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18화 (218/237)

# 218

그와 그들의 사정.

“지금 대현씨와 빨간펀치분들은 레드샵의 지분 20% 이상을 들고 있으니 상장되면 무조건 이득이라 생각해서 찬성하는 걸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두 개의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그 20%의 지분율이 줄어들 겁니다.

아마도, 그 합병 비율에 따라 가지고 있는 지분이 10%대로 내려앉을 겁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손해라니?”

빨간펀치의 채연 누나가 기원형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내게 물었다.

형의 말을 듣고 알아챈 게 있어서 누나들에게 설명을 해줬다.

“일단, 우리 레드샵의 매출이 하늘소녀가 만들어낸 것과 뮤지컬 배우들의 게런티, 그리고 음원 저작권료 정도로 보면 될 거에요. 아직 교육 사업 쪽은 이득을 내지 못하고 있고.

지금 상황에선 레드샵 만으로는 상장이 불가능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추가된다면 독자적으로 상장을 해서 20%의 지분을 다 가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장기적이란 게 얼마 정도의 기간이야?”

“짧으면 2년 길다면 5년 이상일 수도 있고요. 최악의 경우는 실적이 안 좋아서 상장이 안 될 수도 있고요.

MSM에서도 그걸 알기에 원원엔터와 합병을 해서 매출 규모를 불린 다음 상장을 하라는 거에요.

문제는 상장을 위해 합병을 할 경우에는 5:5로 합병할시 대현 형과 누나들의 지분은 10%대로 낮아지기 때문에 기원형이 눈앞의 이익을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보라고 한 거예요.”

“복잡하네. 미래의 큰 수익이냐. 지금의 적당한 수익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거구나.

일단, 5:5로 회사가 합쳐지면 원원엔터 사장인 윤기원 사장이 50%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 거네. 우리는 20%에서 10%로 줄어 드는 거고. 우씌!”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빨간펀치 채연 누나가 입을 삐죽거렸다.

“아마도 그렇게 되겠죠.”

“그런데 소원아. 합병에서 5:5로 합병 안 할 수도 있잖아. 하늘소녀 매출이나 순이득이 더 높으면 합병할 때 6:4나 7:3으로 조정하는 게 타당하지.”

대형형도 그게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지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소릴 높였다.

“그런데, 아직 알려주지 않아서 레드샵에서 아직 모르나 본데, ESP 애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게 엄청나.

시장규모가 다르다 보니, 벌써 애들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 순이익을 내고 있어.

아마 신곡이 정상적으로 지금 성적만 내어준다면 1년 안에 하늘소녀의 매출을 뛰어넘을 거야.

MSM에선 그걸 아니깐 두 회사 합병하면 IPO 조건이 충족될 거라고 한 거고. 거긴 이미 계산을 다 끝냈다는 거지.

ESP가 비록 신인이지만, 미국의 시장규모 자체가 너무 달라. 아마 시간이 지나면 4:6으로 우리 원원엔터가 더 가져가는 비율로 합병해야 할 거야.

그러니 난 합병에 반대할 수밖에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원원엔터에겐 이득이니깐.”

“헐, 벌써 ESP가 그 정도야? 엄청나잖아.”

대현 형은 물론이고 빨간펀치 누나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처럼 ESP 애들이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자력으로 원원엔터는 상장할 수 있을 거야. 아마도, 짧으면 1년 길다 해도 2년이야.

난 그래서 무조건 지금 합병해서 상장하는 것에 반대야.”

“힝 그렇게 되면 우린 원원엔터 지분이 없어서 그냥 지금의 기회를 날리는 거잖아. 방금까지 주식 팔아서 나도 건물주가 되는 상상을 했는데.

저..기..기원오빠 우리 합병해요.

소원이 너도 뭐라고 해봐. 넌 양쪽 지분 다 들고 있잖아.”

방금까지 윤기원 사장이라고 부르던 채연누나가 빠른 태세전환으로 기원오빠로 호칭을 바꾸었다.

채연 누나의 말을 듣곤,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했다. 사실, 원원엔터의 지분 중 절반이 내 것이었기에 나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득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처럼 계속 ESP 애들이 성장하고 히트를 계속 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기원 형은 이제 미국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더 좋은 조건으로 상장시킬 수 있으니 그 달콤한 과실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뭐 사람이기에 당연한 욕심이었다.

“기원형, 우리나라만 해도 한 달에 몇 개의 아이돌이 데뷔했다가 그냥 사라져. 미국은 규모가 다른 만큼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아이돌이나 가수가 데뷔할 거야. 그 동네는 더 경쟁이 심할 거라고.

우리 생각처럼 ESP 애들이 승승장구한다면 형의 말처럼 독자적으로 가는 게 맞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는? 그럴 경우의 생각도 해야지.

연예인의 인기든, 사업이든 마찬가지야.

