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얻은 레어템, 현실에는 역대급-3화 (3/143)

3화

그날 밤 나는 또 꿈을 꾸었다.

“폐하. 맛이 어떠신지요.”

“맛?”

“장갑 말이옵니다.”

“좋군.”

“폐하께서 좋으시다니 저 또한 기쁩니다.”

시답지 않은 대화 이후 꿈속에서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포식의 권능을 발동시킬 만한 템이 보이지 않아 걱정되었다.

“폐하. 무척 허기가 지시겠습니다.”

“무슨 소리! 방금 전 식사를 마치지 않았느냐.”

“그게 아니옵고 포식의 권능 말이옵니다.”

“하하. 세바스 자네도 이젠 중독이 되어 가는가. 나 참. 하기야 내가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니.”

세바스는 긴장했다.

“제, 제가 혹시 말실수를 해서 심려를 끼쳐 드린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옵니다.”

“됐고 그만 궁으로 돌아가자. 여기서 헤매 봐야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곳은 황궁으로부터 반나절은 나가야 보이는 거리의 아크릴 숲의 고대 도시의 유적지다. 가끔 유물이 발견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종종 있기에 템이라도 하나 발견할까 해서 온 것이다.

나를 호위하던 근위대 병사도 합세하여 삽질을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포식의 권능을 발동하지 못한 채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과연 누굴까. 어떤 인물일까. 나 자신이 황제가 되어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

문득 보게 된 거울 속의 나는 매우 고집스럽고 눈매가 날카로운 중년인의 모습이었다. 그건 좋게 말해서이고 솔직히 인상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화나면 남들에게 성질부리고 그만한 위치인 만큼 심기가 불편하게 만든 자들을 당장 잡아들여 감옥으로 보낼 만한 그런 인상이랄까.

당장 세바스나 대신들의 표정을 보면 절로 알 수가 있었다. 한데 내가 다소 부드럽게 나가자 그들은 더욱 불안에 떠는 모습이었다.

그때.

“폐하! 드디어 뭔가를 발견했답니다!”

세바스의 흥분 어린 음성.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엇인가!”

잠시 후 발굴 현장에 도착해서 그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폐하. 그 형태가 구부러진 쇳조각으로 봐서 말발굽 같습니다.”

“겨우 요걸 발견하고 그리 흥분을 했단 말인가?”

세바스는 오히려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난번 폐하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곳은 신화의 요람이라 일컬으시고 고대인들은 말이 아닌 유니콘을 타고 다녔다는 말씀.”

나는 금세 말을 바꾸었다.

“어, 어험. 그, 그랬던가, 아니 그랬지.”

“오늘 여기서 말발굽은 최초로 발견된 것입니다.”

그 말에 나는 귀가 솔깃했다.

“최초라고…….”

그런데 이게 유니콘인지 말의 것인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세바스는 내 속마음이라도 읽은 듯 그걸 직접 들어 흙먼지를 털어서 설명했다.

“보통 일반적인 말굽 형태가 구부려졌다면 이건 다소 앞으로 직선적인 방향으로서 다릅니다. 그러니까 이건 필시 말이 아닌…….”

난 또 뭐라고. 다소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고 유니콘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잖은가. 말이 아닌 소도 있고 그 밖의 가축들인 염소나 양도 있고.”

그 말에는 이렇다 할 반박을 못 하는 세바스.

어쨌든.

“더 파 봐.”

“네! 폐하.”

세바스는 신이 나서 인부들에게 외쳤다.

“폐하의 명이시다. 이 부근 전체를 샅샅이 파헤쳐라.”

그래서 하룻밤 야영을 더 하기로 했다. 어느덧 밤이 왔고 하루 종일 발굴에 참여했던 자들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각자 숙영지에서 잠을 잤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해 밤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별 무리들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흠. 좋네.”

그나저나 이번 꿈은 꽤나 길게 이어졌다. 일주일하고 이틀이 더 지났건만 깰 생각이 없었다. 이어 드는 생각.

‘혹시 템을 얻어야만 깨는 것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왠지 그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설마 그렇다면 내가 템을 발견 못 할 시 나는 꿈속에서 한 달이고 두 달, 아니 어쩌면 일 년 넘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단 말인가.

