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200화 (200/237)

# 200

셋업(setup). -1/19일 500자 분량추가

“원래 진유화가 아이돌 하기 전에는 배우였다며? 그래서 한번 봤으면 하는데.”

“처음부터 배우를 지망했긴 하는데, 지금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시기상 영화는 힘들 것 같습니다. 요즘 밤낮없이 활동하고 있어서 시간 자체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신인이라 아직 지명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무슨 소리야? 지금 제일 핫한게 진유화잖아.

아, 소원이가 앨범 준비한다고 요즘 트렌드를 너무 모르는 거 아냐?

지금 진유화 인기가 어느 정도냐면, 뉴스에도 나올 정도야.”

“뉴스요?”

“그래, 오늘 아침 뉴스에 나왔잖아. 북한에서 전방에 있는 우리 군인들에게 북한으로 넘어오라고 뿌리는 삐라에 진유화 얼굴이 들어가 있다고 오늘 나왔잖아.”

“네? 그런 거도 있는 거예요? 뉴스를 못 봤더니 몰랐어요.”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삐라에 이수진 얼굴이 들어갔었는데, 오늘 뉴스에서 보니 진유화로 바뀌어 있다고 나오더라고. ‘군인 오빠들 나와 함께 북조선을 수호할 거지?’라고 나오더라니깐. 이건 한국을 넘어서 북한까지 인기 있다는 거야.”

“데뷔곡 말고는 뭐 한 게 없는데 그렇게 인기가 있을 턱이 있습니까?”

“허허, 소속 연예인 인기를 사장이 제일 모르고 있네.

요즘은 공중파 음악방송, 아이돌 예능, 직캠, 직찍이 인기를 만들어가는 시대야.

그래서 우리 영화도 제작단계에서부터 유튜브나 넷플릭스 연계를 해서 제작을 하려고 하는 거고.

하여튼, 하늘소녀 1집 활동 끝나면 바로 일 할 수 있게 일정 변경도 가능하니깐 미팅하는 날짜 좀 잡아줘. 부탁해.”

오현석 감독과의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지혜와 김일규 부장의 말이 생각났다.

‘오빠, 지금 하늘소녀의 인기와 유화언니의 인기가 예전 JYG 이수진의 데뷔 때와 같다고 난리야. ‘미스 탑’으로 데뷔와 동시에 1위를 찍고, 성공적인 배우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이수진의 데뷔 때와 같다고, 벌써부터 설레발 치는 기사들이 많아.’

‘그러다 보니 윤사장이랑 계속 엮이는 거고. 이수진급까지 되면 좋고, 그 급까지 안되고 그 반만 해도 충분하고. 어떻게든 잘 케어해서 키우면 회사 건물 올릴 수준은 될 거야.’

“우씨 그러면 오현석 감독이 나랑 영화 찍자고 한 것 자체가 진유화를 캐스팅하기 위한 거였어? 이젠 내가 덤이 되어 버릴 정도로 소속 연예인이 커버렸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네.

아니지 아니야 이게 더 좋은 거네.

이 영화를 핑계로 합법적으로 은채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만들면 되겠네.

그것도 진유화를 가림막으로 쓴다면 더 안전할 거고.”

급히 김일규 부장에게 스케줄 건으로 상의할 일이 있다고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

“그렇지 않아도 사장님께 보고드릴 게 있었습니다. 애들아 들어와 봐!”

김부장을 기다리며, 진유화를 앞세우고 그 뒤에서 같이 캐스팅한 은채와 영화를 찍으며 연애를 하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겠다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는데, 그런 내 상상을 김부장이 멀리 날려 버렸다.

지혜와 빨간 펀치 누나는 물론 회사의 모든 사람들을 다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김부장은 역시나 늘 사고를 칠 수 있는 인재 중의 인재(?)였다.

“안녕하십니까? ESP입니다.”

김부장이 데리고 온 5명의 애들(?)이 인사를 하는것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도 인사를 위해 일어나서 보니, 큰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는 5명이 모두 외국인이라는 게 문제였다.

아니, 한 명은 한국인 혼혈 같아 보이기도 했는데, 일단 느낌이 달랐다.

“혹시 댄스 커버팀인가요?”

유튜브 방송에 보면 외국인들이 K-POP 커버 영상을 많이 올리는데, 그런 커버팀으로 보였기에 먼저 물어봤다.

“오빠 무슨 소리야? 정식 가수야.”

지혜가 눈치를 주며 내 입을 막았다. 음원을 발표한 가수에게 커버팀이라고 하는 게 실례라서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괜찮습니다. 저희를 보면 다들 K-POP 커버팀으로 알고 있으니깐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이 되고 싶은 ESP의 리더 레밍턴입니다.”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 약간은 어눌했지만, 한국어로 다시 인사를 했다.

