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16화 (216/237)

# 216

귀국.

자원봉사를 마치고 스케줄을 하기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 단어였다.

“아쉬워. 아쉬워. 정말 아쉬워.”

“사장님 뭐가 그렇게 아쉬운 겁니까?”

“노래에 대한 반응도 좋았고,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멋진 상황이었는데, 그걸 영상으로 남겨두지 못해서 그러지요. 너무 아쉬워요.

아까 급식소에 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다 물어서 혹시나 영상 찍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못 했고, 너무 아쉬워요.

유튜브에 올렸다면 바로 대박이었을 텐데.”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그런쪽 신경을 못썼네요.

아, 한국 레드샵에있다는 여동생이 이런 쪽 마케팅을 잘한다고 하던데, 미국으로 이참에 부르시죠.”

“애가 영어를 못해요. 배울 생각도 그다지 없는 데다 하늘소녀는 물론이고 회사의 전체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다 보니 부를 수가 없어요.

일단 한국에 들어가면 미국 홍보, 마케팅을 담당할 사람을 알아보긴 해야겠어요.

오늘 같은 좋은 기회를 또 놓치면 안 되니깐요.”

**

[유아너 핫 둘 셋 세르마션 느껴바. 핫 둘 셋 세러투나잇~]

“흔한 날씨의 흔한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입니다.....

그럼 목요일마다 여러분께 따끈따끈한 빌보드 소식을 들려주는 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를 모셔 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런데, 오늘 왜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오신 거예요?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뛰면 무릎이 아파서 잠도 못 잔다는 분이 그렇게 뛰면 어찌합니까?”

“그게 말이죠. 오늘은 뛸만해서 뛰었습니다. 하하하”

“뛸 만했다면 오늘 오전에 올라온 빌보드 차트에 좋은 사건이 있었다는 거네요.”

“그렇죠. 좋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빌보드 78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사건이 오늘 기록되었습니다.

물론, 빌보드 핫 200에서 1위를 한 실탄소년단의 사건만큼 큰 사건은 아니지만, 확실히 빌보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오늘 생겼습니다.”

“이야 임진모씨가 그렇게 이야길 하니 더 궁금한데요. 실탄소년단 소식이 아니라면 또 새로운 K-POP 그룹이 빌보드에 차트인 한 건가요?

그게 행복한 사건이긴 하지만, 요즘 빌보드에 차트인 하는 K-POP 가수들의 많아서 다리 아픈 임진모 씨가 뛰어올 만한 일은 아닌 거 같은데요. 뭐 다른 게 있는 겁니까?”

“정확합니다. 이젠 K-POP 그룹이 빌보드에 차트인 하는 것으로는 제가 뛰질 않아요. 하하하.

실탄소년단 이후 한국 가수들의 해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빌보드에 차트인 하는 사건은 이제 흔해졌어요.

하지만, 오늘 나온 사건은 그냥 단순한 차트인 사건이 아니에요.

확실히 빌보드의 역사에 실릴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입니다.”

“아니, 뜸 그만 들이고 이야기해보세요. 도대체 어떤 차트인이기에 이렇게 뛰어다니신 거예요?”

“한 개의 노래를 빌보드 싱글100과 앨범 핫200에 같이 차트인 시킨 건데요. 먼저 설명을 좀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다들 알다시피 한국은 싱글과 정규앨범의 구분이 좀 모호해서 그냥 싱글이나 정규앨범이나 다 같은 앨범으로 취급을 해줍니다.

곡이 1~2곡 들어 있는 싱글과 8곡 이상 들어가 있는 앨범을 그냥 같은 앨범으로 보고 차트를 같이 집계를 하는 거예요.

하지만, 미국의 빌보드는 그렇지 않거든요.

싱글은 싱글 차트로 싱글 100으로 집계를 하고, 앨범은 앨범 차트로 핫 200으로 집계를 따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곡을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에 같이 올리게 되는 케이스가 거의 없어요.

왜냐면 싱글이 나오는 시기와 앨범이 나오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래요.”

“거의 없다는 말은 있긴 있었다는 말이죠?”

“네. 있긴 있죠. 유일한 케이스가 ‘드림걸즈’의 제니퍼 허드슨이에요. 드림걸즈의 OST 앨범이 핫 200 차트에 차트인 했을 때, 그 노래 그대로 싱글 앨범을 발매해서 싱글 차트에도 차트인을 시켰어요. 그게 최초입니다.”

“OST라면 영화 ‘보드가드’의 휘트니 휴스턴도 그렇지 않았나요? 그때 당시 ‘엔다~ 이야~’ 했던 'I Will Always Love You'는 엄청났었는데.”

