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동조에 기쁜 듯 윤조가 되물었다. 또한 팔을 뻗어 안아 주세요, 하고 몸짓으로 청했다. 윤제는 못 이기는 척 팔을 뻗어 작은 몸을 품에 안고 의자에 앉았다.
“그러게 황궁에서는 한 마리씩만 날려 보내라고 했잖느냐.”
“그러면 재미없습니다. 멋있지도 않습니다. 한 번에 모든 새가 날아가는 게 훨씬 근사합니다.”
“새들이 놀라는 게 가엾지 않느냐.”
윤제가 점잖게 말했고, 윤조가 부왕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짤랑거렸다. 새들이 아기인 한조나, 지켜 주어야 할 민조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는 얼굴이었다.
“민조 앞에서는 절대로 그러지 않습니다.”
어린 날의 자신과 한 치도 다르지 않게 구는 윤조를 보며 윤제가 머리를 쥐어 싸매며 엄살을 부렸다.
“우리 딸 큰일이네.”
“부왕, 밉습니다.”
조그만 입술이 사납게 삐죽댔다.
“한 마리씩만 하라니까.”
윤제가 어린 딸의 귓가에 입술을 바싹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그건 재미가 없다고 투덜댄 입술이 어쩌면 좋을까 난감해하는 뺨에 입을 맞췄다.
한 마리씩만이라는 속삭임과 핏, 소리가 오고 갔다. 사이사이 뺨에 입을 맞추는 소리도 울렸다.
윤제가 품에 안겨 있는 작은 몸을 간질이며 엄히 말했다.
“네가 다 잘못한 거다.”
윤조가 꺄르르 웃으며 투덜댔다.
“다들 나만 나쁘대.”
서러워하던 투덜거림은 간지럼을 태우는 커다란 손과 입을 맞추는 웃는 입술에 금세 웃음이 되었다. 전각의 문이 열리며 용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하. 공주. 뭐하십니까.”
반성의 의자에 함께 앉은 꼭 닮은 부녀는 화기애애하였다. 윤제와 윤조가 동시에 웃음을 감추었다. 윤제가 윤조를 무릎 위에 반듯하게 앉히며 말했다.
“함께 반성 중이었소.”
윤조가 부왕의 품에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성?”
용아의 물음이 삐딱했다. 윤제가 품에 안은 딸을 남몰래 독촉했다. 새삼 서러움이 올라 샐쭉하던 윤조가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손길에 아비의 무릎에서 내려와 반듯하게 서며 띄엄띄엄 말했다.
“아버지, 윤조가 잘못했습니다.”
무엇이 잘못 되었느냐, 반성을 하는데 부왕 품에 안겨 웃고 떠들며 하느냐 혼이 날까 잔뜩 주눅 들어 있는 머리로 살살 쓰다듬는 손길이 내렸다. 두 시진 가까이 홀로 앉아 있었던 아이는 따듯한 손길에 안도하며 눈물을 쏟았다.
용아가 품으로 파고드는 윤조를 안아 다독여 주었다.
“윤조가 힘을 다스리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내 욕심이겠지만, 나는 윤조가 모든 존재를 민조와 같다고 여기고 조심스럽게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울지 마. 혼자서 외로웠습니까. 윤조는 장난이지만 자꾸 그러면 나중엔 진짜 외로워질지 모르니 걱정되어서 그런 거야.”
윤조는 울며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당장 아이가 용아의 청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테지만, 언제가 되었든 이 말을 기억하고 받아들여 줄 때가 오기를 바랐다.
용아는 우는 윤조를, 윤제는 윤조를 안은 용아를 팔을 펼쳐 안았다. 유모모의 손을 붙잡고 전각을 찾아 온 민조가 우는 누이의 곁으로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달려왔다. 울던 아이가 의젓한 누나답게 웃으며 자신보다 작은 아이를 부둥켜안았다.
문밖에서 모장이 용아를 찾았다. 한조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전갈이었다. 윤제가 두 아이를 품에 안아 들며 아기에게 가자고 했다. 용아가 아이들을 품에 안은 윤제를 가볍게 안았다가 놓아주며 어서 가자고 재촉했다.
용아의 독촉하는 손에 이끌려 윤제가 아이 둘을 안고 내달렸다. 품에 안긴 두 아이가 성큼성큼한 달음박질에 웃음을 터트렸다.
