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16/25)

동궁의 하루하루가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임신은 모든 것이 상상 이상이었다. 용아는 계속해서 거의 먹지 못했다. 입덧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여전히 용아의 세상 모든 존재는 강렬한 냄새로 공격해 왔다.

세상은 온통 냄새로 가득했다.

지독한 고기 누린내. 끔찍하고 역한 비린내. 퀴퀴한 고소함. 입 안을 쓰게 하는 역겨운 달콤함. 쉴 틈 없이 은은히 번지는 답답한 먼지 냄새. 미묘하게 올라오는 물비린내.

끝없는 냄새의 공격에 잠시 잠깐도 예민함을 내려놓기 어려웠다.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상태가 이어져 피로도도 높았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미간에 잡힌 불쾌한 기색이 사라질 줄 몰랐다.

영화대 궁인과 금당대 궁인이 전부 투입돼, 영화대 전각 전체를 샅샅이 닦아 냈다. 국화 꽃잎과 계수나무 꽃잎의 꽃술을 뿌린 녹두 가루의 효과는 날로 빛을 발했다. 덕분에 그나마 조금 편히 숨 쉴 수 있었다.

태자비를 바로 곁에서 모시는 상궁. 태자비를 빈번히 찾는 태자의 태감. 태자비의 건강을 살피는 태의가 녹두 가루로 온몸을 씻는 번거로운 호사를 본의 아니게 누렸다.

그렇게 씻고도 입과 코, 귀가 드러나지 않도록 덧천을 대었다. 지레 주눅이 든 탓이었다. 용아는 곁으로 타인이 다가올 때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선 표정을 풀지 못했다.

회임한 태자비의 영양 섭취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황궁 전체에 기묘한 긴장감이 깔렸다. 황제는 태자비가 힘들고 번거롭겠으나 영화대로 태의를 하루 두 차례 들게 하고, 언제든 동궁에 태의가 들 수 있게 했다.

고태의를 맞은 얼굴은 날카롭게 버려진 칼처럼 예리했다.

태자비가 오늘 유독 더 예민하시니 주의하라는 상궁의 말이 있었으나, 태의는 습관적으로 의원다운 말을 내뱉고 말았다.

“비전하, 아기씨께서는 아주 건강하십니다. 입덧이 쉬 물러가지 않아 불쾌하시겠지만 너무 저어 마소서. 입덧은 신성한 고통이라 하지 않습니까. 새 생명을 맞이하는……”

부드럽게 떠드는 얼굴로 싸늘한 말이 내렸다.

“개소리 말게.”

예민한 얼굴이 내뱉은 과격한 말에 방 안이 싸하게 얼어붙었다.

“……송, 송구하옵니다.”

“신성한 고통? 채찍으로 맞고 싶은가. 새 생명을 품은 이가 내리는 신성한 고통을 온몸으로 느껴 보셔야지.”

우아한 음성이 내리는 격한 말에 고태의가 지체 않고 머리를 조아렸다.

“송구하옵니다, 비전하. 송구하옵니다.”

용서를 구하는 머리에 신경질적인 말이 내렸다.

“썩 꺼지게.”

“물러가옵니다.”

고태의가 잽싸게 몸을 빼 방을 나왔다. 줄행랑을 치는 태의를 따라 모장도 부드러이 몸을 물렸다. 홀로 남은 용아가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아 있던 의자를 냅다 찼다.

쿠당.

거친 소리를 내며 넘어가는 의자에 시선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내실로 향했다. 요즘의 용아는 거침이 없었다. 본래 너그러운 웃전이었던 것과 전혀 다른 행보였다.

과격한 언사도, 폭력적인 행동도, 위압적으로 태도도 숨김없이 드러내 보여 모두를 숨죽이게 했다. 감정에 따라 오르내리는 기분과 신경질적인 마음을 삼엄한 언어로 내려 주는 것 또한 거침없었다. 듣는 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냉혹하고 쌀쌀맞은 협박은 덤이었다.

탕!

내실의 문이 닫히는 위협적인 소리에 영화대의 궁인들은 숨소리 하나 허투루 내쉬지 못했다. 눈동자 구르는 소리조차 조심하였다.

황궁 안에 비밀이란 없었다.