“휘트니 휴스턴도 같이 OST 앨범과 싱글 앨범 둘 다 차트인을 했지만, 싱글앨범의 곡이 OST 앨범과 완전히 동일 한 곡이 아니었어요.

싱글 곡은 편곡해서 원곡과 조금 다르게 발매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조건 사항을 벗어난 거죠. 실제로는 ‘드림걸즈’의 제니퍼 허드슨이 같은 곡으로 싱글과 핫200 차트에 같이 올린 케이스로 유일합니다. 이런 대사건을 두 번째로 K-POP 그룹이 만들어냈어요. 이 기록은 빌보드의 역사에 남을 겁니다.”

“오, 엄청난 걸 해낸 거군요. 도대체 그 그룹은 누굽니까?”

“아마 다들 처음 들어보시는 그룹일 겁니다. ‘ESP’라는 그룹인데, 영화 ‘리치 아시안 웨딩’의 성공으로 OST는 핫200 차트에서 14위를 차지했고, 같은 곡으로 발매한 싱글은 이번에 싱글 차트 69위로 차트인 했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 ESP 그룹이 미국 국적을 가진 5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예요. 한국인은 객원 멤버로 1명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인이 한 명이면 그걸 K-POP 그룹으로 봐야 하나요?”

“어허! 이 사람 너무 근시안적으로 K-POP을 보고 계시네. 작사, 작곡 및 음반제작 자체는 모두가 한국인이 한 거예요. 결정적으로 ESP란 팀의 소속사도 한국 회사인 레드샵이고요. 소속이 한국이니 한국 K-POP이죠.”

“레드샵이라면 아, 그 1명의 객원 멤버가 누구인지 알 것 같네요 YAM의 윤소원이죠?”

“오~ 잘 아시네요. 그건 어떻게 안 겁니까? 아이돌은 전혀 모른다면서요?

이젠 공부를 하는 건가요?”

“아이돌 공부는 빌보드에 차트인 하면 그때 임진모 씨에게 들으면 되는 거죠. 그게 편하니까요. 하하하.

윤소원은 우리 딸이 YAM의 왕팬이다 보니, 딸애가 방송국에 출근 할 때마다 레드샵의 윤소원 만나면 영상통화 시켜 달라고 아주 난리를 치거든요.

그래서 알아요. 우리 애가 아빠를 닮았어야 했는데, 엄마를 닮아가지고, 가수를 너무 좋아해.”

“아빠를 닮았으면 큰일 날 뻔했겠는데. 엄마 닮아서 다행이네요.”

“네, 임진모씨는 그 입 다물어주시고요.

그럼, 이번에 더블 차트인 했다는 ESP의 Summer Love를 들어보고 좀 더 빌보드 이야기와 ESP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

“소원아, 너희 ESP 어제 네이버 검색에서 한번 올랐었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노래 소개되고 빌보드에 기록을 만들면서 차트인 했다는 기사가 올라왔었어.”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기원형이 인사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ESP 애들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길 해줬다.

“진짜? 뭐 다른 말은 없었고?”

“다른 말? 아~ ESP가 K-POP인지 아닌지 하는 논란 말하는 거지?

다행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말 없던데. 한국회사 소속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니 당연히 한국 K-POP 스타로 보고 있으니깐 걱정하지마.

미국의 K-POP 팬들과는 관점이 달라.”

기원형의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미국에서 활동할 때도 멤버들의 국적 문제로 K-POP 그룹이 맞는지, 아닌지로 말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유명한 음악 평론가가 먼저 나서서 한국 소속사에서 만든 그룹이기에 한국 K-POP 그룹이라고 정의를 내려 준 것 같았다.

“바로 MSM으로 가야 하니깐 얼른 타. MSM에서는 그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을 미국에 진출시키려고 그렇게나 고생했는데, 넌 한 방에 성공하니깐, 회사에선 널 분석하겠다고 난리야.”

“그러지 않아도, 총괄 프로듀서로 임원 대우 해주겠다고 하는데, 고민 중이야.”

사실은 이미 고사하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그걸 기원이 형에게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프로듀싱에 모든 걸 쏟아부을 시간이 없었다.

근 두 달 만에 한국에 왔지만, 코앞에 닥친 YAM의 콘서트 준비로 집에도 가지 못하고 연습실로 직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선 ESP의 객원 멤버로 한국에선 YAM의 멤버로 활동하며 회사까지 챙겨야 하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았다.

“이제야 활동하지 않은 곡의 군무를 다 맞추었네.”

같이 땀을 흘리며 제일이 형이 장하다는 듯이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 콘서트 중반의 개인 퍼포먼스 시간엔 관객 중에 한 명을 무대에 올려서 노래 불러주고, 이후에 영화 OST에 있는 ‘Hate’ 번안곡을 부른다는 거로 확정된 거지?”