웃으며 즐거워하던 윤조와 민조가 아기가 운다며 부왕 어서요, 어서를 연발했다. 용아와 윤제가 힘껏 내달렸다. 모두는 바쁜 걸음으로 전각 안에 들었다. 곧 전각 안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순순(諄諄) ― 거듭 타일러 친절히 가르치다
함복궁 석계를 오르는 어린 발은 다급하였다.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하고, 시무룩한 것 같기도 한 아이의 얼굴을 태감이 다감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좌첨이 소리 없이 열어 준 문 안으로 가볍게 뛰어든 민조는 소리를 내뱉으려다 멈칫했다. 침상은 우아한 격자무늬 창 앞에 놓여 있었다.
커다란 방에는 발소리를 숨겨 주는 아름다운 융이 깔려 있었다. 아이는 융 위를 사뿐히 밟아 침상에 잠들어 있는 할아버지의 곁으로 갔다.
침상을 등정하듯 힘겹게 오른 민조는 잠든 이의 곁에 웅크리고 누웠다. 그제야 불안하게 들썩이던 것이 가라앉는 듯했다. 잠시 숨을 고른 어린 얼굴은 웅크린 채로 잠잠한 얼굴은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조그만 손가락이 콕콕, 잠든 팔뚝을 건드렸다.
잠들어 있던 얼굴이 희미하게 꿈틀 울렸다.
“할아버지.”
아이는 따듯하고 단단하여 안정감을 주는 품으로 꼬물꼬물 파고들었다. 작은 부름에 잠들어 있던 얼굴이 단숨에 깨어났다.
“민조가 아니냐.”
“응, 민조입니다.”
부왕과 금죽헌 내원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엄격히 예를 올리는 법을 알려 주었지만, 가슴이 콩닥콩닥 무섭게 뛰고 난 후엔 그런 걸 할 여력이 없었다.
화들짝 놀라 재빨리 도망친 뒤에는 항상 쓸쓸하고, 서럽고, 울적했다. 메마르고 커다란 손바닥이 아이의 조그만 뒷머리를 쓱쓱 거칠게 쓸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
할아버지의 품에 폭 안겨 있던 아이가 물러나며 조용히 훌쩍였다. 황제가 삽시에 잠을 털어 내고 몸을 일으켰다. 넓은 품에 기대어 있던 작은 몸도 함께 일으켜졌다.
“할아버지…….”
아이의 울음이 더욱 커졌다. 울음을 퍼트리는 가녀린 어깨가 연신 들썩였다. 아이의 작은 얼굴은 울음으로 발갛게 열이 올라 있었다. 눈물을 쏟느라 기울어진 눈매는 아이답지 않게 처연하였다. 눈매 끝에 맺혀 있는 눈물점이 아이의 울음을 따라 서럽게 오르내렸다.
“민조야?”
황제의 손이 연신 우는 아이의 얼굴을 쓸어 주었다. 민조의 작은 손이 울음을 닦아 주는 커다란 손을 단단히 붙들었다. 뜨겁고 작은 손이 울적함에 작게 움칫댔다.
“소손만 어째서 다르옵니까.”
“민조야.”
“민조만 약하고…… 힘이 없어 매번 도망칩니다…….”
아이의 얼굴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자신만 형제들과 다르다는 소외감. 또다시 도망을 쳤다는 수치스러움, 부끄러움, 서러움. 자신만 약하다는 우울함.
형제들에 대한 부러움. 가족 모두 아무렇지 않은 것을 자신만 두려워하고, 힘겨워하는 것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하는 걱정스러움.
“다른 것은 나쁜 게 아니라 하였지 않느냐.”
“그래도…….”
울음으로 빨갛게 상기된 얼굴에 서러움이 만져질 듯 올랐다. 그 서러움을 다 지워 주려는 것처럼 거친 손이 민조의 뺨을 닦아 주었다.
“누이가 괴롭히더냐.”
할아버지의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옵니다.”
누이는 겨우 한 살 위인데 민조를 불면 날아갈까, 잘못 만지면 부서질까 살뜰히 살펴 주었다. 항상 민조를 업어 주고 싶어 했고, 무엇이든 주고 싶어 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좋은 누이였다.
“아우가 못되게 굴더냐.”
한조는 아직 아기였다. 얼마 전에야 겨우 뒤뚱이며 걸었다. 아기가 일부러 민조에게 무서운 힘을 내보인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한조가 실수로 황족의 힘을 내보이면 민조는 재빨리 도망쳐야 했다.
