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17화 (217/237)

# 217

달라진 위상.

안겨 오는 은채의 얼굴을 쓰다듬으니 보드라운 피부에서 느껴지는 그 감촉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품에 안기는 은채의 얼굴을 감싸듯이 들어 입을 맞추었다.

닫혀있는 공간에 둘만 있다는 생각에 더 흥분되는 거 같았다. 은채도 달콤한 냄새가 나는 입을 열어 내 혀를 받아들였다.

달콤한 혀가 서로의 입에서 엉키자 왼손은 자연스레 아래로 움직여 가슴을 더듬다 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으응.”

몸을 살짝 비틀며 거부를 하는 듯했지만, 은채가 오히려 손을 움직여 나를 안자 나도 대담하게 손에 전해져 오는 가슴을 움켜잡았고, 희롱하듯 가슴을 가지고 놀았다.

‘두근두근 설레는 순간이야, 둘이서만 주고받는 사랑이야’ 하며 밝게 나오던 옛날 노래가 어느새 끝이 났지만, 차 안의 열기는 더 타올랐다.

흐트러진 은채의 몸에서 나는 단내에 이끌리듯 내 손이 은채의 바지 안으로 스며들 듯 들어갔다. 손끝에 부드러운 털이 만져졌다. 손이 더 아래로 움직였다.

그러자, 부드럽게 풀어지던 은채의 몸이 갑자기 굳어져 버렸다.

“여..여기서..?”

은채의 떨리는 말에 내 손이 멈추었다.

“너라서 좋긴 한데..히잉 그래도 여기선 싫은뎅..”

애교를 부리듯이 코맹맹이 소리로 말하는 은채의 말에 더 흥분되고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손을 움직이려 했지만, 은채의 몸을 탐하는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좁은 차 안에서 숨듯이 치루기는 싫었다.

은채와의 첫 경험을 파파라치에 신경 쓰며 이렇게 치러야 한다는 게 은채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 결심했다. 콘서트 끝내고, 사귀는 거 공개하자.”

내가 갑자기 정색까진 아니라도 몸을 세우며 이야길 하자 은채도 내 기세에 놀랐는지, 몸을 바로 했다.

“더 이상 눈치 보면서 몇 개월에 한 번씩 만나는 거 더 못하겠어. 만날 때마다 이렇게 숨어서 눈을 피해서 만나야 하는 것도 못 하겠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귀는 거 공개하자.

전에는 갑작스레 사진이 공개되어서 준비를 못 했지만, 이번엔 아예 둘 다 활동하지 않는 시기에 외국에 나가서 알리자. 그러면 주위에서 힘들게 하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귀국할 때쯤에는 좀 조용해지겠지.

물론, 아이돌로서 인기나 활동은 끝이 날 수도 있을 거야. 난 그런 거까지 다 각오했어.”

연예인 생활을 걸 각오가 되었다고, 이야길 하자 은채도 내 박력에 압도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주위에서 압박을 주지 않게 외국으로 간다면 나도 좋아.

멤버들에게는 미리 말해 둘게. 강제로 팀에서 탈퇴하더라도 널 따를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은채의 눈빛에서 나를 따르겠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흐믓했다.

다시 내가 끌어당기니 내 품에 얼굴을 묻고는 나를 꽉 껴안았다.

**

“야 윤소원 온다. 8시 반인데 엄청 일찍 회사에 나오네.”

“어디? 진짜네. 아까 본 기사 때문인지 뭔가 엄청 여유롭게 보이는데.”

“나도 그랬는데, 너도 그랬어?”

“역시 사람은 성과가 있어야 해. 성과가. 뭔가 부해 보이잖아.”

“성과는 무슨 돈이겠지. 엇 이쪽 본다. 눈 돌려.”

일정이 있어서 아침 일찍 MSM 본사에 나왔더니 복도에서든 어디에서든 마주치는 직원들이 다들 나를 보곤 수군거리는 거 같았다.

“응? 너 기사 안 봤어? ‘리치 아시안 웨딩’이 4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 하면서 2억 달러 이상 벌어들였다고 기사 나왔잖아. 투자 대비 7배 이상의 이익을 거두었다고 강조가 되어 있더라.”

탕비실 앞에서 만나게 된 이용민 실장에게 물어보자 나온 말이었다.

“영화가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한 거로 저렇게 수군거린다고요?”

“너 진짜 ‘리치 아시안 웨딩’ 관련 기사 하나도 안 봤구나.

아니다, 한국언론에서 나온 영화 관련 기사를 안 본 거구나.

그 영화 관련 기사의 말미에 무슨 말이 적혀 있냐면, 다들 너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이 들어가 있어.