욕심을 부려서 혼자서 다 가지려고 하다간 하나도 못 가질 수 있어.”

모든 걸 가지려 하단, 그 무엇도 가질 수 없다는 근본적인 이야길 했지만 쉽게 먹힐 것 같지 않았다.

“형은 대학교에서 경영 전공했잖아. 벤처 회사들이 나눠 먹기 싫어서 투자하겠다는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마다하다가 결국 망했던 케이스 많이 봤을 거 아냐?

오히려 인수 합병당하고, 제휴하고 큰 회사에 매각되었던 벤처들이 결국 성공해서 지금까지 남아 있어. 그런 사례 생각해보면 이것도 마찬가지야.

계속 인기가 있을 거라는 불확실성보다는 이득과 추진력을 얻을 배경을 챙기자.”

벤처 업체들을 예를 들어서 말을 하니 기원형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거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 있어.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게 인간이야. 다 같이 과실을 나눠 먹어야지. 혼자 잘 살면 무슨 재미야? 같이 돈 쓰고 놀아줄 사람이 있어야지.”

“쩜오.”

“응?”

“4.5대 5.5로 하자고. 그렇게 하면 나도 찬성할게.”

4:6도 아닌 쩜오를 더 달라고 하는 기원형의 말에 난 웃음이 나왔고, 대현형이나 누나들은 그렇게라도 하자고 콜을 외쳤다.

“내일 변호사 불러서 정리하고, 기업공개(IPO)관련 건은 MSM에 맡길게요. 다들 잘 먹고 잘살아 봅시다.”

“그럼 새 회사 이름은 어떻게 할 거냐?”

“레드샵과 원원엔터의 합병이니깐 ‘레드원 엔터’로 하죠. 뭐.”

기원형의 질문에 대원형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레드원’ 이라는 이름을 이야기했고, 시원하게 다들 찬성했다.

**

“여러분 드디어 내일이 콘서트 날이에요. 다들 와주실 거죠?

미국에 있던 소원이까지 와서 완전체로 하는 오랜만의 활동이니깐 다들 꼭 와주세요~!

소원이가 사고를 쳤지만, 미국에서 빌보드에도 오르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한국으로 복귀했으니,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꼭 같이 봐주세요~”

이미 콘서트 티켓은 매진이 되었지만, 그래도 제일이 형은 Vlive로 내일 콘서트에 대해서 홍보하는 영상을 남겼고, 사진 사건 이후 복귀하는 나를 최대한 배려해 달라고 이야길 해주었다.

“그런데, 너 정말 괜찮겠어? 그거 공개하면 팬이 반의반도 남지 않을 거야.”

“뭐, 이미 사진 사건으로 코어팬들도 반 토막 났고 공개하게 되면 남아 있던 팬들도 다 없어지겠죠.”

제일이 형이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면서 왜 그런 결정을 하는지 눈으로 물어보는 것 같았다.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요. 기자들 눈치 보면서 차 안이나 구석 방에 숨어서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요.”

“음. 그래, 20대의 연애가 즐겁고 아름다워야 하는데, 숨기고, 눈치를 봐야 하는 건 슬프긴 하지.

그래도 우린 좀 나은 축에 들더라. 네가 미국에 있을 때 일본 쪽 일을 우리가 하며 일본 주니스나 AKS쪽의 아이돌을 보니 장난 아니더라.

팀에서 멤버 한 명만 결혼할 수 있게 정해져 있다든지, 연애하면 탈퇴라던지 무서울 정도더라.

강제로 노총각으로 회사에서 만드는데 이야기만 들어도 갑갑하더라.”

“그 동네는 아이돌이란 만인의 꽃이기에 공공재처럼 인식하니깐요. 개인을 위한 연애나 결혼을 아예 금지하다, 팀당 1명도 겨우 허락해 준 거예요.”

“어우 소름. 진짜 한국 연예계는 일본과 미국의 장점들만 잘 적용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웃긴 게 일본은 아이돌끼리 열애설이 나면 여자는 대부분이 인정하고, 남자는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더라. 아마도, 매출 때문이겠지?”

“그렇겠죠.

속바지 입은 아이돌의 치마 속을 사진 찍으려고 달려드는 남자 팬들이 눈에 많이 보이니 외적으로는 커 보이겠지만, 실제로 매출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해 주고 있는 여자 팬들이 더 크니깐요.

어쩔 수 없이 남자 쪽 회사에서 부인하라고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연애를 인정하게 되면 팬들 다 날아가고 매출 자체가 줄어드니.”

“그래, 아마 너도 공개가 되면, 은채에겐 그냥 욕이겠지만, 넌 사진 사건 터진 지 1년도 안 지난 시점이라 더 크게 비난 받을 거야.

그런 걸 다 받아들일 만큼 은채가 좋은 거야?”

“네. 모두 다 감내할 만큼요.”

“대단하네. 그러면 답은 하나네. 아이돌을 벗어나야지.