내원 아버지가 그리 하라 가르쳤다. 부왕은 걱정하며 작은 민조의 머리에 다 기억할 수 없도록 많은 황궁의 온갖 비밀 길과 지름길을 알려 주었다.
누이는 외조로 나간 것이 발각되면 반성의 의자에 온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외조로 가끔 놀러를 가도 괜찮았다.
“아기는 예쁩니다. ……그래도요. 소손만 힘이 없고, 약하고…… 아기가 실수로 힘을 쓰면 소손은 도망쳐야 하니 슬픕니다.”
한조를 떠올릴 때 웃음 지었던 민조가 다시 울적한 얼굴이 되었다.
“두 녀석이 또 싸웠나 보구나. 이 할아비가 혼을 내 주어야지.”
황제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했다.
“아닙니다.”
민조가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황제는 금당대로 향하며 품 안의 울적한 얼굴을 다독였다.
“두 녀석 혼내지 말았으면 좋겠느냐?”
황제의 물음에 민조가 크게 끄덕였다.
“누이도 아기도 혼내지 마세요, 할아버지. 대신 민조를 혼내 주세요. 혼이 난 후에 민조도 누이처럼, 아기처럼 튼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혼이 나도 민조는 그리 튼튼해지지 않을 터인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황제의 납심은 고요히 이루어졌다. 황제는 귀애하는 황손을 품에 안고 금당대로 들었다.
금당대 전각 중 한 곳은 윤조와 민조가 배밀이를 할 때 꾸며 둔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한조가 대부분 머물렀다. 황제의 품에 착 달라붙듯 안겨 있는 아이는 가까워져 오는 전각을 보며 다시 우울해졌다.
시무룩해진 얼굴을 건드리며 황제가 말했다.
“어찌 또 이럴까.”
“할아버지. 소손은 아무도 안 닮았습니다. 윤조 누이는 부왕을 닮았고, 한조는 눈은 아버지를 나머지는 부왕을 닮았지 않사옵니까. 소손은 부친들을 하나도 안 닮았습니다.”
아이의 말을 듣던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민조도 네 부왕을 닮았구나.”
“하나도 안 닮았습니다.”
“민조가 부왕의 모후를 닮았으니, 부왕을 닮은 것이 아니겠느냐. 한데 저 녀석들 무엇을 하는 것인고.”
전각 가까이로 다가선 황제가 안을 살피며 말했다. 민조는 황제의 말에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 하나 해결돼 기분이 좋아졌다.
“누이가 아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르쳐?”
민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멀찍이 선 채 전각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윤조가 엄격하고 달콤한 목소리로 아기에게 청했다.
“한조야. 언니, 라고 해 봐.”
“시져.”
“언니, 해 보세요.”
“시져. 언니.”
한조는 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윤조는 민조에게 같은 청을 했었다.
‘민조야, 앞으로 이 누이를 ‘언니’라고 불러라.’
민조는 제법 조리 있는 말로 누이는 누이이니 언니라고 불릴 수 없음을 우물댔다.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민조에게 순순히 물러났던 윤조는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아기인 한조에게선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언니.”
“싫어!”
윤조의 강요에 한조가 소리를 높였다. 아기가 소리를 높이는 순간 무형의 힘이 펑! 터지는 것처럼 주위로 퍼져 나갔다.
윤조는 움찔하며 함부로 힘을 쓰는 한조를 가르치려 했다. 서로 힘을 가지고 실랑이를 하는 둘의 곁에서 민조는 그래서 도망쳤었다.
윤조의 언니라 부르라는 요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조, 게 있느냐.”
황제는 이마로 가려는 손을 단단히 누르며 감정을 거두어 낸 음성으로 공주를 불렀다. 아기에게 언니를 한참 가르치고 있던 윤조가 멈칫했다.
“할아버지!”
전각의 열린 창으로 보이는 황제를 발견한 윤조가 웃음을 흩뿌렸다. 황제가 품에 안고 있던 민조를 내려 주었다. 민조는 잠시 못 보았던 누이를 보는 것이 좋고, 아기에게 말을 걸고자 곁으로 가려 했다. 한조가 조그만 손가락으로 다가오는 민조를 가리켰다.
“언니이.”
아기가 드디어 언니를 깨쳤다. 윤조가 안타까운 얼굴로 한조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고쳐 주려 했다.