“네. 형 번안곡을 디지털 싱글로 낼 거라서 홍보 겸해서 부르려고요.”

“오케이. 드라이 리허설 때까진 안무하고 동선 다나와야 한다. 연습해.”

제일이 형과 다른 멤버들이 콘서트의 개인 퍼포먼스 연습을 할 때 멤버들에게 양해를 얻어서 MSM본사 건물을 나섰다.

한국에 온 지 나흘 만에야 겨우 밤늦은 시간에 은채와 만날 약속을 잡을 수 있었고, 그게 오늘이었다.

형의 국산 SUV 차량을 빌려서 은채가 사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있으니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쓴 은채가 조수석에 조르륵 올라탔다.

차에 타자마자 마스크를 벗곤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춰줬다. 몇 달 만에 만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저번 사건 때 나 혼자 뒤집어쓴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 먼저 안아주고 스킨쉽을 해왔다.

방금 머리를 감았는지 촉촉하게 물기가 남은 머릿결과 홍조를 띤듯한 볼살에 나도 모르게 은채의 볼을 쓰다듬었다.

오늘 연습실에서 연습하며 쌓인 피로가 부드러운 볼살의 느낌에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나를 보는 은채의 눈빛이 꿀이 떨어질 것처럼 촉촉해 보여서 느낌이 흐믓했다.

“오랜만에 봐도 예쁘구나.”

나도 모르게 얼굴 전체로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한참이나 은채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뭔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라 보는 눈이 있어 얼른 차를 몰아서 교외로 향했다.

차를 몰고 가며 손댈 필요도 없는 기어봉에 손을 올렸다가 자연스레 은채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평소라면 ‘또! 또! 손 손!’ 하면서 내 손등을 찰싹 쳤을 테지만, 처음 맞닿을 때 순간 움찔하더니 그냥 가만히 있었다.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이려 했지만, 운전 중이니 참자 하는 생각으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로 급히 차를 몰았다.

휴게소의 넓은 주차장에서 나무 그늘이 우거진 외곽에 주차하곤 차 시동을 껐다.

조금만 더 달리면 교외의 한적하면서 으슥한 곳을 찾을 수 있을 터였지만, 마음이 급했다.

차 안의 모든 불이 꺼졌고, 나무 그늘로 인해 가로등 불빛도 거의 비추지 않자 은채는 조금 불안한 듯했지만, 오히려 그런 은채의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야 왜 웃어?”

마치 화가 난 것처럼 내게 이야길 하니 그제야 평상시의 은채 같았다.

“그야 네가 좋으니까 얼굴만 보고도 웃는 거지. 그리고, 어두운데 왔다고 불안한 듯이 눈 두리번거리는 게 웃기잖아.”

“야, 그건 전의 사건도 있어서 혹시나 카메라나 기자가 있을까 봐 살펴본 거지.”

“그래서, 휴게소로 온 거야. 우리 앞쪽엔 고속도로 들어가는 차밖에 없고, 나무 그늘이 다 가려 줄 거야. 한국에 와서 너랑 만나기 위해 진짜 고민해서 장소랑 다 결정했으니깐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은채를 안심도 시키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음악을 틀려고 했지만, 형은 차에서 노래도 안 듣는지 USB나 그런 게 아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라디오를 틀었다.

교통방송에 주파수가 잡혀있는 건지 교통안내가 나왔고, 기사님들을 위한 오래된 음악들이 나왔다.

은채는 라디오 소리에 금방 안정되었지만, 라디오로 인해 분위기를 잡으려야 잡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서로 떨어져 있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속절없이 흐르는 게 시간이야, 세월 가도 모르는 게 사랑이야, 안개처럼 가려진 마음이야...

너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이야기야, 두근두근 설레는 순간이야, 둘이서만 주고받는 사랑이야]

오래된 트로트가 나왔는데, 여자가수의 목소리가 좋았고, 가사도 좋았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상황과 딱 맞았다. 교통방송도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은채야, 나 너 정말 많이 좋아하는가 보다.”

일상적인 이야길 하다 은채의 몸을 잡아서 내게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갑자기 고백같이 내가 이야길 하자, 은채도 갑작스러운 내 말이 싫지는 않은지 웃음을 띠었다.

예전의 카페나 성당 예배당에서는 누군가가 지켜볼까 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차 안에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있으니 신경을 곤두세웠던 긴장까지도 은채에게 집중이 되었다.

“나도 소원이 너 좋아해.”

내가 얼굴이 뚫어지라 쳐다보는 게 부끄러운지 말을 하곤 내 시선을 피하며 내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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