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
역대급 데뷔 (2).
“그럼 당연하지. 홍보작업하고, 그 작업에 맞춰서 기사가 나가고 인터넷 화제가 왔다 갔다 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거 봐 우리가 보낸 ‘데뷔조’ 보도자료도 기자가 확인하고 잘 활용을 했잖아. 이 맛에 홍보하는 거지. 이 기자도 미리 체크해야 겠어.
보도자료를 메일로 보내도 아예 안보는 기자가 있는데, 이 기자는 우리가 보낸 자료 보자마자 바로 사진이랑 다 활용을 하네. 참 기자야 참 기자. 이런 기자는 체크 체크!”
나와는 다르게 토니상 수상이라는 문화적인 업적보다 하늘소녀의 홍보를 더 우선시하는 지혜를 보니 제작자라면 지혜의 저런 적극적인 모습을 닮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야 홍보비 더 써, 알바도 더 동원하고. 이런 쪽은 내가 모르니 지혜 너에게 완전히 일임할게.”
“뭐 언제는 일임 안 했었나? 헤헤헤
일단 좀 있어 봐. 지금 작업 치기에는 기자들이나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의 방향을 알 수가 없어. 사람들이 출근하고 등교 시간이 끝날 때쯤 되면 데이터가 쌓일 거야. 그때 반응을 보고 추가 작업하며 화제를 만들면 될 거야.”
“팀장! YTB 뉴스 채널에 하단 자막으로 소식이 나오고 있어. 극단 쪽에서는 제대로 일을 못 하는지 우리 쪽에 고스트 자료 달라는 기자들도 있는데.
일단, 가지고 있는 거 다 보낸다!”
“오케이. 그리고 먼저 보내 달라고 연락 온 기자들도 따로 체크해!”
“그건 당연하지.”
지혜는 물론이고 지혜의 친구이자 자칭, 타칭 홍보 전문가라는 부팀장 김혜린과, 실장 이나경도 미친 듯이 전화를 받고 일을 쳐내고 있었다.
동생들이 일하는데, 피곤하다고 집에 가서 잠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바로 극단 사무실로 가서 고스트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데뷔조’는 우리나라 뮤직 드라마 흑역사에 추가 기록될 것인가? 아니면 한국판 글리(Glee)가 될 것인가?]
가장 최근에 방송되었던 뮤지컬 드라마는 ‘조선미인대회’란 설 특집 뮤지컬 드라마였다. 2화 150분의 뮤직 드라마로 한편의 뮤지컬과 같았다.
조선시대판 미스코리아를 뽑기 위한 과정을 그린 퓨전사극 형태였는데, 뮤지컬에 판소리와 사물놀이가 녹아들어 전문가들은 새로운 한류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고 극찬을 했었다.
이러한 특이성으로 화제를 끌었고,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류 아이돌을 주연으로 출연까지 시켰으나, 시청률은 2%대였다.
뮤지컬 매니아인 뮤덕들은 국악 창극인지 마당놀이인지 구분이 모호했고, 판소리 퓨전인 만큼 젊은 층의 지지를 위해 한류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세웠으나 부족한 연기력으로 오히려 엉성함만을 더했다고 혹평했다.
그리고 한국 뮤지컬 드라마의 흑역사을 시작하게 만든 ‘와츠댄스’가 있다.
20화 구성의 장편 뮤지컬 드라마로 종편채널 신규 런칭 콘텐츠로 사전제작 뮤지컬 드라마로 화제를 끌었다.
2011년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빅턴의 멤버 종성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였기에 방송 시작 전에는 강력한 팬덤의 지원 공세가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대학교 뮤지컬 학과를 배경으로 했기에 청춘의 아픔과 사랑을 나타내어야 했지만, 팬덤의 연애불가 통보에 주연이던 종성은 겉만 돌다가 사라져 버렸고, 결과적으로 스토리는 산으로 가버렸다.
제작 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홍유희 작가가 극본과 커버곡을 작사했다고 고정 팬들의 열렬한 지지도 받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말아먹은 연출이 문제였는데, 연출을 맡은 이가 홍유희 작가의 사촌 동생이었다.
당연히, 연출은 개판이 되었고 사전제작임에도 막장 연출이라고 욕을 듣는 전설의 뮤직 드라마가 되었다.
흥행 결과는 당연히 1%도 안 되는 시청률이 증명을 해주었다.
현대 뮤지컬임에도 커버 곡이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전설의 뮤직 드라마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뮤지컬 드라마 흑역사에 정점을 찍은 ‘It’s musical’이 있다.
15화로 제작된 공중파의 미니시리즈 형태의 뮤지컬 드라마로 공중파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뮤직 드라마로 관심을 끌었다.