모장과 영화대 궁인들이 입단속을 단단히 했지만, 회임한 태자비가 입덧으로 인해 모든 공식적인 일정을 돌연 취소하며 말이 쉬쉬 돌았다. 태자비 측근들이 내뱉은 말은 염려와 걱정이었으나, 편전과 황친들 사이에 오가는 말은 정쟁의 일환이었다.

“태자비께서 복중에 황손을 품으시고 험한 언사를 펼치신다니 크나큰 문제가 아니옵니까?!”

“임신을 한 것이 세상에 비전하 혼자가 아니신데 모든 일정을 취소하시는 것은 과하신 것이 아니옵니까. 입덧이 아무리 위중하다지만, 예법에 따라 태자비의 위엄을 보이는 성의 정도는 표하셔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에 임신을 한 것이 태자비전하 혼자가 아니시거늘, 입덧이 중하다 하나 태자비전 전체를 사치하게 닦으셨다니 복중 황손께 보이기 부끄러운 모습이요, 방탕한 황가의 행동에 말이 나올까 두렵사옵니다.”

“황손을 회임하신 중하신 존체라 하나, 사치와 그릇된 행동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황제는 태자비를 지나치게 오냐오냐했다. 때문에 대신과 황친의 고언을 모른 체로 일관하려 했다. 대신들은 황제가 아닌 태자를 공략했다.

윤제는 이런저런 말없이 대신들의 뜻을 영화대에 전해 주겠다 하였다. 대신들이 기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신통찮았다. 일부 황친과 대신들이 태자비의 개선을 청하자, 태자는 태자비에게 그대들 뜻을 전하고 답신을 받아다 주마 약속하였다.

태자는 하답하며, 혹여 태자비가 회임 중 심적으로 미약해져 복중 황손이 좋지 않게 된다 해도 예와 법도는 중한 것이고, 그리 간청들을 하니 꼭 전하겠다 약속했다.

태자가 웃는 얼굴로 복중 황손은 튼튼할 터이니 별일이야 있겠냐마는, 회임 중 예민해진 태자비가 주위의 조언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라자고 엄살을 부리듯 말했다.

태자비의 과도한 언사를 강경하게 탓했던 이들이 태자비가 강제로 곡기를 끊긴 것이나 진배없는지 조심스레 확인했다.

태자는 웃으며 세상에 임신을 하는 게 태자비 혼자가 아니지만 혼자 유난히 단물 한 잔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허허롭게 말하며, 그대들 뜻을 꼭 전해 주리라 거듭 약속했다.

복중에 황손을 품은 태자비가 온후하고 덕을 베풀어야 황손께도 좋을 것이라던 이들의 목소리가 점차 움츠러들었다.

틈을 놓치지 않고 제북의 인사들이 황가에서 후족의 임신 후 처방이 어렵다면 의원과 무사를 불러 태자비를 보필하겠다 청했다.

윤제는 태자비가 예민하여 주위에 사람을 허락하지 않고, 허락 없이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사에게 채찍을 휘두르려 한 적이 있어 불가하다, 웃으며 거절하였다.

채찍이라는 말에 편전 안이 싸하게 얼어붙었다.

채찍에 분노하려는 얼굴을 향해, 윤제는 짐짓 침중한 얼굴을 하다 선선히 웃으며 태자비의 신경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도록 나름 방책을 강구해 청소를 하고 사람 냄새를 지웠으나, 방책이란 것이 겉보기에 사치하여 보여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앞으로는 의원도 물리고 자신만 태자비 곁을 지키겠다 말했다.

태자비 곁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이가 없으니 더 청이 없으면 이만 파할 것을 명하였다.

황친 중 한 명이 눈치를 보다 앞으로 나와, 예와 법도가 중하다 하나 태자비께서 무척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인 듯하니 대신과 황친들의 뜻은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발을 빼었다.

태자는 그럴 것 없다 웃으며 거절했다. 태자비에게 꼭 전해 주겠으며, 설마 고견을 올리는 대신과 황친에게 태자비가 채찍을 휘두르겠냐고 말하는 태자를 말리고자 한동안 실랑이가 일었다.

끝에는 노대신들이 줄줄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청하였다.

“전하, 소신들의 불충과 부덕으로 비전하의 귀를 어지럽힐 수 없으니 부디 전해 주시겠다는 친절을 거두어 주소서!”

윤제가 철없는 아이처럼 장난스레 말했다.

“태자비 채찍에 맞을까 무서워 그러는 겐가.”

“아니옵니다, 전하!”