“아니야! 민조가 아니라 누이에게 언니라고 불러야지.”
황제가 공주를 다시 불렀다.
“윤조야.”
민조는 걸음을 멈추고, 아기의 얼굴을 보며 더듬더듬 설명했다.
“나, 언니 아닌데…… 나는 형…….”
한조가 민조를 다시 불렀다.
“언니이이.”
민조는 어찌할 바 몰랐다. 민조는 해사한 얼굴에 아니라는 뜻으로 손을 살짝 내저었다. 때마침, 금당대로 윤제와 용아가 들었다. 윤조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용아의 앞으로 뛰어갔다.
“아버지, 어떡해요. 한조가 민조를 언니라고 부릅니다. 제게 언니라고 부르라고 가르쳤는데……! 저도 언니가 되고 싶어요!”
윤조가 서럽게 외쳤다.
“부황을 뵙습니다. 그랬느냐. 속상하겠다.”
용아는 우선 황제께 예를 올리고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윤조의 말에 대꾸했다. 황제께 함께 예를 올리던 윤제가 아련한 얼굴로 자신을 쏙 뺀 사랑스러운 딸을 바라봤다.
“언니이.”
한조가 민조를 보며 말했다.
“언니 아닌데…….”
아기는 시선을 돌려 윤제를 보았다.
“형.”
“…….”
윤제는 더욱 아련한 얼굴이 되었다. 한조의 시선이 용아의 얼굴로 옮겨갔다. 아이의 불분명한 웅얼거림이 정적 속에서 단호히 울렸다.
“아부우.”
황제가 어색한 얼굴로 먼 곳을 보았다. 윤제와 용아는 어떤 말도 올리지 못하고 비슷하게 어색한 얼굴이 되었다. 황제가 위로하듯 말했다.
“한조의 말이 늘었구나.”
둘은 눈치를 보다 어정쩡하게 예를 올렸다.
“융조.”
그때 다시 한조가 단호히 말했다. 자신을 향한 아기의 말에 윤조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기뻐했다. 용아가 기뻐하는 윤조에게 ‘윤조 누나’라고 가르쳐 주라 조언했다.
윤조가 ‘윤조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면 안 되냐고 기대에 찬 반짝반짝한 눈으로 물었다.
한조는 어째서인지 굳건한 얼굴로 민조만을 언니라 불렀다. 민조는 결국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윤조는 민조를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보다가 위로했다.
“언니이.”
한조가 민조를 향해 외쳤다. 민조가 울었고, 윤조가 더욱더 부러워하는 얼굴이 되었다. 윤제와 용아는 아이들을 번갈아 달래 주었다. 황제는 우는 민조를 위로하고, 부러워하는 윤조를 모호한 얼굴을 쓱쓱 쓰다듬고, 한조를 잠시 다독였다. 혼곤하고 유쾌한 저녁이었다.
요요무무(曜曜懋懋)
소녀의 하루는 빈틈없었다. 여섯 살이 된 윤조는 새벽 일찍 눈을 뜨기 시작했다. 준비가 끝나면 동궁을 나와 부왕과 아버지를 찾았다. 두 분께 먼저 아침 문안을 올리고 함께 함복궁으로 가 할아버지께 문안을 올리거나, 할아버지께 앞서 문안을 올리고 두 분께 따로 예를 올렸다.
아침 문안 후에는 식사를 했다. 예법에 따르자면 황제와 태자, 태자비, 공주는 각각 따로 식사를 하여야 했지만 당금 황가는 가족간 사이가 돈독한 편이었다. 함복궁에 들면 황제께서 문안을 온 이들에게 곧잘 아침 식사를 권하셨다.
식사 후에는 조강이 있었다.
아침 공부는 소녀에게 너무도 끔찍한 것이었다. 한 시진을 꽉 채우고 반드시 두어 각씩 초과했다. 글공부 스승님들의 말씀은 모두 옳은 것일 테지만, 쉬운 말을 두고 굳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설명할 때면 소리를 냅다 지르고 싶어지고는 했다.
윤제는 조강 때의 공주 곁에 언준을 붙여 두었다.
윤조는 부친께서 언숙부에게 공부방을 지키게 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승님들을 지키게 함이 아닐까 줄곧 의문을 품어 왔다.
