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13화 (213/237)

# 213

아일랜드 레코드사.

“ESP란 가수의 Summer Love란 곡을 게시판에 신청해 주신 분이 계시군요. 처음 보는 가수인데 아! ‘리치 아시안 웨딩’의 OST 곡이군요. 영화는 제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제 주위 아시안 친구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어서 저도 조만간에 꼭 영화를 보러 갈 예정입니다.

그럼, 이 곡을 마지막으로 ‘퍼시픽 펠리세이드’부터 ‘레돈도 비치’까지 송출되는 베스트 사이드 라디오 ‘2시의 라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ESP면 자동차 ABS와 TCS를 통합관리하는 장치를 말하는 거 아냐? 그 미끄럼방지 겸 언더스티어 방지 장치 아닌가?”

“어휴 남자들이란, 기계밖에 모른다니깐. 영화 ‘리치 아시안 웨딩’에 나온 Summer Love 이란 노래를 부른 그룹이잖아. ESP는 초능력(extrasensory perception)을 뜻하는 말이구.”

“아 그래? 뭐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거니 몰라도 되는 거겠지? 하하하 그럼 Summer Love를 듣고 오겠습니다. 여긴 MBS의 다이아FM입니다.”

호텔 방에 일부러 켜둔 라디오에서 우리 노래가 여러 채널을 통해 나왔다.

“이거 꽤 작업 칠 줄 아는 사람 같은데. 지혜는 ‘영포자’라서 미국 쪽 홍보 마케팅은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제임스 추’에게 다 맡겨도 될 것 같은데.”

일주일 전 ‘제임스 추’란 사람을 소개받았던 일이 생각났다.

“김일규 부장에게 급히 연락을 받았어. ESP 애들 소개해준 종섭이랑은 JYG US에서 같이 일했었고, JYG US가 없어진 이후로는 한류 관련 행사 매니저 일을 하고 있어. 아, 내가 반말하면 안 되는 건가?

아니지, 아직은 내 보스가 아니니 괜찮겠네. 으하하 반말 괜찮지?”

내 기억대로 ‘리치 아시안 웨딩’영화가 성공할 것 같자 급히 미국 쪽 일을 맡아줄 사람을 찾았는데, 실적 부진으로 철수한 JYG US에서 일했던 제임스 추를 김일규 부장이 소개해 줬다.

제임스 추는 가수 김흥국처럼 콧수염을 기르고 약간은 거만한 말투를 쓰는 사람이었는데, 잘 태운 갈색 피부와 콧수염, 영업직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인해 히스패닉계 같은 느낌을 가진 40대 중후반의 남자였다.

“흠. 일단 영화는 오늘 개봉을 했고, 대충 봐도 대박 터트릴 것 같으니 거기에 사용된 OST를 띄우고 싶다 이거죠?”

“네. 정확하게는 그 OST를 부른 ESP란 아이돌을 띄우고 싶습니다.”

“종섭이에게 이야긴 들었는데, 어디 보자. 오! 다 미국 애들이네. 이러면 좀 쉽지. 노래도 영어 노래라서 좋고 싱글은 따로 안낼 겁니까?”

“네? OST로 음반에 실린 노래를 따로 싱글앨범으로 낸다고요?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허허허. 이거 한국음반 시장하고 같은 줄 아시는가 보네.

뭐 한국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겠네. 이미 OST로 정식 수록되어 있는데, 그 노래를 다시 싱글 음반으로 내는 건 안 된다고 알고 있을 테니깐.

헌데, 미국 시장에선 곡이 인기가 있으면 OST 곡을 따로 싱글로 출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전곡이 다 들어간 OST 앨범이 비싸기도 하고, 좋아하는 곡만 따로 발매해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깐요.

위트니 휴스턴의 보디가드 OST도 그랬고, 드림걸즈의 OST도 따로 싱글을 출시해서 OST차트와 싱글차트 두 곳 모두 차트에 올랐던 기록도 있고.

그 외에도 인기만 있다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따로 싱글을 출시하는게 미국 방식이에요”

“아, 그걸 몰랐네요. 그럼 음반도 바로 제작 유통해야 하는데, 아시는 대행사가 있습니까?”

“흠. 갑자기 일이 커져 버리네. 그냥 단순히 홍보 관련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가장 우선 적으로 해야 할 일은...일단 저와 계약부터 하시죠.

그러면 이번 주 중으로 지역 라디오 쪽에 이 Summer Love란 노래가 나오게 될 겁니다.

이후에 레코드사와 대행 계약을 맺으면 싱글발매와 마케팅을 제가 담당해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JYG US처럼 제작/배급유통까지 다 아우르는 회사를 차릴 건 아니시요?”

일이 단순히 홍보쪽 일이 아니라, 정식 싱글앨범을 내는 것까지 되자, 제임스 추의 말투가 확 달라졌다.

