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01화 (201/237)

# 201

한국식으로 애국하는 법.

사실 ESP 그룹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며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그냥 이 미국 애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월드 스타가 되려면 먼저 한국에서 스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방식의 스타가 되는 건, 우리 능력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는 물론이고 다들 같은 생각입니다.

미국에서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한국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보니, 미국의 아이돌이 되는 건 포기 상태입니다.”

단순히 생각을 듣고 포부 같은 게 있으면 듣고 싶었는데,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난 대충 알겠는데, 한국의 아이돌과 미국 아이돌의 차이점을 한번 말해줄 수 있을까?”

절대 내가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고, 뒤에 서 있는 직원들이 한국 아이돌과 미국 아이돌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어보기에 어쩔 수 없이 레밍턴의 입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폭스TV에서 방송했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란 방송을 혹시 보셨습니까?”

레밍턴의 말에 나는 물론이고 전부 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다 알지 2001년도에 켈리 클락슨이 나온 시즌1은 한국에서도 엄청 화제였어.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고 하는 영국의 팝 아이돌(POP Idol) 프로그램은 몰라도,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은 다 알지.”

이 바닥 고인물인 김부장이 그런 방송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줬다.

“네. 이제 방송은 완전히 끝이 났지만, 그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오는 아이돌들이 미국의 아이돌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단, 팀이 아닌 솔로죠. 그리고, 댄스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그냥, 노래를 부르는 싱어(singer)를 아이돌로 부릅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생각하는 전통적인 아이돌은 그런 가수들인 겁니다. 한국의 아이돌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죠.”

“한마디로 싱어송 라이터(Singer-songwriter)가 아닌 회사에서 곡을 받아서 부르는 어린 가수가 아이돌의 개념이라는 거군.”

“네. 미국의 아이돌은 그런 개념입니다. 물론, 뉴키즈 온 더 블록이나 엔싱크, 테이크 뎃, 원디렉션 같은 한국과 비슷한 개념의 아이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돌이라고 부르지 않고 댄스그룹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댄스그룹은 한국처럼 회사에서 캐스팅으로 팀을 짜거나,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같이 커온 그룹입니다. 우리와는 케이스가 완전히 다르죠.”

“복잡하네. 미국식 아이돌과 한국식 아이돌이 다르고, 또 일본과도 다르고. 문화의 다양성만큼 아이돌에 대한 정의나 인식도 다 다르네.”

“네. 하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사장님이 소속된 YAM이나 하늘소녀 같은 한국의 아이돌들은 이때까지 존재했던 미국인들의 아이돌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의 아이돌은 아이돌이면서 아티스트입니다. 이때까지 그런 개념의 아이돌은 없었습니다.

그런, K-POP 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한류 아이돌로 월드 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레밍턴은 물론이고 다른 4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부담스러운 눈빛을 나에게 보내왔다.

ESP란 팀 자체를 과거 전생에선 들어보지도 못했기에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망설여졌다.

“좋아요. 일단, 데뷔했었다는 기억을 지우세요.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갑시다. 연습생으로 보컬과 댄스를 기본부터 잡아 봅시다. 그게 3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5명의 멤버에 한국인 멤버가 들어가게 되거나, 문제를 일으켜서 멤버들이 방출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5명이 뭉치는 건 좋지만, 언제든 팀 이름과 멤버가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기 바랍니다. 그런 각오가 되있습니까?”

“네, 이미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올 때 연습생이 되어서 다시 배운다는 각오는 했습니다.

그런데, 연습생이 되면 진짜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주는 건가요?”

“네. 우리 회사의 연습생 시스템은 숙식 제공을 기본으로 하며, 작지만 월급도 줍니다.

그런, 투자를 위해 여러분들과 계약을 하는 것이고, 한국 아이돌이기에 흡연, 음주, 마약, 범죄 같은 일을 일으킬 경우에는 계약해지가 된다는 걸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부장님. 이 친구들과 연습생 계약을 다시 하시고, 남자 연습생을 운영할 수 있게 준비를 해주십시오.”

계약을 하자는 내 말에 ESP애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막 부둥켜안으며 좋아했다.

“오빠 시원하게 계약 잘하네.”

“지혜 따라서 이쪽으로 오길 잘했네. 이제 나 퇴근도 안할거임.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잖아.”

“내가 ESP 인스타 운영할 테니까 나에게 맡겨줘.”

그리고, 그런 ESP애들이 우리 회사와 계약한다는 말에 여직원들이 ESP 멤버들 보다 더 좋아했다.

“내가 설명 제대로 하고 계약 문제는 처리하지. 그런데, 소속은 원원엔터로 두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걸그룹은 레드샵, 보이그룹은 원원엔터로 이원화를 하자고. 그래야 MSM 입김에도 자유롭고.”

“네 그렇게 이원화를 하죠. 언제부터 이 친구들 교육이 가능할까요?”

“뭐 따로 날짜 정하고 할게 있을까? 당장 내일부터도 가능해.

이미 우리는 연습생 시스템이나 데뷔시스템이 다 셋업되어 있다고. 하늘소녀 데뷔시키면서 만들어 두었던 그 시스템 그대로 가야지. 시스템은 이미 중견업체 이상이야.”

