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14화 (214/237)

# 214

제안.

“정비소에서 기름때 묻히고 일할 땐 절제력이 있었던 게 아니야.

네가 주위에 있는 모든 여자들과 섹스를 하고 싶었어도, 그 애들이 해주지 않았던 거야. 강제로 그런 절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왜냐? 정비사는 돈을 많이 벌지 못했으니깐.

그 손톱 밑에 스며있는 기름때가 그 녀석을 사회적으로 자제시키고 절제를 시켜 줬던 거라고.

그런데, 어라? 지금은 멍키스패너 대신 MIC를 잡고 간지나게 랩질을 하고 있어.

어라? 정비소에서 일 년 동안 벌 돈을 매주 벌어들이네. 이거 끝내주는데!

그렇게 되면 어떨 거 같아? 절제가 될까? 한국의 Hope Boy는 어때?”

내 이름이 소원이라고 Hope Boy라고 부르는 걸 보니 스티브가 많이 취하긴 한 것 같았다.

“인기가 있고, 돈도 있기에 벌써 회사를 차리고, 가수들을 제작하고 있는 Hope Boy라면 내가 말하는 절제력이 아마 있을 거야. 그게 있으니 지금의 이 자리에 있는 거고.

하지만, 미국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느슷한 매니지먼트를 받는 애들은 어떨까?

클럽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 금발, 흑발, 갈색머리, 백인, 흑인, 동양인 여자들이 줄을 서서 네 좃을 빨아주겠다고 대기하고 있을 거야. 심지어 미성년자까지 약을 한 손에 들고 대기하고 있다니깐.

그런 여자들에게 ‘저 연습실로 가야 하니 비켜주세요.’ 하며 절제할 수 있겠어? 응?”

천박한 단어를 쏟아내는 스티브의 말이 귀에 거슬리긴 했지만, 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

10대 미국인 여자애들의 우상인 저스틴 비버도 약물 혐의에 변태적인 성행위를 한다는 말이 늘 따라 다녔고, 대부분의 흑인 래퍼들은 약물과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구설이 따라다니는 게 현실이었다.

실제로 약물 중독으로 죽는 스타들도 매년 한두 명씩 있었기에 스티브의 말이 가슴 깊게 박혔다.

“돈을 쌓아둔 할리우드 스타들은 언제 어디서든 유혹을 당하는 삶을 살아야 해. 그게 약물이든 여자든 도박이든 뭐든지 참아야 해.

언제든 박아달라고 다리를 벌려주는 쌍년에 어디서든 좃을 빨아주겠다는 꽃뱀 같은 년들이 우리 가수들을 노리고 있다고.

거기에 영혼까지 천국으로 보내주는 약쟁이들이 약봉지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고.

그 유혹을 가수 혼자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제대로 배운 가족이 잡아주거나 제대로 본인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없어.

10대 20대의 그 폭발하는 성욕은 조절이 정말 힘들단 말이야.

그래서, 한국식의 강압적인 매니지먼트가 미국엔 필요하다고. 그런 매니지먼트와 교육을 같이 해주는 한국 스타일이 필요해. 미국에 아주 많이 필요하다고!”

악다구니를 쓰듯이 한국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외치던 스티브는 결국 술에 취해 테이블에 쓰러졌고, 그제야 아일랜드 레코드에서 같이 나온 변호사와 직원이 스티브를 데리고 갔다.

“저 친구가 술에 취해서 한 말이라 좀 거칠었지만, 미국에선 약물과 섹스문제가 늘 가수들을 괴롭힐 겁니다.

힙하다는 셀럽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그 두 개가 빠질 수 없다 보니 절제를 하지 못하면 그냥 바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미국은 팬들이 사생활과 음악적인 능력을 따로 보는 성향이라 약을 하던 지저분하게 놀든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음. 그건 맞습니다.

여러 사람이 줄 서 있는 곳에서 줄을 무시하거나, 음식을 먹다가 사람들에게 던지거나 하는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한국에서 했다면 바로 연예계에서 매장이 되겠지만, 미국에선 크게 화제가 되지 않습니다.

예술가의 괴벽 같은 거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적인 능력과 별개라고 상관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약물과 섹스, 도박은 팬보단 가수 본인을 갉아먹습니다. 중독성의 끝은 똑같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팬들도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그 중독을 이기지 못해서 결국 아티스트로서 끝나는 거죠.”

“어쩌면 다행이네요. ESP 애들은 한국 국뽕을 맞아서 그런지 한국식의 매니지먼트나 한국의 선후배, 직장상사에 대한 문화 같은 걸 당연하게 생각하니 우리가 운이 좋네요.”

“그렇죠. 지금은 그 차이가 전혀 보이지 않겠지만, 스티브의 말처럼 성공한 이후의 생기는 문제를 혼자서도 절제할 수 있게 교육을 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교육을 하고, 본능보단 인내와 절제를 우선시하게 만드는 한국식 매니지먼트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정신교육을 시키겠습니다.”

