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
K-POP 인베이전.
조나단과 친구들은 평소처럼 모여서 맥주와 윙을 뜯고 있었는데, 예능 방송의 중간광고로 새로운 프로그램의 광고가 흘러나왔다.
<여러분의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K-POP 스타로 데뷔 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립니다.
어서 지원하세요. 아메리칸 아이돌 – K-POP 프로듀스99...>
“쉿! 쉿 조용히 해봐 아메리칸 아이돌? 저거 새 시즌이 시작하는 거야?”
이제 몇 시즌이지? 꽤 오래되었지?”
“14시즌인가 15시즌인가 그럴걸.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런데, 왠 K-POP 프로듀스99? 저건 뭐지?”
“K-POP이면 그 눈화장한 게이같은 놈들이 스키니바지를 입고 나와서 노래 부르는 그 음악 아냐?”
“아마 맞을걸. 그런데, 방금 광고에 지원자격이 여자만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던데. 뭐지?”
“지금 검색해 보니, 여자 댄스 그룹을 만드는 오디션이라고 되어 있어.
아, K-POP 스타일의 걸 그룹을 만드는 거래. 나이 제한도 15세에서 24세까지이고. 이거 차별 아닌가?
사실 나도 예전엔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이러면 이제 남자는 지원을 아예 못하게 되는거야?”
“조나단 너도 나가보려고 그랬어? 나도 그랬어.
제2의 클레이 에이킨이 되기 위해서 준비를 했었다고.
내가 어릴 때의 우상이었다고.”
“하하하 너도 그랬냐?
하긴 우리 땐 가족들이 모두 다 모여서 봤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
난 시즌 1부터 전부 다 지켜봤다고. 녹화 테이프도 저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런데, 이젠 아메리칸 아이돌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작년인가 재작년부터는 FOX가 아니라 ABA 방송국으로 이전해서 새롭게 시즌을 시작했다는데, 그냥 듣보 방송이 되어서 그냥 끝났다구. 화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나도 이게 몇 시즌인지도 몰라.”
“아하, 그래서 저 K-POP이 붙은 거구나. 요즘 여자애들에게는 가장 핫한 주제가 케이팝이니깐 게이팝 흐흐흐.
여자애들은 왜 그리 게이 게이 따지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네.”
“멍청한 제이크 네가 그걸 깨달을 때쯤이면 양로원에 들어가야 할 시기일 거야. 멍청한 녀석. 크흐흐.”
“그런데, 저건 지원자를 여자만 받는데, 그럼 게이 같은 녀석들은 없는 거 아냐? 그러면 여자애들에게 프로그램이 인기 없을 것 같은데.”
“멍청아, K-POP 그룹이 되면 같은 무대에서 그 녀석들을 만날 수 있잖아.
그래서 여자애들이 더 많이 지원할걸.”
“아 그렇구나. 그래서 여자지원자로 한정을 하는 거군. 이제 알겠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FOX에서 머리를 쓴 거 같은데 연령대 제한을 걸고, 성별 제한을 여자로 걸었어.
이게 뭘 말하는 거겠냐? 섹시한 컨셉으로 만들겠다는 거잖아.
섹시 코드로 예전의 그 화제성을 다시 만들어 내겠다는 거지.”
“오옷~ 그렇네. 그렇구나. 사실 나도 시즌 4부터 노래 잘 부른다고 덩치 큰 흑형이나 못생긴 애들이 나와서 소울 음악만 내리 지르는 게 지겨웠다고. 아이원츄 섹시~! 아이 라이크 걸그룹~!”
“야 너두? 나도 그랬어.
이욜~ 그럼 우리 저기 예심 본다는 장소에 가볼까? 가슴이 끝내주는 애들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콜~! 시카고에서는 예심이 언제지? 어서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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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리 중간광고에 대한 반응은 어때?”
“괜찮은 거 같아요. 우리가 걱정했던 여성단체나 페미니즘 단체에서 항의 전화 같은 건 오지 않고 있어요.”
“뭐, 그만큼 아메리칸 아이돌이 화제도 안 되고 있다는 반영이겠지.”
“그렇지만, 유튜브 광고에 달린 리플에는 정체되어 있던 아메리칸 아이돌에 새롭게 변화를 주고 있다고 긍정적입니다.”
“다들 어릴 때 같이 보고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으니깐. 다른 쪽 반응은?”
“K-POP쪽 커뮤니티들이나 유명 페북스타, 유튜버 채널에서는 크게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대체적으론 괜찮은 반응입니다.