언준이 공주께서 영특하다 칭찬해 줄 땐 어깨가 씰룩대도록 기분이 좋았지만, 짜증이 한껏 올랐는데 황족의 힘을 쓸 수 없도록 지켜보고 있을 땐 그만 가 줬으면 싶었다. 지겨운 공부가 끝난 후에는 드디어 금당대를 나설 시간이었다.
함복궁에서 할아버지와 동생들과 놀거나, 황제를 찾은 대내신들, 사신, 황친들의 괴변을 듣고 보았다.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남몰래 다짐하였다.
함복궁에서 찾지 않을 때는 정천궁으로 갔다.
부왕이 정무를 보는 전각 밖에서 진양군 숙부와 놀다가 곧잘 부친의 ‘저리 가서 놀아!’ 외침을 듣고는 했다. 부왕도 놀고 싶고, 진양군 숙부께 어여쁨을 받고 싶어 질투하여 그런 것일 테니 이해해야 하겠지만, 흥, 칫, 핏이었다.
점심 식사는 주로 혼자였다. 정천궁에 부왕과 함께 있을 때에도 각자 방에서 식사했다. 그것이 법도라니 따라야겠지만, 윤조는 가끔 슬프고 외로워져 울었다.
식사 후에는 주강이었다. 낮 공부는 금방 끝나기에 할 만했다. 얼른 해치우고 나면 행복한 일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대로 가 활쏘기를 하거나, 외출하여 마장으로 가 말을 타거나, 창이나 검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처음으로 활 쏘는 법, 말 타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은 금죽헌 아버지이지만, 최근엔 제북에서 온 사부님께 배우고 있었다. 사부님은 키가 헌앙하고, 창과 검을 무척 잘 다루었다.
제북에 온 사부와 사부의 친우는 용아의 사형들이었다. 황가는 그들을 보내주지 않으려 하는 제북과 한동안 실랑이를 했다. 민조를 살펴주고, 갖추어야 할 것을 알려 주러 온 사형들에게 용아는 윤조의 무술 사부도 부탁했다.
사부님에게서 좋은 기척이 났기에 윤조는 그를 무척 좋아했다. 사부님께 좋은 향이 난다는 아이의 수줍은 칭찬에 홍재는 아이보다 더 수줍은 얼굴로 자신은 함께 온 다른 이들이나, 제북의 내원에 드는 귀한 분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말했다.
윤조는 키 크고 듬직한 사내의 붉어져 부끄러워하는 얼굴에 미소를 건네었다. 사부님에게 창이나 검을 배우는 것도 좋았고, 때로 일과가 없는 용아가 찾아와 함께 말 타러 외출하거나, 사대에 나란히 서서 지켜봐 주는 것도 좋았다.
행복한 일과 후에는 석강이었다.
정진에는 끝이 없었다.
저녁 공부는 조강보다 짧고 주강보다 길었다. 심정적으로 가장 괴로운 공부는 석강이었다. 윤조는 석강 때 자주 울고 탈주를 시도했다. 황제와 태자께 대신들은 어린 공주께서 힘들어 하니 과한 일과를 줄여줄 것을 청하기도 했으나, 모든 황친이 나서서 조당의 말을 싹 무시해야 한다고 청했다.
윤조를 어여뻐하는 정군왕과 진양군까지 무서운 얼굴로 진민 공주께서 갖추어야 할 것을 갖추어야 하지 않겠냐는 걸 어려운 말로 돌려서 했다.
황친들께서 진민 공주를 언급하면 무조건 따라야 했다.
저녁 식사 이후로는 짧은 여가를 즐길 수 있었다. 힘이 하나도 없다는 핑계로 부왕과 아버지께 업혀 할아버지께 문안을 갔다.
공부가 참으로 어렵다 하소연하여 할아버지께도 오래도록 업혀 있거나,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보좌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잠이 들면 하루가 끝났다.
가장 괴로운 점은 동생들을 주무르고 놀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이었다. 내년이면 민조도 일과를 시작할 터인데, 걱정스럽고 기대가 되었다. 무정한 아우들이 저들끼리 노느라 공부하는 자신을 찾아 주지 않는 것이 슬펐지만, 녀석들도 지금 힘껏 놀아 두어야지 싶었다.
그래도 석강은 너무나, 너무도 싫었다.
“……이걸 전부 다 읽어야 합니까.”
저녁이 다가오는 시각이었다. 궁인들이 부지런히 일찍부터 불을 밝혀둔 서실에는 윤조와 석강 스승이 들어 있었다.
