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
내로남불.
리포터가 이야기하는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당시 김일규 부장의 의견으로 스타팬텀 소속 연예인을 데리고 올 때, 개그맨 황금호 혼자가 아닌 개그맨 세 명을 다 데리고 가면 진유화는 그냥 넘겨주겠다고 했다는 사실을 확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진유화의 입장이 있다보니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때 스타팬텀에서 개그맨 세 분도 같이 데리고 왔다고 이야길 하면, 그 세 명이 연막작전 아니냐고 다시 물어보실 거죠?”
“호호호. 어떻게 아셨죠?”
뻔뻔하게 웃으면서 대답을 하는 리포터를 보니 두리뭉실하게 이야길 해선 넘기기가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확대 해석을 계속하시면, 아예 뮤직 드라마 ‘데뷔조’ 자체를 진유화를 위해 만들었다고 소문이 커지는 거 아닙니까?”
“호호. 그럴지도 모르죠. 선물로 여배우에게 드라마 제작을 선물한다는 건 엄청나거든요. 그리고, 그걸 거부할 여자가 어디에 있겠어요?”
“제가 그렇게 스케일이 크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일단, 제 이상형은 글래머입니다. 이 답변이면 떠도는 소문이 거짓이라는 걸 아시겠지요?”
하늘소녀 애들은 ‘제이’를 빼곤 모두 다 마른 슬렌더 체형이었기에 일단 진유화와의 소문에 대한 답이 되었을 테고, 글래머인 제이는 미성년자이니 리포터가 건드리지 못할 것 같기에 가장 적당한 대답을 한 것 같았다.
“오호. 글래머 스타일이 이상형이셨군요. 메모해둘게요. 그리고, 글래머가 이상형이라면 많은 차이가 있는 진유화씨나 다른 하늘소녀 멤버들은 아니겠군요.
자, 그러면 윤소원사장님은 누구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겁니까? 설마, 아이돌 윤소원과 경영자 윤소원의 이상형이 다르다고 하는건 아니겠죠?”
“어휴, 그건 노코멘트 할게요.”
“호호호. 그럼 다음 질문할게요. 신인 아이돌 그룹이 데뷔할 때는 집중력도 올리고, 목표의식을 주기 위해 핸드폰을 제출받아서 회사에서 보관하더라고요. 데뷔 후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면 돌려주는 게 거의 업계의 룰처럼 되어가고 있어요.
헌데, 데뷔 일주일 만에 1위를 하면서 하늘소녀들은 핸드폰, 개인 SNS 사용이 허용되었어요.
여기에 관해서 회사의 입장은 어떤가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진짜 이렇게 빨리 애들이 1위 할지 몰랐습니다.
거기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일단, 애들의 연애는 무조건 막아내도록 하겠습니다. 팬 여러분의 제보가 하늘소녀의 연애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3년 연애 금지 조항을 지킬 수 있게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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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요즘 리포터들은 진짜 무섭네요. 개그맨 출신이라던데 개그는 없고 호러였어요.”
“후훗 그래도 질문이 너에게 몰리니깐 덕분에 우린 인터뷰 편하게 했어.
그런데, 너 내로남불 아냐? 하늘소녀 애들은 연애 못 하게 막고, 너는 은채랑 사귀고 있고.”
“누나. 연애를해도 안 들키면 되는 거죠. 지금도 누나들이랑 대현 형밖에 모를 정도로 잘 숨기고 있어요.”
“안 걸리고 잘 사귀고 있다는 거에서 일단 대단하네.
그래도, 네가 대 놓고 글래머가 이상형이라고 말할 때, 혹시나 그쪽에서 눈치챌까 봐 깜짝 놀랐다니깐.”
“지혜나 기원이 형에게도 비밀로 만나고 있어요. 그리고 은채가 나인피치 활동 때문에 바빠서 일본 다녀온 이후로는 한번 밖에 못 봤어요. 만나기가 힘드니 걸릴 일도 없는 거죠.”
“한 달에 한 번도 못 보면 그게 사귀는 거냐? 오덕들처럼 상상 속에서 사귀고 있다고 하는 건 아니지? 한 달에 한 번도 못 보면 오나전 환상 속의 그대 급이잖아.”
잘 만나지도 못한다고 대현 형이 웃으면서 놀렸는데, 놀림을 당하면서도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웠다.
“뭐, 하늘소녀 애들도 너 닮아서 안 들키고 연애 잘하겠지.
일단 루시아랑 대현이는 같이 두면 안 되겠더라. 언제 불붙을지 모를 정도로 둘 다 눈빛이 뜨겁던데. 후끈했어 내가 땀이 다 나더라니깐.”
