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
오지리날리티(originality : 독창성).
피아노 솔로의 청아한 리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Some folks like to get away
어떤 이들은 떠나고 싶어 해.
Take a holiday from the neighborhood
동네를 벗어난 휴가처럼
Hop a flight to Miami Beach Or to Hollywood
비행기를 타고 마이애미 해변으로 아니면 할리우드로
But I'm taking a Greyhound
하지만, 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싶어.
On the Hudson River Line
허드슨 강변에서
I'm in a New York state of mind
내 마음은 뉴욕에 있어.
피아노 솔로에서 섹소폰과 드럼이 전주로 치고 나오자, 멤버들의 허밍도 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It comes down to reality
결국 현실적인 문제야.
And it's fine with me 'cause I've let it slide
그렇지만, 나는 괜찮아. 이미 한옆으로 치워 버렸으니깐
Don't care if it's Chinatown or on Riverside
차이나타운이든 리버사이드든 어디든 상관없어.
I don't have any reasons
이유 따위는 없어.
I've left them all behind
그럴 필요가 없는 거야.
I'm in a New York state of mind
그냥 내 마음은 뉴욕에 있는 거야.
I'm just taking a Greyhound on the Hudson River Line
내 강아지와 그냥 허드슨 강변을 산책할래.
'Cause I'm in a New York state of mind
왜냐면 내 마음은 뉴욕에 있으니깐.]
마지막 후렴 부분은 3번이나 반복하며 우리의 마음은 뉴욕에 있다고 6명의 멤버가 다 고음으로 지르자, 밤의 분위기에 들뜬 것인지 다들 기립을 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마음이 쓰이는 바브라도 도도하게 앉아서 손뼉을 치는 모습이 보이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이 곡을 빌리조엘에게 헌정 받은 바브라에게 박수를 받자 그제야 멤버들과 안아주며 기뻐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대기실에서 들었던 말에 신경이 쓰이긴 했던 것 같았다.
**
기념 공연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는데, 제임스 추 실장이 손님이 있다고 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우리가 무대를 내려와 인사하려고 했을 때 이미 자리를 떠버렸기에 바브라는 아닌 것 같았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고스트’ 공연팀이라고 사장님을 좀 뵈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고스트 공연팀요? 당연히 됩니다. 어디에 있죠? 제가 나갈게요.”
뉴욕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고스트의 공연팀이라는 소리에 두말없이 뛰쳐나갔다.
내가 나오길 기다리는 5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같이 공연을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다들 미국인이었다.
“와우! 영상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호프 윤을 직접 보게 되니 신기하네요.”
“무대 위에서의 파워나 사람을 끌어들이는 보컬도 좋았어요. 대단해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잘했다고 했어요.”
“에? 진짜예요? 진짜 바브라가 잘했다고 했다고요?
그럼, 혹시 바브라와 아는 사이에요?”
“하하 아는 사이는 아니고, 바브라가 투자한 뮤지컬 3개 공연팀이 오늘 다 같이 여기에 왔어요. ‘고스트’에도 그녀가 투자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녀가 공연장을 떠나며 하는 말을 들었죠.
반갑습니다. ‘테일’이라고 합니다. 제가 고스트에서 호프 윤이 맡았던 ‘챈스’역을 하고 있습니다.”
20대 중반의 남미계 혼혈 같은 훈남이 내게 반갑다며 인사를 해왔다.
“챈스?”
‘고스트’ 뮤지컬의 주인공인 ‘진만’ 이란 이름이 미국에선 ‘챈스’가 되었다는 생각이 번뜩 났다.
“오, 테일 반가워요. 그런데, 주인공이 이렇게 와도 되는거에요? 하하
공연 일정이 되면 보러 가고 싶은데, 혹시 내일 공연이 있는가요?”
“오리지날 공연을 했던 주인공이 직접 공연을 보러 와준다면 우리에겐 영광이죠. 내일 저녁 공연에 제가 무대에 오르는 날입니다. 꼭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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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기실은 한국보다도 더 열악한데요.”
“하하하. 대기실이 이런 건 어쩔 수 없어요. 한국에서 히트를 하고, 토니상을 받았다곤 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첫 공연이라 소극장일 수밖에 없으니깐요.
그리고, 브로드웨이도 몇몇 극장을 제외하곤 모두 다 오래된 극장이에요. 무대에는 돈을 쓰지만, 대기실은 돈 투자를 하지 않죠.
무대가 보이는 모니터도 없어서 노트북을 개인이 들고 와서 그걸로 보고 있어요.”
무대가 보이는 CCTV 화면이 노트북 바탕화면 한쪽에 보였는데, 객석은 어느새 절반 이상 들어차 있었다.
그런데, 바탕화면에 ‘Korea_Hope’라는 파일이 보였다.
“이 ‘Korea_Hope’ 파일은 뭔가요?”