다만, 기존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게 아니냐고, 왜 K-POP이란 단어를 쓰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래? 그럼 2차 광고를 빨리 집행해.
한국형 K-POP 그룹 경쟁오디션이라는 걸 알려주라고. 한국의 기획사들과 연계해서 한국 스타일로 만든다는 걸 알려줘. 인터넷 광고도 시작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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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키즈 온 더 블럭, 엔싱크, 데스티니 차일드, 조나스 브라더스의 뒤를 이을 아메리칸 아이돌 그룹의 탄생.
아이돌 개인이 아닌 팀을 만드는 최초의 그룹 오디션~!
K-POP 스타일로 만들어질 여성 그룹의 멤버 경쟁 오디션이 열립니다.
아메리칸 아이돌 – 프로듀스99!!
체계적인 K-POP 스타일교육과 데뷔의 기회를 어서 잡으세요.]
- 헐, 광고영상에 실탄 소년단이랑 EOX랑 실크핑크까지 다 나오던데, 그러면 저 아이돌들이 출연하는 거야?
└사이트 가보니 고정 출연은 아니고, 멘토로 참여한다고 공지되어 있어.
└지저스! 저들에게 직접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미쳤어. 지원은 어디서 하면 되는거야?
저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지원할 거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라니.
- 한국 기획사에서의 한 달간 교육기회도 제공한다고 하는데. 그럼 한국에 갈 수 있는 거야?
방송에서 뽑혀서 가는 거니 숙식은 제공해 주겠지? 비행기 표만 있으면 되는거야? 누가 알면 답 좀 줘!
└공식 사이트에 가서 좀 읽어봐.
예심을 통과하면 항공권, 숙식 등등을 전부 다 무료로 지원해주고, 한국 최고의 트레이너들에게 교육도 받을 수 있게 해준데.
└엄청난데, 하지만, 지원해준다는 식사는 한국식이겠지? 나 김치 못 먹는데. 김치 못 먹는다고 감점되는 건 아니겠지?
└김치 못 먹는 한국인도 있으니깐 못 먹어도 감점은 안될거양.
- 브라질에서도 예선 본다고 하는데, 거긴 이미 지원자가 3만 명을 넘었데.
└헐, 아메리칸 아이돌인데, 무슨 브라질이야? 이거 브라질리언 아이돌이 아니잖아!!
└영어, 한국어만 사용할 수 있다면 국적이 달라도 지원할 수 있데.
└그럼 한국인 연습생들이 나오면 다 끝나는 거 아니야? 그 애들은 몇 년씩 준비하고, 연습한 애들이라고.
└ 이미 미국 국적 가진 교포 애들은 다 나온다고 한국 팬 페이지에 소문이 돌았어.
└그런데, 다들 안심해 한국 프로듀스 방식이라 미국인들의 투표로 뽑히는 인기투표 방식이야. 그러면 미국인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거야.
브라질에서 아무리 많은 지원자가 와도 뽑아주지 않는다고.
└그럼 한국인 연습생들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럼 왜 나오는 거야?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국인을 뽑아 줄 거라고.
└ 여기서 안 뽑히더라도 화제성이나 인지도가 올라가니깐. 데뷔 못 해도 출연만 해도 이득일 거야.
└너 엄청 계산적인 아이구나. 그 계산을 벌써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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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을 배워라.>
격주 발행되는 교육 당국의 ‘에듀 라이프’에 소개된 특집 기사가 주장하는 결론이다. 그것도 무려 4면에 걸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설령, 에듀 라이프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미국은 ‘코리아 인베이젼’ 이라고 할 만큼 많은 K-POP이 10대 20대에게 퍼지고 있다.
특히나 교육적인 부분에선 한국방식이 침공이라는 말에 어울릴 만큼 더욱 두드러진다.
LA의 교육 컨설턴트들은 미국 학부모들은 한국인의 진취적인 발전과 안주하지 않는 노력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해 주고 있다.
설령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한국식 집중교육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접목시켜야 한다고 조언해준다.
그러한 한국식 집중 교육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방송이 FOX채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 – 프로듀스99’란 프로그램이다.
다들 알겠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은 미국적인 방식의 아이돌을 배출해내는 경쟁오디션이었다.
하지만, 그런 미국적인 아이돌을 배출해내는 방식을 한국 K-POP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적극적이며 어린 나이부터 경쟁을 즐기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인들의 근면함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진 것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의 높은 대학진학률의 비밀이 ‘아메리칸 아이돌 – 프로듀스99’에서 밝혀질지도 모른다. - LA컨티디션타임즈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프로듀스99가 무슨 교육이랑 연관이 있다고 웃기고 있네. 하여튼 기자들이 시나리오를 만든다니깐.”
