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28화 (228/237)

# 228

연습생의 수준.

“한국에서 호프 윤이 했던 말을 듣고는 그냥 넘어갔었는데, 그게 실수였다는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자네 말을 듣고 흘린 내 잘못을 인정하지.”

급하게 라스베이거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슈만 부사장의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제이니는 물론이고 일전 점심 모임 때 만났던 프랭크, 케일리, 스웨인도 있었다.

그 외에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게 뭔가요? 그렇게 이야길 하면 제가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내가 한국에서 했던 말이 너무 많다 보니, 그게 어떤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먼저 이 영상부터 보도록 해요.”

자리에 앉으니 제이니가 노트북을 내가 볼 수 있게 돌려주었는데, 뭔가 특이한 발음이 노트북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뛰송까오 피오르뗑 Pick Me Pick Me~ Pick Me Up!!..]

노트북 화면에는 교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은 100여 명의 남자아이들이 군무를 추며 픽미를 외치고 있었다.

“에? 이건 어느 나라 프로듀스인가요?

설마, CH 미디어에서 우리와 일정이 겹치는데도 다른 나라에 판권을 판매한 건가요?”

“그런 건 아니야 여기 로고가 다르잖아.”

프랭크의 말에 로고를 보니 상징성이 있는 프로듀스의 삼각형 로고가 아니었다.

“그럼. 이 방송은..”

“그래 맞아. 중국에서 했던 ‘우상 연습생’처럼 판권 없이 표절한 방송이라는 거지.

태국에서 오늘 방송된 건데, ‘아이돌 탄생’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했어.”

“프랭크. 이 방송이 태국 방송이라고요?

그럼 이상한데요. 태국과 베트남은 프로듀스 판권을 CH 미디어에서 정식으로 구매해 간 거로 알고 있어요.

다만, 한국의 시즌 일정과 연습생의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방송 일자가 아직 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 혹시 판권을 구매해간 방송사와 이 방송을 만든 방송사가 다른 곳일 수도 있겠군요.”

“맞아. 정식으로 판권을 구매해간 태국의 ‘채널4’ 사람들도 곤혹스러워한다고 CH 미디어 쪽 사람들에게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우리는 판권 때문에 곤혹스러운 게 아니야.

이 방송의 타이틀곡 영상을 본 것만으로 곤혹스러워졌어.

호프 윤은 이 타이틀곡 영상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나?”

슈만 부사장의 말에 다시 영상을 유심히 보았다.

색조가 강한 원색 조명이나 무대도 촌스러웠고, 카메라 앵글의 동선도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보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안무의 부정확성이었다.

연습생들에겐 안무의 기본이 없었다.

“노래는 일단 세계화 추세와는 좀 다른 태국 특유의 비트네요.

억양이나 성조가 있는 언어이다 보니 보컬이나 노래를 평가하긴 힘들 것 같고요.

안무도 다 부정확하고, 군무도 하나도 맞지 않네요. 판권 없이 제작한 불법방송의 단점들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아요.”

“맞아. 우리도 그게 바로 보였어.

아는 인맥을 동원해서 알아보니, 이 애들의 대부분은 기획사에 소속된 애들이 아니라고 하더군.

한국의 프로듀스와 중국의 프로듀스를 보았던 내 생각으로는 아이돌을 지망하는 연습생이라면 한국의 연습생보단 못하겠지만, 중국 연습생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을 거로 생각했어.

미국의 댄스 스쿨에서 춤을 배우는 아이들 수준이 중국 연습생 정도는 될 줄 알았다고.”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확실히 부사장님이 실수하신 거네요.

학원생들의 실력을 먼저 체크하셨어야 했는데.”

“그러게... 저 태국 방송을 보고서야 아차 싶어서 급하게 출연하기로 했던 댄스 스쿨로 뛰어갔지.

예정에 없었지만, 방송예심을 보기로 했던 애들의 수준을 체크했어.

그 댄스 스쿨의 애들 수준이 딱 저 정도더군. 내가 잘못 판단한 거지.

왜 자네가 한국에서 그렇게 연습생을 준비시켜야 하고, 우리가 계획한 계획서대로 제작하면 예전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아질 거라고 이야기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어.

자네의 말을 듣고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겼는데, 그게 실수였어. 완벽한 내 오판이었어.”

슈만 부사장은 자기가 잘못 판단했다며 머리를 부여잡고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영상을 다시 보니 더 처참하네요.