TV에서 외국인들이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는 걸 자주 봤지만, 이렇게 바로 눈앞에서 백인이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니 뭔가 좀 위화감이 들었다.

나도 마주 인사를 하긴 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김부장을 쳐다봤다.

“뉴욕 K-POP 아카데미 출신으로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결성된 ESP란 친구들이야.

한국에서 데뷔하고 싶어서 한국으로 왔데.

21살인 레밍턴, 한스 20살인 조든, 유리언, 탐스야.

아 유리언은 네이티브 아메리칸 인디언(Native American Indians)이야.

요즘은 그냥 인디언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하니깐 이름을 부르거나 해.”

리더인 레잉턴과 한스, 조든은 어디에 내놔도 백인이라고 불릴 외모였고, 탐스는 짙은 눈썹과 느끼함이 있는 것이 남미 출신 히스패닉 같았다.

그리고, 내가 혼혈이라 생각했던 유리언은 인디언이었기에 아시안의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뉴욕 K-POP 아카데미는 어딘가요?”

아까와 같은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김부장에게 귓속말로 물어봤다.

“K-POP 아카데미는 한국 문화원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K-POP 교육 이름이야. 한국 문화원이 있는 곳에서 열리는 홍보 행사 겸 교육과정이야. 한국의 전문 강사들을 한 달 절도 파견해서 K-POP을 가르치지.

주로 보컬, 댄스 파트로 나누어서 3~4주 정도 교육을 해.

물론, 한국의 연습생들처럼 빡시게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보컬과 댄스의 맛만 보여주는 교육이야.”

“그럼, 그냥 한국 외교부에서 홍보하는 교육과정 출신이잖아요. 완전 아마추어 과정 같은데.”

“뭐, 우리가 보기에는 댄스, 보컬 다 아마추어급이긴 하지. 하지만, ESP애들은 아주 많이 다른 게 있어. 저거 봐.”

김부장의 말에 ESP 애들을 보니 내 눈에도 다른 게 보였다.

일단, 나에게 말조심하라며 눈을 부라리던 지혜는 물론이고 혜린이와 다른 여직원들이 ESP 애들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심지어 연예인인 빨간 펀치 누나들도 TV 속 아이돌을 보듯이 ESP 애들을 보고 있었다. 마치 눈에서 하트빔이 나오는 것 같았다.

“봤지?”

“보컬, 안무 다 필요 없네요. 잘생긴 게 최고네요.”

“맞아. 크하하하. 운 좋게도 내 밑에서 매니지일 배우던 종섭이라는 애가 저 애들을 나에게 소개해 줬어.

K-POP스타가 되어 한류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레밍턴이 아카데미에서 만난 애들과 팀을 만들고 정식으로 음반과 음원을 발매했는데, 미국에선 반응이 안 좋았거든. 아니, 아예 반응이 없었지.

그래서 한국으로 온 거야. 하늘소녀 애들도 대박이 나다 보니 이 애들도 우릴 믿고 온 거고.”

그렇지 않아도 하늘소녀의 성공 이후 연습생 모집을 하지 않느냐는 문의가 엄청 많다고 들었다.

“미국 시장은 확실히 다르니까요. 거기다 백인, 히스패닉이 K-POP을 한다고 하니 반응도 안 좋았겠네요. 그래서 가장 비슷해 보이는 유리언을 영입했을 수도 있겠고요.”

“그래, 맞아. 그래서 일단 한국에서 인정을 받고 역으로 미국으로 가겠다고 한국으로 온 애들이야.”

“음. 저 애들을 회사에서 매니지 하겠다는 건가요?”

“당연하지. 저 애들이 소개를 받고 제 발로 우리를 찾아왔어. 저 반응 보이잖아. 정식으로 한국에 데뷔하면 끝장나는 거야. 그리고, 우리도 미국으로 진출은 생각해봐야지.”

실탄소년단처럼 빌보드 진입여부를 떠나서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연예계 종사자들의 로망이긴 했다.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김부장의 말을 듣곤 한명 한명 자세히 뜯어봤다.

21살 20살이라고 했지만, 아시안과 비교하면 빨리 성숙해지고 노숙해지는 외국인이다 보니 25살 이상으로 보였다. 키도 나와 비슷하거나 더 커서 확실히 보는 맛이 있긴 있었다.

‘비주얼로는 무조건 합격이긴 한데. 과연 먹힐까? 망하더라도 모델로 전향시키면 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과연 애들이 한국의 연예계를 버틸 수 있을까?’

“그럼 실력을 한번 보죠.”

일단, 애들이 가진 것을 한번 봐야 했기에 다들 연습실로 이동을 했다.