500만 불 투자를 네가 했다는 말과 7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어서 3000만 불 이상을 수익 정산받는다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더라.

괄호까지 쳐서 (330억) 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니 다들 너 보고 수군거리는 거지. 부럽잖아. 330억이 적은 금액도 아니고.”

“에이 아직 정산받지도 못했어요. 내 손에 들어와야 내 돈이지요. 또 미국 세금 많이 떼서 그 돈 다 안 들어와요. 부유세 들어보긴 하셨죠? 최악의 경우 50%까지 날아가요.”

“그건 회계사들이나 세무사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여튼, 영화 개봉 종료하고 정산받게 되면 330억 이상 받는 거잖아.

야, 말이 330억이지 나도 네가 그런 부자가 된 게 쉽게 안 와닿아.

그러니 다른 직원들은 오죽하겠어?

회사에서 늘 보던 콧물 질질 흘리던 연습생이 슈퍼스타가 되어버린 걸 보는 것 같겠지.

넌 또 연습생 시기 없이 바로 데뷔에 히트곡도 내고 인생 탄탄대로이니 부러움에 시기에 수군거릴 만하지.

수군거림도 즐겨.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나온 거야? 안무 선생님이랑 연습하는 건 오후 아니었어?”

“대표님하고 유영찬 이사님과 이야길 하기로 해서요. 이만 가볼게요.”

“그래...그리고 윤사장 혹시 또 좋은 투자처 있으면 좀 알려줘. 우리 같이 쭉 가자고. 알았지? 나중에 봐.”

좋은 투자처 있으면 같이 가자고 능글맞게 이야길 하는 이용민 실장의 태세전환에 웃음이 났다. 평상시 YAM을 매니지 할 때의 이용민 실장은 엄청 까칠했는데, 지금 모습은 푸딩처럼 스므스했다.

그런데, 이용민 실장만 그런 게 아니었다.

마주치는 모든 직원들은 물론 매니저들과 심지어 연습생들까지도 나를 보곤 부러운 듯 수군거렸다.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언론에서 떠드는 330억이란 돈이 가지는 위력을 이렇게 느꼈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리치 아시안 웨딩’이 3주 동안 1위를 했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1위를 하는 기간이 달라졌고, 거기에 따른 수익금도 더 늘어나 버린 것이 신기했다. 어쩌면 OST와 ESP 애들의 활동 때문에 더 홍보가 된 결과인지도 몰랐다.

비서실을 통해 민수민 회장의 방에 들어가니 유영찬 이사도 이미 와 있었다.

“그래, 제의한 거 결정한 거야?”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총괄 프로듀서 자리에 대해서 물어왔다.

그만큼 민수민 회장의 마음이 급한 것 같았다.

자리에 앉기 전에 유영찬 이사의 얼굴을 살폈다.

지금 MSM의 총괄 이사이자 나에게 제의한 총괄 프로듀서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 영찬이도 이미 동의한 이야기이니 걱정하지 말고 이야길 해봐.”

민수민 회장이 유영찬 이사와는 이미 교통정리를 끝낸 것 같았다.

“미국에서 회장님이 제의해 주신 이후로 고민을 해보고, 앞으로 MSM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제가 그 자리를 맡기엔 아직은 시기상조인 거 같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엔 벅찬 자리인 것 같습니다.

좋은 자리에 지명해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흠. 그래? 난 무서울 것 없이 미국진출까지 하기에 바로 덥석 하겠다고 할 것 같았는데. 아쉽구먼. 그럼 뭐할 거야?”

민수민 회장의 말에 머리가 복잡해 졌다.

당연히 YAM의 콘서트에 참여하고 레드샵 회사 일을 하는 게 정해져 있는데, 마치 일 없는 사람처럼 물어보니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YAM 콘서트 이후엔 회사일 하면서 ESP 애들 신곡을 준비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ESP 신곡 프로듀싱을 우리 프로듀서들과 같이하는 건 어때?”

“오, 좋지요. MSM의 도움을 오히려 제가 부탁을 하려던 참입니다. 좋은 곡을 위해 여러 명이 더 붙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요.”

“오케이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그럼, 레드샵의 주주로서 제안 하나 해도 되겠나?”

“네. 어떤 제안인가요?”

갑자기 레드샵 주주로서 제안한다는 말에 무슨 제안인지 궁금했다.

“레드샵 소속의 하늘소녀가 꽤나 결과가 좋더라고. 두 번째 신곡도 바로 1위를 찍었고. 성과가 좋아.

그래서 그런데, 형이 하는 원원엔터랑 합병해서 기업공개(IPO)하는게 어때?

레드샵의 하늘소녀와 뮤지컬배우들의 성과가 좋다지만, 상장되기엔 아직도 부족해. 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ESP가 합병으로 같은 소속사가 된다면 손쉽게 기업 공개할 수 있을 거야.