“네. JYG US처럼 지사를 차려 사업을 할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JYG가 지사를 차리고 종합 엔터회사를 지향하면서 투자금만 다 날리고 미국에서 철수한 것을 봤는데, 어떻게 지사를 차리겠습니까? 그걸 보고도 지사를 차리면 바보죠.”

“그렇담. 싱글 제작/유통 등 제반 사항을 모두 처리해 주는 대행사를 껴야 하겠군요. 그건 제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

말투가 바뀌어 있는 제임스 추를 보니 뭔가 영업하는 사람의 흔한 허풍기도 있어 보여서 믿음이 썩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JYG US에서 일을 했다는 경력을 보고 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럼 1년 대행하는 비용으로 얼마 받고 싶으십니까?”

“사장님. 레드샵 부장대우에 뿌라스 알파 어떻습니까? 으하하하”

그렇게 썩 믿음이 가지 않는 제임스 추가 미국 쪽 일을 맡아서 하는 담당자가 되었다.

**

“사장님 오늘 라디오에 나오는 거 들으셨습니까?”

마치 잘한 일에 대해서 기억해 달라는 제임스 추의 말에 나도 웃어줬다.

“네. 라디오 서울, 라디오 코리아에서도 들었고, 중국화교계가 운영하는 사이드 심플리FM 에서도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게 제가 다 인맥 관리를 잘해서 이렇게 빨리 나온 겁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켈리포니아 주 전체를 아우르는 MBS라디오 방송국의 프라임 타임과 미국 전역으로 송출되는 ABC방송에서도 노래가 소개될 겁니다.

물론, ABC방송에서 곡이 나가는 시간은 심야 타임일 겁니다. 하지만, 진짜 사장님 말처럼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하게 된다면 더 많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되게 될 겁니다.

일단 석양이 지는 해변가에서 듣기 좋은 곡이라 노래 반응도 나름 좋은 거 같고요.”

“미국도 신청곡을 받는 프로그램이 많으니 일단 정식으로 싱글이 나오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그 이후로는 팬들이 알아서 라디오에 신청곡을 요청해 주겠지요.

ESP 애들도 도착했고, 변호사도 방금 호텔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지금 아일랜드 레코드(Island Records)의 사람과 만나면 됩니까?”

“네, 시간이 다 되었으니 가시죠.”

**

“그런 성격의 싱글이라면 프로모션 싱글이나 마찬가지군요.

그런데, 그쪽은 이 싱글 이후 JYG US처럼 자체적인 제작/배급을 할 예정인가요?”

아일랜드 레코드에서 나온 스티브는 우리가 낼 음반의 성격을 바로 정의했고, 제임스 추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질문을 나에게 똑같이 물어봤다.

아마도, 야심차게 미국 진출을 위해 지사를 차리고 공격적으로 영업했던 JYG US의 일이 있었기에 새롭게 나타난 나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현재로서는 레코드사까지 아우르는 회사를 차릴 계획은 없습니다.

빌보드 1위를 하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우린, ESP 애들을 관리하고, 곡 프로듀서까지만 하는 매니지먼트 부분만 할 생각이며, 나머지 영업적인 부분이나 섭외 부분은 아일랜드 레코드와 대행 계약을 맺을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일이 쉽겠군요. 이쪽 바닥은 외부에서 새로 들어오는 경쟁업체에겐 호된 신고식을 준비해 두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 새로운 고객이라면 월컴 드링크를 챙겨 드리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발 킬머’를 닮았지만, 하관이 길게 나온 스티브는 내 잔에 물을 따라 주는 쇼맨쉽을 보여주며, 이제야 고객으로 우릴 대우했다.

“그럼, 변호사도 있으니 바로 계약을 위한 상세조건 협의를 해보죠.”

아일랜드 레코드에서 온 변호사와 우리 측 변호사가 계약서를 따지고 ESP 애들이 와서 각자의 서명을 하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계약이 성립되자 식사와 술을 마시며 계약서에는 담지 못했던 자잘한 일도 서로 이야길 하며 조정했다.

“사실, 오랜 친구 제임스에게 연락을 받고 ESP란 팀을 찾아본다고 고생을 했습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더군요. 그냥 유튜브에서 몇 개의 옛날 영상을 찾은 거 말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팀이더군요. 그 영상에서 본 ESP는 솔직히 좀 아니었고요.

그래서 제임스에게 이런 신인을 미국 시장에 왜 데뷔시키는 거냐고 물으니 일단 summer love란 곡을 들어보라고 해서 곡을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곡을 듣곤 바로 이해를 했습니다. 노래가 좋더군요.

더구나 알아보니 OST로 들어간 영화가 이번 주 박스 오피스 1위가 확실하다고 하고, 뭔가 된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회사의 변호사를 같이 데리고 온 겁니다.

