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34화 (234/237)

# 234

그렇게 팬이 된다.

“응? 소원쌤 진짜예요? 와일드카드 쓸겁니까?”

한국에서 온 보컬 트레이너인 김지애가 나에게 쌤이란 호칭을 붙여주며 와일드카드를 진짜 사용할 것인지 물어왔다.

“그런데, 이 ‘엘리’란 지원자가 첫 번째 재검증 지원자예요.

지금 와일드카드를 쓰게 되면 나중에 진짜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있어도 위로 올릴 방법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도 괜찮나요?”

김지애 트레이너가 재차 확인을 해왔다.

“네. 저에게 배당된 예심 와일드카드를 지금 쓰도록 할게요.”

“정말이죠? 그럼 ‘엘리 베이리시’ 지원자는 예심 2차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검증 지원자들의 서류 중에서 엘리의 서류가 합격자들의 서류 더미 쪽으로 옮겨졌다.

“음. 와일드카드를 쓴 것은 개인의 문제이니 넘어가겠지만.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어볼 수밖에 없군요.

내가 심사를 했는데, 음색은 유니크하지만, 전체적인 음정이 너무 불안했고, 성량도 부족했어요.

왜 와일드카드를 사용해서 엘리를 합격시켰는지 저에게 알려줄 수 있나요?”

엘리 베이리시를 심사했다는 여자 심사관인 ‘셜리’가 내게 물어왔는데, 마치 시스터 액트의 우피 골드버그와 비슷한 인상의 흑인 선생님이었다.

“셜리 선생님 말처럼 음색이 너무 좋았어요.

특별한 음색이기에 제가 제대로 한번 트레이닝시켜서 그 음색을 살려보고 싶어서 뽑았습니다.

음정이 너무 불안하지만, 한번 고쳐보겠습니다.”

“동의해! 동의. 나도 저 유니크한 음색이 마음에 들어서 합격시키고 싶었는데, 같이 심사를 본 저 선생님이 안된다고 했다니깐.

음색이 좋아서 그게 너무 아쉬워서 내가 재심사에 올렸는데, 다행이네.”

셜리쌤이 못 알아듣게 한국말로 내게 투정을 부리듯이 이야기하는 김홍천 안무가도 ‘엘리 베이리시’의 음색에 반했다고 난리를 부렸는데, 어쩌면 이런 반응이 당연했다.

내가 와일드카드로 합격을 시킨 ‘엘리 베이리시’는 2002년생으로 2년 후 유튜브로 알려지게 되는데,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차가워 보일 정도의 흰 피부에 빛이 바랜듯한 녹색 눈과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백인 미소녀였기에 백인과 아시아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었다.

한때 미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던 ‘마일리 사이러스’의 국민 여동생 타이틀을 이어받았다고 언론에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유럽이나 한국에선 이미지가 박살 나버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뒤를 이어 백인 여가수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계지만, 태닝으로 남미 스타일로 변해버린 아리아나 그란데와 쿠바 출신의 카밀라 카베요로 이어지던 남미계 여자 디바들의 강세에서 순수 백인 여가수였기에 백인 주류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슈퍼스타로 성장했었다.

물론, 아직은 삐쩍 마른 몸매로 인해 성량이 약했고, 그로 인해 음정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흑인 특유의 힘 있는 보컬을 좋아할 것 같은 ‘셜리’ 선생님에겐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가 불가능했을 터였다.

일부러 재검증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음색이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10초 만에 엘리의 노래에 반했고, 와일드카드를 사용했다고 진행자와 인터뷰를 했다.

설령 엘리가 이번 프로듀스99에서 데뷔 멤버로 뽑히지 않더라도, 내가 자신을 눈여겨보고 있고, 신경 써줬다는 걸 은연중에 알게 된다면 프로듀스99 이후에 나나 우리 회사가 엘리의 미래에 끼어들 수 있을 터였다.

**

“진짜, 해달라는 거예요? 이거 진짜 월권(越權)인 거 아시죠?

예심 2차 심사에 대해서 심사위원이 지원자에게 연락해달라고 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특히나,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공정성에도 흠집이 날 수 있어요.”

“케일리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너무 안타까워서 이러는 거예요.”

“흠. 소원씨가 와일드카드로 엘리 베이리시를 뽑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예심 2차 심사에 부를 노래를 엘리에게 전해 달라는 건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케일리! 방송의 성공을 위해 서에요. 분명 큰 화제가 될 애인데, 본인의 목소리를 아직 파악하지 못해서 그 빛을 못 내고 있는 거예요.

