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27화 (227/237)

# 227

뭐야?

“역시 주도권 싸움 같은 게 있었군요.”

질리언은 역시 있었구나 하는 회심의 표정을 지었다.

“기자님이 원하는 주도권 싸움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상황이 있었죠.”

“그게 어떤 상황이었죠? 막, 그 한국 아이돌 사이에 있다는 ‘선배짓’이라거나 ‘갑질’ 같은 그런 게 있었나요?”

“그런 것과는 좀 다른데, 아마 첫 싱글 앨범에선 객원 멤버였다가 팀의 정체성 문제로 정식 멤버로 들어오기로 한 날일 거예요.

저는 당연히, 소원이 형이 들어왔으니 리더 자리를 소원 형에게 넘겨주려고 했지만, 그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왜 리더 자리를 넘겨주려고 한 것이죠?”

“당연하잖아요. 이미 데뷔해서 스타잖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만들어 내었던 히트곡이 많아요.

거기에, 하늘소녀는 직접 프로듀싱해서 지금 최고의 걸 그룹이죠.

우리 ESP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소원이 형이 리더가 되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죠. 그러니 당연히 소원이 형이 리더가 될줄 알았어요.”

“그런데, 리더를 하지 않는다고 하던가요?”

“네. 리더는 당연히 팀에 대해서 최고의 애착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사람인데, 자기는 다른 얽혀있는 일이 많아서 그럴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소원형은 욕심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진짜 팀을 위해서 멤버로 들어온 것이죠.”

“흠.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군요. 어쩐다...

그럼, 계약문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죠. 한국에는 노예계약이라고 부를 정도로 7년 10년씩 장기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ESP는 지금 소속사와 몇 년 계약인가요?

그리고, 정산을 받았나요? 한국 아이돌은 투자비용을 다 뽑아내야 그 이후부터 정산을 받는다고 하던데.

그럼 지금은 아예 돈을 받지 않고 있는 건가요?”

“우리가 정식으로 레드샵에 들어갈 때, 아 지금은 레드원이 되었네요.

그때, 7년 계약을 했어요. 그리고, 운이 좋은 것인지 첫 음반인 summer love부터 결과가 좋아서 이미 정산을 받고 있습니다.”

“그게 제대로 된 정산이라고 생각하는가요?”

“네. 당연하죠. 매 분기마다 정산이 이렇게 되었고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얼마라는 서류를 직접 보여주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할 이유가 없죠.

질리언 기자님은 아주 나쁜 한국 아이돌의 케이스만 듣고 오신 것 같아요.

그런 나쁜 케이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든 어디든 다 있어요.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으니깐요.

미국이라도 임금체불이 벌어질 수도 있고, 노예계약처럼 10년씩 계약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군요. 의외로 투명한 정산에 깨끗한 계약이군요.

그럼, 그 7년의 계약이 끝나게 되면 재계약을 할 겁니까?

아니 이렇게 물어보죠. 계약 기간이 끝나면 ESP에서 벗어날 겁니까?

솔로로 나갈 것 같은 사람에 관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음. 그건 그때 되어봐야 아는 거겠죠.

그래도 일단 소원형은 계약 기간을 다 채우게 되면, 지금의 형처럼 개인 회사를 차려라고 이야길 하더군요.

지금 계약 기간에도 비활동기에 따로 하고 싶은 사업이 있거나 음악 활동이 있으면 다 하라고 이야기도 했고요.

기자님이 걱정하는 것처럼 한국의 모든 아이돌그룹이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해 금전적인 사기를 당하거나, 노예계약으로 장기간 묶여있지도 않고 멤버들 간에도 특별하게 나쁜 일도 없습니다.

20년씩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도 있고, 기본 7년 이후 모든 멤버가 다시 재약을 한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미국인의 입장에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와 SNS 언급들을 보고 가지게 된 보수적인 의문 사항을 물어보는 겁니다.

보통의 미국인이 K-POP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부분을 확인해 보고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고 싶은 겁니다.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착취와 회사의 꼭두각시 설, 혹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다 비슷해 보이는 한국 아이돌에 대해서요.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지금 미국인들이 한국 아이돌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선입니다.

실탄 소년단에 열광하여 이미 빅팬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의 시선인 겁니다.”

“흠. 그렇다면 기자님의 그 생각을 수정하셔야 할 겁니다.

