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08화 (208/237)

# 208

영 앤 리치(Young and Rich).

내가 한국에 있는 기원이 형과 통화를 하고, 외환 문제이다 보니 MSM에서 정식 외국 투자 건으로 회계문제를 맡아주겠다고 처리를 끝내는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환율이나 세금 문제까지 처리를 해야 하기에 빨라도 일주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정식으로 투자 협정 건과 투자 후 처리할 실무자와 연결이 되면 바로 500만 불은 처리가 될 겁니다. 이제 전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투자자이기도 하니 저에게 잘 보이세요.”

허세를 부린다고 상의의 깃을 양손으로 다시 세우며 이야길 했다.

“와우! 혹시 지금 한국의 대통령이 윤씨는 아니지? 아니, 한국 왕가의 성씨가 윤씨였나?”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풋. 마크는 그런 큰돈을 마음대로 쓰는 널 보곤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왕가의 후손으로 보는 거지.”

늘 끼고 다니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린 채 양재경이 웃으며 이야길 해줬다.

“마크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났고, 난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이다 보니 이런 걸 이야기할 수 있는 거지.

싱가포르란 나라는 리콴유 가문이 개인 소유한 것처럼 대부분의 부(富)와 이권을 들고 있고, 말레이시아는 주마다 있는 왕가에서 돌아가면서 왕을 하거든. 그런 로열패밀리가 가진 부(富)를 알기에 너도 한국의 그런 가문 출신인지 물어본 거야.

사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배우가 그런 큰돈을 전화 몇 통으로 결정 내는 거 자체가 현실적으론 말이 안 되는 거니깐.”

“그래,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도 마찬가지야. 부모님이 유명한 큰 회사의 CEO라도 되는 거야? 그 나이에 연예인으로 그렇게 큰 부(富)를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존 추 감독까지 그렇게 물어보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영화 시나리오에 적혀있는 아시안들의 문화적 자긍심과 성공한 결과를 결혼식을 통해 서구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말은 헛구호였군요.

다들 같은 아세안의 한 축인 한국을 너무 모르는 거 같아요.

음 그러고 보니, 영화에 참여하는 인원들의 대부분이 중국계 미국인으로 화교 출신이거나 동남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아시안계가 전부이네요.

동북아시아인 한국과 일본이 아예 빠져있어요. 아시안을 대표하기엔 너무 편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원작자인 마크는 중학생 때 부모님과 이민 후 쭉 미국에서 살아온 싱가포르계 미국인이었고, 존 추 또한 홍콩 태생이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기에 자신들이 기억하는 동남아를 아시아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

“흠. 그건 인정하지. 마크는 물론 나도 미국에서 성장했으니깐. 그리고 양재경 씨도 홍콩반환 이후로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니. 편중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래서 한국인을 추천해 달라고 인맥을 통해 부탁한 결과가 자네야.”

“존 추 감독님은 저스틴 비버의 다큐멘터리를 찍으셨으니 알 겁니다. 노래 한 곡이 히트하게 되면 얼마나 큰 돈을 벌게 되는지요.

일본은 연예인들도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 시스템이지만 한국은 미국과 비슷하게 계약 기간 동안 활동한 것에 대한 돈을 정산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반이 메가 히트하게 되면 일 년에 백만불 이상 버는 아이돌들이 수십 명 생깁니다. 특히나 요즘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동남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크다 보니 천만 불 이상 버는 아이돌도 있습니다.”

물론, 천만 불 이상 벌려면 빅턴의 진드래곤처럼 자작곡으로 히트를 하고 아시아투어를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 몇 명 없다는 건 고의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게나 많이 벌어들인다고? K-POP이 북미에서 인기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정도였어?”

“Holy shit! 나도 가수나 할걸.”

존 추 감독이나 마크는 단말마처럼 소릴 질렀고, 그 정도야? 하는 표정의 양재경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존 추 감독은 중박 정도로 흥행한 영화가 2편 있긴 했지만, 3천만 불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린 적이 없는 감독이다 보니 유명한 시리즈의 2탄 혹은 3탄의 감독을 맡는 경우가 많았기에 지명도가 있는 감독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부자도 아니었다.