노래 선곡에 대한 어드바이스 라면 예심 심사 중에도 해주고 있잖아요.

단지, 내가 심사를 본 애 중에 엘리가 없었다는 문제일 뿐이에요.”

“정말 알 수가 없네요. 소원씨의 와일드카드라기에 다시 엘리가 부르는 비욘세(Beyonce)의 리슨(Listen) 영상을 봤는데, 잘 모르겠던데요.

왜 이렇게 엘리란 아이에게 집착하는지를 모르겠네요.”

“자신의 목소리에 안 맞는 노래를 부르니 그 매력 어필이 안 되었던 거죠.

그걸 바꿔주고 싶어서 그래요.

케일리! 그럼, 다른 조언 없이 그냥 무슨 노래를 예심 2차에 불러라고만 전해주세요.

그리고, 공정성을 위해서 예심 2차 심사에 전 빠지도록 할게요.

어때요? 이 정도라면 나중에 알려져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휴. 알겠어요. 소원씨가 이렇게 고집을 부리니 어쩔 수 없네요.

2차 예심 선곡을 호프 윤이 지정해 줬다고 전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약속대로 2차 심사에선 빠지세요.

진짜 엘리 라는 이 아이가 윤이 선곡해준 노래로 엄청난 화제가 된다면 그때 이 에피소드를 방송에 넣거나 하는 걸 고민해 보죠.

자, 그럼 엘리 베이리시에게 선곡하라는 곡이 뭔가요?

어떤 곡이 그 애에게 가장 잘 맞는다는 거예요?”

“The Cardigans의 Lovefool예요.”

“응? 그거 엄청 옛날 노래잖아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OST 맞죠?

일단 제가 제작진으로서 엘리에게 전해주도록 하죠.”

1996년도에 나온 The Cardigans의 Lovefool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OST 곡이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했던 곡이었다.

그리고, 실제 엘리 베이리시가 유튜브에 처음으로 올렸던 노래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핫한 J.Fla처럼 엘리가 이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자, 그동안 흑인 스타일의 강한 보컬이나 아델류의 힘 있는 목소리가 주류였던 커버 여가수들의 판도가 뒤바뀔 정도였다.

몽환적인 목소리와 색이 파랜듯한 녹색 눈, 북유럽계의 금발 백인이라는 장점까지 합쳐지자 10곡도 되지 않는 커버 곡으로 바로 음반사와 계약을 했었고, 이후 정식 데뷔후엔 최고의 여가수로 군림했었다.

**

[Love me love me say that you love me

날 사랑해줘요. 날 사랑해줘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fool me fool me go on and fool me

날 놀려줘요. 날 노려줘요. 계속 놀려주세요.

Love me love me

나를 나를 사랑해줘요.

I know that you need me

내가 너에게 필요하단걸 알아.

I can't care about anything but you

난 너 말곤 아무것도 필요없어.]

그리고, 당연하게도 2차 예선 심사장에서 엘리의 Lovefool을 들어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예심에서 엘리를 불합격시킨 심사위원 ‘셜리’도 마찬가지였다.

“흠. 먼저 이 자리에 없는 호프 윤에게 고맙다고 이야길 전해야겠어요.

본인과 맞지 않는 비욘세의 노래를 불렀을 땐, 엘리의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거기서 엘리의 매력을 느끼긴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엘리를 보곤 호프 윤이 와일드카드를 써서 여기까지 올려줬죠. 그런 호프 윤의 판단에 고맙다고 하고 싶군요.

그리고, 오늘 엘리는 마치 본인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처럼 Cardigans의 Lovefool를 불렀어요.

카디건스의 니나 페르손(Nina persson)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데, 이 영상을 그녀에게 보내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마치 니나 페르손이 어릴 때로 돌아가서 부른듯한 느낌이었어요.

전 오늘의 엘리에게 무조건 합격을 주고 싶군요.

여기에서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 계신가요?”

우피 골드버그처럼 좌우로 고개를 돌리는 셜리의 모습이 무섭기도 했겠지만, 그 누구도 엘리의 불합격에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엘리 베이리시! 만장일치로 합격입니다!

본선 300명에 포함되었습니다. 당신의 그 보컬은 화제가 될 겁니다. 축하합니다.”

**

“조나단 그런데, 우리 제대로 온 거 맞아?

주윌 둘러봐. 남자가 거의 없잖아. 진짜 아메리칸 아이돌 LA 오디션장 맞아?”