“그래. 설마 태자비가 그러려고. 채찍 휘두른다고 해도 너무 두려워 마세요. 지난날의 일들을 돌이켜 보아 급소는 피한다지 않나. 내 꼭 전해 줄 테니 염려 놓으시고. 태자비도 잘못된 것은 알아야 하지 않겠나. 더 청할 말이 없으면 모두 물러가 보세요.”

축객령을 내리는 태자의 앞에서 대신들이 소리 높였다.

“소신들의 모자람으로 전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점 부디, 용서하여 주소서. 신(臣)들이 부덕하였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소서!”

“그리 염려들을 하니 태자비에게 말을 전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만 물러가 보세요.”

윤제가 못 이기는 척 대꾸했다.

“송구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의 배려에 감사드리옵니다.”

감사와 예를 올리는 소리를 들으며 윤제 역시 돌아서서 황제께 예를 올렸다. 편전을 나서는 신료들과 황친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윤제의 곁으로 정군왕이 따라붙었다.

“전하.”

“숙부.”

둘은 가볍게 서로를 부르며 걸었다.

“비전하께선 많이 좋지 않으시오. 그분이 굉장히 귀하게 태어났다고 하나 요즘 들리는 말들은 아무래도 과한 데가 있습니다. 세상 입덧을 혼자 다 하시는 겝니까.”

항상 태자비를 두둔하는 정군왕이 드물게 핀잔을 했다.

“그런 모양입니다. 가장 괴로운 것은 본인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그 고통에 일조하였으니 곁에서 열심히 노력하여야지요.”

“어이구, 팔불출. 이러다 비전하가 무엇이 먹고 싶다 하면 폐하의 어선방이라도 터시겠습니다.”

“할 수 있으면 그래 주어야 할 텐데 뭘 먹지를 못합니다. 공기 중 떠도는 먼지 냄새조차 역하다 합니다.”

시비를 걸 듯 짓궂게 굴던 정군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의원은 뭐랍니까.”

“딱히 병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처방은 없다 합니다. 의원들은 곧잘 생명을 품은 신성한 고통이라고 떠드는 모양인데, 개소리 말랬다고 합니다. 그럴 것 같더라니. 아직 거기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으니 염려 않으셔도 됩니다.”

“편전에서 있었던 말을 들었으면 한바탕이 난리가 났겠습니다.”

두 사람은 동궁으로 향하며 느긋하게 말을 나누었다.

“아마 자신 대신 입덧해 줄 작자만 떠들라 하겠지요. 그리고 태자비는 대면권이 있으니 할 말 있는 자는 직접 오라, 하며 입덧을 올라오게 하는 이에게 친히 채찍을 내려 주겠다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전부 닥치라 하겠지요. 몸소 느껴 네 죄를 느껴 보아라.”

“하온데, 조카님. 어디로 가시오. 영화대에 가시는 게 아닙니까.”

동궁 앞이 가까워왔다.

“우선 씻어야 합니다. 종이 먼지 냄새, 먹 비린내, 족자 풀 먹인 비린내가 난다고 하던데요. 무엇보다 사람냄새가 최악이랍니다. 들어가십시오, 숙부.”

“고생하시오. 아비 되기가 쉽지 않지. 그리 아무것도 못 먹으면 사람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겠어. 채찍 안 맞게 조심하시오.”

정군왕이 태자인 조카의 안위를 걱정하며 위로하였다. 윤제가 웃음을 터트리며 예를 표했다.

“주의하겠습니다.”

정군왕이 마주 예를 올렸다.

“들어가시오.”

능란하고 날렵한 채찍에 안 맞게 뽀득뽀득 잘 씻으란 얄미운 잔소리가 이어졌다. 윤제는 손을 슬슬 흔들어 보이고 욕탕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최근 윤제는 하루에 수번씩 탕조에 들었다. 입덧을 자극할까 두렵고, 걱정스러워 그는 지극정성으로 씻고 또 씻었다.

요즘 둘의 대화는 대개 이랬다.

‘나, 냄새나?’

윤제가 겁먹은 아이처럼 조심스레 질문하면, 용아가 언짢고 예민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다 사과했다.

‘미안해요.’

무엇이 미안하냐고 위로해 보지만, 용아의 얼굴은 풀릴 줄 모른다.

‘가까이 가도 돼?’

‘미안해요. 냄새 나요. 많이는 아니고, 조금.’

‘괜찮아. 여기 있을게.’

