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26화 (226/237)

# 226

한국 아이돌은 이렇단 말입니다.

“흠. 한국의 아이돌은 예의를 가지고 있는 게 미국 아이돌과 다르다고 했는데.

혹시, 이런 자원봉사도 소속되어 있는 회사에서 계약조건에 넣고 교육을 하는 건가요?

한국의 K-POP 그룹은 어릴 때부터 회사에 소속이 되어 몇 년씩 기본교육을 받는다고 하던데, 이러한 자원봉사에 대한 것도 회사에서 강제로 교육하는 건가요?”

“회사에서 연습생이란 신분인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는게 있지만, 이런 자원봉사에 대한 교육은하지 않습니다.

자원봉사나 예의, 사회에 대한 베풂 같은 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는 거니깐요.”

“하지만, 한국의 아이돌들은 회사에서 시킨 건 다 한다고, 그냥 회사의 흠...나쁜 의미로 꼭두각시라고도 부르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에선 아티스트들에게 입히는 게 불가능한 인형 옷 같은 것도 한국 아이돌에겐 입힐 수 있다는 소문이 나 있습니다.

소속사와 계약을 해버리면, 아무리 이상한 옷이라도 한국 아이돌은 옷을 입는다고요. 그래서 한국 아이돌은 회사의 꼭두각시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자원봉사도 그런 차원의 ‘일’ 아닌가요? 회사에서 아이돌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시키는 그런 ‘일’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게 진정한 봉사가 맞는가요?”

질리언 기자의 말을 들으니, 이 사람이 왜 우리와 동행 취재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미국 아티스트의 입장이라면 기자님 말처럼 그렇게 보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하지만, 계약을 맺었고, 서로를 믿으니깐 회사에서 시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아티스트의 자존심이나 음악적 고집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몇 년간 같이 일해온 회사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다 같이 돈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이니깐요.

내가 이상한 옷을 입어 주는 대가로 나와 스태프들이 이익을 더 얻을 수 있다면, 아이돌은 기꺼이 그런 인형 옷이나 협찬 옷을 입어 줄 수 있습니다.”

“그게, 일본인들의 ‘배려’나 중국인들의 ‘꽌시’ 같은 그런 관계 때문에 회사의 말을 듣는다는 건가요?”

“뭐 배려나, 꽌시와 비슷한 면도 있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한국은 ‘정’이란 정서적인 공감이 있습니다. 회사와 몇 년간 쌓여온 정이 있으니 믿고 하는 거죠.

질리언의 말처럼 몇 년간 쌓인 정과 사회적으로 보여지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위해 자원봉사를 시켜서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려운 거 아니겠습니까? 저기 보세요.”

내가 저길 보라고 한 말에 질리언은 물론이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봤다.

노숙자 쉼터에 놓여있는 후원금 통에 누군가가 동전을 넣고 있었는데, 행색으로 봐서는 오늘 여기서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은 노숙인으로 보였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노숙자 쉼터에서도 후원금 통을 놔두고 후원을 받습니다.

후원금을 모으는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도는 말 중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투명한 후원금 통에는 언제나 돈을 절반 정도 채워 둬라. 그러면 더 빨리 돈이 채워질 것이다.’

절반 정도 채워진 통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후원금을 넣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기 때문이죠.

자원봉사도 저 후원금 통과 같습니다. 누군가가 하고있는 게 보인다면 같이 하게 됩니다.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다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면 하지 않던 사람도 자연스레 따라서 하게 될 겁니다.”

“아이돌이 자원봉사 하는 걸 보고 팬들도 따라 하길 원하는 겁니까?”

“네. 우리의 이런 자원봉사를 보고 팬들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자원봉사를 봐라봐 주기만 해도 우리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우리로 인해 늘어나는 긍정적인 일을 꿈꿔봐도 되지 않을까요?

우리 6명을 보고 10명의 자원봉사자가 생기고, 그 10명을 보고 또 10명의 자원봉사자가 생길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그런 긍정적인 파동을 만들어 내고, 언제나 무대에서 팬들에게 웃어주며 긍정적인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기도 하고요.”

“이거 제가 한 방 먹었네요.

내가 이제껏 봐온 가수들과는 확실히 다르군요.

사회에 긍정적인 파동을 만들어 내겠다는 아이돌은 처음 봅니다. 모든 한국의 아이돌들이 ESP와 같다면, 이건 미국의 축복일 겁니다.

아까, 회사의 꼭두각시라고 한국의 K-POP 아이돌을 폄하했던 말은 제가 사과하죠.”

“사과는 받아들이죠. 하지만, 저 감자는 오늘 다 깎아야 할 겁니다. 자, 질리언 힘내세요.”

**

자원봉사 후 행사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한스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소원형 미안해요. 전 그런 것도 모르고...

쉼터에 봉사 나오는 걸 정말 싫어했었는데, 오늘 형이 저 기자에게 말하는 말을 옆에서 듣곤 정말 많이 반성했어요. 이제 자원봉사 열심히 할게요.”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다들 너희 나이 때는 다 그렇지. 이제라도 이 자원봉사의 의미를 알게 되었으면 된 거야.”

“형이랑 저랑 두 살 차이거든요. 무슨 할아버지처럼 말을 하네요.”

“너랑 정신 연령이 다른 거야 인마. 자원봉사 나가서 일 대충 했던 걸 반성했으면 이젠 책이나 좀 보며 반성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책을 한스에게 쥐여주자. 부담스럽게 달라붙어 있던 녀석이 울상을 지으며 떨어져 나갔다.

“혹시, 독서를 시키는것도 한국식 매니지먼트의 일환인가요?”

뭔가를 쓰고있던 질리언이 다시 물어왔다.

