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11화 (211/237)

# 211

영화말고 다른거?

유튜브 채널 자체가 우리 회사의 공식 채널이었고, 구독자의 대부분은 나와 하늘소녀의 팬들이었기에 실시간 채팅에 올라오는 댓글 대부분은 한국어였다.

가끔 일본어와 영어가 보였지만, 일단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고, 반응도 좋았다.

- 와 커버팀중에서 최고인거 같은데. 커버팀 이름이 어떻게 되는거임?

└ 레드샵 공식 채널인 걸로 봐서는 커버팀 아닌 듯.

- 진짜네. Live 알람 떠서 일단 클릭했는데, 레드샵 공식 채널이네. 그러면 연습생이라는 거임?

└아마 그런 듯. YAM오빠들 노래도 커버하네. 덕중 덕은 양덕이라고 하더니 팔, 다리가 긴 백인이 댄스 커버 하니깐 느낌이 확실히 다르네.

└애들이 기본기가 착실한데. 백인 커버팀 중에서 이렇게 기본기 있는 팀은 처음 봄.

- 레드샵에서 키우는 애들이면 혼혈 한 명 빼곤 다 외국인으로 팀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 누구 정보 아는 사람 없음?

└저기 배경보니 싱가포르 같은데, 한국이 아닌 동남아나 외국을 바로 공략하기 위해 외국인들만 넣어서 만든 거 아님?

다들 어디에서 이런 애들이 나왔는지 궁금해했고, 별의별 예언이 다 나왔다.

“저희는 레드샵에서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는 연습생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레밍턴이 어눌한 한국어와 영어로 멘트를 하곤 일일이 멤버들을 소개해주고 한 곡을 더 커버하며 방송을 종료했다.

유튜브의 우리 채널 구독자들에게만 잠시 보여줬던 이벤트이다 보니 그리 큰 화제를 모으진 못했고, 그냥 몇몇 팬들 사이에서 레드샵에 백인 연습생이 있다는 정도로 알려지는 게 끝이었다.

**

“아니 진짜 경범죄로 벌금이 50만 원이 나오는 게 어디에 있어? 그냥 공터에서 춤춘 거밖에 없는데. 진짜 싱가포르 미친 거 아냐?”

호텔로 온 지혜는 유튜브 Live 방송 이후 경찰에게 양해를 구했음에도 벌금이 나왔다고 짜증을 내었다.

“야 그게 무슨 공터였어? 동물원 입구에 사람 많은 곳에서 한 거지.

벌금이라서 다행인 줄 알아, 싱가포르에선 태형 있는 거 알지? 3대만 맞아도 피부가 다 터진다고 하더라. 그리고, 싱가포르는 아직도 사형을 가끔 집행하는 무서운 나라야.”

“흥. 우리가 이렇게 방송해주고 하면 동물원이 더 홍보되고 싱가포르에 좋은 건데 그걸 그렇게 벌금을 먹이는 게 어디에 있어 진짜 빡빡하네.

이 나라는 유도리가 없네 유도리가 없어.”

“그게 싱가포르야 하여튼 넌 그냥 조용히 영화 촬영보고 돌아가 한 번 더 걸려서 경범죄로 벌금 내면 너 강제 출국당하고, 그 기록이 남아서 외국 돌아다닐 때마다 피곤해져.”

“햐, 이러니 동남아가 발전이 안 되는 거예요. 공장에 있는 기계도 너무 뻑뻑하면 안 돌아가는데, 유도리 아니 표준어로 융통성 있게 부드럽게 넘어가 주는 기름 같은 그런 게 있어야 기계가 돌아가지.

너무 뻑뻑한 기계는 효율이 안 좋다니깐! 하여튼 싱가포르 최악이야!! 그리고, 왜 벌금을 내 월급에서 떼는 건데? 난 회사를 위해 일한 거잖아!!”

“허락을 안 받은 게 문제니깐 그 벌금 네가 내는게 맞아.”

싱가포르가 구리다고 고함을 질러대며 억울하다고 호소를 했지만, 강제 출국당한다는 말에 겁을 먹었는지 다행히 다른 사고는 치지 않았다.

“자 여기에서 6명이 노래를 부르며 결혼식 하객들에게 꽃을 전달하는 거야. 리허설은 소원이와 다시 한번 더 해보고.”

ESP 애들과 같이 부를 단체 곡은 이미 녹음까지 다 했었기에 따로 연습이 필요 없을 만큼 연습이 되어있었다.