같은 방 안에 있어도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한팔 거리 안쪽에 있은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방에 있어도 손잡을 거리에도 오지 못하게 하는 게 여러 날이 되자 용아는 때로 윤제에게 아예 오지 말라고 강경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윤제는 가련한 얼굴로 ‘나, 냄새나서?’라고 말하며 꿋꿋하게 찾아들었다. 남자의 씩씩하고 다정한 방문에 용아는 기어코 눈물을 쏟았다. 갑작스러운 눈물과 미안해하는 말과 고마워하는 말이 두서없이 울렸다. 윤제는 용아의 곁으로 다가가지 못해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다독여 주고, 위로했다.

낯선 애틋함이 쌓여 갔다.

그랬기에 이 상황이 좋으면서도 당혹스러웠다.

영화대 안으로 들어서는 윤제의 귓가로 내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품으로 용아가 와락 뛰어들었다. 반사적으로 달려드는 몸을 안아 든 윤제가 당황을 거두고, 혹여 그의 체취가 용아의 구역질을 자극하지는 않을까 몸을 물리려 했다.

그가 손을 떼어 내려 할 때 품에 안긴 몸이 서럽게 들썩이더니 울음을 퍼트렸다.

“용아?”

윤제의 부름은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용아가 남자의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윤 공자 형님…….”

품에 안은 얼굴을 살펴보려 하던 윤제가 멈칫했다.

“용아, 우느냐?”

윤제의 당황은 걷힐 줄 몰랐다. 남자의 물음에 용아가 우는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서럽고 솔직한 울음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을 토하던 용아가 끝이 살짝 올라간 눈을 우아하게 내리깔며 소곤거렸다.

“나도 앵두 먹고 싶은데…….”

정결한 말에 이어 엉엉 아이 같은 울음이 이어졌다.

“……앵두……?”

윤제는 우는 얼굴의 기색을 쉴 새 없이 살피며 조심조심 우는 뒷머리를 쓸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앵두연이 있었다.

용아는 이래저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해 있는 앵두연의 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어릴 땐 어려서, 지난해엔 사고 후유증이 남아 있고 위험성이 있다는 염려 때문에, 올해는 입덧으로 모든 일정을 취소해서.

앵두연의 앵두는 아직 앵두의 단맛이 다 차지 않은 때라 유즙에 담가 두었다가 내놓아 맛이 좋았다. 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나 태자비가 청하면 앵두연의 앵두가 올라왔을 터였다.

그러나 코끝을 찌르는 단내가 나니 방에 들이기도 전에 구역질을 했을 게 뻔했다.

“앵두연, 앵두. 맛있죠…….”

용아가 펑펑 울며 웅얼웅얼 말했다.

“앵두 못 먹어서 서러워 우는 거냐.”

말을 하면서도 입맛을 다시는 얼굴이 퍽 서럽고 애잔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제가 쓰다듬는 손길을 조금 더 과감히 했다. 용아가 커다란 품에 푹 파묻히듯 얼굴을 묻으며 물었다.

“먹었어요?”

눈물 젖은 얼굴이 윤제를 올려다봤다. 이럴 때 대답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윤제는 짧은 순간 어떻게 답해야 하나 치열하게 고민하다 우선 되물었다.

“앵두?”

“네.”

“연회에 참석했으니 예의상 나온 것 맛은 봤다.”

용아가 다시 눈물을 쏟았다.

“맛있죠?”

“괜찮았지.”

남자의 대답이 시원찮았지만 용아가 굴하지 않고 재차 캐물었다.

“한 접시 다 먹었어요?”

“다 먹지는 않았는데.”

“그걸 남겼어요? 아깝게……!”

용아가 마치 제가 앵두를 덜 먹은 것처럼 안타까워했다. 애타게 앵두를 그리워하고, 진심으로 서럽게 우는 얼굴이 귀엽고 예뻐서 윤제는 얻어맞을 각오로 입술을 내려 투덜대는 뺨에 입을 맞췄다.

촉.

입술의 젖은 울림이 귀를 자극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커다란 품 안의 얼굴이 눈을 치떴다. 마지막으로 입 맞춘 것이 아득할 정도였다. 놀라 멈칫한 얼굴이 어떻게 사과를 할까 고민하는 얼굴을 보고 작게 웃음을 퍼트렸다. 울다 웃은 얼굴이 가볍게 몸을 올려 윤제의 입술에 입 맞췄다.

