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민아이돌 프로듀스99-196화 (196/237)

# 196

역대급 데뷔 (4).

[억울한 일이 있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갔는데, 아이돌 오디션에서 탈락한 애를 다시 부활시켜 달라고 국민청원 글 적는건 진짜 아니지 않냐? 아무리 청와대의 권위가 없어진 시대라지만, 이런 개념 없는 애들이 요즘 왜 이리 많냐?

설마 청원 올린 애가 우리 자게이들은 아니지?]

- 미친 현실이랑 방송이 구분 안 되는 오덕이 올린 거냐?

- 담당일진 뭐하냐? 오덕 관리 제대로 안 하냐?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런 똥글 싸지르는 거 관리 좀 해라. 근데 진유화는 누구야? 중국 애야?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데 무슨 극본이 있는 거야? 토니상 받은 김켈리 감독이 심사위원이야?

└리얼리티 비슷한 유튜브 뮤직 드라마 있음. 김켈리 감독이 만든 드라마임. 거기서 데뷔 못 하고 떨어진 애인데, 이름이 중국삘인데 한국 애임. 뮤직 드라마가 재미있다 보니 덕후가 몰입해서 현실 구분 안 되는 듯.

└그냥 듣보신 데, 예쁘긴 예쁨.

-이런 병신 같은 글도 청원사이트에 올라가네. 그런데 찬성한 사람이 450명이 넘었는데. 병신이 이렇게나 많은 거야?

└예쁘니깐 청원하는 거지 뭐.

- 청원 글 보고 나서 나도 뭔지 싶어 보려고 했더니 유료 콘텐츠인데, 진짜 다들 이거 돈 내고 보는 거야? 아니면 따로 공짜로 보는 방법이 있는 거야?

└ 브라우저 초기화한 이후에 지메일 가입하고 유튜브에 신규 가입하면 한 달간 무료로 유튜브 유료 콘텐츠 볼 수 있음. 계속 아이디 만들고 하면 무한 무료로 시청 가능.

└개꿀 팁이네! 이렇게 무료로 다 보는구나.

“반응은 핫한데...근데, 청원 글은 어떻게 지워야 하는 거지? 지혜 넌 아냐? 그냥 청와대에 연락하면 되려나?”

“저 청원글 못 지워 청와대 국민청원은 가짜뉴스이거나 명예훼손이 되는 청원이 아니라면 삭제를 하지 않아. 청원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임감을 가지라고 글을 적은 본인도 글 삭제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저런 뻘글 청원도 대부분 남겨둬.”

“그럼 어쩌지? 우리 회사나 김감독님은 괜찮아도 하늘소녀 애들이 놀림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데뷔 할 때 이미지 문제 생길지도 모르는데.”

“어쩌긴. 이걸 화제로 가야지. 뮤지컬 덕후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늘소녀’나 ‘데뷔조’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아 오히려 호의적이야.

그런데, 그거뿐이잖아 뮤지컬 덕후들 자체가 얼마 되지도 않으니깐.

하지만, 병맛이라도 이런 화제성 있는 게시글은 다르지.”

“이 글이 화제가 되긴 하겠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도 생길 것 같은데.”

“음. 오덕들이 빨아 재끼는 걸그룹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중적으로는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거야.

그런 말 있잖아. 일단 유명해 져라, 그러면 길가에서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거라고. MSM의 ‘나인피치’는 섹시컨셉으로 낚시를 하면서 화제성을 가졌었잖아? 우린, 팬이 먼저 저렇게 화제를 만들어줬으니깐 우린 그걸 넙죽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 거야.

신인이니깐 일단 부정적이라도 화제가 되는걸 일 순위로 두자고.

혜린아 이 청원 글 퍼 날라! 나경아 유화 언니 프로필 사진 촬영해 둔 거 있지? 그 골반이랑 엉덩이 크게 나왔다고 하던 그 프로필 사진. 그래, 그거 따로 프로필이라고 올려주고 해.”

“오케이 유튭 무료로 보는 법도 같이 올리고, 텀 봐서 무료 공연영상이랑 커버영상도 작업 치도록 할게.”

순식간에 세 명의 손발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인터넷 회선을 바꾸니 뭐니 하면서 난리를 치는데, 나는 물론이고 사무실에 있던 김일규 부장과 남인철 실장도 멍하게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 이젠 진짜 나도 연예계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30년 가까이 이 일 하면서 쌓아두고, 알아둔 이 바닥의 기본이 되는 일들이 다 그냥 유물이 되어 버렸어. 그리고, 우리 때는 청와대 앞 건물 옥상에도 못 올라갈 정도였는데, 이젠 청와대로 홍보 작업을 치네.”

“그렇죠. 옛날엔 청와대에 계신 분과 닮았다고 방송도 아예 출연 못하고 했는데, 이젠 청와대 청원으로 홍보 작업을 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네요.

김 부장님의 시대도 그렇지만 저희와도 많은 게 달라졌어요.