대현 형이나 빨간 펀치 누나들에게 제대로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는지 처음 봤을 때의 틀린 음정으로 힘들게 부르던 아마추어 같은 느낌도 없었다.

『Summer love, I remember falling once upon my history

여름의 사랑, 내 삶에 찾아왔던 그 사랑을 기억해요.

Sun was shining, you were in a beautiful but nowhere that ya had to be

태양은 빛나고, 너는 아름다웠지만, 네가 있어야 할 곳에 없었어.

Some conversation for a while until we felt the magic grow (oh~)

우리의 이야기가 마법처럼 커질 때까지 말이죠.

That's when my summer came alive but seasons come and seasons go (oh~)

그때가 살아있던 내 여름이었고, 그 계절은 흘러가 버렸어.

Tender kisses underneath the moonlight softly on your skin.

달빛 아래서 네 피부에 했던 부드러운 그 키스.

And like the temperature outside our feelings and emotions rose

마음의 온도와 몸이 같이 뜨거워지던 그때.

I dreamed I take you as my bride but soon the autumn winds would blow (woo~)

나는 널 아내로 만드는 꿈을 꾸었지만, 시간이 흘러 가을의 바람이 불어 버렸지.

[Chorus]

I'm searching for you. My summer love (oh~hoo~)

난 널 찾고 있어 내 여름의 사랑.』

한국에는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그치고 이제야 봄바람이 불어오는 시기였지만, 여기 싱가포르는 여전히 더운 여름이었고, 아카펠라처럼 중저음의 남자 여섯 명이 부르는 달콤한 발라드는 사람들의 귀에 쏙쏙 박혀 들고 있었다.

“노래 좋은데. 소원이가 OST 중 2곡을 하기로 했지? 이 곡과 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혼자 돌아가는 장면에서 독백하는 장면에 쓰이는 솔로곡 맞지?”

“아니 감독인 본인이 잘 알아야지. 왜 나에게 묻는 거야?”

“노래가 좋아서 더 들어갈 수 있을까 확인해 본 거야.”

“이미 늦었어. 촬영 후반부에 뭘 추가할 생각하지마. 그렇지 않아도 워너브러더스의 감평단이 너무 노멀하고 루즈한 전개라고, 전개 속도를 빨리하는 편집을 해야 한다고 계속 압박을 주고 있다고.”

“휴. 감평단에 일부러 아시안들을 절반 가까이 넣어서 했는데도 그렇다는 거야?”

“그래, 더구나 한국인들은 이미 한국에선 흔한 내용이라고 반전이 없다면 그저 그런 영화일 뿐이라고 했다고.”

“한국인들은 너무 빨라. 어휴.”

**

“8월에 꼭 개봉해야 한다고?”

“네. 늦어도 8월 말에 개봉해야 합니다. 영화의 주 배경은 싱가포르입니다. 열대의 나라죠. 전쟁 영화 같은 액션 블록버스터를 피하고자 10월 11월에 개봉하게 되면 북미는 이미 가을을 넘어서 겨울이 오기 시작하는 타임입니다.

그때가 되면 더운 여름의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의 열대 낭만 같은 배경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마 두꺼운 옷을 입고 열대의 영화를 보는 것 만큼 웃기는건 없을 겁니다.

여름 영화는 여름에, 겨울 영화는 겨울에 개봉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폭스사의 ‘23인’은 전쟁 대작이라고, 개봉관을 우리 예상보다 잡기 힘들 거야. 그렇게 되면 넷플릭스를 버리고 워너브러더스로 온 이유가 없어져 버린다고.”

존 추 감독은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23인’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 ‘23인’ 이란 영화는 내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던 영화였다.

한창 주가가 높은 ‘메이크 월버스’란 액션 배우가 제작투자까지 한 영화였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 제작/배급사들도 이 ‘23인’을 피하고자 개봉을 미루고 했었다.

망할 영화이기에 우리가 같이 개봉해야 반사이익을 얻으며 주간 흥행 수익을 점령할 수 있다고 이야길 해주고 싶었지만, 할리우드에선 전쟁 영화와 같은 시기에 개봉을 피해란 말도 있기에 다들 나의 강력한 의견을 듣고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엔 이런 말도 있습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진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게 영화라고요. ‘23인’이 기대보다 못할 경우에는 다들 피해버린 공백기를 우리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름에 개봉하지 못하면 내년까지 영화를 묵혀둬야 합니다. 그렇게 영화를 묵혀 둘 겁니까?”