쪽.

젖은 소리가 전보다 컸다.

“…….”

당황으로 흐트러진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올랐다.

“고마워요.”

용아가 웃는 얼굴을 향해 속삭였다.

“뭘.”

윤제가 겸손한 사내처럼 말했다. 커다란 손이 품 안의 몸을 부드럽게 벽으로 밀어붙였다.

울음으로 얼룩진 뺨을 단단히 손끝이 닦아 주었다. 곧이어 눈물이 번졌던 곳을 따라 남자의 입술이 내렸다. 촉촉, 촉. 간지럽고 부드러운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뺨을 어루만지던 입술에 입술이 포개졌다. 용아가 다가온 목에 팔을 걸쳤다. 입술이 엉키며 혀가 맞비벼졌다. 얼굴의 기울기를 바꾸어 가며 입을 맞추던 윤제가 천천히 물러났다.

순식간에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용아는 과감하게 다가왔다가 조심스레 물러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등 뒤에는 단단한 벽이 앞에는 남자가 있었다. 맞닿은 하체에 열이 올라 있었다. 특히 허벅지를 찔러 대는 윤제의 것이 곤란하도록 선명했다. 용아가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혀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만져 줄까요?”

윤제가 살짝 구긴 눈썹을 풀지 않은 채 입술을 내려 야한 말을 한 입술을 빨았다. 가볍게 머금었다가 물러난 입술이 정중하게 말했다.

“무리할 것 없다. 응. 만져 줘. 만져도 돼?”

커다란 손이 다리 사이를 뒤덮었다. 허락의 말이나 거부의 말을 내뱉을 틈이 없었다. 다리 사이로 파고든 윤제의 손이 용아를 허겁지겁 만졌다.

“아!”

입에서 제멋대로 소리가 새어 나갔다. 뜨거운 숨을 퍼트리는 남자의 입술이 용아의 귓바퀴를 타고 올랐다. 윤제가 귀를 아프지 않게 짓씹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커졌다.”

새삼스러웠다. 커지긴 입을 맞출 때부터 그랬다. 흥분한 것에 거친 손길이 지나자 숨이 자꾸 가빠지며 만져지는 곳이 두근두근했다.

“아…….”

더워지는 얼굴로 허술한 소리를 흘리며 용아 역시 아래로 손을 뻗어 남자의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천이 버석거리는 소리가 귀를 지나치게 자극했다. 피가 아래로 쏠리는 감각이 이상하도록 선명했다.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열이 올랐다.

오랜만인 탓인지 모든 것이 과하게 자극적이었다.

정신없이 서로의 흥분한 것을 만졌다. 살이 비벼지는 소리가, 젖어 드는 손에 살이 맞비벼지는 소리로 바뀌어 갔다.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은 밤꽃 냄새에 희미하게 오르는 욕지거리도 머리를 가득 채운 흥분이 날려 버렸다.

용아의 입에서 신음이 줄줄 샜다. 눈앞이 잘라 낸 것처럼 사라졌다가, 갑자기 가득 차오르는 것처럼 모든 것이 확대돼 보였다가 순식간에 꺼트려지듯 없어졌다.

소리를 억누를 여유 따위 없었다.

등 뒤를 막고 있는 차갑던 벽은 열기가 옮아가 미지근하게 데워져 있었다. 벽을 짓찧듯 용아의 등이 벽에 밀착했다. 윤제가 신음하는 뺨과 목덜미에 연신 입을 맞췄다.

남자의 손 안에 갇힌 부푼 성기가 일순 움직임을 멈췄다가 꿈틀꿈틀 반응하며 토정했다. 사출 순간 하얗게 부서지는 앞에 눈이 머는 착각이 일었다.

눈앞을 채운 빛이 사라지고 흥분으로 젖어 있는 잘생긴 미인이 시야를 채웠다. 용아가 팔꿈치를 접어 근사한 목을 가까이로 당겼다. 입술이 깊이 겹쳐졌다.

손바닥이 얼얼해지도록 커다란 것을 쓰다듬어 올리고 내렸지만 사납게 움칫거리기만 할 뿐 사정하지 않았다. 오랜만인 탓에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선 기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남자의 자극과 흥분 지점을 찾으려 애썼지만, 머릿속이 열기로 멍해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본능에 따라 만지고 더듬다 무릎을 낮추고 풀어 헤친 앞섶 위에 점점이 입을 맞췄다. 근육의 골 사이에 짧게 맞춘 입맞춤은 제법 괜찮았다.

