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
주도권 싸움의 시작.
“흠. ESP에 제가 정식 멤버로 합류하는 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일본은 48그룹이나 모닝구 무스메 같은 경우엔 수시로 멤버들의 입학, 졸업이 일어나고, 팬들은 거기에 아쉬움을 표하지만, 탈덕을 한다거나 하진 않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몇몇 사건이 있어서, 일단 새로운 멤버가 추가된다고 하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서구권에선 팀에 갑자기 새로운 멤버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요?”
“음. 미국도 기존의 멤버가 계약 문제로 결별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는 것에는 반발이 있기도 해요.
하지만, 탈퇴 없이 추가되는 형태에 대해서는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봐요.
사실 비틀스도 그렇고, 메탈리카도 초대멤버에서 교체가 되었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진 않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다행히 한국과는 인식이 다르군요.
그럼, 조만간에 나올 두 번째 싱글에는 정식 멤버로 들어가도록 하죠.
일단 멤버들을 설득해야 하니 며칠 시간이 걸릴 겁니다.”
“좋아요. 그리고, 한국에 저와 프랭크가 갈 예정인데, 같이 갈 시간이 되나요?
판권 계약 협의차 가는 거라, 제작 의도를 이미 알고 있어서 말이 통하고, 윤활유처럼 서로의 관계에 기름을 칠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사람이에요.”
“음. 그렇다면 같이 가드려야죠. 일정이 확정되면 알려주세요.”
급하게 미국으로 들어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한국에 가야 하게 되었지만, 이게 또 주도권을 쥘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같이 가는 게 무조건 이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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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도 이 기사 봤지?”
프린트해온 기사들을 ESP 애들에게 보여줬다.
내가 미국으로 출국할 때 기자들이 나에게 질문을 했던 그 기사들이었다.
YEG의 리나(Leena)가 미국에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고 있다는 기사와 교포 출신인 리나와 미국인으로 구성된 ESP 중에 누가 진짜 K-POP인지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네. 봤어요. 한글로 된 기사라 제가 유리언과 조든에게도 읽어 줬어요.
뭐, 우린 어쩔 수 없는 거라....어쩔 수 없죠. 우린 미국인이니.”
리더인 레밍턴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길 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뾰족한 대응 방법이 있다면 다들 이야길 좀 해보자. 계속 대응이 없다면, 계속 우린 시달려야 할거야.”
혹시라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방법이나 해결 방안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애들에게 의견이 있으면 이야길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애들도 별다른 방법이 있을 턱이 없었다.
“너희가 처음 나 찾아 왔을 때 기억나냐?”
애들의 맞은편 쇼파에 털썩 주저 앉으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죠. 우리더러 커버팀이라고 했던 거 정확하게 기억해요.”
“레밍턴 너 자식 뒤끝 있네. 그때는 괜찮다고 신경 안 쓴다고 하더니.”
“에이 그냥 그 상황을 기억한다는 거죠. 참고로 뒤끝있는 A형이긴 합니다. 하하하”
“이 기사들을 접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깐, 처음 만난 날 그때 내가 너희를 보고 커버팀이냐고 물어봤던 게 떠오르더라.
그리고, 지금의 기자들이 말하는 팀의 정체성 문제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게 어떻게 연관이 되는 건가요?”
팀의 리더인 레밍턴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그게 무슨 말이냐며 나를 쳐다봤다.
“너희들도 그때 다 같이 라디오를 다운받아 들어서 알 거야.
한국에선 팝 관련 평론가로 가장 이름 높은 사람이 임진모라는 사람이야.
그 사람이 라디오에서 ESP를 한국 사람이 제작했으니 한국 그룹 K-POP 팀이라고 우리의 정체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었어.
그 평론가에게 K-POP 팀이라고 인정을 받았다는 거야.
하지만, 이 기사를 쓴 기자도 그렇고 여전히 많은 한류 팬들은 ESP가 K-POP 이 아니라고 말해.
그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인상이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 한국인이 없다는 거.