지만,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최소한 이 수준보단 월등하게 나올 수 있게 준비를 해야죠.

아예 예심 통과 연습생 확정 후 한국에서 트레이닝을 별도로 받는 부분을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건 어떨까요?”

“그래 맞아 그것도 좋을 것 같군.

그래서 말인데, 호프 윤 자네가 다시 한국 기획사들을 만나서 트레이닝을 해줄 기획사들을 선정해 줄 수 없겠나?

기획사들에게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습생 조건을 변경했다고 알려줘.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도 출연할 수 있게 규정을 바뀔 거야. 대신에 어느 정도의 영어 어학 실력은 있어야 할 테지만.

이런 부분을 한국 기획사들에 알려주고, 참여여부를 좀 이끌어 줬으면 해.”

“연습생 참여 규정을 변경하신다니 다행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참여를 위해 올 겁니다.

그리고, 연습생을 받아서 트레이닝을 해주는 건 금전적인 조건만 맞는다면 언제든 받아 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그래, 퀼리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남미, 아시아, 유럽에서 실력이 있다는 K-POP 스타 지망생은 모두 다 예심을 볼 예정이야.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닌 제대로 된 국민 아이돌을 만들어야지. 좀 나서주게.”

“그런데, 아마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연습생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시키는 곳은 한국과 중국밖에 없고, 일본도 이제야 시작을 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국적이 편중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또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그런 문제를 없애고, 많은 화제를 모으기 위해서 이미 데뷔를 했던 사람도 출연 신청을 받아야 합니다.”

“이미 데뷔를 했던 사람?”

“네. 데뷔는 했지만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를 만나지 못해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도 출연하게 해주어야 화제를 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계약문제가 생기게 될 텐데.”

“그건 제가 한국 CH 미디어 쪽에 알아봤습니다.

별도 계약을 허락하는 회사에 한정해서 연습생과 데뷔한 사람을 받으면 된다고 합니다.

호프 윤도 왔으니 아예 계약문제와 활동시기 관련 이야기도 완전히 결정하시죠.”

계약문제가 생긴다고 망설이는 슈만 부사장에게 이미 준비되어있다고 ‘케일리’가 이야길 하며 여러 항목과 조건이 나열된 서류를 돌렸다.

“데뷔 멤버 선정 후 4년 계약에 2년 독점활동을 하고, 남은 2년은 개인 및 회사소속 활동을 병행한다는 이 조건을 기획사들은 가장 좋아할 겁니다.”

“응? 호프 윤 그게 무슨 말이지?

계약 기간이 짧으면 좋은거 아닌가? 호프 윤도 1년을 활동이었던 것 같은데?

짧은 계약 기간이 더 연습생들에게 이득일 것 같은데.

기획사 쪽에서도 1년 후 완전히 본인 소속으로 돌아왔을 때 활동시켜서 돈을 버는 게 더 큰 이득일 거고.”

“그게 프랭크의 생각과는 좀 다릅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을 해야 할 겁니다.”

“반대로? 그러면 장기계약을 연습생이나 기획사가 더 좋아할 것이라는 건가?”

“네. 아이러니하겠지만, 저와 ‘엔오원’의 선례가 있으니깐요.”

“응? 그게 무슨 말이지?”

“프로듀스99 오디션에서 탄생한 ‘엔오원’은 화제를 모으며 1년간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 1년 동안은 차트 1위를 하고 그해 최고의 아이돌이라며 화려한 1년을 보내지요.

행사도 많았고, 정산금도 많아서 멤버들이든 소속사든 대부분이 큰 이익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1년 후 엔오원이 해체를 하게 되면서, 그 화려한 1년은 끝이 났습니다.

이후 몇몇 멤버들과 기획사는 극과 극의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죠.”

“아 저는 알겠어요.

호프 윤처럼 잘 풀리는 케이스가 있고,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잊혀지는 멤버도 있다는 거군요.

그래서 연습생이나 기획사들이 장기계약을 오히려 더 좋아할 거라는 거고요.”

“네 제이니의 그 추측이 맞아요.

팀 해체 이후에 솔로로 데뷔했을 때 성공한다는 자신이 모두 다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게 마음대로 되진 않죠.

해체 이후에도 성공 가도를 달리는 케이스는 열에 한두 명일 겁니다.

나머지는 다 실패를 하고, 그렇게 서서히 사라져 갈 수밖에 없죠.