“물론이옵니다.”
윤조의 석강 스승님은 진무사 순국공 심재였다. 가느다란 흰 수염을 멋스럽게 기른 꼬장꼬장 문사 할아버지였다. 윤조에게 순국공을 소개한 날 저녁, 부왕은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스승이라고 했었다. 왜 싫어하는지 한마디 나눠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리 싫어하는 분인데 어찌 소녀의 스승을 부탁하셨냐 했을 때, 부왕은 활짝 웃는 얼굴로 나만 당할 수 없지, 라는 철없는 말로 아이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심 할아버지이이.”
책상 앞에 앉은 윤조가 가련한 얼굴로 스승을 찾았다.
“하실 수 있습니다.”
“아휴. 스승님, 이 윤조 쓰러집니다. 아이고.”
스승의 믿음 가득한 말에 아이가 엄살을 부렸다. 태자도 어린 날, 저리 자주 엄살을 부렸다. 그때 심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주는 까마득히 어렸고, 같은 얼굴인데도 하는 양이 훨씬 귀여워 그의 웃음을 끌어냈다.
“……세 장 줄여 드리겠습니다.”
스승의 너그러움을 윤조가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열 세장이요?”
아이가 함박웃음을 퍼트리며 능청스레 말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 기대로 반짝이는 눈에 웃음이 터지려 했다.
“여섯 장. 그 이상은 절대 아니 됩니다. 이것도 싫으시면 본래 낸 숙제 전부 다 하셔야 할 것입니다.”
“여섯 장, 알겠사옵니다. 윤조가 해내겠습니다.”
스승의 엄중한 말에 아이가 힘차게 약속했다. 씩씩한 말에 심재는 겨우 누르고 있던 웃음을 가볍게 풀어 놓으면 기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갔다.
숙제가 너무 많아 윤조는 아이고와 한숨을 숨처럼 내쉬며 냉정한 심 할아버지를 탓하는 말을 투덜대며 안 넘어가는 책장을 꾸역꾸역 넘겼다.
쓸쓸하고 외로운 저녁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야속해지려 할 때, 전각의 문이 벌컥! 열렸다. 오른쪽 옆구리엔 민조를 왼쪽 옆구리엔 한조를 낀 용아가 안으로 걸어 들었다.
윤조는 세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아버지! 민조야, 한조야!”
책상을 물리고 그대로 가족과 화목한 시간을 가질까 했다. 용아가 냉큼 일어나는 윤조를 향해 말했다.
“윤조는 할 것 하거라.”
“예…….”
윤조는 도로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어째 아까보다 가슴이 더 깝깝했다. 눈에 보이는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일 뿐이었다. 허망한 시야는 아득해지고, 대신 귀가 쫑긋하니 예민해졌다.
“둘 다 앉아라.”
용아가 두 아이를 반성의 의자에 앉히고 있었다. 윤조는 흐트러져 있는 몸을 반듯하게 하며 책에 집중하는 체했다. 동시에 귀를 아주 활짝 열었다.
“아버지, 잘못했어요. 민조만 벌 받으면 돼요. 한조는 제가 시킨 대로 한 겁니다.”
민조가 눈물 어린 목소리로 죄를 청했다.
“아버지이…….”
윤조나 민조에 비해 말이 늦된 한조가 발음이 뭉개져 웃음을 퍼트리게 하는 울림으로 용아를 불렀다.
윤조는 남몰래 고개를 짤랑댔다. 두 아우가 무슨 잘못을 한지 모르겠으나, 둘이 함께 죄를 지었다면 모르고 지은 죄라 하더라도 둘 다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이였다.
“바로 앉아야지.”
용아의 말에 윤조는 가만히 끄덕였다. 벌을 받을 땐 반듯하게 앉아야 하는 법이었다. 민조가 다시 아기는 죄가 없다고, 한조에게 미안하다고 울음으로 죄를 청했다.
용아는 봐주지 않고 두 아이를 반성의 의자에 앉히고 돌아섰다. 궁금함에 시선을 올린 윤조는 돌아선 아비와 눈이 딱 마주쳤다. 또르르 구르던 시선이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갔다.
“…….”
용아가 책상 앞으로 가 앉았다.
“궁금하냐.”
귓가에 울리는 물음에 윤조가 얼른 시선을 올렸다.
“예.”
용아가 잔뜩 낮춘 목소리로 윤조에게 말했다.