“대현이 너도 소원이처럼 안 들키게 잘해. 진짜 우린 아이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연애 금지 3년 어휴. 앞이 다 깜깜해질 지경이네. 호호호”
빨간 펀치 누나들의 말에 켕기는 게 있는지 대현 형은 딴청을 피웠다.
“형. 안 들키게. 알았지?”
대현 형의 어깨를 툭툭 치며 씨익 웃어줬다.
“회사 안에서만 만나마. 후후”
대현 형도 마주 웃었다.
내가 은채와 사귀는 게 아니었다면 바로 대현 형에게 뭐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대현 형을 뭐라고 할 형편이 아니었다.
우리 둘다 내로남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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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스캔들도 아니고, 엄청 애매하네.”
“그러게. 대응을 하게 되면 오바해서 대응한다고 연기 나는 거 아니냐고, 달려들 것 같고. 그러자고 대응을 하지 않으면 이게 또 켕기는 게 있어서 숨죽이고 있는 거 아니냐고 할 것 같고.”
“복잡하네. 일단 추이를 볼까?”
“아니 홍보 삼신기가 왜들 그리 고민을 하며 모니터를 보고 있어?”
일정확인을 위해 사무실에 들른 김일규 부장은 인터넷 홍보를 너무 잘한다고 홍보 삼신기라 부르는 3명이 마주 서서 고민하는 걸 보자 호기심이 동했다.
“김부장님 이거 한번 보세요. 우리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서요.”
“어디 보자. 흠.”
[언더독의 슬픔에 대한 반향인가? 예정된 마케팅 작업이었나?]
...방송가에서는 작정하고 만들고 띄어주기를 해도 뜨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의외의 배역이나 예능에서의 재치로 대세가 되는 사람도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하늘소녀’의 멤버인 진유화의 인생역전 또한 이런 예로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일들이 그녀의 매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제작자인 윤소원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진유화를 띄우기 위한 작업으로 ‘데뷔조’란 뮤직 드라마와 하늘소녀 그룹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
그녀가 가진 배우로서의 색깔이 뚜렷했기에 드라마 내용상 탈락을 시켜 배우로 활동을 시키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든다.
더구나, 하늘소녀 9명과 진유화는 소속사도 다르기에 이런 추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위클리 썬데이 김주희에디터.
기사 내용이 일전에 인터뷰했던 ‘연예가실황’에서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했지만, 이상형을 말하며 마무리했던 내용은 빠져있었기에 약간은 의도적으로 느껴졌다.
“황금호랑 개그맨 3명을 계약금 주고 데리고 올 때 물건 사면 끼워주는 덤처럼 진유화를 데리고 왔는데, 일부러 진유화를 알아보고 데리고 온 것처럼 되어 버렸네. 유화 인기가 독보적이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네.
덤으로 그냥 받아 왔다고 사정을 밝힐 수도 없고. 이건 답도 없네.”
“그렇죠? 김 부장님이 보기에도 이거 대응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냥 넘기기에도 애매하죠?”
“괜히 진유화와는 아무런 사이 아니라고 대응하며 일이 커져. 이럴 땐, 무대응이 맞는데, 윤 사장이 글래머 좋다고 했다며? 그럼 윤 사장이 글래머한테 눈길 가는 그런 사진이나 영상 같은 걸 올려버려.”
“유화 언니가 확실히 마르고, 가슴도 없으니 그런 글래머를 보는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올리는 것도, 소원 오빠 계정이 아니라, 회사 공식 계정으로 ‘윤소원 사장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방송 인터뷰 내용처럼 글래머가 좋다고 합니다.’ 같은 위트(wit)있는 글로 대응 글을 올리는 게 좋겠네요.”
“오, 혜란이! 좋은 방법인데. 일단 그럼 다들 오빠가 글래머 여가수나 배우들을 지긋이 쳐다보는 그런 사진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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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아, 너 은채랑 사귀는 거 동생한테 이야기 한거야?”
“대현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 지금 회사 공식 인스타 확인해봐라.”
MSM 녹음실에 멤버들과 새벽까지 작업하고 있는데, 뜬금없는 대형형의 전화를 받곤 급히 회사 공식 인스타를 확인했다.
“헐! 이게 뭐야?”
내가 무대 아래에서 무대 위의 사람을 보는 사진이 인스타에 올라가 있었는데, 사진 속 내 눈길의 끝에 있는 사람이 은채였다.
아마도, 나인피치 1집 활동 때 같은 행사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은채를 지켜본 게 사진으로 찍힌 것 같았다.