“그렇죠. 한국식 매니지먼트의 기본 옵션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겁니다.

전인교육(whole person education, 全人敎育)을 회사에서 시키는 것이죠.

안 좋은 이야기이지만, 한국은 엘리트 체육시스템이 있습니다.

학교에는 다니지만, 실제 수업은 거의 듣지 않고,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죠.

대부분의 연예인, 아이돌 지망생도 그들처럼 수업을 거의 듣지 않습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회사에서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소양 교육이 안 되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라의 유명한 위인을 모른다거나 역사적으로 있었던 사건 자체를 모르고 하는 문제들이죠.”

“하긴, 미국도 대부분 가수들의 학력이 중졸이죠. 엘리트들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울상을 짓더라도 회사에서 애들에게 책을 읽히는 건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그래서 한국 아이돌 중에선 알콜 중독이나 마약 같은 약물에 중독되는 일들이 잘 없는지도 모르겠군요.”

질리언의 말에 그건 또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인구대비로 보나, 관련 업계 종사자로 비교해 봤을 때 그런 쪽의 사건은 거의 없긴 했다.

“약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차이도 있고 사건 이후 활동에 대한 차이도 있어서 그럴 겁니다.

미국은 약물로 인해 잡혀가더라도, 컴백이 쉽지 않습니까?

그리고, 유교문화권이라 그런지 정치인과 비슷하거나 어떨 때는 정치인보다도 더 도덕적인 기준을 들이대기도 하거든요.”

“정치인요? 한국 사람들은 아이돌에게 그런 정직과 청렴함을 원하는 겁니까? 특이하군요. 연예인에게 정치인급의 기준이라.

쉽게 와닿지 않는군요.”

“정치인을 롤 모델로 두는 사람은 정치 지망생밖에 없기에 몇 없지만, 연예인, 아이돌을 ‘우상’으로 여기는 팬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더 도덕적인 기준을 들이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사고를 치면 복귀가 어렵다는 연예계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고요.”

“아이돌을 보고 따라 할지도 모르는 팬을 생각하기 때문이라...

확실히 미국의 아이돌은 이런 부분이 부족하죠. 모범적인 연예인이 없진 않지만, 소수죠.

이건 서구권과 동양의 정서적인 차이로 인한 일 것 같기도 하군요.”

“동양은 유교문화권이라고 동서양의 차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포르투갈의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떠올려 보세요.

그는 유교를 아예 모를 겁니다.

하지만, 팬들을 챙겨주고, 정기 헌혈을 위해 몸에 문신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건 동·서양의 차이가 아닌, 개인의 신념 차이입니다.”

질리언 기자는 물론이고, 차안의 다른 멤버들이 다 듣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10대 여자아이들의 우상이라는 저스틴 비버는 사고를 치고 다니며,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를 하는 데 반해, 축구하는 남자아이들의 우상이라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정기 헌혈을 하지 못할까 봐 문신은 물론이고 식습관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호날두는 팬들의 우상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생활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이번에 여자 문제가 터졌을 때, 다들 ‘우리 호우형이 그럴 리 없어.’라고 그 신문기사 자체를 믿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비버가 여자 문제로 사고를 쳤다고 기사가 나면 다들 ‘아 그 꼴통 새끼 그럴 줄 알았다. 딴따라 새끼 근본 어디 안 가네.’ 하는 욕을 자연스레 합니다.

물론, 비버에게 혐의가 없다고 밝혀져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비버가 여자 문제로 신문에 났다는 것만 기억할 겁니다.

연예인에게 가지는 이미지와 편견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형은 우리에게 자원봉사를 하게 만들고 책을 읽고 술, 담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거군요.”

“그래, 우리 ESP는 한국 K-POP을 표방한 만큼 이런 부분은 한국 그룹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매니저들을 다 한국인으로 한 것이고.”

“실제,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고 책을 읽고 하게 되면 진짜 다 착하게 될 거에요. 늘 생활이 이러니.”

“맞아요. 진짜 우리는 수도사 생활이라니깐요. 여자 팬이 안겨 오면 알아서 피하는 게 우선순위라니.”

“하지만, 또 그렇게 해야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되니 다들, 참아보자.”

멤버들이 다들 바른생황에 대해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K-POP 아이돌은 팬들에게 둘러싸여서 행복할지 알았는데, 카톨릭 학교 이상으로 엄하군요.”

“그게, 아이돌의 무게입니다.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없고, 마음대로 방탕하게 살아갈 수 없는 게 아이돌입니다.

늘 겸손해야 하고, 늘 친절해야 하고, 늘 팬을 생각해서 행동해야 하죠.”

“그리고, 그런 모습들에 서구의 팬들이 빠질 수밖에 없겠군요.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늘 모범적인 아이돌이라면 말 그대로 이상형일테니.”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기자로서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힘들어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겁니다.”

**

“레밍턴, 혹시 이런 문제는 없었나요?”

“어떤 문제 말인가요?”

“기세 싸움이라고 할까요. 처음에 호프 윤은 원래 ESP의 멤버가 아니었잖아요.

객원 멤버였다가 이번 앨범부터 ESP의 멤버가 되었는데, 문제가 없나요?”

“음.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네요. 텃세 같은 그런 걸 말하는 건가요?”

“그런 문제도 있겠지만, 원래 ESP의 리더는 레밍턴 당신 아닌가요?

이제 호프 윤이 들어와서 리더의 자리가 불안전하게 된 거 같은데, 그런 주도권 싸움 같은 건 없는가요?

원디렉션(One Direction)의 경우에는 멤버들 간의 관계문제가 굉장히 심해서 결국 제인 말리크가 탈퇴하기도 했는데, ESP는 그런 문제는 없나요?”

“흠. 생각해보니 그런 게 있는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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