“후. 그건 좀 아닌데.”

그때 문뜩 그게 궁금했다.

내가 템으로부터 얻어지는 속성들에 대하여 말이다.

‘정말 내가 포식의 권능을 발동할 때마다 강해지는 건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정보창!”

[이형도]

[레벨 2]

[꿈을 걷는 자, 트레이더]

[체력 12(+4) 힘 10 민첩 11]

[마력 5(+2) 지혜 7(+2)]

* 액티브 스킬

[고유 – 포식(유일 등급)]

아이템을 흡수하여 능력의 일부를 가져온다.

[고유 - 손목의 근력(유일 등급)]

* 패시브 스킬

[마르지 않는 체력(C등급)]

[체력 상승 50%]

[손목 근력 상승 70%]

[카르마타파: 13억]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고는 일단 내 신체의 상태부터 한번 느껴 봤다.

전혀 피곤하지 않은 것이…….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서 이틀 밤을 새웠는데 몸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았다.

체력이 상승해서 그런 거겠지. 이번엔 황제인 나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금속 지휘봉을 집어 들어 올렸다.

순간,

“엥?”

번쩍 들리는 것이.

“가볍네.”

손목 근력 상승 70%의 위력이던가.

이게 패시브 스킬이라면 나는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이런 힘 이상을 지닌다는 의미인데. 갑자기 신이 나는 이 기분.

“와. 대박이 따로 없네.”

그다음 날 아침.

“폐하 새로운 유물을 발견했습니다.”

인부들은 내가 일어나기 한참 전인 새벽부터 일을 했나 보다. 나는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괜한 혹사를 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밥은 먹이고 일을 하는 건가?”

“폐하. 그게 문제가 아니옵고 이번엔 범상치 않은 유물 같사옵니다.”

그 말에 나는 눈빛이 반짝거렸다.

“범상치 않다고?”

잠시 후 발굴 현장에 가 보니. 슬슬 허기가 지는 게 뭔가 신호가 오는 것 같았다.

“뭔가?”

“폐하! 신인 것 같사옵니다.”

“신이라면……?”

그때 세바스는 인부로부터 그걸 조심스럽게 건네받고 내게 가져왔다.

나는 녹이 슬대로 슨 그것을 받아 들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다소 기대했던 포식의 권능은 발휘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있나 싶어 흙을 털고 그 형체를 살펴보았다.

철로 만든 신이라.

흠.

레어는 아닌 것 같았다. 그저 평범한 템. 그래도 허기가 지긴 하는 걸 보면 그보다 위쪽인 매직이랄까. 아무튼 성과는 있었다.

세바스는 내가 실망스런 표정을 보이자 인부들을 더 재촉했다.

“자! 조금 더 파헤쳐라! 깊숙하게 넓게 퍼져서!”

그로부터 반나절이 지나 해가 중천에 떠오를 시점이었다.

나는 막사 간이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거리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오는데. 다시 허기가 지려 하는 거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들려오는 세바스의 목소리.

“폐하!”

나는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물었다.

“유물을 발견했는가?”

“발굴을 했지만 유물은 아니옵니다!”

“유물이 아니라면?”

“통로 같습니다.”

“통로라!”

현장에 가 보니 인부들이 어느 한 곳을 집중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은 발굴 현장이 끝나는 절벽 밑 부분 지점.

그 통로라는 곳은 사람 두어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동굴 입구 같아 보였다.

이어서 허기가 마구 졌다. 뭐라도 주워서 씹어 먹을 것처럼 식욕이 당기는데 그건 포식의 권능이 발동되기 직전의 느낌과 똑같았다.

나는 참다못해 인부들을 뒤로 물리고 그 동굴 안쪽을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폐하! 아니 되옵니다! 고정하십시오.”

“아냐. 내 직접 살펴보겠노라!”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뭔가 손에 거치적거려 그걸 집어 왔다.

밝은 햇빛에서 보니 그 또한 신발 같았는데 이번엔 가죽신이었다.

그 순간.

[포식의 권능이 발화.]