“추 부장님이 저보단 경험이 많으시니, 믿고 맡기겠습니다.”

“네. 한국의 Big4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서는 다 하는 교육이라 노하우가 이미 업계에는 많이 쌓여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오오 제일이형 이거 봤어요? 미국 박스오피스 순위 나오는데, 소원이가 나온 ‘리치 아시안 웨딩’이 1위에요. 개봉 첫 주 6600만 불로 1위에요. 대박!”

“진짜야? 아 아깝네. 그때 소원이가 김켈리 감독도 투자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할 때 나도 투자한다고 할걸. 그 영화 3500만 불이 제작비야.”

“와 그럼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거네요. 영화가 대박친거네요”

“역시 돈 있는 사람은 돈이 돈을 벌어온다더니, 소원이가 부럽네. 다음엔 소원이가 뭐 한다고 투자하라고 하면 사채라도 써서 투자해야겠다. 일단 콘서트 때 한국 오면 바로 최고급 한우집에서 단체 회식이다.”

“엇? 그런데, 영화가 대박나서 한국에 못오는거 아니에요? 그 무대 인사하러 미국 전역을 다니고 하면 한국으로 못 올 것 같은데.”

“그건 아닐 거야. 일단 소원이가 주연이 아니잖아. 그리고, 한국처럼 홍보를 위해 극장에 찾아가는 그런 이벤트 자체가 미국에는 없다고 하던데.”

“아 하긴, 땅이 넓으니 극장들을 일일이 돌아다닐 수가 없겠네요. 이동시간과 교통비용이 클 테니 극장에 찾아가서 홍보하는 효율이 안 나오겠네요. 아예 안 하는 게 맞겠어요.”

“그리고, 이미 콘서트 때 부를 솔로곡을 녹음해서 우리 쪽으로 보냈으니 콘서트 때는 돌아오겠지. 아마, 회사에서도 미국에서의 실적이 수치로 보이니 어떻게든 데리고 와서 콘서트 때 세우려고 할 거야.

박스오피스 1위인 영화 OST 곡을 불렀다면 언론 플레이하기도 좋은 소스이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제일이 형과 멤버들이 내 이야기길 할 때, 나도 MSM 측 사람과 일 관련 이야길 하고 있었다.

문제는 나와 이야길 하는 MSM 측 사람이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인 민수민 회장이었기에 대화의 무게감이 달랐다.

“그래, 영화에 투자해서 재미 좀 봤다고?”

“이제 개봉 첫 주입니다. 개봉 첫 주 만에 손익분기점은 넘었다곤 하지만, 이후 투자금 정산받으려면 최소 3개월은 걸립니다. 그때까진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지요. 헤헤.”

민수민 회장이 나에게 원하는 게 뭔지 모르다 보니 일단 최대한 성과에 대한 이야기는 줄여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여유로운 베버리힐즈에서의 생활을 벗어나 번잡한 다운타운까지 나를 만나러 왔다는 건 근황이나 물으려는 게 아니었기에 민수민 회장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평론가들이나 TV 영화프로그램에선 다음 주에도 주목할 만한 개봉작이 없다고 2주 이상 박스오피스 1위도 가능하다고 나오더군. 500만불 투자했다고 했지? 그럼 최소 갑절은 남는 투자겠어.

소원이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서 좋아.

중국에서 번 돈으로 토니상을 탄 뮤지컬에 투자해서 재미를 봤고, 할리우드 영화투자에 신인 그룹으로 하늘소녀까지 아주 알차게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어.”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얼떨결에 쉽게 번 중국 돈이라 과감하게 투자했더니 이런 결과가 운 좋게 나왔습니다.”

“거기에 싱가폴 출신의 배우와 ESP란 보이그룹까지 미국에서 매니지먼트를 하려고 하고 있어. 데뷔한지 5년도 되지 않았는데 대단해.

그런데, 뭔가 닮은 거 같지 않아?”

무엇인가를 닮은 거 같지 않냐고 물어보는 민수민 회장의 말이 무슨 의도인지 몰라서 물었다.

“네? 어떤 걸 닮았다고 하시는지 잘..”

“사업확장 하는 모양 말이야. 우리 MSM과 비슷하다고 생각 안 해본 거야?”

“아, 아 그러고 보니, MSM이 성장한 순서와 비슷하네요.

이거 이제껏 그런 생각을 하거나 벤치마킹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회장님의 말을 듣고 보니, 뮤지컬, 영화, 신인 아이돌에 배우 매니지먼트까지 확장되는 사업들이 MSM과 판박이네요.

결과가 이렇지만, MSM을 분석하거나 따라 하기를 한 건 아닙니다. 맹세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사업확장 방향을 벤치마킹했으니 수수료 좀 내라고 할까 봐 걱정되었다.