‘윤소원 사장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방송 인터뷰 내용처럼 글래머가 좋다고 합니다. 그러니 유화 언니의 팬분들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진유화와의 소문 때문에 이런 사진과 글을 올렸다는 게 추정되었지만, 왜 은채를 보고 있는 사진인가가 문제였다.
“야, 이거 뭐야?”
“오빠. 지금 새벽 3시 넘었어. 자는 사람을 깨웠으면 뭐가 뭔지 화내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 해봐.”
“넌 이런 사고치고 잠이 오냐? 인스타에 사진 뭐야? 왜 은채를 보는 사진을 올린 거야?”
“왜? 나름대로 MSM 홍보팀하고 교섭한 이후에 사진 선정한 거야. 같은 회사고, 예고 동창이잖아. 회사에서는 오히려 이 사진 올려준 걸 고맙다고 했단 말이야. 왜 이리 난리야? 뭐 켕기는 거라도 있어? 아님 은채언니랑 싸워서 이젠 이야기 안 하는 거야?”
지혜의 말을 듣고 보니 정신이 돌아왔다.
“아..아니. 그런 일은 없어. 갑자기 이렇게 내가 짧은 치마 입고 있는 은채를 보는 사진을 올리면 내가 좀 그렇잖아. 미리 나에게 상의를 했어야지.”
“웃기고 똥 싸고 있네. 홍보나 언론대응은 나에게 다 맡긴다며?
이 사진도 은채 언니 홍보도 겸한 설계가 들어간 사진 선정이었어. MSM 홍보팀이랑 엄청나게 고심해서 정한 사진이야.
짱나게 하지 말고, 잠이나 자. 전화 끊는다.
괜히 잘 자는 사람 깨우고 말이야. 한 번만 더 이러면 법인카드로 가방 확! 질러버린다!”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어 버리는 지혜의 대응을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에 혼자 불안해서 설친 것 같았다. 마음을 다시 잡고 인스타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봤다.
댓글을 보니 지혜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대응이 이해가 되었다.
- 이걸로 확실해 졌다. 윤소원은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 유화를 두고 윤사장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라 기쁘다. 아니 다행이다. 크흐흐.
└윤소원 없으며 유화가 너랑 사귄 데? ㅁㅊ.
- 그런데 저 골반 큰 여자는 누구임? 가슴 옆선도 장난 아닌데.
└나인피치의 정은채임 슴부심 쩌는 착한 처자 있음.
└오. 메모메모. 우리나라에 좋은 걸그룹 많네.
- 정은채랑 윤소원이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던데, 둘이 뭐 있는 건가? 매의 눈으로 보네.
└ 남자는 그냥 큰 가슴에 눈이 돌아가게 조물주가 설계했음. 자연스러운 거라 소원이를 깔 수가 없다.
└ 인정. 사실 길거리에서 저런 글래머 지나가면 애인이랑 있어도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갈거임.
└ 애인이 있다니 부들부들.
└ 진짜 글래머가 아니라도 저 정도로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그냥 눈이 오토로 돌아감. 지극히 자연스런 사진이네 ㅎㅎㅎ.
서로가 윈윈되게 지혜가 사진을 고심해서 선정했다고 하더니 진짜 댓글에선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이 긍정적인 댓글들만 가득했다.
은채에게 연락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내가 직접 이야길 하고 싶었지만, 핸드폰을 제출한 상태라 연락을 할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했다.
아마, 이 인스타 사진에 대해서도 매니저를 통해서나 듣게 될 터였다.
그저, 매니저를 통해 이야길 듣고 은채가 나에게 전화해 오길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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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소원이. 요즘 컴백 준비를 한다고 하더니 많이 바쁜 거야?”
“아닙니다. 오 감독님 오랜만입니다. 제가 먼저 안부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오라는 은채의 전화는 오지 않고, 예전 ‘그때 그곳에서’ 드라마를 연출했던 오현석 감독의 전화가 아침부터 왔다.
“아냐, 아냐 안 바쁜 내가 전화하는 게 맞지. 그리고 나도 일 때문에 전화를 한 거고. 이번에 준비 중인 영화가 있어서 그런데, 한번 볼 수 있을까?”
“혹시 크랭크인이 정해져 있는가요? 제가 이번 앨범 컴백 때문에 두 달 정도는 촬영이 힘들 것 같은데요.”
“아직 제작준비단계니깐 컴백일정과는 겹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일정이 안된다면 우리가 변경해야지.”
“아유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십시오. 그럼 언제 한번 보면 될까요?”
“아, 그리고, 요즘 핫한 진유화도 같이 봤으면 하는데 괜찮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