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21화 (221/237)

# 221

문화차이? 인식차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고, 미국에서도 흥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제이니의 말을 들으니 제가 프로그램을 만든 PD나 제작관계자가 아니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그럼 바로 제작에 들어가는 건가요? 판권을 구매해서 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겁니까?”

“아마도, 미국판 프로듀스99라면 정식 판권으로 하는 게 당연하죠. 우린 중국이 아니니깐요.”

씨익 웃어 보이는 프랭크는 우리의 프로듀서99뿐만 아니라 중국의 우상 연습생같은 불법 아류작 프로그램들도 이미 모니터링을 끝낸 것 같았다.

“그런 공식적인 일을 추진하기 전에 호프 윤에게 들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런 비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질문이 실례가 될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제작된다면 거기에 제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심스레 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다고 물어보는 프랭크의 말에 괜찮으니 질문을 하라고 했다.

“먼저 우리가 프로듀스99를 보며 놀란 부분이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놀란 부분이죠. 그때 호프 윤은 미성년자였죠?”

“네. 그땐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게 부정적인가요?”

“네 그게 문제입니다. 미국에서는 미성년자에게 트레이닝을 10시간씩 시키게 되면 아동 학대죄가 됩니다.

출연진의 자발적인 연습이라고 한다면 법을 회피할 수 있겠지만, 아동협회나 그런 쪽 협회에서 들고 일어나게 되면 피할 방법이나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미성년자 연습생이 하기 싫은 연습을 강요했다고 한다면 방송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 생겨 버릴지도 모르고요.

혹시, 당시 프로그램 녹화 중에 그런 걸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흠.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네요.

일단, 그런 연습시간이나 트레이닝이 힘들어서 불만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연습생은 없었습니다.”

내 기억에도 없었고, 같이 프로듀스99에서 연습했던 연습생 중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던 사람은 있었어도 시간이 너무 길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프랭크는 10시간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올라온 여러 개인 영상이나 녹화 영상을 보니 하루에 잠자고 먹는 시간을 빼곤 16시간 이상 연습을 하고 녹화했다는 말도 있더군요.

정말 그런 불만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나요?”

“이게 문화 차이인지, 프로그램에 임하는 개인의 각오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16시간 이상 거의 18시간 이상 연습하는 연습생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입에서 나온 말들은 연습할 시간이 너무 없다는 거였습니다.”

“와우 정말인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강요 같은 게 없었는데도 진짜 그렇게 말을 했다고요?”

나에게 질문을 한 케일리는 물론이고 프랭크나 스웨인도 그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진짜인지 계속 물었다.

아마도, 이들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하긴, 미국인이 생각하는 노동에 대한 인식으로 보면 말도 안 되긴 했다.

하루 16~18시간 연습하면서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그들로서는 믿기지 않을 터였다.

“이건, 한국인만이 가진 특질이 아닙니다.

뭐랄까 도제식 교육(education of apprentices , 徒弟式敎育)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도제식 교육요? 길드(guild)에 속해서 기술을 배우는 그 교육방식요?”

“네, 길드의 가죽장인을 예로 들자면, 스승에게 가죽을 다루는 기술을 배울 때 학교의 선생님과 제자처럼 수업시간을 정해서 가르쳐주고 배우는 게 아니잖아요.

당시의 장인과 제자들은 한집에서 먹고 자며, 밤낮으로 기술을 알려주고 일을 시켰으니깐요. 지금도 그런 수공예 기술 분야에선 그런 방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스타워즈의 마스터인 요다(Yoda)에게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가 포스와 검술을 배울 때, 정확한 출퇴근 시간을 지켜가며 배운 게 아니잖아요.”

“아하, 영화에서 스카이 워커는 밤잠을 아껴가며 포스를 배우고 검술을 배우죠. 전 바로 이해가 되는군요.”

내가 예로 든 스타워즈의 그 장면들을 바로 떠올린 것인지 남자인 프랭크와 스웨인은 바로 이해했다며 감탄을 했다.

