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19화 (219/237)

# 219

뜻밖의 제안.

토모와 눈으로 박자를 맞추고 노래를 시작했다.

[많이 울었었지? 나란 놈을 알게 돼서. 너에게 눈물만 주는 나라서 미안해.

더이상 널 좋아하면 안 되는데, 널 잡으면 안 되는데.

널 붙잡는 내 손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구나.

단 한 번도 네 맘을 몰랐던 못된 같은 놈이 나야.

사랑한다 말 한번 크게 못 한 바보 놈이 바로 나야.

우리가 왜 사랑을 해서 이렇게 아픈 것인지.

우리가 왜 계속 만나서 이렇게 슬픈 것인지.

이제 우리 울지 말자. 마주치지도 말자.

마주치질 않길, 더 슬퍼하지 않길 서로 빌어주자.

그래 그렇게 행복하게 웃자.

나란 놈 다시는 만날 생각하지마.

나 같은 사람은 안돼. 바보 같은 나 같은 놈은.]

조금 전까지 저스틴 비버의 Baby를 부르며 웃음을 보이고 춤을 췄었지만, 어느새 ‘Hate’의 가사와 노래에 침습 당했는지,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공연장 대형전광판에 그대로 보여졌다.

“오빠 울지마요!” “소원아 울지마!”

“나도 가슴이 먹먹해. 흑흑.”

“가사가 너무 슬프다. 나도 눈물이 나네.”

“Baby로 웃다가 Hate로 울게 만드네.”

나의 노래가 제대로 관객들에게 전해졌는지 나와 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았다.

감정이 울컥해서 여기서 은채와의 연애에 대해 이야길 해버리려고 했지만, 제일이 형이 눈치를 챘는지, 급하게 내 다음 차례인 가빈이를 올려보냈다.

가빈이의 빠른 진행에 타이밍을 그냥 무대 곳곳을 돌며 인사를 하고 가빈이 에게 마이크를 넘겨줬다.

“오빠 사고 치려면 좀 미리 말하고 쳐!”

공연장까지 따라온 지혜에게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

<야 오늘 YAM 콘서트 직캠 올라옴. 여기 링크.

역시나 윤소원 개인 퍼포먼스가 조회 수가 제일 높네.

팬들 웃다가 울게 만드는 노래 실력은 진짜 탈 아이돌급 아니냐?

디지컬 싱글로 Hate 오늘 올라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12시까지 진짜 시간 안 가네.

미국 빌보드에서 활약하는 ESP 앨범도 프로듀싱했고, 이번에 자작곡인 Hate도 대박 터지면 음악성도 이제는 진짜 인정해 줘야 함.

탈아이돌 실력 윤소원 흥해라~>

- 윤소원 : 입금하게 계좌불러!

└ㅋㅋㅋㅋ 노골적이네 ㅎㅎ

- 소원이 어서오고~

- 원래 윤소원 잘생기고 노래도 잘 불렀음. 존잘남

└소원이 안 바쁜가봐? 댓글도 달고.

└ㅋㅋㅋㅋ

└222222222

-소원형 이런 글 직접 안 올려도 형 좋아하니까 그만해 내가 다 부끄러워.

└자기 미담을 자기가 올린다니 생각만 해도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드네. ㅎㅎㅎ

- 윤소원은 이 노래로 탈 아이돌 등극이네.

└소원아 그만해! 노래 충분히 좋아. 더 이상 댓글 작업 안 해도 돼.

└ㅎㅎㅎ

- 그런데, 와 C Bal 윤소원이랑 그 들이댔던 정은채 사연을 아니깐 이 노래가 그냥 노래로 안 들리네.

└그러게, 찌라시로 돌던 게 맞았던 거 아니냐?

└무슨 찌라시인데, 난 모르는데, 나도 알려주삼.

└ 사실은 그 둘이 사귀는데, 윤소원 혼자서 다 뒤집어 쓰는걸로 끝내기로 했다는 그런 내용의 찌라시 였음.

└와 그게 사실이면 혼자 뒤집어 쓴 소원이 남자다잉~

└ 노래 가사로만 보면 소원이는 진심이었네. 캬 순정남이네.

- 야 근데, 이글 진짜 윤소원 기획사에서 적은거 맞음? 너무 극 칭찬이라서 알바 티가 너무 나는데. 빠순이가 적어도 너무 티나는데 글인데 이렇게 홍보하는거임?

“짜식아, 이게 요즘의 댓글 작업 트렌드야. 일부러 대 놓고 작업 친 거로 화제 만들기야.”

지혜는 ‘설마, 이렇게 대 놓고 알바 쓰겠냐?’ 하는 댓글을 달아줬고, 그 댓글까지 모두 캡쳐해서, 웃기자 대학, 클리잉 등등 여러 커뮤니티로 글을 퍼 날랐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는 찌라시의 내용을 살짝 흘리며, 은채와의 공개 연애에 대한 후폭풍이 크지 않도록 준비 작업도 미리했다.

“오빠도 그렇고 은채 언니도 그렇고 진짜 나한테 절해야 할 거다.”