그런 불공정한 일은 없고, 미국의 아이돌그룹과 같은 조건입니다.

다만, 그 스타일이 K-POP 스타일일 뿐입니다.

그리고, 정식 멤버로 소원이 형이 들어왔지만, 주도권 싸움 같은 건 없었으며 오히려 소원이 형이 와주어서 정신적인 안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가 판단할 리더의 무게감을 덜어가 줘서 고마울 정도예요.

그는 나의 우상이기에 그의 행동,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같은 팀이 되었다는 게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대기실로 가야 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가는 레밍턴의 뒷모습을 보는 질리언 기자는 그저 쓴 커피를 홀짝거릴 뿐이었다.

**

“이야 ‘뉴욕 뉴욕 호텔’이라고 하기에 그냥 작은 규모라고 생각했는데, 자유의 여신상도 있고, 엠파이어츠 빌딩에 브로드웨이 51번가까지 다 꾸며져 있을 줄은 몰랐네. 역시 천조국은 규모가 다르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뉴욕뉴욕 호텔엔 롤러코스터 놀이기구와 작은 공원이 호텔의 부가시설로 있을 정도였고, 로비인 1층엔 카지노와 공연장, 쇼핑몰까지 있었는데. 아울렛 쇼핑센터가 호텔 안에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호텔 전체의 인테리어는 마치 뉴욕의 길거리에 와 있는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 한국에서 봐 왔던 호텔들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거대했다.

한쪽에 마련된 행사장엔 가족들을 위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우리와 같은 신인급의 가수들이 여럿 보였다.

“형! 소원형 저기 보세요. 저거 형이 했던 그 뮤지컬 맞죠?”

한스가 가리키는 손끝에 눈에 익은 포스터가 보였다.

“어? 진짜 뮤지컬 ‘고스트’의 포스터네. 이야, 뉴욕에서 초연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 소식을 알게 될 줄이야. 신기한데.”

토니상 극본상 수상 이후 라이센싱 공연으로 북미쪽 판권을 미국 회사에 판매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뉴욕의 브로드웨이 거리를 재현해둔 뉴욕뉴욕 호텔에서 이렇게 포스터를 보게 되니 뭔가 뿌듯했다.

정식으로 라이센스가 판매가 되어 뮤지컬의 심장이라는 브로드웨이 51번가에서 공연되고 있다는 게 기분 좋았고, 내가 연기했던 역을 미국의 뮤지컬 배우가 커버해서 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 뉴욕뉴욕 호텔이 생겼을 때 캘리포니아로 대표되는 서부문화와 뉴욕으로 대표되는 동부문화의 우월 논쟁이 잠깐 있었죠.

그러고 보니 ESP는 뉴욕으로 가지 않는가요?

캘리포니아주가 크다곤 하지만, 전국구 스타가 되려면 뉴욕에서도 활동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새 앨범을 출시하고 나면 동부 연안을 도는 미니 투어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기자님이 같이 돌면 좋겠네요.

자 우리 차례 다 다들 올라가자.”

**

“정식 데뷔 싱글인 Summer Love는 노래가 좋네요. 커버로 부르는 YAM의 노래도 좋고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뉴욕뉴욕 호텔의 행사 마지막 곡은 2009년 이후로 JAY Z 의 Empire State of Mind를 부른다고 알고 있는데, 마지막 곡이 다른 곡이군요.

제임스 추 실장님은 이걸 알고 계신 건가요? 호텔 측에선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네 잘 아시는군요. 호텔 측에서도 JAY Z의 Empire State of Mind 노래를 불러 달라고 했죠. 뉴욕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니깐요.

하지만, 그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호텔 측의 요구대로 JAY Z의 노래를 불렀다면 그쪽 말처럼 여기 호텔 쪽 사람들이 좋아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ESP의 이름이 미국인들에게 좀 더 쉽게 받아들여졌을 테죠.

하지만, 쉬운 길보단 힘들더라고 우리만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에도 미국의 팝에 밀리지 않는 명곡들이 많습니다.

이번 싱글에 히든 트랙으로 포함 시킬 ‘One Candle’도 한국의 히트곡입니다. 호텔 측에서도 노래의 가사를 보곤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불러도 된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렇고, 호프 윤도 그렇고, 그냥 돈을 벌기 위해 미국의 문화를 뒤집어쓰는 아이돌이 되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한국적인 문화와 노래를 미국에 소개하자는 그런 생각이죠.”

