폐하. 그러니까…….”

“토 달지 말고.”

며칠 후.

“폐하. 일전에 분부 내리신 것에 대한 보고를 올려도 되겠습니까?”

“기다리고 있었다.”

“에릭칸의 마법 수호란 그들이 거주하는 곳의 성스런 나무를 일컫는 말로써 영묘한 힘을 내뿜어 카타락토의 전사들에게 그 어떤 힘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순간. 영화 ‘아바타’가 생각났다. 거기서 나오는 나무가 자연스럽게 상상되었는데 혹시 그것이랑 비슷한 게 아닌지.

“우리 센 제국은 그걸 뺏으려고 이곳을 침략한 것이겠고.”

“…영토 확장의 차원에서…….”

“어쨌든 영토 확장도 그 나무가 목적이 아니었던가.”

“네. 맞습니다.”

“궁금하군. 마법 수호 역할을 하는 그 나무가.”

“그럼 취하시도록 하시는 것이. 폐하께서는 얼마든지 원하시는 대로 얻을 수 있는 만고지상의 황제이십니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사람이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 그 욕심 때문에 이 전장에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지 아느냐?”

“…….”

이번에는 아예 대답조차 못 하는 세바스.

“그동안 치열한 전투로 쉬지도 못한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고 며칠 뒤에 퇴각하도록 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퇴각 직전에 적 진영으로부터 사신이 온 것이다. 물론 그들은 황제인 내가 몸소 왔다는 정보를 듣고 내게 할 말이 있다고 부랴부랴 사신을 보낸 것이다.

“그대가 카타락토 이민족 족장의 서신을 가져온 사신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왔는가?”

“황제 폐하께 직접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

“부탁이라니? 흠. 그거 이상하군. 그대들은 우리 군대를 맞아 사력을 다하여 싸웠고 그런 용맹한 기세 덕분에 자신들의 영토를 끝까지 지켜 내지 않았느냐.”

이거 내가 말해 놓고도 내가 누구 편에 서서 얘기하는 줄 몰랐다.

그때 사신이 말했다.

“사실상 저희는 이미 패배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

그건 무슨 말인가?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고 사신을 다시 살펴보았다. 한데 그가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하지 않은가.

“그동안 저희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투를 치른 것은 사실 집단 빙의에 의해서입니다.”

“집단 빙의라니?”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막사 안은 제법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 뭔가 두려움에 가득한 공기가 감지된다고 할까. 이유인즉 사신이 지금까지 설명한 말 내용 때문이다.

에릭칸의 마법 수호 나무가 어느 날 그 어떤 일로 인해 성스러운 에너지 대신에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는 악령이 씌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들조차 에릭칸의 나무를 경계했지만 그 에너지가 기존의 힘보다 몇 배나 더 강력하니 수호를 받는 입장에서 욕심이 생겼고 그 사악한 나무를 다시 숭배했다는 내용.

그 덕분에 일당백의 전투력으로 우리 센 제국의 제7군단의 기세를 대적할 수 있었고.

그런데 우리가 퇴각을 하려 하자 에릭칸의 마법 수호 나무는 오히려 그들 이민족들로 하여금 분노를 내뿜게 하여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저주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족장은 그동안 적이었던 우리에게 오히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마당이었고 바로 황제인 내가 그것을 직접 전해 받은 것이다.

물론 내 대답은!

“내 직접 군대를 끌고 가서 확인해 보겠노라.”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무와 거의 똑같은 외양에 나는 놀란 표정을 금치 못했다. 다만 그 키 크고 파란 종족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 카타락토 주민들이 있다는 것이 다를 뿐.

나를 호위하는 근위대와 제7군단이 입성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주변은 드넓었다. 나무도 영화 속에서 본 것보다 대략 수십 배는 더 커 보였고.

한마디로 거대했다. 저런 나무를 물주고 가꾸려면 엄청난 거인족만이 가능할 것이다.

달랑 한 그루, 누가 심었을까.

나는 족장의 안내를 받으며 나무 가까이로 다가섰다.

물론 세바스는 내 뒤를 쫓아오면서 뭐라 했고.

“폐하! 그 이상은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하지만 나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갑자기 허기가 극렬히 느껴졌기에.

포식의 권능에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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