커플이라 짜증 난다며 흥, 치, 피, 거리면서도 열심히 홍보작업을 하는 지혜였다.

그리고, 그날 자정에 공개된 디지털 싱글 ‘Hate’는 팬들의 지원 속에 60위대로 차트인을 했고, 커뮤니티로 퍼진 직캠영상과 지혜의 홍보작업 덕분에 순조롭게 순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

“이게 전부 다 ESP를 위해 모은 곡들이에요?”

스튜디오 책상 위에 한가득 쌓여있는 종이뭉치를 보고 내가 놀라 물었다.

“이것도 고르고 고른 거야. 영어로 받은 가사는 저쪽에 따로 모아뒀고, 곡들은 저기 3번 PC에 모아뒀으니깐 들어볼 수 있을 거야.”

MSM 프로듀서팀에서 최고참인 홍성렬 프로듀서가 일일이 괜찮은 작사가들의 종이 파일들을 선택해서 내게 넘겨줬다.

대학노트만큼이나 두껍게 출력된 가사집들을 보니 이걸 언제 다 볼지 막막했다. 다행히, 따로 표시된 포스트잇이 붙어 있어서, 그것부터 확인하면 될 것 같았다.

“대현이랑 다른 레드샵 사람들이 도착하면 일단 레드샵에서도 따로 가사를 뽑아봐.

마음에 드는 가사가 없으면 직접 만들어도 될 거야. 다만, 미국에서 발표되는 곡이기에 영어로 번역을 거쳐야 한다는 건 잊지 말고.”

레드샵과 원원엔터 회사의 합병일은 물론이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IPO에도 MSM이 직접 나서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ESP의 차기 앨범에도 MSM의 프로듀서 팀이 같이 달라붙었다.

우리 레드샵의 인원들까지 20명에 육박하는 프로듀서 군단이 구성되었다.

“그런데, 원래 이렇게 스튜디오에 작사가들이 보낸 가사들이 쌓여있는 거예요? 다른 스튜디오에 놀러 갔을 때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아, 외부인인 내가 왔기에 다 숨겨둔 건가.”

“아니. 이렇게 가사집들이 스튜디오에 프로듀서들이 보라고 올려져 있는 건 우리 말곤 없을 거야.

Big3 중에서 YEG나 JYG는 회사내의 자체적인 프로듀서 그룹에서 만들어진 곡들만으로 앨범을 만드는데, 우리 MSM은 그런 걸 가리지 않으니깐. 우린 가사와 곡이 좋기만 하다면 오케이니깐.”

“하긴, 그쪽은 그룹 내에서 나온 곡만으로 제작을 하니, 갈 곳 없는 곡들이 우리 쪽으로는 몰릴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 좀 더 성공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몰릴 수밖에 없는 거니깐.

거기다 2000년 초에는 누구나 유영찬 이사에게 음악을 배우고 싶어 했었거든, 그렇게 우리 회사를 거쳐 간 사람들이 워낙에 많다 보니, 우리 쪽에 의리상 먼저 보내주는 거지.

외부로 나간 그 사람들이 보내는 것들도 많고, 거쳐 간 사람이 많은 만큼 MSM의 프로듀서팀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역시, 역사와 전통이네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곤 해도 양이 엄청난데요.

특히나 최유일씨나 칸지씨 같은 경우에는 보내준 가사 분량이 대학 노트급인데요.

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이 작사할 수 있는 거죠?

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가수는 이런 분들 본받아야겠네요.”

“음. 그 말은 반만 맞아.

싱어송라이터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에 자신만의 음악적 서사를 실으려고 하기 때문에, 저 정도의 분량이 나오는 게 거의 불가능해.

단어마다, 음절마다 의도 있는 가사를 적으려고 하다 보니 작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

싱어송라이터 가수들의 노래가 그만큼 만들기 어려운 거야.

하지만, 전업인 전문 작사가나 전문 작곡가들은 글이나 리듬에 자신만의 음악적 서사를 넣지 않아도 되니 쓰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어.

설령 내가 적은 가사나 곡이 까이더라도 그걸 다시 다른 가수나 프로듀서에게 보내면 되니깐 자신만의 서사를 넣기보단 기교로 모두가 부를 수 있는 가사를 적는 거지.”

“창작이 아닌 일처럼 한다는 말이네요.”

“그래, 규정화되어 출퇴근하는 일처럼 서사나 진정성보단 기교와 화려함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런 작업방식의 차이가 있다 보니, 양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거지.”

“가사의 목적이 다른 거군요.”

“그렇지. 내가 부를 곡과 남에게 불려지게 될 곡의 가사나 리듬은 완전 달라.

그 차이를 모른다면 싱어송라이터라고 할 수가 없겠지.”

홍성렬 프로듀서 말을 들으니, 어떻게 보면 지금의 MSM이 가지게 된 문제점을 더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나로 인해 자극받은 YAM 멤버들은 자작곡을 만들기 시작했고, 금철 사장에게 음악을 배워 MSM과는 다른 느낌의 곡들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우리 외의 다른 그룹들은 그렇지 않았다.

