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
역대급 데뷔 (1). - 10권 시작.
“어? 그렇게 티가 났어요? 다 예쁘더라고요. 하하”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장난처럼 이야길 했다.
“야 그중에서도 은채랑 손잡을 때는 느낌이 다르던데.
근데, 나도 나인피치에서는 은채가 제일 예쁜 거 같더라.”
“어? 소원형이랑 제일형도 그래요? 저도 은채가 제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A&R실 나오면 바로 우리 옆 연습실에서 연습한다던데, 나중에 다 같이 구경이나 갈까요?”
토모의 말에 우리 연습은 뒷전으로 밀리고, 나인피치의 누가 더 예쁘고 누가 더 이상형으로 좋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다들 서로가 관심있는 나인피치 멤버들을 본다고 은근한 눈빛을 보내고 악수를 더 오래 하고 했음에도 알아차리질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중국 멤버들과 조금 서먹한게 있었는데, 나인피치 애들과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로 금세 대동단결해서 뭉쳐질 수 있었다.
“그런데, 네가 데뷔시킨다는 하늘소녀는 잘돼가냐? 우리 앨범 준비한다고 시간 빼앗겨서 피해 가는 거 아냐? 출시 일자도 비슷하지?”
제일이 형은 배려심이 원래 있는 것도 있지만, 레드샵의 뮤지션들에게 도움을 받은 게 있다 보니 내가 준비하는 하늘소녀가 걱정되는 것 같았다.
“뭐, 이제는 김일규 부장도 있고 남인철 실장도 있고 실무는 다 알아서 하고 있어요. 친형과 여동생도 같은 회사에 있다 보니 이젠 제가 없어도 알아서 굴러가더라고요.
데뷔 일자는 아마 이달 말일이라 우리보단 빠르게 데뷔할 것 같아요.”
“이야 그 정도면 주먹구구식을 넘어서 시스템화를 이룬 거네. 이젠 그 시스템 안에서 막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 아냐? 신경을 쓰지 않아도 가족들이 알아서 굴러가게 해준다니 부럽다.”
“회삿돈을 떼먹어도 가족이 떼먹는 게 마음이 편하니깐 그냥 맡겨두는 거죠. 그게 가족회사의 장점이잖아요.
그리고, 기존 직원들과 서로 견제와 경쟁도 되다 보니 더 열심히 하는 것도 같고요.”
“부럽다. 중국 멤버들 이야길 들어보니 벌써 상해랑 북경에 아파트랑 상가를 샀다고 하더라, 넌 데뷔 때부터 준비했던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부럽다 부러워. 난 뭐 했나 몰라. 에휴...”
“에이 제일형도 가게 차릴 거라면서요? 무슨 가게에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정환이가 끼어들었다.
“부모님이 직장도 그만두시고, 할 일이 없다고 하셔서 전통찻집을 알아보고 있어. 아직 큰돈이 없다 보니 고민만 많다. 그래도 이번에 내 자작곡이 타이틀이 되었으니깐 올 하반기에는 가게 차릴 돈은 들어오겠지?”
“올~ 그러고 보니 제일이형 저작권료 부자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전 그 옆에서 붕어빵이라도 팔아야 하나.”
말을 꺼낸 제일이 형도 그렇고 옆에서 끼어든 정환이도 이제 20대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미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름 1위 곡을 몇 개 가지고 있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정산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한령과 중국 멤버들로 인해 1년 가까이 활동을 하지 못했고, 멤버도 많다 보니 실제로 큰돈을 벌어들이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이건 우리 YAM만의 특이한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이 고민하는 문제였다.
인기라는 것이 영원할 수 없다 보니, 인기가 없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다들 뭔가를 준비했다.
제일이 형처럼 장사를 준비하기도 했고, 연속 히트로 벌이가 좋았던 사람들은 상가 건물을 매입해서 월세로 생활하겠다는 단순한 계획이라도 세우고 있었다.
40~50대에나 해야 할 계획을 이제 20대 초반부터 세우고 있다는 생각에 웃기기도 하면서 서글펐다.
“지금 우리 계약이 4년 남았고, 재계약을 한다고 치면 10년 11년이야. 그때까지 내가 인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겠지?
11년 후 30대 중반이 된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제일이 형은 그때를 생각해보는 듯이 눈을 반쯤 감은채 상상을 해보는 것 같았다.
“제일이 형 말을 들으니 진짜 저도 가게를 하든 레드샵처럼 따로 회사를 차리든 준비를 해야겠어요. 데뷔하고 1위 찍으면 고민, 걱정 없이 행복만이 가득한 꽃길이 펼쳐져 있을 줄 알았는데, 더 고민이 늘어나네요. 어휴..”