윤제가 제 국부에 얼굴을 묻으려는 용아를 말리는 것처럼 열 오른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만졌다. 용아는 남자의 손길이 어떤 신호가 된 것처럼 손에 쥐고 만지던 커다란 성기 끝, 귀두를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빨았다.

체액으로 젖은 귀두에 입술이 비벼지자, 흥분한 남자의 것이 거칠게 울렸다. 기둥을 따라 손을 오르내리며 용아가 다시 입 맞추듯 남자의 끝을 머금고 빨았다. 얕게 머금고 깊이 빨아 당기는 행위에 아래가 꿈틀꿈틀했다.

커다란 손이 용아의 얼굴을 급히 떼어 내려 했다. 남자의 손보다 그의 사출이 빨랐다. 윤제는 빨갛게 부은 입술과 멍한 입가에 잔뜩 뿌려지는 희뿌연 흔적을 보며 세상이 무너진 듯한 얼굴을 했다.

“미안해…….”

뒤늦게나마 다급히 그가 용아를 일으켜 세웠다.

“…….”

용아는 기묘하도록 조용했다. 분노가 큰 탓인지, 괴로움이 한계점을 넘은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입가에 축축하게 뿌려진 체액을 손으로 훑어낸 용아가 짙은 체취를 품은 타액을 멍하니 바라봤다. 윤제가 용아의 손과 입가를 잔뜩 적신 것을 빠르게 닦아 내었다.

멍한 얼굴이던 용아가 남자의 손을 탁, 소리가 나도록 붙잡았다.

“미안하다. 괜……”

용아가 붙든 윤제의 손을 입술로 가져갔다. 수차례 오간 입맞춤으로 빨갛게 색이 오른 혀가 윤제의 손에 묻은 정액을 할짝, 핥았다. 윤제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용아가 커다란 손에 코가 닿도록 얼굴을 묻고 손가락 사이를 머금고 빨았다.

츕츕.

적나라한 소리가 나도록 남자의 손가락을 빨던 용아가 혀를 굴리던 것을 멈추고, 입에 머금고 있던 손을 뱉어 냈다. 윤제는 석상처럼 멈춰 있었다. 멈춘 남자를 보는 용아의 얼굴에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었다.

킁킁.

용아가 어린 짐승이 경계를 하는 것처럼 코를 울렸다. 남자의 손가락을 희롱했던 혀를 내어 제 입가를 핥아 먹었다. 윤제가 입술 사이로 숨어드는 혀를 막으려 했다. 용아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정액을 핥아 입술 사이로 숨어든 혀가 닫힌 입술 안에서 울렸다.

“뭐죠?”

용아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걸.”

윤제가 자신이야말로 묻고 싶다는 얼굴로 조각난 말을 내뱉었다. 얼떨떨한 미인은 아름다웠다. 흥분한 뒤라 야하기도 했다. 용아는 망연한 얼굴을 향해 갸웃, 하는 움직임을 건네 보이고 남자와 제 위치를 바꾸었다.

윤제는 얼떨결에 벽 쪽으로 밀려갔다.

남자의 풀어 헤쳐진 앞섶을 순진한 손이 조금 더 야하게 풀어 헤쳐졌다. 고개를 숙인 용아가 다시 흥분으로 끝부터 단단해진 커다란 것을 천진한 움직임으로 입에 머금고 둥글게 빨아올렸다.

윤제가 본능적으로 국부에 비벼지는 부드러운 뺨을 떼어 내려 했다. 말리려는 남자의 손에 용아가 입을 맞췄다. 달콤한 소리가 울렸다. 소리에 자극을 받은 남자의 것이 흥분으로 꿈틀댔다. 용아가 다시 무언가 찾으려는 어린 짐승처럼 코를 울렸다.

“뭐지.”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인 입술이 윤제의 성기 끝과 혈관이 불거져 나온 기둥 표면에 작게 입을 맞추고 장골의 윤곽을 따라 움직였다.

“용아?”

윤제는 당혹스러운 호사에 침착하려 애썼다. 뜨거운 입술이 다시 남자의 커다란 것을 머금었다. 끝부터 젖어 드는 남근에 습기 가득한 입 안의 점막이 감겨드는 소리가 음란하였다.