어느새 김기호 조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따라붙었는데, 데뷔조 드라마 이후 아예 영화/드라마 팀을 만들어서 김기호 조감독을 앉혀두고 있었다.

BSP 애들의 자작곡이자 데뷔곡인 ‘Beat it’을 안무까지 하며 부르는데, 모든 가사가 한국어로 되어있었기에 뭔가 문화충격이 뒤통수를 후두려 치는 것 같았다.

명절 주말에 하는 전국노래자랑 – 외국인 편을 보는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제대로 나오는 않는 된소리 발음까지 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기본이 부족해서 흐느적거리는 ESP 애들의 무대를 보니, 한국어로 된 노래를 직접 만들고 K-POP스타가 되고 싶어서 한국까지 왔다는 그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저런 열정이 있다면 부족한 실력은 우리가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 이들의 영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알고 싶어서 핸드폰으로 찾아봤다.

- 양놈들이 하는 K-POP따위 듣기 싫어. 한국인인 내가 들어도 못 알아듣는 한국어 가사라니 쒰이야!

- 이건 K-POP이 아냐. 이건 K-POP을 조롱하는 거라고.

- 이봐 들 한국은 한번 다녀오기라도 한 거야? 이 수준으로는 동네 펍에서도 안되는 수준이야. 한국의 아마추어들 영상을 봤다면 이런 영상을 올리지도 않았을 거야.

- 한국에는 10만 명이나 되는 연습생이 있다고. 너희들은 그 밑이야.

- 한국인이 없는 K-POP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한류 팬은 없을 거야. 너희 헛수고 말고, 내 자동차 타이어나 교체해줘.

한국인이 없는 K-POP 그룹인 것은 젖혀두고, ‘Beat it’이란 곡의 가사와 코드 진행에도 문제가 많았고, 길거리에서 찍은 MV도 문제가 있었다.

안무든 보컬이든 가사든 리듬이든 다 따로 떼서 봤을 때 2~5% 부족한 게 보였고, 그것들을 다 뭉쳐두니 부족한 2~5%가 모여 아주 많은 문제가 만들어져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애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문제는 그 기간과 비용이었다. 그리고, 과연 미국인들이 한국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곡을 끝내고 숨을 가다듬는 애들에게 이야길 했다.

“방금 찾아보니 한국 문화원에서 진행했던 K-POP아카데미는 한류 팬들을 위한 아주, 아주 기본이 되는 부분들만을 가르쳐주고 있더군요.

아무리 한국에서 간 전문 강사라도 일주일에 4~5시간 교육으로 3~4주 만에 제대로 기본을 가르치는 건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 교육을 받고 이 만큼의 노래와 안무를 했다는 건 칭찬하고 싶어요.

다만, K-POP팬들은 보는 눈이 높습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뭘 해도 안 될 겁니다.”

단언하는 듯한 내 말에 리더인 레밍턴은 물론이고 다들 한국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반성하는 그런 태도를 보였다.

‘이거 애들이 이미 한국인 마인드인데. 이거 뭐야.’

“김부장님. ESP계약은 어떻게 되는가요? 밑에서 일을 배웠다는 그분과 정식으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건가요?”

“정식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건 맞는데, 종섭이가 이 애들 데리고 아예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해. 그 계약도 미국식 계약이 아니라, 한국식 매니지먼트 계약이야. 7년 계약. 이제 6년 4개월 남았지.”

“한국 매니지먼트 계약을 이 친구들이 다 받아들였다고요?”

미국식 매니지먼트는 회사의 모든 역량이 스타에게 집중되어 있는 형태로, 스타가 절대 갑인 구조였다. 쉽게 말해 회사의 모든 일이 스타 한 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년간 계약이 아닌, 앨범당, 곡당 계약이다 보니 앨범이나 곡에 대해서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스타의 음악적 방향에 대해서 영향을 끼치기가 힘들었다.

뭐, 신인이라면 유명 프로듀서를 따르겠지만, 조금만 인기를 얻더라도 바로 자기 레이블을 만들거나 해서 나갈 수 있다 보니, 최대한 지원을 해주고,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터치하지 않는 게 미국식 매니지먼트였다.

하지만, 한국의 매니지먼트는 아직도 대부분이 년간 계약이고, 스타 본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매니지먼트의 영업력과 케어를 해주는 매니저와의 인간관계도 큰 부분이었다.

그래서 앨범을 준비할 때도 매니저나 회사 오너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고, 계약과 인간관계로 묶여 있다 보니 스타들도 미국처럼 막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런 한국식의 매니지먼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애들이라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제대로 준비를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ESP는 한국에서 스타가 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월드 스타가 되고 싶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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