“야 그래서 회사에서는 소혁이랑 위안이를 기다린 거지 둘을 앞세워서 중국 가야지. 중국에서 열심히 벌어보자고. 규모의 경제를 한번 느껴봐야 노후 걱정이 없지. 자 다들 안무부터 맞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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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본까지 일단 다 유튜브 쪽에 넘겨줬고, 공개되는 날짜만 확정받으면 될 거야. 황 과장이랑 윤기원 사장이 유료 콘텐츠 공개되고 일주일 후에 쇼케이스를 하기로 했으니깐 콘텐츠 부분 무료 공개 영상만 체크하면 될 거야.”
토니상 수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김켈리 감독은 인천공항에서도 업무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콘텐츠 공개되고 쇼케이스 공연 준비까지 다 해주고 싶지만, 토니상 날짜랑 겹치니깐 어쩔 수가 없네.
내 밑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기호가 최대한 신경을 써주기로 했으니깐 한번 믿어봐.”
“네, 김기호 조감독님이 깔끔하게 일을 잘하시더라고요. 한국 일은 걱정하지 마시고, 잘 다녀오십시오.”
“어? 감독님. 소원이는 우리가 미국 가서 극본상 못 받아 올 거로 생각하는가 본데요. 상 잘 받아오라고 해야 하는데, 그냥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는데요.”
“아니, 태수 형 그런 의미가 아닌 거 알잖아요. 태수 형은 출연진을 대표해서 감독님이랑 같이 가는 거니깐 브로드웨이에서 많이 보고, 배워서 오세요.
그리고, 감독님이 극본상 수상하게 되면 상패 들고 다니는 짐 셔틀 하면 될 겁니다.”
출연진을 대표해서 가는 서태수는 이미 미국에 도착 한 거처럼 텐션이 높았는데, 토니상을 받지 못하고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중요한 시기에 미국으로 감독님이 가는 게 조금 아쉽기도 했다.
상 못 받으니깐 가지 말라고 초칠을 할 수도 없어서 그냥 웃으며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김켈리 감독님이 미국으로 간 이틀 후 유튜브에서는 새로운 오리지날 드라마가 공개된다는 선 공개 하이라이트가 광고로 나오기 시작했고, 지혜도 거기에 맞춰서 홍보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빠. 일단 선공개 영상 반응은 좋아. 하늘소녀 채널엔 선공개 영상만 올라가 있는 상황인데, 2,000명이나 구독을 했어. 근데, 진짜 새벽 6시밖에 시간이 안 되는 거야? 너무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다 보니 피부 퍼석해 진거봐. 이게 어떻게 19살 피부야?”
이른 아침부터 지혜에게 진행 상황 보고를 받았는데, 내 앨범 녹음 작업이 끝이 나면 아침 6시 정도였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쩔 수가 없어 나도 일 끝나고 바로 온 거라니까. 보고 끝내고 할 일정해서 빨리 끝내자. 너희도 눈을 좀 붙여야 하겠네.
근데 진짜 2천 명이나 구독했다고? 어떻게 한 거야? 올라간 영상이 한 개밖에 없다며?”
“리브언니랑 소옥언니의 댄스 커버 영상 때문이지. 김 감독님이 따로 아는 로케이션 매니저들에게 연락해서 추천받은 장소에서 영상을 찍었거든 내가 봐도 좋더라니깐.”
거기에 커버댄스 추는 언니들도 예쁘고, 댄스 수준도 높으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지.“
“전문가가 선정한 배경에 댄스가 장점인 애들이 커버를 했으니 영상에 흠잡을 게 없었겠네.”
“응. 10만 뷰씩 터지고 있다니깐.
그리고 영상도 훌륭하지만, 그 영상으로 홍보작업을 친 우리 홍보팀도 유능하다는 증거지.”
지혜는 친구 2명과 같이 서로 홍보팀장, 부팀장, 실장으로 명찰을 달고는 직장 놀이를 하듯이 홍보팀을 만들었는데,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자부심을 뽐내고 있었다.
“너희도 잘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김 감독님이 일을 엄청나게 쳐내고 가셨네.”
“미국 일정 때문에 진짜 미치게 바빴다니깐. ‘데뷔조’ 영상이 정식으로 오픈하면 협의했던 데뷔조 안의 공영 영상 4개와 팝댄스곡 커버 영상을 매일 올릴 거고. 정식 데뷔 쇼케이스 중계 이후로는 댄스 버전, 클로즈업 버전 영상을 순차적으로 올릴 거야.”
“홍보, 영상 쪽으로는 더 손댈 게 없네.”
“김일규 부장님이나 남인철 실장님도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다고 하니깐, 이런 영상들과 데뷔곡인 ‘말해 봐’가 이젠 결과를 만들어 줘야지.”