MSM 프로듀서팀에서 만들었거나, MSM을 거쳐 간 음악가들이 만든 노래였기에, 음악을 답습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걸 MSM도 알고 있기에 외국의 뮤지션들을 계속 영입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K-POP의 최고 장점은 칼군무인데, ESP 애들은 사실 좀 부족해.

그래서, ESP의 장점인 미국 네이티브라는 걸 내세워 보컬 위주의 곡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첫 곡이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로 불렀다면, 다음 곡도 발라드로 사랑을 노래하는 게 ESP란 그룹의 이름을 각인시키기 좋을 것 같은데.”

“비주얼 센터는 한스, 보컬은 유리언인데, 히스패닉 계가 많은 남부로 가면 남미 출신인 탐스가 센터에 서는 변동적인 센터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신인이다 보니 사랑 노래를 부르는 이미지 고착화를 시키는게 좋긴 한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이미지가 고정되어 너무 한정적이지 않을까요?”

역시, 관리의 MSM이라는 말처럼, 나를 비롯해 레드샵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온 제임스 추는 그런 의견들을 받아들이기 바빴다.

“대충 우리 쪽에서 제공하면서 현지 담당인 제임스 추와의 협의 사항은 끝이 난 것 같아.

레드샵이나 소원이 내가 원하는 사항이 따로 있다면 이야길 해봐.”

“오늘 만남이 있기 전에 조금 일찍 와서 여러 뮤지션 분들이 보낸 가사와 곡들을 들어 봤습니다.

선별하기 힘들 정도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된 가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앞으로, 미국 주류 음악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영어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게 선결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한국 K-POP 가수들의 노래가 빌보드에 차트인 하고 있고, 실탄소년단이 누구인지는 다 알지만,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면 실제 한국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언론이든 가요계 종사자든, 좋게 이야길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리듬과 무대가 좋아서 듣곤 있지만, 가사를 따라 부를 수 없는 반쪽 음악일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같이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주류 음악이 되는데 필요한 것이 영어로 된 노래 가사였다.

“지금 MSM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기획사에서는 영어버전 노래를 만들때 한국에 와 있는 미국, 영국의 원어민들에게 의지해서 그 나라의 노래 스타일로 가사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쓴다는 게 그냥 그 나라의 언어로 그냥 적는 게 아니잖아요.

언어를 아는 걸 넘어서 언어를 가지고 놀 수 있어야 가사가 살아 있는 작사가 가능한데, 지금은 현재로서는 그게 안 되고 있고, 그 결과 또한 안 좋은 거고요.”

“그럼, 아예 영문 버전 곡의 작사를 원어민들에게 맡기자는 거야?

그렇게 되면 K-POP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한국 사람이 만들지 않은 노래가 되어버린다고.”

“그래서, 제가 MSM에 요청하는 건 미국 진출을 위해서 영어사용이 모국어처럼 되는 이민 1.5세대 이상의 교포들로 이루어진 작사가 팀을 구성해 달라는 겁니다.”

“오. 그렇게 하면 미국이나 영국의 팝에 맞는 가사이면서도 한국인이 만든 곡이니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진 않겠네.”

내 의견에 다들 글로벌화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입을 모았다.

아예 일본도 그렇게 따로 재일교포로 이루어진 작사가 팀을 만들자는 말도 나왔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세계 1, 2위인 음악 시장의 공략 및 현지화를 위해서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이 건은 내가 직접 추진하도록 하지.”

MSM의 실세인 유영찬 이사가 직접 추진해 준다고 하니, 좀 더 빨리 팀이 구성될 것 같았다.

**

회의를 끝내고 나오니, 임시로 내 매니저를 맡은 기봉이 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Hate’가 멜론워터 순위 5위야.

어디서 소문이 나고 있는지는 몰라도 슬금슬금 순위가 올라가고 있더라.

너 행사 안 뛰냐고 나에게도 연락이 오는데, 활동이나 행사는 아예 하지 않을 거야?”

“네. 발라드다 보니 혼자 무대에 서서 활동하기가 애매하더라고요.

가사 내용도 질질 짜는 내용이고.

그걸로 행사를 뛰는 것도 좀 힘들 것 같아서, 그냥 활동 안 하는 거로 결정을 했어요.”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여기 전화기. 네가 회의 들어갔을 때 워너브러더스 홍보이사인 제이니에게서 연락이 왔더라. 내가 회의 중이라고 짧게 이야길 했는데, 연락해봐. 수익금 정산해주려고 그러는지도 모르니깐 어서 해봐.”

“아마도, ‘리치 아시안 웨딩’ 영화가 글로벌 개봉에 들어갔으니깐 그 이야길 하자는 거겠죠. 투자금 정산은 아직 멀었어요.”

다들 영화에 투자한 투자금 정산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직 북미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개봉도 하지 않았기에 투자금 정산은 몇 개월이나 걸릴 터였다.

아마도, 한국에서의 개봉에 따른 홍보 행사 때문에 연락한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제이니에게서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네? 워너브러더스를 그만두고 FOX사로 옮기셨다고요? 오 축하드려요. 축하드려야 하는거 맞죠?”

“호호호 맞아요. 축하 고마워요.

그래서, 호프 윤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언제 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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