원작자인 마크도 어느 정도 책이 판매되었다곤 하지만, 영화화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투자를 몇백만 불씩 할만큼의 부자가 아니었다.

물론, 자산을 몇백억 가진 천만장자라고 해도 쉽게 500만 불의 투자를 앉은자리에서 쉽게 결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긴 했다.

사실 나도 전 재산의 절반 넘는 돈을 투자하는 거라 리스크가 큰 투자였지만, 리치 아시안 웨딩이 성공해서 투자금의 6배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낸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허세를 부리며 투자를 한 거였다.

마크나 존 추도 나처럼 영화가 그렇게 성공할 줄 알았다면 아마 사채까지 끌어들여서 투자를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모르고 있으니 이런 큰돈을 투자한 내가 대단해 보이긴 할 터였다.

“사실, 영화 속 필립의 가문인 골드가가 싱가포르의 리콴유가문을 보고 적은 건데. 소설 속의 부자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을 줄 몰랐어. 우리 친하게 지내자고. 하하하”

“자, 그럼 넷플릭스를 젖혀두고 할리우드영화사와 제작/배급을 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음. 그런데, 소원이 넌 왜 그렇게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반대하는 거지? 무조건 넷플릭스를 반대하는 것 같아.”

내가 투자까지 하며 넷플릭스 대신에 할리우드의 제작사와 일을 하자고 하니, 존 추 감독은 거기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 같았다.

‘그래야 대박이 터진다고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게 갑갑했다.

“사실 워너브러더스에서 3천만 불을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제시한 조건에는 흥행을 위한 영화수정이나 시나리오의 변경 부분도 들어가 있어.

넷플릭스는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을 보장해주는 유일한 곳이야.

이런 차이도 있기에 나나 마크가 넷플릭스를 선택한 거야. 우린 우리가 만드는 영화가 할리우드식 감성이나 백인들의 취향에 맞게 변경되는 게 싫거든. 아시안들의 힘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다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백인들의 손에 수정이 되는 건 싫어.”

“그런 각오나 마음은 좋네요.

하지만, 감독님의 말에 모순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시안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면, 더더욱 할리우드의 시스템 안에 들어가서 보여줘야죠.

할리우드가 아닌 인터넷 플래폼인 넷플릭스에서 아시아인의 힘을 보여줘봤자 감독님이 원하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겁니다.

흥행적인 부분이나 금전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존 추감독이나 마크는 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여주면 그런 영향력을 보여줄 수 없는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넷플릭스 제작 영화들은 IPTV 또는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화면에서 주로 시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체 스크린의 5% 미만 수준에서 오프라인 개봉이 될 거고요.

멀티 플랙스 극장에서는 ‘홀드백’(Hold-back: 극장 상영 후 약 3주 지난 후 IP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시스템) 관행을 버리지 않을 겁니다. 한마디로 큰 스크린에서 리치 아시안 웨딩을 볼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영화는 작은 화면으로 볼 때와 큰 화면으로 볼 때 큰 차이가 납니다.

특히나 서라운드 사운드(surround sonud)로 음향을 들을 때와 작은 스마트 폰의 사운드로 듣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화려한 색감을 가진 드레스와 금, 은 세공품이 가득한 멋진 파티장이 뿜어내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작은 화면과 모노사운드(mono sound)로 들리게 된다면 그 영화가 가진 힘 자체가 죽어 버릴 겁니다.

의도했던 장치들이 제대로 관객의 눈에 들어가지 않을 테니깐요.

그런 영화의 힘을 빼가면서도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개봉하고 싶은 겁니까?

큰 화면에서 좋은 사운드로 영화를 봐야지 그 화려함과 아시안이 가진 힘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될 겁니다.

일본인들처럼 작은 화면에 작은 것에 열광하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아이폰의 작은 화면으로 리치 아시안 웨딩을 본다면, ‘엘리노어’의 반지를

‘콘 실라’가 받아서 끼고 나오더라도 반지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들 겁니다.