“걸그룹을 뽑는거니깐 당연히 남자가 없지.

그리고, 오늘이 2차 예심이라고 해서 어중이떠중이들은 없으니깐 사람이 별로 없는 거지.

우리처럼 예쁜이들을 구경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면 남자가 올 이유가 없잖아.”

“하..하긴 그렇지.”

“엇? 조셉! 저기 FBI 양복 입은 보디가드가 차를 에스코트하는데, 유명한 사람이 온 거 같지? 저기로 가자.”

조나단과 조셉은 물론이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K-POP 스타가 왔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리는 육감적인 여자를 보니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조셉이나 조나단은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옷! 엄청난데, 원더풀 뷰티풀이네! 조셉 너 저 애 이름 알아?”

“나도 모르지 일단 예쁜데 그거면 된 거지. 그런데 배우일까?”

“K-POP 가수에요 ‘모두랜드’에 ‘랜시’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이에요.”

옆에서 같이 구경하고 있던 백인 여자애가 방금 차에서 내린 랜시라는 K-POP 가수를 설명해 주었다.

“지금 차에서 내리는 저 애는 한국 프로듀스99 시즌 2로 데뷔한 콜라보걸의 ‘송이’야.

저 애도 아버지가 미국인이야.

아마 둘 다 오늘 심사위원으로 온 거 같아.

순수한 한국인이 심사하는 거보다는 미국 국적의 혼혈 K-POP스타가 심사하는 게 조금 더 있어 보이긴 할 것 같네.”

“오, 설명 고마워 난 조나단, 이쪽은 조셉이야. 리버사이드(Riverside)에서 왔어. 넌?”

“줄리야. 샌프란시스코에서 왔어. 여긴 러시아에서 온 나스타샤이고, 이쪽은 브라질에서 온 에드린이야.”

“응? 러시아? 브라질? 거기서 왜 오는 거야?”

조셉의 말에 줄리는 뭐 이런 병신같은 질문을 다 하지 하는 그런 깔보는 눈빛으로 나와 조셉을 쳐다봤다.

“너희 K-POP 팬이 아니구나.”

“으응? 우..우린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오늘 온 거야.

아 맞다. ESP를 좋아해.”

질문 한마디에 친절했던 여자애들의 인상이 굳어 버리는 게 보이자, 아메리칸 아이돌 방송 광고에서 봤던 ESP란 그룹의 이름을 말하며 눈치를 봤다.

“아, 그럼 혹시 너도 MSM쪽이야?”

브라질에서 왔다는 에드린의 말이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린 MSM쪽이야.”

“나도 MSM 좋아해. 난 ‘샤일’ 광팬이야. 줄리나 나스타샤는 핫히트쪽이고.

어 저기 또 심사위원으로 누군가 온다.”

대략 한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자애들과 웃으며 붙어서 이야기를 했고, 방송용으로 코디와 메이크업을 한 한국 스타들을 보니 조나단과 조셉은 기분이 좋아졌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냥 집으로 가는 게 너무 아쉬웠다.

“조셉,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 게이할래.”

“뭐? 너 미쳤어?”

“야 말끝까지 들어봐. 이제 게이처럼 옷을 입을 거라고.

그 케이팝 하는 아이돌들처럼 옷을 입어야 저런 끝내주는 브라질 애들이 좋아해 줄 것 같거든.

너도 아까 봤잖아. 케이팝을 모른다고 하니 표정이 바뀌는 거.”

“인정 인정. 진짜 그때 아메리칸 아이돌 광고에서 본 ESP란 애들 이름을 몰랐다면 바로 끝날 뻔했어.”

“그래, 게이 같은 케이팝 남자애들을 러시아 언니들도 좋아한다잖아.

거기에 맞춰가야겠어. 나 지금 케이팝 잡지 사러 갈 건데, 같이 갈 거야?”

“우씌 나도 그럼 게이 패션 하지 뭐. 아니 케이팝 패션 할래.

같이 가자 난 아예 K-POP을 분석하고 공부해야겠어.

이건 마치 콜럼버스가 신세계를 발견했을 때와 같은 그런 대발견이야.

저렇게 예쁜 애들이 게이같은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걸 이제야 발견하다니.”

“엇 그 애들 인스타에 새 사진이 올라왔어.”

“나도 인스타에 빨리 ESP태그달고 K-POP태그를 달아야겠다. 이렇게 내가 K-POP 팬이 되어버리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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