아무리 정체성은 한국의 아이돌이라고 해도, 첫눈에 들어오는 시각적인 정보에서 한국인이 없다는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
“그럼, 한국인 멤버를 받는 오디션이라도 해야 할까요? 그걸로 화제를 만드는 홍보 전략인가요?”
“아니, 오디션은 볼 필요 없어. 이미 추가로 들어갈 멤버를 결정했어.”
리더인 레밍턴은 이미 추가 멤버가 결정되었다고 내가 말하자, 올 것이 왔다는 듯이 수긍하는 눈치였고, 성격이 급한 편인 한스는 쇼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회사의 연습생 중에서 누군가를 우리 팀에 넣는 건가요?
설마, 누군가를 빼고 새 멤버를 넣겠다는 건 아니죠?”
한스는, 멤버 교체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한국 문화원에서 안무 수업을 들을 때부터 같이 해온 팀에 갑자기 변화가 생기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한스 네가 걱정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아. 걱정하지마.
누군가를 빼는 게 아니라, 5인조에서 6인조로 멤버가 한 명 추가되는 거야.
그리고, 그 추가될 멤버를 보고 5명 중 3명이 반대한다면 멤버 추가 건도 없는 거로 하지. 어때?”
내 말에 흥분한 것 같았던 한스가 여유가 생겼는지 다시 자리에 말을 꺼냈다.
“일방적인 합류 통보가 아니라서 좋네요. 그럼 그 추가 된다는 친구는 언제 볼 수 있는 건가요?”
“지금 보고 있잖아. 바로 나야.”
장난처럼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내가 신 멤버라고 하자 다들 생각도 못 했는지 난리였다.
“에? 농담하시는 거죠?”
“왜요?”
“그럼 YAM은 탈퇴하는 거예요?”
“객원 멤버에서 고정멤버가 되는 거라면야. 괜찮긴 한데...그럴려면 이런 일 없게 처음부터 같이 하시지.”
“의외로 반대가 없네. 그럼, 다들 내가 새 멤버로 ESP의 멤버가 되는 걸 찬성하는 거야?”
“반대할 이유가 없죠. 오히려, 이득을 보는 건 우리일걸요.”
새로운 멤버가 오게 된다면 가장 반대할 것 같았던 한스가 오히려 ESP가 더 이득을 보게 된다고 좋아했다.
“첫 정식 데뷔 싱글을 같이 활동한 한 형이라면 멤버가 추가되고 말고 하는 말을 할 이유가 없죠.
그런데, 이렇게 들어오시려면 처음부터 그냥 같이하시지.”
“나도, 될 수 있으면 한국 문화원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ESP가 그대로 슈퍼스타가 되길 원했지.
하지만, 지금 이 기사들 봐. 아마 새 싱글이 나오면 또 이걸로 우릴 씹어 댈걸. 더이상 한국인이 없다고 K-POP 그룹이 아니라는 기레기들의 말을 듣기가 싫어서.
아마, 나보다 너희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야. 안 그래?”
“뭐, 아니라고 할 수는 없죠. 그럼 약점이 없어진 6인조 완전체가 된 거네요.
그런데, 이렇게 되면 YAM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거길 나오고 우리에게 들어 온다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YAM을 탈퇴하진 않을 거야. 일정을 최대한 맞추어서 두 팀 모두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YAM은 중국 멤버 활동 문제로 이제 1년에 6개월도 활동을 하지 않으니깐.”
“그럼 6인조가 되었다는 건 언제 발표하는 건가요?”
“새 싱글을 내놓으면서 객원 멤버가 정식 멤버가 되었다고 알려야지.
타이밍 좋게 새 싱글 곡도 한국에서 보내줬으니깐 우리 녹음부터 하자. 이거 받아.”
“제목이 Beautiful이라..”
**
“호프 윤 이게 무슨 일이죠?”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CH미디어 본사 회의실로 들어선 프랭크와 제이니는 나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질문을 해왔다.
일단 웃으며 협의를 위해 한국에 온 FOX사의 관계자들을 자리에 앉혔다.
“어제 아침 한국에 같이 도착해서 연습생이란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고 5대 기획사 투어를 했었지 않습니까?”