아마 손가락의 작은 점으로 보일 테니깐요.”

내가 반지 이야기를 꺼내자, 그제야 둘도 심각함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필립의 어머니인 엘리노어가 며느리인 콘 실라를 못마땅해하다가 사건을 겪으며, 콘 실라를 인정해주며 본인의 반지를 주는 것이 극적 전환의 마무리이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 반지가 작은 화면에서는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지 아닌지 구별이 잘되지 않는다면 영화가 나타내려는 내용 전체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워너와 일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가진 생각들이, 연출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난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어.

이미 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하며 많은 수정과 참견을 겪었기에 신물이 난다고.”

“흠. 감독님 지금은 조건이 달라진 겁니다. 모든 제작비를 워너가 다 투자한다면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할 테지만, 지금은 아니죠. 10% 이상 되는 투자금을 방금 감독님이 유치했지 않습니까?”

“응? 아, 그렇군. 조건이 달라진거군. 으하하. 그래 맞아. 수정이나 간섭을 막아줄 투자자가 있는 거군.”

“다른 투자자가 있다면 워너도 그 안전성을 믿고, 극단적인 수정요구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심하게 간섭해서 다른 투자자와 싸우기엔 그 규모가 크지 않으니깐요.

3500만 불. 한국 돈으로는 350억 정도로 아주 큰 규모 같지만,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 예산에 비하면 20~30% 밖에 안되는 금액입니다.

워너 측에서는 심하게 수정을 요구하며 나오기에는 금액이 애매하죠.”

“마치 워너 영화사의 간부처럼 이야길 하는군. 하지만, 그 말이 맞을 거야. 그 정도 규모가 할리우드에선 어중간하니깐.”

미국에서 활동하는 양재경도 동의하자 존 추감독와 마크도 워너와 손을 잡는 걸 결정한 것 같았다.

성공할 영화를 그 성공 공식대로 끌고 가는 게 참 힘들었다.

“그럼 하나가 끝이 났으니 다른 걸 이야기해 보죠.”

“응? 또 어떤 거지? 어서 이야기 해봐.”

마크는 내가 또 이야기할 게 있다고 하자 얼른 말하라고 독촉을 했다.

주연배우 문제나 투자와 같은 중요사항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으니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이건 방금 생각난 건데, 존 추 감독님이나 마크의 경우에도 K-POP이 인기 있는걸 알지만, 그만큼의 금전적인 성공이나 문화적인 영향력을 끼치는지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 인들의 파워와 영향력을 백인들에게 보여주는데 좋은 아이템이 K-POP입니다.”

“으흠. 그건 나도 동의하지. 그러면 K-POP을 영화에 넣고 싶다는 거야?”

“네. 제가 맡은 배역이 미국에서 가수를 꿈꾸는 역할인데, 그걸 좀 변경하자는 거죠.

이미 북미 빌보드 차트에 K-POP 노래가 차트인 하는 게 특이한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가수이거나 혹은 가수 겸 프로듀서로 성공한 아시아인을 영화에서 그려야 합니다. 가수 지망생이나 무명이 아닌 성공한 아시아인을요.”

“그래 맞는 거 같아. 대학교수라는 콘 실라의 직업이나 성공한 증권투자가 같은 일상적으로 성공한 아시아인은 이미 많지.

미국에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이 그려진다면 진짜 그런 시대가 곧 오겠지.”

“아예 아시아 인이 프로듀서해서 데뷔시킨 백인 그룹이 있다고 설정을 하죠. 사장과 직원처럼 아시아인이 프로듀서해서 음악적으로도 우월하다는 걸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오. 그 생각을 못 했군.”

존 추 감독과 마크는 미국에서 살며 아시아인으로 당한 게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중국 화교 출신들이라 그런지 이런 국뽕 급의 유치한 설정을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동의를 했다.

‘휴 ESP 애들을 자연스럽게 미국에 데뷔시키기가 이렇게 힘들지는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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