보통은 이렇게 하루 만에 계약하지 않아요.”

“스티브의 말처럼 모든 미국인들이 우리 노래를 듣고 알아주길 원합니다. 그렇게 될수 있게 도와 주세요.”

“그런데, 영화의 부분 부분을 차용한 뮤직비디오에는 그쪽까지 포함해서 6명이 멤버이던데, 같이 하는 게 아닌가요? 임원이라도 같이 해도 될 것 같은데.”

“난 객원 멤버입니다. 음 미국식으로는 게스트 멤버 같은 개념이라 명예 멤버(honorary member)라고 하면 될 것 같네요.”

“흠. 피처링(featuring)으로 참여한 거라고 봐도 되겠군요. 따로 OST에 솔로 곡으로 들어간 ‘Hate’도 괜찮던데. 그것도 싱글로 냅시다.”

“그건, 일단 한국에서 다음 달에 발표할 예정이라, 그 이후로 생각을 해보죠. 싱글을 내게 된다면 당연히 아일랜드 레코드와 함께하겠습니다.”

그렇게 좋은말로 서로 웃으며 이야길 하다 보니, 늦은 밤까지 술을 먹게 되었고, 점점 속에 있는 말들이 거친 단어들과 함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에겐 교육이 필요해.

예술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고,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었을 때 그걸 지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내가 오늘 ESP 애들을 보니깐 그런 교육이 되어있어서 아주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그런 교육을 제대로 하는 한국식의 매니지먼트를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해도 듣지를 않아.”

“스티브 술이 된 거 같은데, 회사에서 같이 나온 변호사가 아직 여기 있다고.”

“쳇, 뭐 저 법만 나부렁 대는 샌님도 이미 알고 있다고, 교육받지 않은 애새끼들이 싸지르는 일을 저 샌님이 나서서 닦아주고 있다고.

뚱뚱하든, 좃같이 생기든 돈 있는 연예인을 보면 여자애들이 왜 다리를 벌리겠냐?

간지나는 비버의 귀두컷 머리 스타일에 반해서겠냐? 욕이 적혀있는 문신에 반해서 다리를 벌리겠냐?

다 돈이야. 성공한 한국 연예인도 돈이 있겠지만, 할리우드의 부(富)는 엄청나.

그리고, 그 엄청난 부는 사기꾼과 약쟁이를 불러들이고, 꽃뱀 같은 쌍년들이 들러붙는다고. 그런 쓰레기들이 팬이라고 접근을 한다고.”

“워워. 이 친구 많이 취했네. 그만해.”

“한국식의 그 하드한 매니지먼트가 미국에도 있어야 해.

이미 자유를 넘어 방종이 되었고, 쓰레기들의 유혹을 털어내지 못한다고.

클럽, 행사장 파티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하며 자빠트릴 기회만 보는 그런 쓰레기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지킬 인내와 절제를 배우고, 매니저들이 불안정한 아티스트들을 강하게 잡아주는 그런 하드한 매니지먼트가 우리도 필요해.

JYG US가 망했지만, 약은 물론 술, 담배, 애인까지 못 만들게 하는 그들의 매니지먼트는 최고였어. 그건 배울 만했어.”

“허허 이 친구 술이 많이 되었네. 이제 그만 가지. 집에 데려다줄 테니 가자고.”

제임스 추가 스티브를 끌고 나가려고 했지만, 스티브는 술병과 테이블을 잡고 안 나가려고 했고, 나도 술에 취해 속마음을 말하는 스티브의 업계(?)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제임스 추에게 그냥 자리에 있으라고 이야길 했다.

“내가 회사에 한국식 매니지먼트를 도입하자고 했더니 말이야. 응.

노예 제도래. Fuck! 가두어 두고 일만 시킨다면 아티스트들이 미쳐나갈 거래. 그런데 그거 알아?

그게 스타들에게는 가장 좋은 거라고. 본인 자신을 위해서는 최고의 매니지먼트라고. 좃 같은 좃을 마음대로 못 놀리게 만드는 그런 교육이 미국 연예인들에게는 필요하다고!”

스티브의 말에서 주옥 같다는 말이 계속 나오자 난감했지만, 미국 연예계 종사자의 속 깊은 말을 들을 기회가 흔하지 않다는 생각에 참고 들었다.

“특히나, 여자 친구를 사귀어본 적도 없고, 직업도 없거나 겨우 자동차 정비소에서 타이어 갈던 녀석들이 랩질로 벼락스타가 되었을 때는 더 교육이 필요해.

어떤 녀석은 학생 때는 물론이고, 약이나 섹스에 대한 그런 절제력이 있다고 이야길 하는 놈들도 있어. 그 새끼에게 개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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