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
아메리칸 아이돌.
‘에듀 라이프’를 스캔해서 한국으로 보내기도 전에 밤새 퍼지던 ‘시드니’란 사람의 동영상 반응이 제임스 추 실장에게 몰려오고 있었다.
“네? 오늘 쇼핑몰 행사에서 ‘Billionaire’를 불러달라고요? MR이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보니 그건 힘들 것 같은데요.
네. 네 페이스 북에 영상이 공유된 그 ESP란 그룹이 우리가 맞습니다.
MR 없어도 되니깐 그 영상처럼 그냥 그렇게 불러만 달라고요? 허허허. 네 그렇게 해도 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빌리, 우리가 친한 건 알지만 오늘 갑자기 와 달라는 건 불가능해.
우리 지금 마이애미에 와 있다구. ESP 동부 투어 중이야. 아무리 너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래 서부로 가게 되면 당연히 빌리 네가 주선하는 행사를 우선순위로 두도록 하지. 그래 LA에 도착하면 연락을 할게.”
“네. 전화 받았습니다. 뉴 잉글랜드 공연요? 거긴 이주 후에나 갈 수 있습니다만....”
아마도, 한국이었다면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에 우리 ESP의 이름이 오르며 빠르게 화제가 되고 후속 기사들이 수십 개가 올라왔을 텐데, 미국이다 보니 그런 화제가 퍼지는 속도와 경로가 달랐다.
페이스북에서 시작해서 유튜브, 트위터까지 퍼지며 화제가 된 이후에 레딧(Reddit)과 같은 커뮤니티에 올라가고, 그 제야 미국의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사가 올라오는 것도 우리가 있는 동부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올라올 겁니다.
우리가 있는 플로리다 마이애미가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보다 3시간 빠르기에 언론사의 기사들도 올라오는 속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전국으로 다 발행되는 신문의 숫자도 적은 것이고요.”
“땅이 넓으니 이런 것도 한국과는 다르군요. 그러면 이제야 LA는 아침 시간이겠군요.”
“그렇죠. 그리고 사람들이 인터넷을 처음 시작할 때 보이는 페이지가 다 다르다 보니 화제가 퍼지는 시간이 한국과는 다릅니다.”
“하긴 우리나라는 10명 중에서 9명은 다 네이버가 시작 페이지이니 네이버에서 화제가 되면 바로 전국스타가 될 수 있지만, 미국은 다르겠죠.
구글은 그런 뉴스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한국 네이버처럼 정보를 카테고리별로 제공하는 야후나 MSN은 이제 이용자가 구글의 10%밖에 안 된다고 하니 화제성이 다르겠네요.”
“네. 그래서 페이스북 피드를 보고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그걸 구글로 검색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자연스레 유튜브로 연결이 되는 것이고요.
한국은 네이버에서 모든 게 다 해결되지만, 미국은 집중화시키는 것에 반발이 있다 보니 일일이 다 찾아서 해야 합니다.”
“이런 게 장단점이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한번 화제가 되면 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도 있다는 거군요.”
“네, 그래서 한국식의 마케팅/홍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겁니다.
기존에 지사까지 만들며 미국에 진출했던 JYE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근무하던 그대로 홍보, 마케팅 담당자를 데리고 왔기에 현지화에 실패한 거나 마찬가집니다.
미국에선 아무리 기자나 언론사에 광고를 주고 기사를 올린다고 해도 그걸 소화해줄 포털이 없으니깐요.
미국에선 뉴스를 보려면 일일이 언론사의 사이트에 들어가야 하는데, 연예 관련 기사를 보려고 뉴스 사이트에 가는 팬은 아마 없을 겁니다.
아예 파파라치 사이트로 가는 게 더 빠를 겁니다.”
“그러면 단순히 방송이나 언론에 캐스팅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SNS에 집중했던 실탄 소년단의 마케팅이 미국에서는 딱 맞았다는 거네요.”
“어쩔 수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한국에 나간 기사에서 보면 공중파나 주류 미디어에 나오지 못했기에 SNS로 마케팅을 성공했다고 기사가 났는데, 그 반대입니다.
미국을 제대로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마케팅을 아주 완벽히 잘한 겁니다.
한국 미디어는 자신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 외국에서 터져버린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입니다.”
“역시 어디 가나 기레기가 문제였네요.