열기로 촉촉하게 젖어 든 기둥의 표면을 부드러운 손바닥이 강하게 만져 자극했다. 입술로 끝만 집요하게 빨아 당겨 사정을 재촉했다. 남자의 것이 몇 번이고 거칠게 꿀렁였다.

윤제는 다급하게 구는 용아를 말리는 것처럼 이름을 몇 번인가 불렀다. 가라앉은 저음이 귀를 독특하게 자극했다. 귓속을 긁는 듯한 낮은 목소리에 용아는 몸짓으로 답했다. 귀두 끝의 틈새를 혀로 간질이던 용아가 커다란 성기를 입에서 뱉어 내고, 팽팽하게 부푼 고환에 얼굴을 묻고 비비적댔다.

손끝으로 남자의 끝을, 손으로 기둥 표면을 타고 오르내리며 만졌다.

윤제가 다시 사출했다. 용아의 턱가로 타액이 쏟아졌다.

“……!”

용아가 하얗게 젖어 든 입술을 손으로 훔쳐 맛봤다. 남자의 것으로 엉망이 된 얼굴이 사방을 둘러보며 코를 울렸다. 이상했다. 용아를 괴롭히던 끊임없고 지독한 냄새의 향연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용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내실을 박차고 나가는 얼굴은 정액 범벅이었다.

“용아!”

윤제가 아무렇게나 앞을 추스르며 용아를 따라 나갔다. 내실 밖으로 나선 용아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코를 울렸다. 불쾌감과 예민함을 자극하던 기분 나쁜 냄새들은 역시 없었다. 놀랍고 기쁘고 신기했다. 용아는 그대로 밖으로 내달려 나가려 했다.

커다란 손이 용아를 잡아챘다.

“아야.”

밖으로 나가려는 등으로 남자의 몸이 뒤덮듯 겹쳐졌다.

“너, 어디 가.”

밖으로 내달려 가고 싶은 건 용아인데, 왜인지 문밖에서 빠르게 물러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제가 또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었다.

“밖예요.”

“이러고?”

윤제가 용아의 얼굴을 엉망으로 적시고 있는 것을 거칠게 닦아 냈다. 손길이 다소 사나웠다. 용아가 뺨을 구기며 웅얼댔다.

“아. 아파요. 냄새 안 나요.”

나직하게 투덜대던 얼굴이 윤제를 올려보며 불쑥 말했다. 무언가 불만스러운 표정이 잔존해 있던 남자의 얼굴이 멈추었다. 깨끗하게 닦은 용아의 얼굴을 샅샅이 살피는 것처럼 손끝으로 어루만진 윤제가 쪼는 것 같은 입맞춤을 마구 내렸다.

“괜찮아?”

용아가 간지러움에 웃음을 퍼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목덜미로 내려오는 입술에 어깨를 움츠리며 용아가 입술을 열었다.

“윤제 형.”

“응.”

“소제는 앵두가 먹고 싶습니다.”

반짝반짝한 눈이 윤제를 올려다봤다.

“갈래?”

용아를 향해 말한 윤제가 문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밖으로 내달리는 발소리가 은근히 들려왔다. 남자가 주위를 완전히 물린 모양이었다.

“어딜요?”

어디로 가자면서 주위를 다 물린 그가 의아했다.

“동궁 반방에 갈까.”

“반방예요?”

“여기서 상궁을 시켜 앵두를 가져오게 하면 한 접시면 끝이지만, 거기 가면 유즙에 담가 둔 앵두를 동이째 먹을 수 있을걸. 갈까?”

윤제가 주위를 물린 것은 그래서였나 보다. 반방에 제재 없이 가기 위해서. 용아의 얼굴이 사랑에 빠진 것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네.”

격한 대답이 울렸다.

“가자.”

둘은 손을 잡고 전각을 나섰다. 윤제가 흩뿌린 황족의 권능에 주위는 텅 비어 있었다. 용아는 배슬배슬 웃으며 밖을 내달렸다.

용아를 붙잡고 있는 남자는 걱정하는 병에라도 걸린 것 같았다. 밖에 나와도 괜찮아?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걱정하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데가 있으면 말해라. 예. 남자의 걱정 가득한 말에 용아가 웃으며 건성으로 답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자 기분이 더없이 좋았다. 빠르게 뛰어갈 듯이 구는 용아를 윤제가 몇 번이나 잡아 채 안전하게 걸을 것을 종용했다.