“예전 원더걸스의 텔미처럼 ‘말해 봐’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데뷔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핸드폰과 지혜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조금 있다 부팀장과 실장의 핸드폰에도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뭐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큰일이 터졌다 싶어서, 다들 전화를 받았다.
“에? 태수 형 진짜 김 감독님이 토니상 극본상을 받았다고요? 진짜예요? 농담이나 장난 아니고?”
“하하하. 진짜야. 믿어지지 않는 거냐? 언제부터 내가 너에게 신용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거냐?
아니지, 사실 나도 한국에 있었다며 못 믿었을 것 같다. 하하하
토니상 수상식 취재하는 미국 언론에 올라가면 금세 한국 언론에도 퍼질 거야. 구라아니니깐 기뻐해라.
다른 쪽도 전화해야 해서 끊을게. 진짜 김 감독님이 토니상 극본상을 받으셨으니깐 좀 기뻐해라. 끊는다잉~.”
내가 진짜인지 몇 번이나 물어보며 쉽게 믿지 않자 태수 형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이야길 하며 통화를 끝냈다.
‘내가 기억하는 전생에는 뮤지컬 ’고스트‘가 노미네이트 후보로만 올라가고 분명히 수상하지 못했었어.
왜 갑자기 이렇게 또 바뀌어 버린 거지?’
“오빠! 뭘 멍하게 있는 거야? 피곤해서 그런 거면 어서 가서 잠자.
우린 바로 보도자료 돌리고 할게. 혹시나 해서 만들어 둔 보도자료를 쓰게 되네.
토니상 수상 보도자료는 김감독님 극단에서 낼 거니깐. 우리는 토니상 극본상을 수상한 김켈리 감독이 극본, 연출을 맡은 ‘데뷔조’가 이번 주에 유튜브로 공개된다는 내용이 주가 될 거야.”
“안 그래도, 공개 전에 어떤 작업을 쳐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렇게 한 방에 해결이 되네. 그런데 토니상이 유명한가? 내가 잘 모르니, 일반적인 덕후나 네티즌들은 모를 것 같은데.”
“토니상이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와 같다고 설명부터 하면서 풀어야지.
자 빨리 움직이자. 외국 기사 어뷰징 기사들보다 빨리 돌려야 해.”
내가 달라진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이에 지혜와 친구들은 진짜 프로처럼 움직였다.
‘뮤지컬 고스트가 전생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나에게 투자금을 좀 더 받았다는 것과 태수형이 첫 주연을 하며 뮤지컬을 끌어 올렸다는거 밖에 없는데, 미래가 바뀌었어. 극본은 그대로란 말이야. 뭣 때문에 미래가 바뀌게 된 걸까.
아니다. 유튜브에 고스트를 유료 콘텐츠로 올렸다는 부분도 바뀐 부분이구나. 전생에는 아마 김감독님이 영상이나 유튜브와는 그렇게 친했을 것 같지 않아. 그런데, 이런 것 때문에 받지 못한 극본상을 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잠을 자지 못한 상황에서 괜히 고민이 되었는데, 이런 작은 변화를 내가 컨트롤 할 수만 있다면 그에 따른 결과를 내가 미리 예측하거나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엇? 오빠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이거 봐봐. 대에박이야!”
지혜의 말에 급히 다가가서 기사를 확인했다.
[...한국의 제대로 된 뮤지컬 역사가 채 50년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뮤지컬계의 기적이라고 찬사를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문화적인 공로를 인정해 김켈리감독에게 문화훈장 옥관장(玉冠) 4급 훈장을 수여할 방침이라고 한다.
뮤지컬계의 질적 양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김켈리 감독은 새로운 뮤지컬 장르 개척을 위해 직접 극본과 연출을 한 유튜브 뮤지컬 드라마도 제작을 하고 있는등 문화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료사진 : 뮤직컬 ‘고스트’, 뮤직 드라마 ‘데뷔조’]
“김 감독님이 문화훈장을 받게 된다고?”
“진짜 대박이지? 자 생각해봐. 이런 훈장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주는거잖아. 그러면 제대로 된 행사를 열 거잖아?”
“아..아마도 그렇겠지.”
“그럼, 당연히 이런 상을 받은 뮤지컬‘고스트’의 미니 공연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거기에 우리 ‘데뷔조’도 살짝 숟가락 얹혀서 하늘소녀 애들이 공연을 하는 거지.
TV중계가 된다면 100% 네이버 실시간 1위 찍는다고.”
나는 김켈리 감독님이 만들어 낸 엄청난 결과에 놀라서 감탄을하고 있는데, 지혜는 이 대박 이벤트를 어떻게 하면 하늘소녀와 연계해서 홍보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리 윤팀장 열정이 대단하네. 뼛속까지 홍보인이구만.”