“그러면, 이게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 안에서 도제 방식의 기술 전수가 이루어진다는 거야? 그 기술이 아이돌 안무 같은 거고?”

20대로 보이는 케일리는 오래된 스타워즈 영화를 잘 모르는지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 것 같았다.

“네. 아이돌이 되기 위한 아이돌의 기술을 멘토들이 가르쳐 주고, 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개인이 연습을 하는 겁니다.

자신의 능력을 올리기 위한 연습이다 보니 불만이 나올 수가 없죠.

그리고, 미국에서도 특정 분야에선 미성년자에게 장기간의 연습 및 훈련을 거의 강제로 시키는 분야가 있습니다.”

“응? 그런 분야가 있는가요? 어떤 사례죠?”

제이니의 눈이 번쩍였다.

그런 사례가 미국에 이미 있다면 미성년자 학대에 대한 말이 나올 때 방패로 쓸 수 있을 터였다.

“클래식 음악 분야입니다.

아마, 미국의 3대 음악대학이라는 커티스, 줄리아드, 이스트만같은 음대에선 이런 도제 방식의 연주기술 전수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지고 있을 겁니다.”

“맞아요. 제 친구가 이스트만에 조기 입학해서 미성년자 임에도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었어요. 주말도 없이 연습 가야 한다며 울면서 학교에 갔었죠. 이미 그런 도제 방식이 있었군요.”

케일리가 내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쳐주었고, 10대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을 데리고 강한 트레이닝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쉽게 해결되자 서로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무조건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는 아동 협회등의 반발을 클래식 음악계와 전통적인 장인들의 도제 방식으로 커버를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곤 다시 나에게 이야길 했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계에 K-POP을 대입해 보면, 지금의 ‘실탄 소년단’은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느낌이겠군요.”

“네 프랭크.

클래식계의 스타인 ‘안드레아 보첼리’처럼 한국 K-POP의 스타로 실탄 소년단을 인식하시면 될 겁니다.”

내 말에 프랭크는 메모까지 했다.

“클래식 음악계는 아마 가죽장인의 도제 방식보다도 더 엄격함과 예의, 기술 숙달을 요구할 겁니다.

영화 위플래쉬(Whiplash) 보셨지 않습니까? 제자들 뺨 때리고 하는거.”

내가 위플래쉬를 예로 들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음대의 힘든 연습에 비한다면, 아마 프로듀스99는 반도 안 될 겁니다.

일단 뺨 때리는 빡빡이 선생님은 없잖아요.

거기에, 선생님들이 하는 잔소리도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에 비한다면 양호하구요.”

다들 내 말에 웃음을 지었다.

“고든 램지가 욕을 하며 가르치는 요리법 전수처럼 우린, 아이돌이 가져야 하는 안무와 보컬을 전수해 준다는 개념으로 홍보하고 연습생을 모으면 되는 거군.”

“네, 제이미.

다만, 우리는 다들 소속사가 있었던 연습생이라는 특수 신분이었습니다.

한국 외에는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연예인 지망생 시스템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미국에서는 그런 지원자를 어떻게 모집하느냐가 가장 중요할 겁니다.

미국식 아이돌인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닌 한국식 프로듀스 스타일의 아이돌을 만드는 게 프로그램의 목표이니깐요.”

“그건 걱정 마요. 미국엔 그런 기획사 소속의 연습생은 없지만, 댄스스쿨 형태로 댄스를 가르쳐 주는 곳은 의외로 많아요.

방송 홍보에 아예 K-POP 스타일이라고 홍보를 할거니 다들 한국식이라고 알고 응모할 거예요.”

“그럼 질문은 끝난 건가요?”

“하나 더 남았어요.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말을 꺼낸 케일리는 이걸 물어봐도 되는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개인을 떠나 국민성과 관련된 문제일지도 모르기에 망설임이 좀 있었네요.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어린 10대 소년, 소녀 혹은 20대 초반의 어린 아이돌에게 열광을 하는 30~40대의 팬층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특히나 10대 여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30~40대 남자 팬이라면 미국에선 롤리타콤플렉스를 가진 문제 있는 사람으로 인식을 하거든요.”