2012년 당시 최고의 인기 남녀 배우였던 김혜진과 최피터를 캐스팅하여 그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공중파답게 뮤지컬계에서 이름난 배우들을 싹쓸이하듯이 조연으로 캐스팅을 다 해버렸는데, 이로 인해 공연계 공백 현상이 발생할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나 뛰어난 조연들의 실력이 문제였다.
강한 개성과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배우들 간의 캐미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런 조연들을 실력으로 눌러주고 잡아줄 주연 배우들이 없었기에 당연히 뮤지컬 드라마는 산으로 가버렸다.
조연들의 실력이 너무나 월등하여 연기자였던 주연 2명이 쩌리 취급을 받고 촬영장에서 매일 울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공중파 미니시리즈 임에도 4%의 평균 시청률로 종영했다.
1화가 8% 마지막 회인 15화가 3%이니 말을 하지 않아도 뮤직드라마 수준을 알 것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졌던 뮤지컬 드라마는 이때까지 모두 흑역사에 기록이 되었다.
반면에 뮤지컬은, 김켈리 감독이 토니상 극본상을 수상하며 뮤지컬계가 달아오르고 있고, 벌써부터 투자가 몰리기 시작하여 한국 뮤지컬계의 황금기가 시작될 거라는 전망이 나돈다.
그런 김켈리 감독이 한국 뮤지컬 드라마의 흑역사에 밝은 광명을 만들어 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흑역사를 추가하게 될 것인지 기자를 비롯하여 뮤덕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끌고 있다.
본지는 과연 토니상 수상을 한 김켈리 감독의 '데뷔조'가 이제껏 한국 뮤직 드라마가 걸어왔던 가시밭길로 굴러떨어질지, 아니면 미국 고등학생들의 화제였던 ‘글리(GLEE)’처럼 큰 인기를 끌지 그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뮤지컬계를 애정하는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헐리웃의 나나랜드처럼 하늘 위로 데뷔조가 멋지게 날아오르길 빌어 본다.
편집후기 및 체킹 포인트 : 뮤직드라마 ‘데뷔조’는 고스트 뮤지컬이 런칭될 때 사제 간이었던 김켈리 감독과 윤소원이 같이 의기투합하여 2년간 준비한 뮤직드라마로, 걸그룹 하늘소녀의 리얼리티 데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뮤지컬과 뮤덕을 위한 잡지 ‘방구석 3열에서’ 김성령기자.
─그래 이런 취재의 노력이 듬뿍 들어간 기사를 적는 기자가 진짜 참 기자 지.
─몰랐는데, 한국에서도 뮤지컬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졌었네.
└근데, 진짜 본 게 없다. 다 숨어서 방송했었네.
─아침 화장실에서 네이버 포스트 보고 들어온 사람 추천 눌러 주삼.
─토니상 받았다는 ‘고스트’ 보려고 했더니 3개월 후까지 매진임 어케 보라는 거지?
└공연장에서 보는 거보단 못하지만, 유튜브에 유료 회원가입하면 볼 수 있게 올라가 있음. 그거 보고 좀 잠잠해 지면 공연장 가서 보면 될 듯.
└유튭에서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뮤덕이 부랄을 탁 치고 갑니다.
└고스트 보고 ‘데뷔조’도 보면 될거임
└그건 아직 미공개라 선공개만 봤는데, 미국 하이스쿨 뮤지컬 느낌 나더라.
└나 디즈니빠라서 하이스쿨뮤지컬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네이버 하단 공연전시 포스트에 올라오는 기사는 퀼리티가 있네.
댓글 반응도 좋고. 그런데, 기사가 잘못된 거 아냐? 토니상 극본상에 후보로 오른 이후로 김 감독님이랑 이야기해서 연출하기로 한 건데. 이러면 오보아냐?”
“오빠 쉿! 일부러 보도자료를 그렇게 만들어 돌렸어. 스토리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요즘 스토리 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이렇게 뮤지컬 ‘고스트’와 뮤지컬 드라마 ‘데뷔조’는 커플입니다. 하면서 홍보를 하는 거지.
2개가 같이 만들어졌는데, 한 개는 토니상을 받았잖아? 그럼, 그때 같이 커플로 만들어진 것도 엄청난 거 아냐? 하는 기대감이 생길거고 그게 우리에겐 이득이 될 거야.”
“그럼 보도자료 자체를 조작한 거야?”
“어허 이 사람 보게. 조작이라니? 그냥 밋밋한 이야기를 훈훈한 감동이 있는 스토리로 각색을 한 거지. 오빠는 '아' 다르고 '어' 다른 거 몰라?”
천둥벌거숭이처럼 막 나가는 지혜를 보니 내가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혜의 이런 기만전술과 같은 것들이 좋은 결과를 차근차근 만들어 내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 할 판이긴 했다.