“소원형 그 말은 ‘cock-and-bull story’ 맞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숙어(熟語) 맞지?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숙어가 아니라 속담. 근데, 밍턴이 한국어 공부 많이 했구나.”
“그럼, 프로듀스99 MC를 하기로 한 이후로는 한국어 능력 시험 칠 때 보다 더 열심히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 형이 대화상대 계속해줘.”
“말 상대는 언제나 해주지, 공연 리허설 다 끝났는지나 확인하고 와. 그리고 사진 몇 장 더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여기가 그냥 동네가 아니야.
뭣도 모르고 GW 브리지(George Washington Bridge) 개통 100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왔는데, 공연하는 곳이 예전 무한도전 뉴욕 편 찍었던 거기일 줄 몰랐어.
너도 문 앞에 서서 뒤에 다리 보이게 사진 찍어서 많이 올려. 무한도전 태그 달아서 올리는 거 알지?”
“옛써~~”
마이애미에서부터 시작한 동부 투어는 어느새 뉴욕까지 이어졌는데, 페이스북 시드니란 사람이 올린 ‘Billionaire’ 영상 이후 차트에서의 순위도 좋았다.
빌보드 차트에 유튜브 조회 수가 반영되다 보니, SNS에서 화제가 되는 우리의 순위가 계속 4~7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차트와 유튜브에서의 반응이 좋다 보니, GW 브리지 개통 100주년 행사에도 신인급 가수 중에서 유일하게 초대받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양화대교같이 교통상 중요한 다리였는데, 뉴저지와 뉴욕 맨해튼을 연결해주는 다리였다.
연간 1억 6천만 대의 차량이 지나다닐 정도로 중요한 다리였기에 중요한 행사로 크게 열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념행사에 참여한 가수들도 많았고, 뉴욕 NBC 방송국에선 뉴욕과 뉴저지 등 근처 주에 중계까지 해줄 정도였다.
“근데 형 우리가 맨 마지막 무대라는데.”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피날레(finale) 무대라고? 우리보다 더 유명한 가수 많잖아. 중견급 컨트리 가수도 있는데, 우리가 마지막 무대라는 게 말이 되는거야?”
“그건 우리가 따로 불러주기로 했던 빌리 조엘의 ‘new york state of mind’ 노래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임스 추 실장이 대기실로 들어오며 우리가 마지막 무대라는 걸 확인 시켜줬다.
“뉴욕커가 사랑하는 최고의 노래가 빌리 조엘(Billy Joel)의 new york state of mind인데, 다른 가수들은 모두 다 안 부르겠다고 했어요. 덕분에 우리가 부르게 된 겁니다.”
“피날레 무대를 우리가 하게 되어 좋긴 좋은데, 왜 다른 가수들은 부르지 않겠다고 한 거죠?
어려운 곡이긴 하지만, 못 부를 정도로 어려운 곡은 아닌데.”
“오늘 공식 초청 대상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가 와 있거든요.
빌리조엘이 new york state of mind를 뮤지컬 스타인 바브라에게 헌정했다는 건 뉴욕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깐요.
그녀 앞에서 잘 부를 자신이 없는 거죠.
이게 존경의 의미이기도 한데, 신인급의 가수가 아니라 중견 가수가 헌정된 가수를 앞에 두고 부르기가 참 애매하거든요.
실수라도 하게 되면, 자존심도 상하는 일이고.
신인인 우리는 뭐 아이돌이니 실수해도 크게 자존심을 상하지 않을 테고요. 그래서 우리가 피날레를 하게 된 겁니다.”
“본인에게 헌정된 노래를 부르는 거니, 노래 끝나고 나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게 인사를 해야겠네요.
미리 그녀가 있는 자리를 알려주세요.”
기념행사가 시작되고, 빌보드 4위에 링크된 우리 노래 ‘Beautiful’을 끝내고, 진정한 마지막 피날레 곡 차례가 왔다.
MR이 아닌,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자 피아노 반주 소리를 알아들은 관객들은 ‘오~’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관객들의 호응과 반응, 그리고 관객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바브라’가 보이자, 등에 소름이 쫙 올라왔다.
1942년생으로 이제는 완연한 할머니로 보이는 그녀였지만, 꼿꼿하게 등을 펴고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에 왜 다른 가수들이 이 노래를 그녀 앞에서 부르는 걸 거부 했는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