반방에 당도할 즈음, 윤제는 혹여 반방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갖 음식 냄새에 용아의 입덧이 솟아오를까 염려스러웠다.

윤제가 반방에 들어서기에 앞서 주위를 물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용아가 주위를 채우던 발소리가 완전히 물러난 후에 반방으로 뛰어들었다.

“우와.”

동궁 반방은 아름다웠다.

“용아…….”

윤제의 걱정은 몽땅 기우였다. 반방 곳곳에 정연하게 쌓여 있는 식자재가 용아의 시선을 유혹했다. 그늘진 곳에 말리고 있는 권과에서 피어오르는 달콤한 내음에 절로 손이 갔다.

기미도 하지 않은 준비 중인 음식을 주워 먹는 용아를 윤제가 말리려고 했지만, 곳곳에 쏘다니며 하나씩 맛보는 용아의 움직임이 몇 배는 더 빨랐다.

“……나, 먹을 수 있어요.”

참외를 껍질째 우득우득 씹어 먹던 용아가 우뚝 멈추며 말했다. 한참 늦은 말이었다. 아까부터 아주 잘 먹고 있었다. 윤제는 새삼스러운 말을 놀랍다는 듯이 하는 얼굴을 놀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네. 괜찮아?”

“엄청, 엄청 맛있어요.”

용아가 온몸으로 기쁨을 표하며 반방을 습격했다. 갑자기 쫓겨난 반방 궁인들을 생각하면 빨리 필요한 것을 빼내 나갈 필요가 있었다. 태자인 윤제가 반방에 직접 오는 일은 좀처럼 없기에, 윤제 역시 반방이 낯설었다.

윤제는 용아가 반방을 쏘다니며 소소하게 파괴하는 것을 내버려 두고, 목적한 것을 찾고자 차분히 살폈다. 유즙에 담가 둔 앵두는 저장 식품에 가까웠다.

아직 여름은 아니니 빙고에 보관하려면 멀었으니 그늘진 구석에 잘 놓아뒀을 터였다. 몇 개의 동이를 열어 본 끝에 윤제가 찾던 것을 발견했다.

“용아, 여기다.”

윤제의 부름에 용아가 재빨리 다가왔다.

“앵두!”

용아의 손이 무엇보다 빠르게 유즙에 재워져 있는 앵두를 건져 냈다. 달콤하고 아삭한 앵두를 한입 베어 문 얼굴에 기쁨이 넘쳐흘렀다.

“맛있어?”

그 자리에서 앵두를 세 개째 먹어 치우고 있던 용아가 배시시 웃었다.

“네. 드실래요?”

용아가 새 앵두를 건져 윤제에게 권했다.

“아니. 너 다 먹어라. 이거 들고 가자.”

남자의 말에 용아가 눈을 홉떴다. 좋으면서도 예의를 차리는 얼굴이 주섬주섬 말했다.

“……이걸, 통째로요?”

윤제가 단호히 말했다.

“응. 다 네 거야.”

남자의 말에 용아가 더 짙은 웃음을 퍼트렸다. 윤제가 앵두 동이를 통째로 들고 나가자는 턱짓을 해 보였다. 남자를 따라 나서며 양손에 앵두를 든 용아가 말했다.

“윤제 형.”

무엇이 더 필요한가, 싶어 윤제가 옆을 돌아봤다.

“응.”

윤제를 올려보고 있는 얼굴에 해사한 웃음이 번졌다.

“사랑해요.”

고백을 툭 던진 용아는 왼손에 든 앵두를 마저 먹고, 오른손의 새 앵두를 먹기 시작했다. 앵두 동이를 훔쳐 나오고 있던 윤제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화아.”

남자의 목소리가 묘하게 낮았다.

“네?”

용아가 지체 않고 답했다.

“내가 그렇게 한번 말해 보라고 할 땐, 말 안하면 모르냐, 안 되는 걸 어떡하란 거냐 하더니. 너, 앵두 한 동이에 고백을…… 너, 인마.”

“사랑해요. 지금은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사랑해요, 윤공자 형님.”

용아가 거듭 고백했다.

“많이 먹어라.”

윤제가 픽 웃음을 터트리며 빈손에 새로 앵두를 쥐여 줬다. 용아가 배슬배슬 웃으며 다시 고백했다.

“사랑해요.”

앵두 한 알에 고백 한 번이라니 괜찮은 거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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