예전 같으면 발품 팔고 해야 하는 일이 이렇게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 클릭 몇 번으로 다 되고.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우린 우리가 할수 있는 오프라인에서 열심히 뛰어야지. 남실장 가지.

아 윤사장은 MSM 본사에 녹음 간다고 안 했어? 가는 길에 태워줄 테니 나가지.”

MSM으로 가는 길에 보니 채 20분도 되지 않았는데, 누리웹에 올라왔던 청원글이 대부분의 유명 커뮤니티에 다 올라가게 되었고, 노출되는 페이지 숫자에 따라 청원에 참여하는 사람도 금방 늘어나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을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한 욕도 있었지만, 재미 삼아 청원에 참여하거나 도대체 하늘소녀나 데뷔 조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MSM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는 청원 참여 수가 3천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확실히 홍보 효과는 대단했다.

“여! 윤사장 반응 좋던데. 아주 핫해!”

멀리서 전상일 본부장의 외침이 들렸다. 퇴근 후 다 같이 회식을 하러 가는지 전상일 본부장과 레이블 사장, 부장들이 건물을 나오고 있었는데, 나를 보곤 다들 웃음을 지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데, 별의 별말이 다 나왔다.

“햐 그 청원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화제야.”

“신인 걸그룹을 이렇게 홍보 할 줄 또 몰랐네.”

“20살에 따로 회사를 차려서 치고 나갈 수 있는 배짱이 있으니 청와대까지 이용할 강단이 있는 거지. 우리 아들도 저래야 하는데 말이지.”

“청원 수가 2천 명을 넘었더라고. 대단해. 다음에 사장단끼리 밥이나 한 끼 하자고. 이런 노하우 혼자만 알지 말고 공유도 좀 해주고.”

“윤사장 나중에 대박치고 제작자로 이름 떨치면 우리 모른 척하면 안 돼. 그러면 우리도 국민 청원 올릴거야. 하하하.”

웃으며 덕담을 가장한 질시와 비꼼이 담긴 말을 들었는데, 이 정도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다. 다만, 국민청원까지 내가 했을 거라고 뒤집어씌우는 건 나도 참을 수가 없어서 말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막 청원 수 3천이 넘었네요. 사장님들이 많이들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일부러 크게 외쳐주었다. 속없는 놈이니 싸가지 없는 놈이니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내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자기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경영자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YAM 멤버들이 있는 연습실에 들어가서도 다들 화제로 이름은 알리게 된 거 같다고 축하를 해줬다.

“이거 하늘소녀가 대박이 나서, 우리 컴백 일자를 뒤로 미루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하”

“에이 제일형이 태워주는 비행기에 어지럽네요. 화제는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에요. 쇼케이스날 음원 공개되어봐야 알 수 있을 거예요.”

“아니야 진짜 온라인에서 장난 아니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도 하늘소녀 있던데.

멤버 수도 그렇고, 정보공개를 늦게 하니깐 더 화제인 것 같아.

이거 봐, 애들이 김켈리 감독님 페이스북에도 가서 난리를 치네.”

“네?”

진짜 김켈리 감독의 페이스북에는 ‘우리 유화 살려주세요.’, ‘하늘소녀 9인조 인가요 10인조인가요?’ 같은 댓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유화를 데뷔 안 시켜 주면 집 앞에 찾아가서 항의시위를 하겠다는 댓글도 달려있었다.

그리고 내 인스타에도 유화 관련 글들이 쌓이고 있었다.

이러다 사태가 심각해 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급히 내일 김켈리감독과 진유화를 만나기로 했다.

**

“감독님 설마, 이렇게 될지 알고 연출을 하신 거예요?”

“전혀. 유화가 배우라고 해서, 배우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을 만들어줄 겸, 극의 긴장감을 올리는 장치로 쓴 것뿐이야. 그런데, 반응이 이렇게 될지는 나도 몰랐지.

난 자연스레 멤버에서 탈락한 진유화가 배우로 데뷔를 하게 되면, 이 경력으로 인해 득이 되었으면 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네.

청와대에서는 따로 연락이나 그런 거 없지? 혹시나 걱정되더라니깐.”

“네, 지혜가 알아보니 그런 뻘글이라도 그냥 놔둔다고 합니다.

그럼 데뷔 인원을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드라마에서는 9명 데뷔로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10명으로 변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걸 왜 나에게 물어? 아! 그렇게 변경이 되면 작품이 망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을 하는 거야?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지. 황 과장이 유튜브 코리아 지사장하고 같이 온다고 했다며? 시즌 2 만들자고 해서 9명에서 10명으로 변경되는 내용을 넣으면 되잖아. 안 그래?

그런데, 유화는 아이돌 하고 싶데? 아 다른 9명에게 먼저 물어봤어야 했나?”

“네, 오늘 아침에 물어봤습니다.”

**

“그렇지 않아도 애들끼리 이야길 했어요. 유화가 촬영에 처음 합류했을 때부터 사실 애들끼리 이야길 했었어요.