“아 한국에서 공연하는 걸 찍은 영상이에요. 초연 때 찍은 영상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모든 배우들이 다 브로드웨이로 올 수도 없고, 미국의 모든 배우가 다 한국에 갈 수도 없다 보니 모든 등장인물의 개인 공연 영상을 찍은 파일을 보내주더라고요.
저는 물론이고, 다른 배우들도 한국 배우들의 영상을 보고 인물에 대한 연구를 하고 동작을 연습했어요.
저 영상을 보고 연습하고 배웠으니, 어떤 면에선 호프 윤이 저의 뮤지컬 스승이자 롤 모델이에요.”
내 영상을 보고 연습하며 인물을 분석했다는 테일이 웃으며 말했는데, 뭔가 가슴이 찡했다.
늘 나보다 더 높이 있는 사람을 보고 달려왔는데,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 내 영상을 보며 연습했다는 사람을 보니, 뭔가 직업적인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다.
공연 시작 시간이 되어 테일과 출연진들은 무대로 올라갔고, 나도 객석 뒤 빈자리에 앉아 공연을 보았다.
뮤지컬 ‘고스트’의 배경이 병원 입원실이다 보니, 환자용 침대에서 테일이 잠에서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침대 밑의 슬리퍼를 신는 행동을 하는데, 뭔가 특이했다.
‘응? 왜 저런 동작을 하는 거지? 왜, 저기서 쭈그려 앉아 땅을 한번 짚는 거지?’
테일의 의미 없는 동작에 의구심을 가지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올 뻔했다.
내가 첫 공연에서 무대에 섰었는데, 그날 첫 공연이라 새 슬리퍼를 사 왔었다.
그리고, 연기 중에 새 슬리퍼이다 보니 한 번에 발이 들어가지 않았었고, 애드립으로 쭈그려 앉아 슬리퍼를 신으며 실수가 아닌 척 연기했었다는 기억이 났다.
‘아니, 저건 그냥 의미 없는 행동일 뿐이라고.
새 슬리퍼가 한 번에 신어지지 않아 쭈그려 앉아서 신발을 신었을 뿐인,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그런데, 그걸 아무 생각 없이 전부 다 따라 하는 거야?’
내 마음속으로는 실수한 영상을 보고 검증 없이 그대로 따라 한 테일은 물론이고, 다른 출연진이나 연출자들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뒤통수가 얼얼할 만큼의 충격이 몰아쳤다.
‘어쩌면, 출연진이나 연출자들도 내가 신발을 한 번에 못 신은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실수까지 그대로 따라 한 거야.
그게 오리지날이니깐. 그 실수까지 원본 그대로 오리지널리티가 되어 버린 거니깐.’
한국에서 시작한 뮤지컬 고스트이기에, 이 이후 공연하는 모든 공연과 배우는 결국 내가 실수한 초연 공연 영상을 보며, 연습하고 재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K-POP도 단순한 댄스 음악이 아닌, 원본 오리지날리티를 가진 음악이 되어야 그걸 보고 연습하는 연예계 지망생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되었다.
그래야, 미래 세대에게 문화적 영향을 안겨줄 것이고, 그런 한국적인 문화에 영향을 받은 세대들은 결국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뮤지컬 고스트는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들어간 공연이었기에 미국인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토니상 수상작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소극장에서 계속 공연이 될 터였다.
뮤지컬의 변방 중의 변방인 한국 뮤지컬이 뮤지컬 계의 심장이라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정식으로 장기 공연을 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나와 김켈리 감독이 이루어 냈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도 들어갔다.
국뽕과 더불어 자신감이 내 마음에 과다주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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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특파원 미국 FOX 채널에서 한국의 프로듀스99의 미국판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네. 한국에서 이미 2번의 시즌이 성공한 ‘국민아이돌 – 프로듀스99’가 미국 FOX채널에서 ‘아메리칸 아이돌 – 프로듀스99’로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경쟁시스템과 콘텐츠 내용은 물론이고, 방송 출연진도 한국의 유명가수들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교민사회에서도 한국 방송의 콘텐츠가 미국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며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습생들의 교육에도 한국 기획사들이 참여한다고 하는데, 이런 사항들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미국 진출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이미, 실탄 소년단과 ESP의 빌보드 성공으로 핫히트와 레드원은 미국 지사를 설립하였고, 다른 기획사들도 LA와 뉴욕에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의 프로듀스99 콘텐츠가 힘을 잃어버린 미국 FOX의 간판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살릴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겠네요.
그런 성공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성공 여부도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네 이상범 특파원 감사합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KBC 세계는 지금이었습니다.”
- 이거, 이거 Big4기획사들이 뒤로 힘써서 FOX에서 프로듀스 방송 만들기로 했다는데, 진짜 오피셜임?
- 진짜인거 같음. 평소에는 겸상도 안 하던 각 회사 사람들이 MSM이랑 YEG 회사 빌딩에 정기적으로 모인다고 함.
└ 혼자서 하면 힘드니 다 같이 연합해서 만들려고 하는 거네.