오늘 아침에 보니 싱글차트 55위까지 올라갔더군. 뭐 다음 싱글이 반응 좋다면 원원엔터 혼자서도 기업공개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을 거야.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어때? 생각 한번 해봐.”

민수민 회장의 말을 들으니 ESP를 공동 프로듀서하자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나에게 총괄 프로듀서자리를 제시한 것도 이것을 위한 포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자, 등에 소름이 돋았다.

물론, 기업공개를 해서 코스닥에 상장하게 된다면, 하늘소녀와 ESP 애들의 성과로 인해 큰돈을 만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레드샵의 지분이 나와 대현형, 빨간펀치누나와 MSM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다들 재미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원형의 원원엔터와 합병을 하게 되어 지분변화가 있다손 치더라도 나와 기원형이 가장 많이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회사를 합병 후 기업공개 하게 되면 레드샵의 25% 지분을 들고 있는 MSM에서는 지분율이 더 줄어들어 상장을 하게 되더라도 큰 재미를 볼 수 없을 텐데요.”

“우리 MSM이 돈이 없는 건 아니잖아.”

옆에 있던 유영찬 이사의 말에 왜 MSM이 ESP의 공동프로듀서와 합병 후 기업공개를 하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MSM에서 지금 가장 부족한 게 바로 북미에서 성공한 스타였다.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영향력이 큰 아이돌이 많고,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엄청 났지만, 실탄소년단처럼 북미 빌보드 차트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는 아이돌이 지금 MSM에는 없었다.

빌보드 차트에 차트인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MSM에는 가장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아티스트가 나에게 있다 보니 나를 잡기 위해 총괄 프로듀서 자리를 걸며 나를 회사 안으로 더 끌어들이려고 한 것 같았다.

ESP 애들을 기원형의 원원엔터에 소속시킨 게 빛을 발했다.

“합병과 기업공개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듣게 되니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변호사도 알아보고, 생각할 게 많을 거야. 내가 사흘 후 미국에 돌아가니깐 그때까지 확답해주길 바래.”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드릴 말이 있습니다.”

회사의 합병 건으로 머리가 복잡할 텐데, 내가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의외라는 듯이 두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사실, 합병 건을 대현형이나 빨간펀치 누나들, 기원이 형에게 이야길 하면 아마 전부 다 찬성을 할 터였다.

상장과 동시에 바로 수십억의 자산가가 될 수 있으니,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주주 보호를 위한 록업(Lock-up : 의무보호예수 코스닥의 경우 2년)기간이 있어서 바로 부자가 되는 건 안 되겠지만, 그 기간이 지난 이후부터는 바로 돈이 될 수 있기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게..나인피치의 정은채와 공개연애 하게 해주십시오.”

“응? 그게 합병 후 상장에 대한 조건이야? 그거라면 알아서 해. 크하하

역시 젊으니까 좋구만. 크하하하.”

마치, 웃긴 개그맨의 개그를 본 것처럼 민수민 회장이 웃었고, 유영찬 이사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몇백억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일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개연애를 하게 해달라는 말을 하니 그게 본인들에게는 웃긴 것 같았다.

“내가 담당 실장에게 푸쉬멤버를 다른 애로 변경하라고 미리 말해 둘 테니까 발표 시점을 생각해봐. 정치적으로 큰 사건이 있을 때 발표하든지 해서 최대한 피해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지.”

유영찬 이사의 말을 듣곤 모든 게 해결된 것 같아 방을 물러 나왔다.

둘에겐 웃음이 빵 터지는 웃긴 일이겠지만, 난 어젯밤부터 은채와의 공개연애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는데, 아무런 문제 없이 이 건이 해결되자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민수민 회장이나 유영찬 이사는 나인피치에 들어간 비용보다 미국 빌보드에 차트인 한 ESP 애들을 레이블 회사에 두고 있다는 전략적 결과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았다.

**

“난 찬성. 코스닥 상장 후 2년 동안 주식을 못 판다지만, 투자와 보유 조건에 따라 몇 퍼센트씩 주식 처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네. 나도 건물주가 가능한거야? 흐헤헤”

대현 형은 당연히 찬성이었다.

“우리도 찬성. 상장되면 우리들이 회사 임원이 되는 거 맞지?”

“네, 빨간 펀치 누나들도 10% 이상 지분을 들고 있기에 임원 대우로 직급을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오! 그럼 난 완전 찬성~! 가수 말고 다른 명함도 한번 가져 보고 싶었어.”

“난 반대. 나에겐 손해야.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원원엔터는 ESP 애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독자적으로 상장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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