아이템이 부스러지며 나에게 흡수되었다.

[포식의 권능이 발동되었습니다.]

[마법사 가린샤의 가죽 신발(레어 등급)을 포식합니다.]

[고유 특성 ‘도약 능력 증가(B등급)’을 흡수합니다.]

파팟—

* * *

현실로 돌아오자 신발 앞 허공으로 나타나는 홀로그램 글씨들.

[마법사 가린샤의 신발(매직 등급): 더 이상 포식할 수 없음.]

[방어력 170]

[특수 스킬 베른(발동 시 날카로움 도약 능력 65% 증가)]

[내구도 57/100]

*트레이더가 되는 법

[본 아이템은 임의의 영역에서 거래할 수 없음.]

[거래 자격 포인트 +500 이상 시 거래 가능. 상점 개설 가능.]

[거래 자격 포인트 +9 획득!]

[현재 포인트 +19]

역시나 속성을 지닌 채 현실로 그대로 나타난 템.

그나저나 계속 거래 불능이니 상점 개설 같은 게 나오는데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겠다.

“흐음… 정보창!”

[이형도]

[레벨 3]

[꿈을 걷는 자, 트레이더]

[체력 20 힘 15 민첩 11 마력 7 지혜 9]

* 액티브 스킬

[고유 — 포식(유일 등급)]

아이템을 흡수하여 능력의 일부를 가져온다.

[고유 — 손목의 근력(유일 등급)]

* 패시브 스킬

[마르지 않는 체력(C등급)]

[체력 상승 50%]

[손목 근력 상승 70%]

[도약 능력 상승 65%]

[카르마타파: 114억]

역시나 레벨이 3이 되었고 각 스텟이 조금씩 올랐다. 무엇보다 도약이 65%라면……. 순간 높이뛰기가 생각이 났다.

타다닥.

그 즉시 뛰어 봤는데 몸이 쭉 떠서 근 2m 가까이를 점프할 수 있었다.

쿵!

물론 천장에 머리가 부딪쳤고.

“아악!”

한데 여전히 카르마타파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이번엔 그 숫자가 114억이라니.

도대체 뭘까? 지난번 13억에서 100억 이상이 왜 오른 거지…….

잠에서 깨자마자 머리를 부딪치고 고뇌에 빠져 있던 순간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호 형.

“형! 갑자기 뭐야.”

그런데 형의 표정이 무척 상기가 되었다.

“큰일 났어 인마!”

“뭐, 뭐가?”

“난리 났다고!”

그러고 보니 형 얼굴에 상처가 생겨 피가 맺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형! 왜 그래!”

“제길. 놈들이 강해졌어.”

“강해지다니?”

“기존의 외계 크리처들이 아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야간 사냥 중에 당한 헌터만 너덧 명이 된다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형은 겨우 진정을 하고 상세한 내용을 얘기했다.

“그게 사실이야? 정말 전혀 다른 종(種)이었어?”

“외계 놈들이 지구 침략에 우리의 반발이 심해 소강상태에 이르자 아마도 다른 종을 개발해서 보낸 것 같아.”

“후~”

* * *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다시 꿈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말이다.

꿈속은 여전히 내 세상 같지만 현실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나는 꿈을 꾸다가 어느 순간 외계인들의 공격을 받고 그대로 자다가 비명횡사를 할 수도 있는 일.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꿈속에서 아이템을 얻고 무조건 강해지는 것, 그 수밖에 없었다.

“폐하! 포식은 잘 하셨습니까?”

“잘 하다 말다. 자 이제는 궁으로 돌아가자.”

“네, 알겠습니다.”

황궁에서의 내 생활은 거의 천국에서 보내는 것처럼 뭐든지 신이 나고 행복했다.

물론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이 순간에 현실은 어떻게 돌아갈까 걱정이 되었지만 고작해야 하룻밤. 그 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는 않을 테지. 하며 스스로 위안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만고의 세월을 보내도 상관없는 일.

그래서 오늘도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레어템을 찾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황제니까 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찾아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서 가라, 라는 교훈도 잊지 않았으니 나는 일단 때를 보며 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