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24화 (224/237)

# 224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대 회의실에 가득 들어찬 기획사 관계자는 물론, CH미디어 관계자의 안면을 살피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슈만 부사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FOX에서 확정된 제작기획서를 보고, 제이니, 프랭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 미국판 프로듀스99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습생’ 이 없다는 겁니다.”

“그 부분은 기획서에도 나와 있듯이 미국 전역의 댄스 교습소의 수강생들로 대체 된다고 했습니다만, 발언 의도가 있다면 바로 이야길 하세요.”

슈만 부사장은 귀찮다는 듯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 왜 물어보냐는 태도였다.

“슈만 부사장님 어제,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획사들을 돌아보며 연습생들을 직접 보셨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어느 댄스 교습소에 그런 빛나는 재능을 가진 애들이 있다는 말입니까?

제작하려는 프로듀스99 프로그램 자체가 그런 연습생들을 스타로 데뷔시켜 주는 것이 목적인 프로그램입니다.

FOX에서 만든 제작기획서처럼 댄스 교습소의 수강생들이 연습생을 대체 할 수 있을까요?”

“해보지도 않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여러 기획사에서 프로그램에 도움을 준다고 했으니, 방송 촬영 중에 그런 트레이닝이 가능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 ‘아메리칸 아이돌’의 새 시즌이 시작된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아마, 아메리칸 아이돌은 시즌 4 이후로는 시청률이든 화제성이든 인기가 없게 되었지 않습니까?

미국 국민들이 또 같은 걸 보려고 할까요? 프로그램 제목만 다르고 결국 같은 내용이면 누가 보겠습니까?”

“그래서, 한국식 합숙과 트레이닝을 넣으려고 하는거잖소.”

“한국 아이돌 전문가를 넣으면 되긴 되겠죠.

하지만, 연예인을 지망하지 않는 교습소의 수강생들이 과연 한국식의 합숙이나 트레이닝을 견딜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무리 한국의 트레이닝 팀이 대단하다고 해도 한 두 달 만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지 못할 겁니다.

특히나 댄스 교습소의 학생들이라면 보컬 문제도 있을 테고요.

지금 이 기획서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면 무조건 망합니다.”

“그래서, 지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프로그램 망하라고 하는 거야?”

망한다는 내 말에 슈만 부사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성공시키려고 지금 이렇게 나서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의 역할은 이렇게 FOX사 와 기획사들을 붙여주는 것으로 끝이 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의 인기하락 요인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다시 답습하려고 하는 게 안타까워서 이렇게 나서는 겁니다.

일단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물 한잔하세요.”

슈만 부사장이 화를 참으며 물을 마실 동안 5대 기획사 사장들을 둘러봤다.

다들 흥미진진하게 나와 슈만 사장을 보고 있었다.

“제가 왜 교습생은 안되고, 연습생이어야 하는지를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PPT 띄어주세요.

이건 한국 프로듀스99의 시청률 추이 표입니다.

그리고 이쪽의 표는 중국의 우상연습생, 화전소녀(로켓걸즈)의 시청률 추이 표입니다.”

“보시다시피 프로듀스99의 시즌 1, 2와 중국에서 방송된 프로듀스 프로그램들까지 4개 방송의 지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4개 프로그램 모두 1, 2화에서 가파른 시청률의 상승이나 SNS 키워드 언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구간이 보이실 겁니다.

판권 없이 제작된 우상 연습생도 같은 포맷이었기에 같은 도표를 보여줍니다. 공식이 아닌데도 같은 결과이니 신기하죠?”

“4개 모두 1, 2화를 빼곤 시청률이 들쭉날쭉하다 무대경연을 할 때는 폭증하는구만.”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1, 2를 제외하고는 무대 공연 시간이 가장 시청률이 높습니다.

이건 말 안 해도 다들 아시는 거죠.

하지만, 1, 2화에선 그런 경연 무대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들쭉날쭉한 그래프는 뭘까요?”

“연습생들이 준비해온 무대를 하는 시간인가요? 그 평가를 받는 그 무대요.”

“네. 제이니 정확합니다. 특히, 시청률이 급상승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연습생들의 준비가 충실히 되어 당장 무대에 세워도 될 정도의 멋진 무대들이 펼쳐질 때 시청률을 잡아끌었습니다.

한마디로,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임에도 기존 아이돌 뺨치게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때 시청률도 같이 오른다는 겁니다.

이 초반 1, 2화의 시청률이 계속 상승세를 타느냐 타지 못하느냐에 따라 전체 프로그램의 승패가 좌우됩니다.

그리고, 이 1, 2화의 시청률을 결정짓는 것도 연습생들이 준비해온 평가무대라는 겁니다.”

이번엔 내가 물을 마시며 잠시의 여유시간을 만들었다.

“슈만 사장님. 과연 댄스 교습소의 수강생들이 이런 평가무대들을 만들어 올 수 있을까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이 평가무대를 위해 전문 댄스강사와 보컬강사가 달라붙어 평가준비를 했었습니다. 이 만큼의 퀼리티가 댄스 교습소에서 가능할까요?”

내 질문에 슈만 부사장은 묵묵부답일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이겁니다.