김일규 부장의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그러고 보니, 표면상 사장인 이재원 사장이 운영하는 댄스파트와 김영민 선생님의 연기 파트, 빨간펀치 누나들의 보컬 파트는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급이었다.

객원 멤버처럼 있는 금철 사장의 A&R 파트도 역량이 충분했고, 이제 시작한 인터넷 홍보팀과 촬영팀도 어디 빠지는 게 없었다.

하늘소녀가 성공하게 되면서 이 시스템 자체가 검증되었고, 이젠 그대로 커질 일만 남아있었다.

다들 빠져나간 연습실에서 창밖을 보고 있으니 뭔가를 이루었다는 만족감이 올라왔다.

“그런데, 내가 ESP 애들 때문에 김일규 부장을 오라고 했었던가?”

가장 중요한 연애질을 위한 작업을 잊어먹고 있었다.

**

“저는 개인적으로는 1집 활동 이후 바로 2집 활동을 했으면 하는데, 유화의 연기로 인해 괜히 휴식 텀을 가지는 게 좋을까요?

물 들어왔을 때 노 젖는다고, 지금 하늘소녀 애들이 인기 있을 때 2집, 3집까지 휴식 없이 가며 대세 걸그룹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개별 활동은 대세 등극 이후에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개런티 문제에서도 크게 작용할 거고요.”

“3곡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이루게 된다면 확실히 대세 걸그룹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개인 활동을 시켜서 괜히 우리가 하늘 소녀의 날개를 꺾을 이유는 없지요. 제 생각이 짧았네요.”

김일규 부장을 불러서 진유화의 영화 출연 여부를 물어보고 이야길 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설득을 당해 버렸다. 그리고, 김일규 부장의 말이 백번 맞는 말이었다.

연애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란 호르몬이 내 머리를 지배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연기 활동이 나쁜 것만은 또 아닙니다. 결국, 2~3년 후에는 어쩔 수 없이 개별 활동으로 배우 일을 할 애이기 때문에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주연보다는 촬영 기간이 짧은 조연으로 커리어를 늘려가는 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네. 그럼 오현석 감독과 이야기 해서 조연으로 출연을 타진해 보도록 하죠. 일단 유화에게도 이야길 해서 나중을 위해 조연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이야길 해주시길 바랍니다.”

“네, 그렇게 하죠. 그런데, 아까 ESP 애들이랑 이야길 하다 보니, 좋은 생각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겠습니까?”

오늘은 김일규 부장에게 배운 게 많다 보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이야길 했던 한국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K-POP 아카데미에 대한 겁니다. 하늘소녀가 2집까지 연속 히트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대해 활동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죠. 우리가 진출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방송국의 음악축제나 수상식 같은 무대로 소극적인 진출을 하게 되겠죠.”

“네. 한국 시장이 본진이라면 멀티에서 미네랄을 캐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지금 중국은 금한령으로 인해 큰 수익을 바라기 힘들지만, 일본과 동남아는 지리적인 이점으로 활동하기 편합니다.

어떨 땐 해외 시장 수익이 한국보다 많을 때도 있고요. 해외 시장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건 당연히...아, 한국 문화원의 K-POP 아카데미에 오는 애들 중에서 연습생을 뽑자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Big4처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 스카우트를 파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Big4 만큼 수익이 없으니깐요.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한국 문화원에 강사들을 지원해주고, 거기에 오는 애들 중에서 미래가 보이는 애들을 우리가 스카우트한다면 지역적, 비용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겁니다.”

“한국 문화원의 예산으론 초빙이 안되는 강사를 우리가 어느 정도 지원해주고 우리 사람을 보내는 게 핵심이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아직 K-POP 아카데미가 걸음마 단계이다 보니, 등록데이타라든지 등록증 같은 서류 자체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등록증이나 행정 업무 보조까지 우리가 지원해준다면 좀 더 쉽게 인력풀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좋은 방법인 거 같습니다. 추진하죠. 거기서 뽑은 애들이 데뷔해서 2군, 혹은 3군으로 불리게 되더라도 자국에서는 어느 정도 팔릴 테니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도 되겠네요.”

“네, 이게 문화산업 수출 겸 현지화 전략이 되겠지요. 외화를 벌어오니 이게 다 애국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늘 정부 욕을 하며 한류에 대해서는 그냥 방치해주는게 한류 확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 문화원을 통해서 도움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가늘었던 애국심도 조금은 굵어졌다.

**

“자 본인 여권이랑 탑승권 확인하고, 출국장으로 빨리 들어가세요!”

MSM의 여직원이 악을 쓰며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평상시라면 절대 이러지 않았을 직원이었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SBC에서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 ‘최신가요’의 일본 공연을 위해 10여 개나 되는 아이돌 그룹들이 동시에 같은 비행기로 출국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난리냐? 모든 출연자를 한 비행기에 다 태우는 건 또 뭐야?”

줄에 끼인 채 이동을 하며 제일이 형이 구시렁거리자 다들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때문에 국민 항공사에서 일부러 전세기를 준비했데요. 팬들이 1등 석 예매했다가 출발 전에 취소하는 진상짓이 너무 많다보니, 이렇게 일본으로 갈때는 전세기를 준비해 준데요.”

다들 불편하다고 울상을 지으며 난리였지만, 난 같은 비행기로 출국을 하는 나인피치의 은채가 보이자 웃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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