“그렇죠. 프로듀스99란 프로그램 자체가 기획사에 소속된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을 발굴해서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니깐요.”
“네. 하지만, 미국엔 연습생이란 존재가 없죠. 그래서 제이니가 한국에 판권 협의를 위해 한국에 같이 가자고 할 때 미리 4대..아니 5대 기획사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미국에서 예선을 통과한 99명 혹은 TV방송에 정식으로 나갈 연습생들을 한국에서 K-POP 연습생으로 정식으로 트레이닝을 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윤! 스탑! 이건 우리가 지향하는 방송의 관점과 다릅니다.
이미 제작기획서를 보지 않았습니까?
프로그램의 형식은 한국 방송 포맷을 따르지만, 미국의 아이돌을 만드는 것이기에 미국에서 촬영해야 합니다.”
FOX 사에서 한국에 온 일행 중 직급이 가장 높은 슈만 부사장이 협의한 내용과 다르다고 바로 태클을 걸었다.
“기획서는 변경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투자자로 한국의 회사들이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미국에선 협찬사의 입김에 따라 방송시간이나 중간광고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판권 협의와 투자, 협찬 건까지 한 번에 다 끝낼 수 있는 자리를 제가 특별히 만들었습니다.”
슈만 부사장도 바보는 아닌지 투자 협찬 건도 걸려있다는 말에, 고민을 해보더니 지정된 회의실 자리에 바로 앉았다.
CH미디어의 PD들은 물론이고 BIG4라고 불리는 MSM, YEG, JYE, FBC에 실탄소년단으로 뜬 HOT HIT까지 5대 기획사의 실세들이 모였으니 FOX사를 구워삶든, 튀겨먹든 하는 건 이제 자기들 하기 나름이었다.
원래는 MSM, YEG, JYE 3대 기획사에만 연락해서 미국 FOX채널에서 프로듀스99의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알렸는데, 정보를 들은 FBC와 HOT HIT까지 참여하고 싶다고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가장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던 YEG에선 가장 많은 인원이 나와 있었다. 일주일 전에 통화했던 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거 정말 믿어도 되는 정보에요? 미국에서 프로듀서99를 한다고요? 이미 방송을 만들었던 중국이나 아시아 나라들과는 문화 자체가 아예 다른데. 이거 진짜 맞습니까?”
“네. 확실히 픽스난 건입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에서부터 FOX직원들과 동행해서 회의 하루 전날 YEG에 견학을 하러 가겠습니다. 연습생들이 연습하는 모습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제작에 대한 진위 여부는 CH미디어 측에 문의해 보면 확인이 될 겁니다.
판권 구매에 대해서 직접적인 연락이 갔었으니깐요.”
“어. 그게. 그런데, 왜 이렇게 따로 알려주는 거죠? 우리 쪽에서는 그쪽이 미국으로 급하게 출국할 때 작업도 쳤는데.”
“네, 이데 부장님 ‘리나’ 건으로 YEG에서 우리 ESP 타겟 잡고 기사 언플한거 알고 있습니다.
판이 좀 크긴 하지만, MSM회사 혼자서도 메인투자 잡고, 작업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러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다 같이 먹고 살아야죠. 지금 미국에서 판이 살살 커지고 있는데, 그 판을 한국 기획사들이 힘 합쳐서 같이 키우고, 나눠 먹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혼자 먹으려고 하면 배탈날 것 같으니 나눠서 다들 배부르게 먹으면 되는거 아닙니까?”
“일단, CH측에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합시다. 미국이나 남미에서 뭘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실제 투자금만 받고 잠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쉽게 이 건을 믿기가 힘이 드네요.”
“네 사기꾼이 워낙에 많으니 이해합니다. CH에 확인하시고, 연락해주세요. 한국 안에서는 서로 이기기 위해서 경쟁을 하고 하지만, 외국에선 다 같이 뭉쳐서 힘 모은다고 믿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확인이 되면 우리 애들 타겟으로 하는 언플은 이제 하지 않으시는 거로 알겠습니다.”
“흠. 일이 진짜 진행되면 그 이상도 해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