상대를 고르다간 1년 동안 영화를 묵히게 된다고 하자, 존 추 감독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럼, 틈새를 한번 노려봅시다. 가장 좋은 건 진짜 ‘23인’이 기대에 못 미쳐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고, ‘23인’이 대박이 터진다면 우린 뭐 제작비도 못 건지고 박살이 나는 거로 도박을 한번 해보죠. 그런데, ‘23인’에 맞서는 마케팅 방안은 있는 겁니까?”

“이미 워너 측 홍보담당 이사인 ‘제이니’ 이사와 이야길 나누었고, 중국계가 많은 지역에서 한정 시사회를 먼저 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먼저 이민 1, 2세대들에게 먹히는 가족애가 있는 영화라고 어필을 하고, 이민 3, 4세대 이상에게는 아시안들의 성공을 보여줘서 그들도 할 수 있다는 의식을 고취하는 거죠.”

사실, 부자들의 화려한 파티와 생활은 이민 3, 4세대에겐 오히려 위화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현재 중국과 동남아 화교들의 성공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니 그들에게도 그런 미래가 있을 수 있다고 희망을 주긴 주는 것이었다.

물론, 예전 생애의 기억처럼 아시안들에게 먹히는 셀럽(Celeb)들에게 따로 시사회 초대장을 보내긴 했다.

그들이 영화를 보고 남겨주는 후기로 인해 ‘리치 아시안 웨딩’은 소문이 날 수 있었고, 장기 상영 계약을 했던 ‘23인’의 부진 덕분에 개봉 첫 주에 흥행 수익 1위를 차지할 터였다.

그 이후로는 그냥 탄탄대로였다. 아시아 배우들만 출연하는 영화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은 2018년을 통틀어서도 몇 없는 기록이기도 했다.

“소원이는 여유가 있구만. 난 흰머리가 다 날 지경인데.”

개봉과 관련된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데, 양재경은 이런 일에 전혀 긴장하지 않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봤고, 존 추 감독이나 마크 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만약 소원이 였다면 잠도 오지 않았을 거야. 투자 조건이 워너브러더스가 투자한 금액을 넘어선 이후로나 원금 회수를 할 수 있게 투자계약을 했는데, 저런 여유라니. 난 아마 심장마비 왔을 거야.”

마크는 자신의 간이 작다며 오버하며 제스처를 취했다.

“뭐, 투자금 이상 흥행 수익이 발생하면 정산 비율에선 제가 워너브러더스보다 더 비율이 높을 겁니다.”

“저 자신감. 나도 저런 자신감이 필요한데. 어떻게 그런 자신감이 있는 거야?”

“많이 했으니깐요. 개봉 전의 그 긴장감이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처음 데뷔 때부터 겪었어요. 공개 오디션에서 서로 경쟁하며, 과연 내가 데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시작해서, 앨범을 낼 때마다 과연 노래가 히트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드라마와 뮤지컬에서도 아주 많은 경험을 했죠.

그리고, 그런 경험 끝에 터득한 건. 뜰 수 있는 건 뜬다는 거죠. 그러니 마음을 편히 먹어요.”

“역시 여자도 많이 만나본 놈이 잘 사귀고, 고기도 많이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더니. 난 영화를 좀 더 찍어야겠어.”

나의 이런 여유로움에 질렸다는 듯이 존 추는 손을 들어버렸다.

“그런데, 그 데뷔 때의 공개 오디션은 어떤 건가요?”

회의가 끝나고 같이 걸어가던 워너브러더스의 홍보담당 이사인 ‘제이니’가 내게 물었다.

“음.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저도 데뷔를 했거든요.

아,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국과 달라서 1위가 있지만, 데뷔는 팀으로 데뷔를 하게 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흥미롭군요. 가수인데 연기라. 그리고 드라마도 이미 찍었다고 하고.”

“아이돌이니깐요. 한국의 아이돌은 미국의 아이돌과 다릅니다. 그러니깐...”

회의를 했던 워너브러더스의 건물을 나와서까지도 제이니는 흥미롭다는 듯이 내 이야기를 들었는데, 40대 후반의 검은 갈색 머리를 가진 백인이 아시아의 아이돌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는 게 특이했다.

“아 혹시 실탄소년단에 관심이 있는 건가요?”

“이름은 들어봤고, 요즘 트랜드이니 저도 보긴 했죠. 확실히 미국 스타일과는 달랐죠. 하지만, 제가 관심이 가는 건 실탄소년단이나 당신이 속해 있는 YAM 같은 아이돌 그룹이 아니에요.”

“그럼, 어떤 게 관심이 가는 겁니까?”

“당신이 데뷔했다는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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