하긴 혼자 돈질 하는 거보다는 3개 회사가 같이 돈질하면 중국 애들이랑도 싸울 수 있긴 있으니.
- 그런데,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그램 안에 프로듀스면, 프로듀스만의 정체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거 아님?
떡대 장난 아니고, 흑 언니들이 막 고음 지르는 그런 스타일로 걸그룹이 만들어 지면 그것도 K-POP이라고 봐야 하는거임?
난 진짜 별로일 것 같은데. 안 그럼?
└ 진짜 그런 걸그룹 만들어 지면 어떻하지?
우리는 투표도 못 한다고 하던데. 미국 애들만 투표하면 진짜 그런 걸 그룹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 그럼, 미국에선 성공할 수도 있겠지. 대신에 아시아에선 무리일 듯.
└뭐 시장규모가 차이나니 그렇게 달러 냠냠하면 되는거 아님?
└그래도 K-POP 그룹인데...그러면 어느새 미국 애들이 막 K-POP을 가져다 쓸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네. 교포 애 하나 집어넣고 K-POP 그룹이라고 우길 것 같고.
└ ESP 있잖아. 지금 딱 그럼. 한국인은 윤소원 1명임.
└그래도 거긴 다 한국말 할 줄 알더라고.
- 그런 그룹도 K-POP 그룹으로 인정해야 K-POP이란 말이 장르로 될 수 있다고 하잖아. 그런 큰 그림을 기획사들이 그리는 거겠지.
- 하긴, 고인 물은 섞는다고 하잖아. 새로운 물을 받아야 생태계가 계속 유지된다고 하니, 그런 흑 언니 그룹도 있긴 있어야 할 것임.
그리고, 취향 특이한 사람들 있잖아. ㅎㅎㅎ
- 한국 연습생들도 나간다는데, 난 데뷔 팀에 최소한 3명은 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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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견 기획사 회의실에선 테이블 가득 펼쳐진 프로필과 끊임없이 돌아가는 안무 영상들을 보며 회의가 한창이었다.
“잠시만, 잠시만 애들에게 같은 스타일 옷 입히지 마. 테니스 스커트는 일단 절대 예심에선 입히지 마.”
“그럼 어떻게 코디 방향을 잡으라고 할까요?
예심을 볼 때도 걸 그룹 안무를 춰야 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외국 지원자들도 아마 한국 걸그룹이 입는 한국식으로 된 테니스 치마를 입을 겁니다.
우리 애들만 안 입으면 좀 그런데요.”
“그래서 입히지 말라는 거야 반대로 가야지. 미국 애들은 아시아의 아이돌들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거냐고 비꼬면서 이야기하잖아.
팩토리 걸이니 팩토리 피플이니 하면서 몰 개성하다고.
우리 연습생 애들은 오히려 반바지나 청바지를 입혀. 키가 되는 애들은 스키니 청바지로 코디를 하고, 다른 지원자들과는 다르게 가자.
의상에서부터 우리는 차별성을 가져가야 해. 코디들 고민해봐.”
“그래도 한국 기획사 연습생들은 예심은 그냥 통과시켜주기로 하지 않았나요? 300명 안에 100명은 한국 연습생 쿼터로 만들어 주기로 했다면서요?”
“그래서 독창성을 준비하라는 거야. 한국에서 프로듀스99명에서도 빡센데. 그 300명에서 다시 99명 안에 들기 쉽겠어?
인터넷 영상으로만 공개되는 300명 시기부터 개성을 강조해야 해. 아예 미리 우리가 에피소드도 짜서 들어가야 해.
애들은 합숙 먼저 시작했지?”
“네 원어민 영어 강사랑 24시간 생활 중입니다.”
“미국 애들은 공장형태의 다 같은 아이돌 컨셉을 꼭두각시 같다고 싫어하니깐 원어민에게 리포터를 받아서 그런 부분들을 미리 체크해.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이번 여자 편에 이어서 남자 편도 다음에 한다고 하니깐 미리 영어 되는 교포 남자애들 수배하고. 미리 준비하자.”
“그런데, 각 회사마다 이야기는 잘 되어가고 있는 겁니까?”
“어떤 거?”
“그거 있지 않습니까? 회사별로 1명씩 무조건 99명 안에 넣어 주기로 한 거요.”
“아 와일드카드?”
“네. 비공식이지만, 300명에서 99명으로 줄일 때 멘토들마다 1명씩 와일드카드로 올려주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서로 다른 회사의 에이스들이 99명 안에 못 들어갈 것 같으면 밀어주기로 했다는데, 이건 확실히 확답을 받은 겁니까?
그게 확실하게 나와 있어야, 에피소드를 짤 때 밀어주기 할 수 있는 애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다 이야기되었으니깐 걱정하지마, 미국에 있는 윤소원이 빼고는 다들 회사의 에이스들이 떨어질 것 같으면 와일드카드로 올려주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