넌 탈 아이돌해라.

아이돌이 아닌 음악적인 능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거 말곤 방법이 없어.

물론, 그 일이 절대 쉽진 않을 거야.”

제일이 형의 말에 공개연애를 밝힌 후 불어닥칠 후폭풍이 새삼스레 걱정되었다.

**

“토모의 개인 퍼포먼스 무대에 이어서 이제는 저의 시간입니다.

여러분들 많이 기다리셨죠?”

허리를 숙이며 귀에 손을 대고 대답을 듣는 제스처를 취하자 많은 팬들이 ‘네~’, ‘기다렸어! 소원오빠!’ 같은 소리가 들렸다.

“많이 기다려 주신 분들을 위해 제가 무대에 한 분을 모시겠습니다. 어서 올라와 주세요.”

남자직원이 입장 티켓에서 검표가 된 종이들이 들어간 통을 끙끙거리며 들고 왔다.

“다들, 티켓을 확인해 주시고요. 좌석번호 2층 E열 43번 자리! 안전요원 여러분 부탁해요.”

통에서 꺼낸 종이의 자리 번호를 크게 불러줬다.

귀에 끼고 있는 인이어로 자리를 확인했다는 말과 관객을 데리고 나오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엇? 쌍둥이예요? 옆자리가 동생이라고요? 그럼, 두 명 모두 무대로 올려주세요. 여기 앉을 의자도 하나 더 올려주세요.”

원래 의자는 한 개만 준비했지만, 급하게 의자가 하나 더 무대로 올라왔고, 중학생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의자에 앉혔다.

경기도 광주에서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둘이서만 잠실콘서트장에 왔다고 했는데, 이런 기억에 남는 이벤트에 걸려서 너무나 좋아했다.

아예, 쌍둥이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부모님과 영상통화도 해주며, 같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장면이 DVD에도 그대로 들어갈 거니깐, 나중에 두 친구가 다 커서 결혼을 하고, 딸을 낳게 되면 그때 꼭 딸에게 DVD 보여줘야 해요. 머리에 왕리본 핀 달고 있는 흑역사를 딸도 알아야지. 안그래? 오늘 흑역사가 만들어지는 날 확정!”

쌍둥이 둘 다, 웃으면서도 고개를 숙이는 게 중학생의 순수함이 느껴져 좋았다.

“사실 이렇게 바로 앞에 여자를 앉히고, 아니 중2병 걸린 두 명을 이렇게 앉히고 노랠 불러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바로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게 나도 처음이에요. 그러니 실수가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 주기! 알았죠?”

관객들은 물론이고, 쌍둥이들도 네 하고 대답을 했다.

띠리링~

[Ohoooooh, Oh oooooh~

You know you love me, I know you care.

너도 날 사랑하잖아. 날 좋아하는 걸 다 안다구.]

저스틴 비버의 Baby 노래 특유의 Ohooo~ 가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관객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팔에 세긴 문신 때문에 한국에선 ‘뜨또’라고 불리며, 조롱거리가 될 때도 많았지만, 빌보드 소셜순위에서 몇 년간 부동의 1위를 할 만큼 팬들이 많았고, 한국에서도 팬이 많았다.

[Just shout whenever and I'll be there.

언제든 부르기만해 그러면 내가 달려갈테니.

You want my love, you want my heart,

넌 내 사랑을 원하고, 내 마음을 원하지.

And we will never, ever, ever be apart.

우린 절대, 절대 헤어지지 않아.

Are we an item? Girl quit playing.

우리 커플이니? 밀당은 그만해줘.]

노래를 부르면서 쌍둥이들의 앞에서 어정거리며 고백송 같이 불러줬는데, 애들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대형전광판에 보여지자, 다들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We're just friends, what are you saying?

우리가 단순한 친구라니 도대체 무슨말이야?

Said there's another one, look right in my eyes.

다른 남자가 있다니, 내 눈을 바라봐.

My first love broke my heart for the first time.

내 실패한 첫 사랑에 처음으로 마음이 아파.

And I was like baby, baby

난 말했지. baby라고.

Baby Baby Baby Baby~ Oh~ I Like Baby~ Baby~~]

기타를 내려 놓고는 Baby를 외치며 인싸춤을 추고 막춤까지 춰줬다.

[Now I'm all gone, gone, gone, gone. I'm gone.]

내가 물러날게. 내가 떠날게.

노래의 끝에선 쌍둥이들의 손을 내가 중간에서 맞잡곤 무대 아래까지 배웅을 해주었고, 그렇게 Baby 무대가 끝이 났다.

“그렇게, 노래처럼 첫사랑에 실패한 이후 나오는 노래는 뭐다? 뭐다?

그렇지. 발라드지. 한국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신곡 ‘Hate’입니다.”

쌍둥이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토모가 와서 기타를 잡고 있었고, 그 옆의 빈 의자에 나도 앉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