이런 사정을 이제는 다른 기획사들도 깨닫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장기계약으로 2년은 팀 활동에 전념하고, 나머지 2년은 6개월씩 병행해서 활동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그 병행 기간 동안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낼 수 있게 준비를 할 테고요. 너무 짧으면 오히려 모두의 수익이 좋지 않을 겁니다.”

“데뷔 멤버들이나 기획사의 입장에선 장기계약이 좋다지만, 우리 FOX 쪽도 이 국민아이돌 – 프로듀스99가 인기가 많아졌을 때를 생각해야지.

인기가 많아서 시즌제로 매년 하게 된다면 4년 장기계약이 우리에겐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어.”

내가 추천한 4년이란 장기계약에 프랭크가 의문을 표했다.

“그럴 땐, 성별을 변경하거나 장르를 변경하는 식으로 차별을 두어야지요.

우선 장기간 계약을 해서 활동을 지원할 회사부터 준비해보죠.

수익 배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들어질 아이돌을 지원하고 운영할 회사에게 떨어지는 수익 배분이 엄청날 겁니다.

그 수익 배분까지 최종 결정이 나야 한국의 기획사들에게 알리고, 각 기획사의 트레이닝 참여와 기타 협력을 얻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좋아 그럼, 최종 활동기간과 기획사와 방송사간의 수익비율, 활동비율을 최종결정하도록 하지.

그리고, 트레이닝 참여와 광고 협찬을 해주는 한국 기획사에게 미국내 매니지먼트 권한을 준다고도 조항을 넣어.”

**

“오, 애플 뮤직에 ‘Beautiful’ 차트인 했어요. 86위로 첫 진입.”

“이야 싱글 두 곡 연속으로 차트인 했어.”

“빌보드 집계는 내일부터지? 몇 위로 진입할지 궁금해지네.”

“그럼 오늘은 오랜만에 다들 맥주나 한잔하죠. 콜?”

ESP의 두 번째 싱글이 공개되자마자 86위로 애플 뮤직에 차트인 했는데, 미국에선 가장 빠르게 차트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차트였다.

나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서부 지역 행사와 라디오 행사를 계속 뛰었기에 인지도의 상승과 더불어 신곡의 반응도 기대가 되었기에 다들 앨범 발표일에는 맥주를 마시며 긴장을 풀수 있었다.

하지만, 잔잔한 발라드의 노래라서 그런지 한 주가 지나 빌보드 차트가 발표되기 전까지 애플 뮤직 차트에선 70위까지 올라가 보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밀려나기 시작했고, 싱글 앨범 판매 추이도 첫 싱글 이상으로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싱글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미국판 프로듀스의 메인 MC를 노리기엔 부끄러운 성적이었다.

“두 번째 싱글의 결과가 사장님에겐 실망스러울 테지만, 이제 두 번째 싱글을 낸 신인 입장에선 그렇게 나쁜 결과가 아닙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뉴키즈 온 더 블록’이나 ‘엔싱크’도 두 번째 싱글에서 지금처럼 차트에 들어오지 못했어요.

특히나 엔싱크는 데뷔 3년 차에 나온 ‘No Strings Attached’ 앨범에서 터지기 시작했었습니다.

레밍턴이나 한스 같은 애들 보세요.”

“첫눈 내리는 하늘을 본 강아지처럼 좋아하더군요.”

“네, 아마도 내일 발표되는 빌보드에도 하위권이지만, 차트인 하게 될 겁니다.

20대 초반에 빌보드 차트에 연속 두 번 차트인 하는 건 대단한 겁니다.

이미, TOP을 찍어 본적이 있는 사장님에겐 큰 의미가 없겠지만, 미국인에겐 20대 초반에 빌보드 싱글 차트에 올랐다는 건 엄청난 의미입니다.

또 다음 주부턴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뉴욕까지 서부 지역공연을 하며 투어를 하게 될 테니 차트에서의 반응도 있을 겁니다.”

“네. 서부에선 아직 홍보를 해보지 않았으니 기대를 해보죠.”

**

“오빠! 어떻게 한 거야?”

“뭘? 지혜야 지금 몇 시인 줄 아냐? 지금 마이애미는 새벽 4시 반이야. 지금 전화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아 시차 몰라, 서울은 지금 저녁 6시 좀 넘었단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한 거야?”

“뭘? 뭘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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