한국에 나온 기사들에선 공중파나 유명 예능에 출연이 힘들어지자 대체재로 선택한 SNS에서 성공해서 이름을 알렸다고 보도되었으니깐요.
그런 기사를 보고 실탄 소년단의 성공을 분석했던 사람들도 다 속은 거네요.”
쇼핑몰 행사를 하러 가며 페이스북 피드를 보고 있자 그제야 각 언론사 공식 계정에 우리 ESP 관련 기사들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라오는 기사들이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K-POP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쉽게 사람들은 K-POP에 빠져든다.
그리고, ESP는 그런 언어적 약점까지도 보강한 미국화 된 K-POP 그룹이다. 왜 이들은 미국화를 했는지가 궁금하다.]
[한국의 K-POP 스타일이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자생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성공의 이면에는 자원봉사를 하며 미국인들의 정서를 받아들였다는 성공 요인이 있다.]
[ESP로 인해 공장에서 만들어진듯한 K-POP의 고정관념이 변화될 것인가?]
올라오는 기사들을 전부 다 꼼꼼하게 읽어보니, 단순하게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며 Billionaire를 불러서 화제가 되었다는 걸 나열하는 단순한 기사들이 아니었다.
미국 내 K-POP의 위치와 장, 단점 그리고, 거기에 반해서 미국인 멤버들로 현지화를 한 ESP와 그 활동을 보여주고, 그러한 활동이 어떻게 기존의 미국 가수들과 차별화되는지가 전문가의 기고문처럼 서술되어 있었다.
“밍턴아 원래 미국의 연예 기사는 이런 거야? 이렇게 다 분석을 하는 거야?
한국은 화제가 되면 그냥 달랑 사진 하나에 영상 링크 달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라고 끝나는데, 여긴 진짜 기사라고 부를 만 한 게 올라오네.”
“아까 제임스 실장도 이야길 했지만, 언론문화가 다르다니깐요.
한국식의 그런 연예 기사는 파파라치 사이트에나 올라오는 수준이에요.
한국 언론사들이 미국에 있었다면 아마 다 망했을 거예요.
미국은 네이버, 다음이라는 포털을 통한 유입 자체가 없으니 진짜 기사의 질로 승부를 하는 거죠.
이런 질 좋은 기사를 올리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홍보를 하고, 그런 기사를 보러 언론사의 사이트로 가는 거죠.
물론, 한국의 언론사들처럼 노골적인 성인용품 광고를 하는 곳도 없을 거예요.”
“그 부분은 진짜 동감이다. 광고가 야하거나 혐오감이 생겨서 언론사 사이트를 더 안 간다니깐. 특히나 기사 사진 얼굴에 달라붙는 광고는 진짜 극혐이야.”
한국 언론사 사이트를 밍턴이와 같이 욕하면서도 내 손은 미국 언론사의 기사링크를 복사해서 지혜에게 보내주기 바빴다.
이런 양질의 미국 기사가 한국의 언론사에서 찌라시처럼 뿌려지게 되면 자연스레 한국에서는 ‘오 ESP가 미국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여론을 만들어 줄 터였다.
그리고, 그런 화제가 된 한국언론의 기사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면 되는 거였다.
쇼핑몰 홍보 행사를 끝내고 밤이 되자, 내 예상처럼 한국 MSN에 노출되어 화제가 된 우리 기사가 역 수입되어 미국 MSN 메인페이지에 올라갔다.
그리고, 사흘 뒤엔 두각을 나타내는 K-POP 그룹으로 빌보드사이트에 우리 ESP 기사가 특집으로 올라갔다.
**
“케일리! 그 ‘핫히트’에선 연락이 없는 거야?”
FOX의 예능 제작팀 팀장인 프랭크는 진행 상황을 확인하다 메인 MC 문제부터 제동이 걸리자 사무실이 떠나가라 케일리에게 물었다.
“일정을 문제로 들면서 안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유럽 투어 일정과 프로그램 방영 날짜가 겹치기 때문에 MC를 못 맡겠다고요.”
“제길, 실탄 소년단이 딱 맞는데.
그럼 싼이는? 거기는 지금 활동 휴식기 맞지? 설마 싼이도 안된다고 연락이 온 거야?”
“싼이는 자기 회사 만드는 문제로 프로그램에 집중 못 할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듣기론 예전에 중국에서 했던 프로그램에 멘토로 나섰다가 뒤통수 맞은 이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를 안 나가기로 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허허. 그럼 누구를 메인 MC로 세워야 하는 거야?”