케일리가 조심스레 질문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국의 프로듀스 프로그램을 보고 중국의 우상 연습생과 일본의 라스트 아이돌까지 모두 모니터링을 했어요.

물론, 그런 시스템을 통하지 않은 아이돌들의 직캠이라고 불리는 영상들과 하이터치회나 악수회 라는 이벤트까지 체크를 미리 했죠.

롤리타나 쇼타콤플렉스로 딱 의심받기 좋은 상황이더군요.

한국이나 일본, 중국 같은 아시아권에선 이런 성적인 대상화 문제에 대해서 관대한 건가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성년자와 어리고 미성숙한 20대의 애들로 성적 이미지 마케팅한다고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음. 이것도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네요. 역으로 제가 질문 해보죠.

아리아나 그란데, 카밀라 카베요도 15살에 데뷔를 하지 않았나요?

그 둘도 미성년자인데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무대에 올랐던 것 같은데,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 건가요?

저스틴 비버나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마찬가지고요. 다들 미성년자로 데뷔해서 섹시 콘셉트까지 지금은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또 약간 달라요.

이게 아시아와는 다른 문화적 차이일 수 있는데, 미국에서 미성년으로 데뷔하는 가수들의 팬은 당연하게도 그들과 비슷한 연배의 팬들이에요.

말 그대로 애들의 연예인, 아이돌이지 어른들도 좋아하는 뮤지션은 아니라는 거죠.”

케일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10대에게 인기가 있으면 20~30대는 물론 다른 연령대에까지 인기가 퍼지고 팬이 만들어지는 한국과 너무 달랐다.

“한국이나 일본의 아이돌 팬들이 10대부터 40대까지 거의 모든 연령대가 있는 것과는 달라요.

미국의 아이돌은 같은 연배의 팬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렇게 팬과 같이 나이가 들고, 같이 성인이 되는 것이라 그 이후 섹시컨셉트로 뭘 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린 걱정을 하는 거예요.

프로듀스99 방송이 만들어지고, 인기가 높아감에 따라 아시아계의 팬들이 달라붙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미국인들이 가진 팬에 대한 관념이 무너져 버리게 될지도 몰라요.

마치 일본처럼요.”

케일리가 우려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가 갔다.

“바로 이해를 하겠다는 얼굴이군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미 인식하고 계시는군요.”

제이니가 내 얼굴을 보곤 바로 알아본 것인지 입을 열었다.

“미성년자에 대한 장기간의 하드 트레이닝이 제작 중의 문제라면 이 문제는 제작 후의 문제입니다.

그렇게 데뷔한 팀에 일본처럼 팬들이 형성된다면, 골치가 아플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의 악수회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여러 영상을 확인해 보니 같은 21세기를 살고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어요.

롤리타 취향의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몸을 터치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한다는 게 너무 소름 끼쳤어요.

물론, 그게 손 부위로 한정된다곤 하지만, 몸을 만지는 권리를 티켓으로 사고판다는 게 충격이어요.

10대의 미성년자에게도 그렇게 한다고 하던데, 아마 미국에서 그렇게 했다면 난리가 났을 거예요.”

말을 하며 일본의 48 팬들이 떠올랐는지 케일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한국의 정부 방송인 KBC에서 주최한 LA 한류 K-POP 공연을 봤을 때 10대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30~40대의 남자와 여자들이 많더군요.

그 모습을 우린 이상하게 봤는데, 다른 한국인들은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거나 같이 열광을 해주더라고요.

한국도 일본의 경우처럼 롤리타 컨셉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묵과해 주는건가요?”

“전혀요. 한국은 일본과 다릅니다.

일본은 팀에 속한 멤버와의 개인적인 악수를 하는 티켓을 만들어 판매하여 이득을 올리죠.

개인의 욕심을 채울 수 있는 티켓 상품을 파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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