“뭐, 자연스레 확장되었으니 몰랐겠지. 그게 잘못된 것도 아니니 놀라지마, 그리고 우리가 이런 사업확장의 원조도 아니니 뭐.

하지만 말이야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비슷하게 확장을 했고,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우리는 몇십 명이 달라붙어서 미래사업계획을 만들고, 시장 동향을 확인해 보며 진출한 걸 소원이 너는 너무 쉽게 이루었어.”

“하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그게 운이라면 세상에 노력이나 계획이 무슨 소용 있겠나?

또 방금 듣기로는 ‘리치 아시안 웨딩’의 OST 앨범이 빌보드 OST 차트 9위에 올랐다고 하더군.

OST에 있는 summer love란 곡도 싱글을 발매한다고?

영화 흥행이 3주 정도 이어진다면 미국 애들로 만든 ESP 그룹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도 있을 거야.”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빌보드 차트 순위와 싱글발매 정보를 어떻게 미리 알게 되었는지도 궁금했지만, 이런 순위까지 체크하고 왔다는 것에 더 긴장되었다.

“네. 아일랜드 레코드와 계약을 해서 싱글을 발매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회사 출신 일규가 도와주고 있다곤 하지만, 이런 건 우리보다 더 낫네. 잘하고 있어.”

“과찬이십니다.”

민수민 회장이 계속 칭찬만 하니 더 불안했다.

“운도 계속되면 그게 실력인 거지. 그래서 그런데, 이달 말에 콘서트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갈 거지? 그때 우리 계약 하나 하지.”

“무슨 계약인가요?”

“임원 대우로 MSM의 총괄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계약. 어때?”

**

미국에서 좀 편하게 휴식처럼 지내려던 계획이 민수민회장의 말에 다 뒤틀려 버렸다.

바로 계약을 하자고 한 게 아니었고 한국에 들어오면 하자고 했지만, 그가 제시한 총괄 프로듀서란 직함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

유영찬 이사를 중심으로 한 프로듀서팀이 만들어 내는 노래들은 1990년대 말부터 근래까지 MSM이란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드는 주춧돌이 되었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쇠화된 프로듀서팀을 개편하고자 외국 유명 프로듀서들을 영입했었고, 신선하다고 평가받는 여러 작곡, 작사가들을 싹쓸이하다시피 영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큰 히트를치지 못해 회사 전체가 고민이었다.

그러다 보니 MSM이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에게 찾아온 민수민 회장의 고심도 이해는 되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총괄 프로듀서가 된다면 MSM이란 거대 엔터회사의 주역이 되는 것이었지만, 그만큼 실적의 압박을 받아야 할 게 뻔했다.

또, 유영찬 이사는 물론, MSM 출신 아이돌이자 이사대우로 있는 선배 아이돌 입장까지 신경 써야 하는 스트레스 많은 가시밭길이었다.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이 생기겠지만, 그만큼 MSM 총괄 프로듀서라는 자리가 가진 의미가 남달랐기에 욕심이 생겨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하는데, 기봉이 형이 급하게 들어왔다.

“소원아 대박! 아이튠즈에 차트인 했어.

아이튠스 TOP100 차트에 89위로 썸머 러브가 들어갔어! 싱글 발매되고 바로 차트인 한 거라서 진짜 대박 각이야 대박 각!”

“오 좋네요. 아무리 아이튠즈 시장이 줄어들었고, 빌보드 반영 비율이 줄어들었다지만, 미국 아이튠즈에서 89위 차트인 이면 좋은 성적이네요.”

“그렇지. 제임스 추 부장이 애들과 계속 지역라디오 방송을 돌고 있고, 활동 중에도 실탄소년단이랑 YAM 노래 커버를 하다보니, 미국 내 K-POP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야.

데뷔 프로모션 싱글로 이 정도 성과면 대성공이야.”

“다음 주 빌보드 싱글 차트가 기대되네요.”

“반응이 좋다 보니 섬머러브노래를 같이 부른 객원멤버인 너도 같이 나와줬으면 하는 방송도 있어.

그리고, 한국인 멤버 없이 K-POP 그룹이라고 말하며 활동하는 ESP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고, 그래서 일부러라도 네가 좀 같이 움직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저도 같이 활동하는 건 괜찮은데, 한국인 멤버가 없다고 K-POP 그룹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고요?”

“그래, 한국인 회사에서 만들었고, 프로듀서가 한국인이지만, 한국인 멤버가 없다고 K-POP 그룹이 아니라는 거지. 이게 논리적으로는 또 맞는 이야기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지금 인기 있는 K-POP 한류에 편승한 짝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제임스 추도 말은 안 해서 그렇지 너도 같이 활동했으면 하고 있어.”

기봉이형 말을 듣고 보니 나는 총괄 프로듀서보다는 무대에 서야 하는 팔자인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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