“프랭크, 스탠퍼드대 출신의 힙합 가수 ‘지블러’는 어떻습니까? 아니면 파슨스 스쿨 출신의 ‘피디스’라는 가수 겸 프로듀서도 있습니다.
둘 다 미국 시민권자이자 한국에서는 가수 겸 프로듀서로 유명합니다.”
“지블러? 피디스? 처음 들어봐.
둘 다 한국에선 유명할지는 몰라도, 미국에서는 아예 그냥 모르는 동양인일 뿐이야.
케일리 너 같으면 생판 들어보지도 못한 동양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겠어?”
“흠. 그럼 한국계 혼혈인 ‘하인즈 워드’는 어떨까요? 혼혈이다 보니 한미 우호의 증거이자, NFL의 스타 출신이니 유명인사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코미디언인 ‘켄 정’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워드? 워드는 일전에 음주운전 사건이 있어서 불가. 거기다, 워드는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지원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될 거야.
켄 정은 흠... 나름 괜찮겠는데.
코미디언이니 위트도 있고, 미국에 이민 온 후 아래에서부터 성공한 이미지도 있으니 나름 맞겠는데.
스웨인! 켄 정 매니저에게 연락해봐.”
“저 팀장님 그런데, 켄정은 1969년생이에요. 50대라고요.
프로듀스99 출연진의 평균 나이는 18세 정도일 거고요.
켄 정은 전혀 맞지 않아요. 팀장님 나이대의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요.”
“그럼 누가 있는지 이야길 해봐. 한국어와 영어가 되면서 미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그런 젊은 스타가 누가 있는 거야?
스웨인 알고 있으면 이야길 해봐.”
“워킹 데드의 그 한국인 배우는 어때요? ‘스티븐 연’이라고.
미국에서도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배우죠. 그리고, 한국어를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ESP의 ‘호프 윤’이나 ‘레밍턴 체이러’는 어떻습니까?”
“워킹 데드의 스티븐 연? 아 알 것 같군. 흠. 괜찮을 것 같은데. 한국과 미국에서 다 유명한 연예인이고 젊으니 괜찮겠어.
호프 윤은 우리가 친하지만, 미국에서의 지명도가 아직은 없어.
그리고 멘토로 참여하기로 했으니 제외하고, ESP의 레밍턴 체이러? 얼굴은 기억나는군.
ESP의 레밍턴도 지명도가 없잖아. 스티브 연이 제일 알맞은 거 같군.
스티븐 연에게 연락 넣어봐.”
“팀장님 오늘 아침에 발표된 빌보드 순위에서 싱글차트에서 ESP가 4위에 올랐습니다.”
“4위? 진짜야?”
“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선 제 2의 엔싱크라고 ESP를 부를 정도입니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는 잘 모르지만, 유튜브 세대라 불리는 요즘 애들에겐 지명도가 쌓이고 있습니다.”
“ESP에 제2의 엔싱크란 이름을 붙일 정도야? 흠.
스티븐 연은 새로운 드라마를 한다고 해도 두 달 후라면 큰 인지도 변화가 없을 것 같고.
ESP의 레밍턴은 두 달 후에 10대, 20대가 다 아는 스타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돌이네.
한국어로 의사소통은 되는 거야?”
“네. 전에 영상을 보니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레밍턴은 ‘화이트 트래쉬(white trash)’라 불리는 백인 빈민층 출신으로 디트로이트 외곽에 살았다고 합니다.
꿈과 희망이 없는 ‘화이트 트래쉬’ 임에도 한국식 트레이닝을 받았고, 자원봉사를 하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빌보드 4위에 올랐고, 이미지가 좋기에 차세대 슈퍼스타로 생각하는 연예부 기자들도 있습니다.
지금 인지도가 조금 부족할 때 우리가 날개를 달아주면 나중에 우리에게 고마워하겠죠.”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디트로이트 빈민층 출신이라. 히스토리가 있네. 결정적으로 미남이고. 좋아. 연락해봐.
그런데, 부사장이 ‘아메리칸 아이돌 – 프로듀스99’로 이름 정한 거 최종 결정이 난 거야?”
“네. 아메리칸 아이돌의 새 시즌인 것처럼 보이게 먼저 이름으로 언론 보도를 하라고 하네요.
그래야 나중에 프로듀스99에 지원자가 몰릴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