“미국에서 활동하며 한국에는 애국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이군요.

재미교포와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칭찬받을 만한 생각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이 알려지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호프 윤을 제외하곤 모두 미국인임에도 그렇게 한다면 문제가 클 수도 있습니다.

팬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K-POP 스타일의 아이돌을 원했는데, 한국의 문화를 퍼트리는 게 우선순위인 아이돌 팀이라고 알려진다면 실망을 하게 될 텐데요.”

“미스터 질리언, 여긴 미국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의 나라이자, 반국가 행위가 아니라면 뭘 하든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은가요?”

“후후. 그렇군요. 가장 한국적인 애국를 해도 결국은 미국이니 다 되는거죠. 그런 걸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긴 하죠.

흠. 원래는 며칠을 따라 다니며 인터뷰를 하려 했지만, 더 이상 취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시간 낭비일 것 같군요.”

“아까 질리언이 레밍턴과 인터뷰를 할 때 호프 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질리언이 긍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취재를 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요.”

“맞아요. 잘 보셨습니다. 사실은 취재가 아닌 조사를 하러 왔습니다.”

“설마, 연방수사국인가요? FBI?

”하하하 FBI는 아닙니다.

연방 교육사무관으로 백악관 아동문화 복지부에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발행되어 전국 학교에 배부되는 ‘에듀라이프’의 편집장이기도 하죠.

클래식 음악계와 팝 음악계의 연습을 빙자한 아동학대 문제와 대중적 성공을 위해 인간성을 버려가며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음악 지망생 문제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웁스. 우리 그럼 큰일 난 건가요?”

“처음 미국에 실탄 소년단이 인기를 끈 이후 한국의 많은 아이돌이 미국에 와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른 문제점을 우린 걱정했습니다.

한국 아이돌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획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수단과 방법이 정당한게 아니라도 다들 괜찮다고 한다고.

그래서 제가 직접 조사를 하기위해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 교육방침과 위험한 목표달성을 위한 혹사와 학대가 확인되면 정부 차원에서 미성년자의 활동 금지와 제재를 취하려고 했던거죠.

하지만, 제가 틀렸더군요.”

“네? 질리언이 틀렸다고요?”

제임스 추 실장은 혹시나 불법을 저질러 잡혀가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질리언기자, 아니 질리언 교육사무관이 자신이 틀렸다고 하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가 간접적으로 들어서 가지고 있던 K-POP에 대한 고정관념이 ESP를 보고 많이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K-POP은 배울만한 거라고 봅니다.

K-POP은 미국의 10대 학생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며 그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K-POP은 비전이 있어요.

개인적 견해입니다만, K-POP은 아이돌 문화와 기존 팝 문화를 재정의하게 될 겁니다.

미국이 모르는 엄청난 문화 콘텐츠가 한국이란 나라에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네요. 대단합니다.

그럼 이만...

아, 내가 취재를 빙자한 조사와 인터뷰 내용은 다음 주 발행되는 ‘에듀 라이프’에 실려 미국의 모든 미들스쿨과 하이스쿨에 배부될 겁니다.

바른 가치를 가진 ESP는 유명해 질 겁니다. 그럼.”

[Lean on me when you feel so hard.

지치고 힘들 때 내게 기대

I'll be next to you always.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I'm not going to make you feel lonely.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I will take you by the hand~

내가 너의 손 잡아줄게~]

무대 위에서는 ESP 애들이 부르는 GOD의 촛불하나가 영어로 커버되어 뉴욕뉴욕 호텔 1층에 퍼지고 있었지만, 제임스 추의 입에선 ‘와 시파 젓될 뻔했네’ 하는 말이 계속 반복되어 나오고 있었다.

**

“호프 윤? 지금 어디에 있죠? 전화해도 받지를 않고, 머무는 호텔로 사람을 보내도 부재중이라고 하고. 지금에 어디에 있죠?”

“아, 제이니 ESP의 스케줄이 라스베이거스에 잡혀있어서 무대에 있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못 받았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당신 말이 맞았어요. 슈만 부사장도 지금 당신을 기다리는데, 어제까지 이쪽으로 올 수 있죠?”

세계적인 회사의 중역인 제이니나 슈만이 급하다고 늦더라도 괜찮다고 나를 기다린다고 하자 왠지 가기 싫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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