이제 한국이든 미국이든, 옆집에 살며 댄스 교습소를 다니는 일반인을 TV에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너무 많이 봤어요.

재능을 가졌지만, 재능을 깨달을 기회가 없어 데뷔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데뷔시키는 건 이제 물린 겁니다.

이젠, 데뷔할 준비는 되어 있지만, 운이 없어 기회를 가지지 못한 실력자를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하는 겁니다.

재능도 있고, 노력으로 실력도 있는데, 운이 없어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

언제라도 데뷔해서 날아오를 수 있는 파랑새를 국민들은 보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나의 투표로 힘들게 날아오른 파랑새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기꺼이 앨범을 사줄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이야길하고 있는 제가 산 증인입니다.”

나를 보는 슈만 부사장의 눈을 그대로 직시했다.

“흐음. 미국에서 예심을 보고, 방송이 시작될 때까지 몇 개월이면 되겠나?

한국에서 기획사들에서 연습을 받고 무대 준비를 해야 한다면 몇 개월이 필요한 건가?”

“예심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뽑을 건지에 대해서 협의를 먼저 봐야 할 겁니다.

그러려면 미국에서 열리는 예심부터 우리 쪽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야 할 테고요.”

JYE의 이재영 사장이 나를 대신해서 나섰다.

뭐, 트레이닝 부분에선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기도 했고, 통화를 하며 결정한 사항이기도 했다.

**

“소원사장. 과연 소원 사장의 말처럼 꼭 한국에서 미국 연습생들을 트레이닝해야 할까?”

“이재영 사장님은 그럼, 몇몇 멘토 팀들만 미국으로 건너가서 미국에서 촬영하자는 건가요?”

“당연하지. 미국인들에게 이미 미국 곳곳에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진출해 있다는 걸 알려야지.

그리고, 저스틴 비버나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찾아오라는 광고를 프로그램을 통해 어필해야 하지.”

JYE는 몇 년 전 ‘JYE USA’를 현실적인 문제로 철수시켰지만, 언제라도 다시 미국에 ‘JYE USA’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사장님은 다시 미국 지사를 만들고 싶으신 겁니까? 그때 손해를 많이 보셨다면서요?”

“그땐, 소원사장처럼 생각을 하지 못했지. 한국만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분명히 될 것 같았거든. 그때의 헛발질이 있었기에 소원 사장의 전화 한통에 내가 바로 콜을 한거지.

생각해봐. 지금 이거 아주 좋은 기회야.

미국에서 데뷔한 가수들의 성과가 좋지 않아서 총알이 없을 때 트레이닝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다면 버틸 수 있게 되는거야.

그러다, 소속 가수가 한 명만 떠도 지사를 유지해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놀 수 있게 되는거라고.”

“JYE는 그런 미국 지사를 세워서 본격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지만, 다른 기획사는 그런 계획이 없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뭐 네 말처럼 ‘HOT HIT’는 원래 작은 회사다 보니 지금 실탄소년단 케어만해도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이긴 하지.

하지만, 말이야 생각해봐.

미주 전역에 나오는 방송에서 그런 트레이닝을 한국 엔터회사에서 한다고 하면 몰려들 애들과 그렇게 트레이닝 과정을 마치고 배출될 친한파 미국인들을 상상해봐.

어때? 짜릿하지 않아? 아마, 게임보다 더 재미있을걸.”

“그럼, 그런 미국 지사와 트레이닝 사업은 이재영사장님이 알아서 추진해 보십시오. 제가 거기까지 들어가기엔 저에게 떨어지는 떡고물이 없을 것 같네요.”

“그래. 그래. 그건 트레이닝 사업할 사람이 풀어나가야지.

전화 고마워, 이거 MSM 혼자 안 먹고 다 나눠 먹자고 연락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충분해. 트레이닝 쪽은 우리가 할 테니깐 걱정하지마.

시간 되면 한번 찾아와 내가 살 테니까 언제 떡이나 콩국 한 그릇 하자고.”

**

“그럼 한국 측에서 보는 건 최소 두 달의 트레이닝 기간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네. 아무리 미국의 예심을 한국 선생님들이 심사한다고 해도 한 달은 무리입니다.

그 정도의 기간이 있어야 어느 정도 화제성을 끌어모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흠. 그렇다면 전체적인 일정 수정이 필요하겠군요. 전체 일정을 다 변경해야 하기에, 모든 걸 확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호프 윤이 이야기한 것처럼 최대한 한국의 기획사들과 같이 만들어 가도록 하죠. 우린 전미 시청률 5% 이상을 원하니깐요.

일단, 오늘은 판권 부분에 대한 협의부터 먼저 하도록 하죠.”

....

“우리 CH측에서 북미판권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건 북미에서 프로듀스99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것보단 FOX 채널과의 상호 콘텐츠 교류에 더 큰 의미가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건을 시작으로 여러 프로그램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 FOX가 원하는 바입니다.”

계약이 성사된 것을 알리듯이 FOX의 슈만 부사장과 CH미디어의 전인환 상무의 두 손이 굳게 서로를 거머쥐었다.