“민조가 말도 없이 궁을 나서려 했다.”
“……아버지가 걱정하실 텐데…… 어찌 그랬을까요. 헌데, 어떻게 궁을 나서려 하였지요?”
윤조는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시선을 내렸다. 이 방 안에서 황궁을 가장 빈번히 탈주한 것은 다름 아닌 윤조 자신이었다.
공부가 불현듯 할 수 없어질 때, 황족의 힘을 부려 주위를 비우고 마장의 말을 몰래 빼내어 진양군을 찾아갔다. 그러면 진양군이 윤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말을 몰아 황궁에 데려다주고는 했다.
면구스러운 것은 면구스러운 것이고,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기에 아이는 조심스레 의문을 표했다.
“민조가……”
말을 하던 용아가 손에 얼굴을 묻으며 괴로워했다.
“아버지?”
“민조가 한조에게 황족의 힘을 써서 주위를 물리고 마장에서 말을 빼내려 했다.”
윤조가 자주하던 행동이었다. 민조에게는 황족의 힘이 없으니 한조에게 황족의 힘을 부리게 한 것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윤조는 왜인지 제가 황궁을 나서려 하다 걸린 것처럼 곤란해졌다.
“그런…… 잘, 잘못을…….”
용아가 뒷목이 당기는지 목과 어깨를 잇는 부분을 툭툭 두드리고 주물렀다. 윤조는 재빨리 일어나 고단해하는 아버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기고, 살뜰히 주물러 드렸다.
“우리 윤조 고마워.”
열심히 움직이는 작은 손을 감싸 쥐며 용아가 고마움을 전했다.
“아니에요. 아버지, 가서 쉬고 계세요. 제가 동생들을 보고 있을게요.”
윤조는 조금 머쓱해하다가 용아를 일으키며 말했다. 용아가 못 이기는 척 일어섰다.
“그래 줄래?”
“예. 잘할 수 있습니다.”
윤조가 걱정 말라는 얼굴로 용아를 내실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문을 닫고 돌아선 아이는 잠시 멈추어 있었다. 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 엄한 누나인 척 훈계를 할 수도 없었고, 너희는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붙잡혔냐 으스대는 건 더욱 할 수 없었다.
윤조는 상궁이 석강 때 먹으라고 가져다 둔 간식을 들고 동생들에게로 다가갔다.
반성의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아우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조는 울고 난 후인지 눈가가 발갛게 상기 되어 있는 데에 반해 표정은 데면데면했다. 민조는 아직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윤조는 키가 작은 의자를 하나 끌어와 반성 중인 두 동생 앞에 앉았다.
민조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었는데, 윤조가 슬쩍 간식을 건네자 민조는 도리질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윤곽이 여린 얼굴이 울음을 쏟자 안쓰러워 함께 울고 싶었다.
한조에게 하나 건네자, 아이는 머뭇거리다 간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덥석 받아 들었다. 간식을 옴삭옴삭 소리 나게 먹어 치우며 한조가 민조를 향해 뚱하니 말했다.
“형, 나빠.”
“……미안해…… 그렇지만 한조는 말 못 타잖아.”
민조의 부드럽고도 냉정한 말에 간식을 다 먹은 한조가 부스러기가 잔뜩 묻은 손으로 눈을 감싸며 울음을 터트리려 했다.
윤조는 재빨리 아이의 손을 붙잡아 닦아 주었다. 윤조에게 손을 붙들린 한조는 아쉬운 대로 팔뚝으로 얼굴을 가렸다.
“한조 말 못 타.”
한조는 우는 체했지만 울음은 나지 않았다. 윤조와 민조가 눈물을 곧잘 쏟는 데에 비해 막내인 한조는 눈물이 별로 없었다. 다리가 짧아 뒤뚱거리며 뛰다가 넘어져도 울기보다 상처 난 손바닥을 흥미롭게 내려다보며 ‘아포. 한조 아포.’만 연발했다.
정작 우는 것은 작은 손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란 윤조나 민조였다.
누나와 형이 자주 우니, 저만 멀뚱한 얼굴로 아쉬운 말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이후로 한조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우는 척했다.
“한조도 곧 말 탈 수 있어. 민조는 어쩌다 실패했니?”