그리고, 홍보팀에서 유화를 합류시켜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릴 듣고도 애들끼리 이야기 했구요. 그리고 아침에 유화가 왔을 때 우리끼리 이야길 다 했어요.

우린, 유화도 같이 하늘소녀를 했으면 해요.”

미리 애들끼리 이야길 하고 의견을 정리해준 루시아가 리더로서 든든했다.

“배우로 활동하는 거랑 캐릭터가 겹치지 않으니 다들 쉽게 유화 언니를 받아들인 거지.

지금 우리 중엔 배우 쪽 갈 사람이 없잖아. 비주얼로 구분되는 제이는 혼혈이라 배역을 맡는 게 힘들고, 우혜는 중국인이라 대사가 안 되니깐 배우 라인을 타는 멤버가 하나는 있어야지. 그래서 다 OK 한 거야.”

미영이가 제이와 우혜를 까면서 유화를 받아들인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노골적이긴 해도 맞는 말 같았다.

“그리고, 유화 언니랑 이야길 해보나 마나, 무조건 합류시켰어야지. 사람들이 원한다잖아. 국민청원 3천 명이면 엄청난 거잖아.”

“지금은 거의 5천 명이야. 오늘 중으로 아마 5천 명 넘어갈걸.”

“그럼 무조건 합류지. 만약에 유화 언니를 합류 안 시키면 그 사람들이 안티로 돌아서거나 우릴 보이콧 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무조건 합류시켜야 해. 감독님이 처연한 캐릭터를 너무 잘 만드셨어.

마조 성향처럼 보여서 코어 팬들이 꼬일 것 같았는데, 이렇게 크게 될지는 몰랐네.”

노골적으로 마조성향이라고 이야길 하는 미영이의 말에 진유화가 얼굴을 붉혔다.

이야길 듣고 보니 진짜 뭔가 남자를 자극하는 그런 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미영이가 설치며 노골적인 이야길 해도 자신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어도 그냥 얼굴만 붉히고 말도 없이 앉아 있기만 했다.

**

“다행이네, 애들끼리 서로 견제하고 그래서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바로 합류에 찬성하니 좋네.”

“다들 데뷔와 인기에 목을 매니깐요.”

“그럼, 내 페북에 애들 고만 오게 발표 좀 해. ‘진유화 구조대’인가? 하는 애들이 아주 난리다 그냥.”

“진유화 구조대요?”

“그래, 빨리 발표를 해. 황 과장하고 이야기 끝나면 연락해주고.”

김켈리 감독 때문에 알게 된 ‘진유화 구조대’ 카페에 가보니, 벌써 우리 레드샵 앞에 사진기를 든 팬이 잠복을 하는 것 같았다.

- 야 오늘 아침에 레드샵 회사 앞에 찍은 사진 올라왔다.

- 오! ‘진유화 구조대’의 첫 활동인 거야?

- 웃고 있는 게 예쁘네.

└ 회사 앞에서 웃고 있긴 한데 그게 진짜 웃는거겠냐? 속은 다 썩어들어가는 미소지. 시발. 내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시발.

└그러게 한번 회사에서 버림받았는데, 또 데뷔 탈락이면 멘탈 다 부서지지. 나 같으면 공황이나 조울증 왔다. 니기미.

└그게 무슨 말임? 레드샵에서 방출되었다가 원원엔터로 다시 들어온 거야? 원원엔터가 윤소원 형이 하는 회사라고 하던데. 그건 버림받은 게 아니잖아.

└노놉, 원래 유화가 스타팬텀에 있다가 거기서 방출된거임. 그걸 윤소원이 데리고 형 회사에 넣어 준 걸로 암.

└그럼 원래부터 진유화는 나머지 9명이랑 소속부터 달랐네. 이거 그러면 처음부터 탈락 각 잡고 찍은 거 아니냐?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 그런데 유화 인기가 급등할 줄 누가 알았겠냐.

└그럼, 10인조로 데뷔하겠지?

└모르지, 레드샵에 전화 해보니깐 기다려 달라고만 하더라. 조만간에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더라고.

- 그런데, ‘진유화 구조대’ 카페는 유화가 하늘소녀로 데뷔하게 되면 없어지는 거야?

└노노. 바로 진유화 개인 팬 페이지 되는 거지.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진유화 데뷔 지원 카페로 변경된다고 공지에 나와 있음.

└갈 길이 험하네. 누구 사진 좀 더 풀어봐.

“진유화 구조대라..이제 겨우 천명 정도의 팬들이지만, 개인 팬클럽치곤 좋네. 활동력도 있고.”

“오빠, 그럼 정식 발표는 쇼케이스날 한다고 하고, 은근한 늬앙스로 진유화가 참여한다는 정식 입장문을 올린다. 그래야 애들이 더 이상 안 설칠 것 같아. 아, 유튜브 황과장님 오셨네.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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