FOX나 CH미디어나 서로 경쟁하기보단 협력하는 게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인터넷 채널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럼, 판권 문제는 끝이 났으니 오후부터는 기획사들과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한국에 올 기회가 더 있겠지만, 자주 오기 힘드니 오늘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합시다.”

“그럼, 1, 2화 평가무대 전까진 한국에서 준비 및 촬영을 하고, 첫 경연 무대 준비를 하는 건 미국의 지사에서 촬영 및 지원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짜보죠.”

“미국 지사요? 설마, 벌써 미국의 지사가 다들 있는 겁니까?”

“지금은 연락소 정도로 공연대행과 정산 부분만 맡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방송하게 될 때쯤에는 연습생들을 바로 지원할 수 있을 정도는 구축이 될 겁니다.”

“오우, 이미 알게 모르게 코리아 인베이전이 시작되었군요.”

기획사마다 북미 지사들이 이미 있다는 말에 슈만 부사장은 놀란 것 같았다.

북미 방식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기에 한국이 이 정도로 미국 진출에 힘쓰고 있다는 게 충격으로 다가갈 터였다.

**

“그럼, ‘HOT HIT’는 트레이닝이나 프로듀스 연습생의 무대 준비에는 나서지 않을 겁니까?”

FOX에서 온 사람들과 CH미디어 측 인사들이 모두 회의실을 떠나갔지만, 여전히 기획사에서 나온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네 유영찬 이사님. 인프라가 갖추어진 MSM쪽은 쉽게 처리되겠지만.

아쉽게도 우린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뭐 굳이 미국판 프로듀스에 참여한다면 중간에 원포인트 레슨 형식으로 실탄소년단이 방문하는 것 정도만 참여하겠습니다.

원래 우리에게 배정될 애들은 JYE쪽으로 넘기도록 하죠.

이 부분은 이미 JYE쪽과 이야길 했습니다.”

“우리가 애들 떠맡기는 하겠지만, HOT HIT도 외형을 좀 키워.

지금은 실탄 애들이 돈을 벌어 주기에 충분하겠지만, 10년 후를 생각해야지.

우리가 트레이닝 쪽에 왜 나서려고 하겠어?

트레이닝도 돈은 좀 되겠지만, 그것보단 우리 한국식 트레이닝을 받은 애들이 나중에 데뷔할 때 우리와 계약을하게 만들기 위한 거야.

크게 미래를 좀 보고 회사를 운영해.”

“JYE 이사장도 우리랑 같구만.

프로듀스99가 우리 마음처럼 대박이 난다면, 당연히 거기서 만들어지는 팀의 계약이나 그 이후 개인 멤버들의 매니지먼트 쪽도 생각을 하고 있어.

쉽게 미국 엔터계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이니깐.

뭐, 이재영 사장의 공도 어느 정도는 있구나.

JYE USA 세워서 맨땅에 헤딩을 하며 우리에게 많은 데이터를 넘겨 줬으니깐.

거기다 MSM 쪽은 윤소원이로 미국 진출을 쉽게 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주고.”

“그 이득은 YEG에서 다 먹겠다는 각이고?”

“하하하 유이사님 그것도 있지만, 영화보면 나오지 않습니까?

내부적인 권력 다툼을 하다가도 외국이나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다 뭉쳐서 싸우는거요.

지금이 바로 그때죠. 우리끼리 아웅다웅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한류 붐이 불 때 한국 엔터 회사들이 미국에 뿌리를 내려야죠.

우리가 중국 애들처럼 돈질해서 미국 연예계에 진출하긴 힘들고.

이 프로듀스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국에서 먹힐만한 애들도 발굴하고, 쉽게 차트인 할 수 있는 애들과 계약해서 안착해야죠.”

“그래 다들, 한국에서야 서로 일정 때문에 싸우고 하겠지만,

방금 YEG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진 것과 마찬가지이니, 어떻게든 다 같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국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그때까진 서로 피 흘리지 말고, 협력하도록 합시다.

여기 모인 기획사 외에도 미국 진출에 의향이 있는 회사들은 최대한 다 불러서 트레이닝 팀도 ‘드림팀’을 한번 만들어 보고, 타이틀 곡도 미리 모여서 준비하도록 합시다.”

“저 근데, 유영찬 이사님 요즘은 드림팀이라고 하지 않고, ‘어벤져스’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애들은 드림팀하면 아예 모릅니다. 하하”

“흠흠 어벤져스 만들어 보죠.

하여튼, 미국 14개 주에서 예심부터 같이 할 심사위원 명단 정리해서 주시고, 다들 한번 해봅시다.

소원이가 미리 연락주고, 작업까지 쳐주었기에 우리에겐 준비할 시간이 있는 거니깐. 미국에서 정식 보도 나올 때까지 오프 더 레코드 잘 지키고.

아 참 나중에 다들 소원이 좀 챙겨주는 거 잊지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MSM의 실세이자 아이돌 1세대 프로듀서인 유영찬이 직접 나서서 쉽게 정리가 된 것인지, 아니면 다들 미국 달러벌이에 대한 목표가 같아서인지 오늘따라 유독 수레 협동이 잘되는 기획사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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