그러고 보니, 유튜브에 올라간 뮤지컬 고스트에는 영어 자막까지 있어서 그런지 댓글에도 외국인이 많았고, 확실히 외국에서 많이 봐주었기에 그 힘을 받아 미래가 바뀌어 수상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그 콘텐츠의 질이 고급인지 저급인지 판단을 해버리다 보니 지혜의 조작과 같은 이런 홍보가 진짜 중요하게 느껴졌다.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이니만큼 그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 포장기술이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올지도 몰랐다.
“그리고, 부팀장 혜린이랑 나경이랑 이야길 해보니, 하늘소녀의 캐릭터 성이 좀 부족한 거 같아.
오빠는 바빠서 신경을 못 썼기에 김일규 부장님의 스타일대로 멤버들의 캐미가 만들어지고는 있는데,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캐미는 너무 밋밋해. 캐릭터 성을 추가해야 할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요즘 인싸는 인싸가 알아보고 따라붙는다는 말도 기억이 났다.
바로 지혜를 데리고 쇼케이스 연습이 한창인 연습실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
“야 막내야 현수막 끝에 잘 들어! 감독님 귀국하는데 바로 딱 보이게.”
“기자님들 저희 극단에서 먼저 꽃다발 드리고 난 이후 마이크 들어오게 부탁드립니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는 김감독을 위해 공항 출국장에 마중을 나왔는데, 한류 아이돌의 환영인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극단의 사람들과 제자들, 기자들이 나와 있다 보니 웬만한 스타 못지않게 환영인파가 웅성거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어? 저기 김감독님 나온다. 감독님 수상 축하드립니다!”
<퍼퍼퍼펑, 찰칵 찰칵.>
쉴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와 플래시에 여유있게 웃으며 출국장을 나오는 김켈리 감독을 보니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뒤로 트로피를 들고 따라 나오는 태수형을 보니 마찬가지로 싱글벙글하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토니상 수상을 예측하시고 미국으로 가셨던 건가요?”
“차기 연출작은 언제 나오는가요?”
“김감독님. 고스트는 지금 예매 가능한 3개월 공연 전부가 매진상태입니다. 추가 공연 같은 건 결정이 났나요?”
“공연장을 큰 공연장으로 변경하실 예정은요?”
“이렇게 공항까지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상보단 토니상 어워드를 구경하기 위해 갔었는데, 정말 기적처럼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고스트는 조만간에 추가공연이 예정되어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질문은 바로 내일 제가 연출한 뮤지컬 드라마가 공개됩니다. 그걸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들 와주셔서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극단 사람들과 뮤지컬 덕후라는 뮤덕, 경국대에서 김켈리 감독에게 수업을 듣는 제자들까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정신없이 흘러갈 수밖에 없었고, 따로 만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오에 뮤지컬 드라마 ‘데뷔조’가 공개되었다.
**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것부터 듣고 싶으십니까?”
데뷔조 영상이 1화부터 7화까지 모두 공개된 지 3시간 만에 황윤호 과장에게서 온 전화였는데, 뜬금없이 2가지 소식 중에서 뭐부터 듣고 싶은지 물어 왔다.
“일단 기쁜 소식부터 듣죠. 유료 결과가 좋다는 게 기쁜 소식입니까?”
“맞습니다. 무료로 공개된 1화는 저번 주부터 공개가 되었기에 80만 뷰가 나온 건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유료 콘텐츠인 2화를 본 유료회원이 3만 명이 넘었습니다.”
황과장이 3만 명이 봤다고 그게 기쁜 소식이라고 했지만, 유튜브의 인기 영상이 몇백만 뷰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그 수치가 너무나 작게 느껴졌다.
“아, 제가 생각한 반응과는 너무 다른데요.
유튜브 코리아에 프리미엄 회원이 30만 명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10%가 3시간 만에 봤다는 겁니다.
이거 엄청난 수치입니다. 실탄소년단의 유료 콘텐츠를 제외한다면 역대 최고급 수치입니다. 그리고, 유료콘텐츠인 2화부터 7화까지 연속 재생 퍼센트도 80%에 가깝습니다.
드라마 시리즈 중에서도 미드 몇 개를 뺀다면 최고의 연속 재생입니다.”
“아 그런가요? 제가 유료 회원 수랑 조회수를 모르다 보니 좋아해야 하는데, 액션을 못 해 드렸네요. 하하하.
역대급으로 좋은 수치라면 기쁜 일이 맞겠죠. 하하하.
그럼 나쁜 소식은 뭔가요?”
“7화의 댓글을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반응이 좀 그래서 나쁜 소식이라고 했습니다.”
황과장의 7화 댓글을 보라는 말에 급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클릭하면서도, 미리 본 7화의 그런 엔딩이라면 나름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엔딩이 영 아니게 다가왔는가 싶었다.
용두사미의 전형적인 드라마라는 악평이 달렸을까 봐 걱정을 하며 댓글을 살폈다.
-시바 너네 7화 안 봤다면 절대 보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