윤조는 한조를 위로하고, 다시 한 번 민조에게 간식을 건넸다. 민조는 재차 간식을 거부했다. 민조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한조가 말을 못 타니까…… 나만 말을 타고 가려 했는데, 한조가 나 혼자 가려니 울어서 아버지한테 위치를 들킨 거야.”
민조가 울어버린 한조가 원통하다는 듯 서럽게 눈물을 쏟았다. 윤조가 우는 동생의 등을 도닥여 주다 조심스레 물었다.
“민조야, 아기를 버리고 가려한 거야?”
“한조는 말 못 타는걸.”
민조의 냉정한 말에 한조가 온 얼굴로 서러움을 퍼트렸다.
“한조 말 못 타.”
그러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윤조는 울고 싶지만 울음이 나오지 않는 한조를 부지런히 달래며, 아직 아기인 동생을 혼자 놔두고 가면 안 된다고 알려 주며 민조를 위로했다.
“한조 혼자 다니다 길이라도 잃으면 어떻게 해.”
윤조의 말에 민조가 그제야 잘못을 깨달은 얼굴로 한조를 돌아봤다. 민조가 미안함에 다시 사과하며 눈물을 쏟았다.
“미안해, 한조야.”
선이 고운 얼굴 위로 눈물이 쉴 새 없이 내렸다. 한조는 어린 형의 얼굴을 뒤덮은 눈물을 신기한 것이라도 되는 양 멍하니 바라봤다.
윤조가 무심한 얼굴 곁에서 해야 할 말을 읊어 주었다.
“한조야. 괜찮아, 형, 이라고 해.”
“괜찮아. 형. 형, 울어?”
아이가 우는 형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보며 누나가 시키는 대로 말하고 궁금증을 내뱉었다. 표정 없는 무뚝뚝한 얼굴은 형이 우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안 울어. 우는 거 아냐.”
민조는 동생이 걱정할까 봐 눈물을 쓱쓱 닦으며 말했다.
“한조야. 형, 사랑해, 해.”
윤조가 작고 무심한 얼굴 곁에서 다시 속닥였다.
“한조 형 사랑해.”
약간 잘못된 말이긴 했지만 한조는 둘에 비해 말이 더딘 편이기에 윤조도 민조도 개의치 않았다. 민조는 나도 사랑해, 라고 답하며 옆자리의 동생을 안아 주었다.
윤조가 두 동생을 동시에 안으며 말했다.
“나도. 나도 사랑해.”
셋은 서로 사랑한다 말하며 부둥켜안고 있었다. 한동안 안고 있었더니 힘이 들어 느릿느릿 떨어져 나왔다. 민조는 손을 파닥여 누나와 형이 왜 안아 주는지 잘 모르는 듯한 어린 동생의 얼굴에 손부채를 해 주었다.
둘의 사이가 좋아 보였다.
윤조는 두 동생이 사이가 좋아진 걸 만족스레 보며 됐다, 말하고 내실로 향했다.
아버지에게 민조와 한조의 사이가 좋아졌다고 뿌듯한 얼굴로 알리러 간 윤조는 내실이 시작되는 곳에서 우뚝 멈추었다. 홀로 어딘가로 가버리는 윤조를 따라 두 아이가 뒤따랐다.
“누나아.”
“누나.”
윤조는 우당탕 소리가 나는 뒤를 향해 잔뜩 낮춘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쉿.”
윤조의 곁으로 다가온 민조와 한조가 말을 하려다 누나의 시선을 따라 침상 위를 보곤 쉿, 입을 모았다.
침상에 용아와 윤제가 잠들어 있었다. 세 아이는 부왕이 소매가 큰 몌를 넓게 펼쳐 아버지를 감싸고 있는 걸 조용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윤조가 살금살금 움직여 넓은 금(衾)을 펼쳤다. 커다랗고 얇은 비단 금은 아이 혼자 펴기 어려웠다.
민조가 누이의 곁으로 다가가 반대편을 붙잡아 주었다. 한조가 서툰 손짓으로 누나와 형의 손이 닿지 않은 구겨진 곳을 펴 주었다.
잠든 윤제와 용아의 위로 아름다운 금이 엉성하게 덮였다. 이불을 펼쳐 덮어 주는 것에 성공한 세 아이는 잠든 부친들 곁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잠든 줄 알았던 부친들의 손이 세 아이를 단단히 보듬어 안았다. 고요함 속에 간지러운 웃음이 부드럽게 번졌다.
<교교빈빈 외전 끝>
#TRP절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